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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29화 (128/243)

129화 의심

“하하하하하, 모르는 척하지 마. 콜록콜록. 이 영주, 네가 한 일을 네가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냐? 그때 누가 노당주를 죽였지? 네가 그랬잖아? 네가 죽인 거잖아? 하하하하!”

정예가 이호연을 향해 소리쳤다.

“이 영주?”

고해가 미간을 찌푸리고 경계하기 시작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정예!”

이호연이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헛소리? 콜록콜록. 이호연, 어쨌든 나는 죽을 것이다. 헛소리를 할 이유는 없지. 이호연, 인정할 것은 인정해라. 바로 네가 노당주를 죽였잖느냐. 용완청, 저놈의 가식적인 모습에 속지 마라. 그가 너의 어머니를 죽였다.”

정예가 눈을 부릅뜨고 이호연을 바라봤다.

쿵!

이호연이 분노하여 손을 휘두르자, 정예의 머리가 터져버렸다.

“이호연! 무슨 짓이냐! 왜 사람을 죽여 입을 막는 거냐!”

고해가 이호연을 향해 소리쳤다.

“흥! 정예는 이미 미쳤다. 미친 자의 말을 어찌 믿는단 말이냐?”

정예가 이호연에 의해 죽자 용완청의 눈꺼풀도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곧 머리를 흔들었다.

“아닐 거야. 이 영주가 우리 어머니를 죽였을 리 없어! 정예는 미친 게 맞아!”

“예?”

고해가 용완청을 보며 이마를 찌푸리자, 이호연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만약에 내가 범인이라면 용완청의 외조부가 이미 나를 찾았을 거다. 고해, 네가 용완청 앞에서 공을 세우려고 하는 것은 알지만, 정예는 미쳤다.”

용완청이 바로 이호연에게 대답했다.

“맞아. 이 영주가 만약 범인이면 외할아버지가 찾았을 거야. 그리고 이 영주는 내 목숨도 살렸어. 범인일 수 없어.”

고해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정예는 죽이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다른 걸 물어볼 수도 있었잖습니까!”

용완청의 눈에는 복잡함이 가득했다. 당연히 그도 고해의 말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호연이 죽였지 않은가. 용완청은 그를 탓하고 싶지 않았다. 이호연은 자기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사람 아닌가.

그런데 이호연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용완청, 인용옥으로 왜 용맥을 흡수하지 않았지?”

“아마 대지용맥의 용두에서라면 가능했을 거야. 여기는 용두가 아니라 용의 몸이라서…….”

이호연이 갑자기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

“용 꼬리, 용 몸, 용의 머리두? ……알겠어, 이제야 알겠어. 이 구오도는 관기 노인이 남긴 하나의 연환세계야.”

“뭐?”

이호연이 눈을 번들거렸다.

“대봉방, 정용종, 모두 관기 노인의 바둑 세계야. 이것은 그가 고의로 남긴 것 아니겠나? 이들은 모두 팔백 년의 종문이야. 아마 종문이 하나 더 있을 거야.”

“목단종(牧丹宗).”

용완청의 눈이 커졌다.

“맞아. 목단종. 그것도 대봉방, 정용종처럼 낡았어. 그리고 그의 위치는 구오도의 제일 중앙에 있지. 바둑 세계로 본다면 천원(天元) 위치야.”

“목단? 그래, 고해가 말했어. 풍령이 바둑 세계에 들어오는 열쇠라고. 풍령의 머리 위에 목단 한 송이가 있잖아? 목단이 이 바둑 세계에 놓고 볼 때 바로 열쇠지. 목단종은 그러면……!”

용완청이 갑자기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고해도 머리를 끄덕였다.

사실 고해는 이미 오래전에 알아챘다. 하지만 단지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호연이 말했다.

“용완청, 인용옥을 갖고 나와 함께 목단종으로 가자!”

용완청은 정예의 시체와 이호연을 번갈아 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잠깐!”

고해가 두 사람을 말렸다.

“응? 왜?”

용완청이 의심스럽게 고해를 바라봤다.

고해가 말했다.

“당주, 유년대사가 곧 올 겁니다. 유년대사가 오면 그때 다시 가시지요.”

이호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 용완청을 향해 말했다.

“용완청, 시간이 없어. 빨리 갔다 오면 돼. 유년대사가 오면 우리가 목단종에 간 것을 알 거야. 그가 빠른 속도로 쫓아올 거야!”

용완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해는 이호연을 바라봤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의 예민한 직감은 이호연이 겉보기와 달리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고해가 용완청을 보며 말했다.

“당주. 유년대사를 믿습니까?”

용완청이 말했다.

“당연하지. 어머니의 예전 일도 유년대사가 부탁한 것이야.”

“그럼 조금만 더 유년대사를 기다리세요. 그가 곧 올 겁니다!”

“고해, 내가 용완청을 데려가는 것을 방해하는 이유가 뭐냐? 내가 용완청을 해칠까 봐? 나도 목숨을 던져 용완청을 보호했던 사람이다.”

“맞아, 고해. 너무 걱정하지 마. 이 영주는 예전에 내 목숨을 구해줬었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용완청이 고집을 피우고 자신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자 고해도 초조해졌다.

“당주님, 죄를 짓겠습니다.”

고해가 낮은 소리로 말하고는, 혈도를 용완청의 목에 댔다.

“응?”

용완청이 눈을 크게 떴다.

이호연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해가 이호연에게 말했다.

“이호연, 뒤로 물러서라. 아니면 내가 용완청에게 손을 쓴다.”

이호연은 고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고해, 미쳤어?”

용완청이 분노해서 소리쳤다.

“이호연! 뒤로 물러서라!”

고해는 이호연을 다그치며 혈도를 용완청의 목에 겨눴다. 주위의 수련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

“무슨 일이야? 고해가 왜 일품당주를 협박해?”

“고해는 일품당주를 구하러 왔잖아?”

“뭘 하자는 거지?”

폐허에서 기어 나온 수련자들은 그 광경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호연도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고해가 용완청을 협박할 줄 어찌 알았겠는가.

“고해!”

고해가 차갑게 말했다.

“뒤로 물러서라, 이호연!”

하지만 이호연은 제자리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고해를 노려보았다.

“고해, 미쳤어? 왜 이래?”

용완청이 씩씩거리며 고해를 쏘아보았다.

“당주, 죄를 지었습니다.”

고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흥! 고해, 방금 나를 살려줬다고 눈감아 줄 것 같으냐? 빨리 나를 놓아주지 않으면 앞서 나를 살린 공도 없어질 것이다. 너 역시도 하극상의 죄로 다스릴 것이야!”

“당주님이 잘못 알았습니다.”

“뭐?”

“내가 살린 것은 공을 세우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일품당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았습니다. 제가 왜 목숨을 걸고 당주를 살렸을 것 같습니까? 공을 세운다고요? 아닙니다. 단지 은혜를 갚기 위해서입니다. 당주가 갇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청하종부터 송갑종까지 죽이고, 다시 송갑종에서부터 정용종까지 왔습니다. 이것은 모두 옛날 당주가 나를 도와준 것에 보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고해가 용완청을 구한 것은 공 때문이 아니었다.

고해는 차가운 표정으로 이호연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마지막 중요한 한고비만 남았습니다. 당주,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고해의 해석이 용완청으로 하여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게 했다.

“은혜? 보답? 되었다. 너는 은혜를 보답했다. 되었으니 이제 나를 놓아줘.”

고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당주. 제가 놓기 싫어서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서로의 생각이 달라서 만약 내가 놓아주게 되면 당주님은 바로 죽고 맙니다. 그럼 지금까지의 공든 탑이 허무하게 무너지겠지요.”

“생각이 다르다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용완청이 분개하며 말했다.

“방금 정예가 직접 말했습니다. 이호연이 당주님 모친을 죽인 범인이라고. 옳든 아니든, 당주님은 이호연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그런데 당주님은 그의 말이라면 어떤 말도 다 받아들입니다.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일인데, 왜 그렇게 무조건 받아들입니까?”

“말했잖아. 이호연이 아니라고!”

“어떻게 믿습니까?”

“저 사람은 내 외할아버지가 나를 보호하라고 보낸 사람이야. 옛날에 내 목숨도 살렸고, 나를 해하지 않았어. 정예가 미친 것이야!”

“하지만 저자가 정예를 죽여 입을 막았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실수야!”

“그건 모두 당주님의 생각입니다!”

“무슨 뜻이야?”

“저는 늘 제 아들들에게 말합니다. 한 가지 일을 볼 때 주관적으로만 보면 안 된다고. 객관적인 각도에서 문제를 보라고. 현재 당주님은 모두 주관적인 생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하실 겁니까? 아니 복수를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본인을 함정으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왜 우리 외할아버지랑 똑같이 말하지? 흥! 고해, 나는 너의 자식이 아니다. 너의 가르침은 필요 없어!”

“그럼 묻겠습니다. 어머니를 죽인 범인이 누군지 아십니까?”

“모른다. 왜?”

“모르면 왜 이호연이 범인이 아니라고 확정적으로 말합니까? 단지 당주님을 살려줘서요? 아니면 당주님이 그를 애모하여서요?”

“너!”

“진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까지는 모든 사람이 다 범인입니다.”

“나의 일이야. 너는 상관하지 마! 나를 놔줘!”

“미안합니다. 당주. 당주의 일은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그저 당주님이 유년대사가 올 때까지 조금 더 기다리기를 바랍니다. 그럼 놓아드리지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주 조금만. 그럼 됩니다.”

“고해! 어디 두고 보자! 이 미친…….”

“제가 미친 것이 아니라, 제가 이호연을 믿지 않습니다. 유년대사가 오면 죗값을 치르겠습니다.”

“흥!”

용완청이 분노하여 소리치며 어이없어했다.

고해는 냉랭하게 맞은편의 이호연을 보며 말했다.

“이 영주, 당신이 정말 당주를 보호할 거라면 뒤로 물러났다가 유년대사가 오면 다시 와라.”

이호연은 물러서지 않았다. 고해를 바라보는 그의 입꼬리에 웃음이 묻어났다.

“고해. 선천잔국계에서 너의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그 이름을 싫어했지.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보다 더 싫고 싫구나.”

이호연은 뒤로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뒤로 물러서!”

고해가 분노하여 소리쳤다.

하지만 이호연은 차갑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너 감히 용완청을 해칠 수 있겠어? 할 수 있어?”

고해는 용완청을 붙들고 이 산봉우리에서 다른 산봉우리로 뛰어갔다.

그럴수록 이호연은 오히려 가까이 다가왔다.

“못 하지? 너는 용완청을 해치지 못해. 너는 은혜에 보답한다고 했는데, 이건 배은망덕한 거야. 너는 이게 은혜에 보답하는 거라고 생각하느냐?”

이호연이 날아올라 냉랭하게 말했다.

고해가 다시 한번 후퇴하며 다른 산봉우리로 뛰어올랐다.

“용완청을 놔줘! 아니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이호연이 다시 날아오르며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펑!

고해는 후퇴하며 다른 산골짜기로 갔다.

“너는 이미 후퇴할 곳도 없어. 용완청을 놓아줘. 아니면 내 이 손으로 너를 영영 산골짜기와 함께 잠들게 할 것이야!”

이호연이 냉랭하게 말했다.

그는 말을 하면서도 손가락을 내밀었다.

지강이 고해에게로 향했다. 마치 이호연 생각대로 순식간에 고해의 머리를 뚫을 것 같다.

“고해 나를 놓아줘 너는 이호연의 상대가 되지 못해!”

용완청이 초조해서 말했다.

“당주님, 보셨나요? 이호연은 당주를 위해 뒤로 한 발도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고해, 너는 이미 물러날 길이 없어. 그렇게 죽고 싶다면 나를 탓하지 마라!”

윙!

이호연이 홀연히 안개를 몰아오고 순식간에 산봉우리들을 덮어씌웠다.

“물러가? 이호연! 내가 물러갈 것 같아?”

그 순간 용완청이 경악한 기색을 띠었다.

“헉!”

갑자기 이호연의 뒤 안개 사이에서 방천화극을 본 것이다.

“역발산혜기개세!”

큰 소리와 함께 방천화극이 하늘의 위력을 싣고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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