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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30화 (129/243)

130화 안개 속의 싸움

“조심!”

용완청이 놀라서 말했다.

이호연도 놀랐다. 뒤에서 습격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순식간에 지강이 사라지고 한 자루의 황금 검이 나타나 하늘로 향했다.

쿵!

황금 검이 방천화극과 맹렬하게 부딪치며 굉음이 울렸다.

고해는 그 틈을 이용해서 빠르게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십팔 천지종횡대진?”

“아닌데. 고해가 용완청을 납치하고 있잖아? 누구의 대진이지?”

“어떻게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이?”

수련자들의 얼굴에 경악이 가득했다.

방천화극과 황금 장검이 대치하며 폭풍을 몰고 왔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안개 속에 있었다.

그때, 상관흔을 우두머리로 하는 악인들이 고진(古秦)을 중심에서 보호하며 나타났다.

고진은 수중의 영석을 쌓은 바둑판을 누르고 있었다. 악인들이 번갈아 가며 진기를 고진의 체내로 주입시켰다.

“아버지, 저희가 너무 늦지는 않았지요?”

고해가 용완청을 데리고 먼 곳으로 뛰어가 대진의 방향을 보았다.

“딱 맞게 왔구나. 내 생각보다 빨리 왔어.”

“다행히 날아다니는 배가 있어서 빨리 왔습니다.”

그때 이호연이 차갑게 말했다.

“흥! 죽을 때가 다 되었는데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구나!”

수중의 황금 장검이 떨리더니, 빛나는 금색 광채를 내뿜었다.

쿵!

거대한 힘이 방천화극을 향해 밀려갔다.

“아버지!”

고진이 놀라서 소리쳤다.

고해도 급히 한 소리 외쳤다.

“낙자천원(落子天元)!”

착!

고진이 대진 속에서 바둑을 두었다.

“나는 항우다. 나에게는 적이 없다! 후우!”

대진 속에서 거인이 쏟아져 나왔다.

거인은 방천화극을 들고 온 힘을 다해 베어나갔다.

쿵!

거대한 충격이 이호연의 발아래 산골짜기를 맹렬하게 흔들며 황금 검을 막았다.

“이십팔 천지종횡대진?”

이호연의 안색이 냉랭하게 굳었다.

“황금의 힘, 파(破)!”

이호연의 검이 만장의 금빛 광채를 뿜어냈다. 금빛 광채가 태양처럼 온 하늘을 비췄다.

쿵!

굉음이 울리고, 거대한 산골짜기가 폭발했다.

강대한 힘이 방천화극을 부쉈다. 이십팔 천지종횡대진도 함께 폭발했다.

고진, 상관흔, 그리고 악인들이 강대한 힘에 날아갔다.

대진이 파훼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했다.

이호연은 분노가 가득한 눈을 부릅뜨고 고해를 노려보았다.

고진이 참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버지. 아들이 대진을 잘 운용하지 못해 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했습니다!”

이호연은 조소를 지었다.

“이십팔 천지종횡대진도 그냥 그렇군.”

고해는 손안에 있는 영패의 공간을 만지작거렸다. 이청하의 뱀 머리를 꺼내고 싶은데, 뱀 머리가 이호연을 상대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그냥 그렇다고? 그것은 네가 진정한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니라!”

갑작스런 목소리가 이호연의 뒤에서 들려왔다.

고해가 그 말을 한 사람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구공자!”

“영주 조심하십시오!”

멀리서 한 무리의 신기영 제자들이 외치며 달려왔다.

이호연의 뒤에 수많은 구름과 안개가 피어나고, 그 사이에서 공작령 모양의 구름이 생겼다.

구공자가 공작령을 흔들며 다가오자 하늘에서 두 갈래의 폭풍이 일었다.

“청령하(靑翎下), 만법파(萬法破), 절(折)!”

냉랭한 목소리와 함께 공작령이 이호연을 향해 날아갔다.

공작의 위엄은 땅을 파괴하고 하늘을 무너뜨릴 것 같았다.

공작령의 가공할 기운에 밑에 있던 돌멩이들이 가루로 변하면서 흩날렸다.

고해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구공자가 불러 모은 운수가……?”

대명왕신이었다.

대진은 중간에 용맹한 장군을 불러올 수 있다. 고해도 패왕 항우를 부르지 않았던가.

그런데 구공자는 대명왕신을 불러왔다!

이호연은 공작령의 기운을 보고 안색이 굳어졌다. 그는 손에 황금장검을 들고 공작령과 마주했다.

쿵! 콰광!

황금장검과 공작령이 부딪치자, 돌풍이 불고 땅이 흔들리면서 엄청난 먼지 폭풍을 일으켰다.

구공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떠냐? 신기명주? 하하하!”

이호연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눈부신 황금 기운을 내뿜었다. 그러더니 대진을 향해 날아갔다.

“흥!”

쿠앙!

대진에서 공작령과 황금장검이 쉴 새 없이 부딪치며 엄청난 빛을 뿜어냈다.

어두컴컴한 대진은 먼지가 일고 자갈이 흩날리면서 수련자들의 시선을 가로막았다.

고해가 나직이 말했다.

“물러서자.”

고해는 용완청을 붙잡고 부하들과 함께 뒤로 후퇴했다.

용완청이 답답한 듯 말했다.

“고해, 전부 네 탓이야!”

“당주님, 제가 틀렸기를 바라는 것 아닙니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저 멀리 도망쳤다.

쿵! 콰광!

구공자와 이호연의 싸움은 점점 더 치열해졌다.

고해가 그곳에서 시선을 떼고 고진을 바라보았다.

“네가 여긴 어찌 왔느냐?”

“유년대사님께서 당주님의 세 하인을 우리 고부에서 치료하게 하고 곧바로 당주님을 찾으러 떠나셨습니다. 후에 아버님의 편지를 받고 상관흔 부장님과 함께 오려고 했으나, 당주님의 하인이 우리한테 백운호를 빌려줘서 빠르게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착해서 보니 정용종 등에 막혀 들어갈 수 없었지요!”

“마침 잘 왔다. 전에도 봤는데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

“아버님의 편지를 받자마자 상관흔 부장님께 진을 배치하라고 했습니다!”

고해가 상관흔을 보면서 물어보았다.

“상관흔, 정예 시신은?”

상관흔이 낮은 소리로 답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부하를 시켜 시신을 정리하게 했습니다.”

고해가 머리를 끄덕거렸다. 역시 곁에 상관흔이 있으니 걱정이 덜 되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뒤로 물러섰다.

용완청은 저 멀리에 있는 대진을 보면서 화를 식혔다.

쿵!

전투는 거침없었다. 신기영 제자들이 여러 번 대진을 뚫으려고 했으나, 번번이 가로막혔다.

벌써 두 시간째.

슥!

그 순간, 하늘에서 눈부신 빛이 반짝였다.

쾅!

날아다니는 한 척의 비주(飛舟)가 가까이 도착했다.

고해가 비주 위의 사람을 보고 외쳤다.

“유년대사님!”

비주가 고해의 앞에 멈추더니, 유년대사가 만연한 웃음을 지으며 내려왔다.

그러나 고해가 용완청의 목에 칼을 대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인가? 왜 칼을……?”

“유년대사님, 당주님은 여기 계십니다.”

말을 마친 고해는 용완청을 놓아주었다.

유년대사가 용완청을 보필했다.

“당주, 괜찮으시지요?”

용완청이 화를 내며 말했다.

“대사, 얼른 이 미치광이 고해를 잡아!”

고진이 억울한 듯 말했다.

“당주님, 저의 아버지께서는 당주님을 구해주셨습니다!”

유년대사는 아직 이해가 안 가는 모앙이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유년대사는 고개를 돌려 가까이에 있는 신기영 비주를 바라보았다.

용완청은 화가 가시지 않은 듯했다.

“고해가 나를 구해준 건 맞지만, 지금은 도를 넘고 있다고! 얼른 고해를 잡아!”

유년대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해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유년대사는 용완청이 어린아이같이 징징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뭔가 오해가 있거나, 자신이 모르는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게 말입니다…….”

고해는 유년대사에게 그간의 상황을 빠짐없이 말해주었다.

유년대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저기서 싸우는 사람이 이호연이라고?”

고해는 손을 뻗어 영패를 꺼내며 말했다.

“당주, 이제 대사님도 오셨으니, 저의 빚은 다 갚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당주님을 협박했다고 생각하셔도 좋고, 하극상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다만 당주님의 은혜를 갚으려고 했을 뿐입니다.

이미 은혜는 충분히 갚은 것 같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이 칼도 돌려드리고, 수타주 영패 역시 안에 있는 저의 물건을 꺼내고 바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곧바로 유년대사가 제지했다.

“고 타주,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네?”

유년대사가 고해를 설득하며 말했다.

“고 타주, 이번에 온 힘을 다해서 당주님을 구했는데, 당주님이 어찌 자네를 나무라겠나? 얼른 그 수타주 영패를 다시 넣게! 자네는 이미 수타주야. 아무도 자네의 신분을 부인할 수 없네!”

고해는 미간을 움찔했다. 할 말이 더 있지만 하지 않았다.

그때 유년대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용완청을 불렀다.

“당주.”

용완청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나, 나는 신분을 회수하겠다고는 안 했어!”

유년대사가 정중히 말했다.

“잘하셨습니다. 고 타주, 영패는 얼른 집어넣게! 일품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그리고 타주님도 아직 세상 경험이 적어서 고 타주의 도움이 필요하네. 영패를 돌려주겠다는 말은 다시는 꺼내지 말게나.”

고해가 용완청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지만……!”

용완청도 억울했다. 하지만 유년대사가 눈을 부릅뜨고 말하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용완청이 고해를 향해 입을 삐죽 내밀었다.

“대사 말대로 해!”

유년대사도 재촉했다.

“고 타주, 얼른 넣게. 나와 당주님이 예전에 한 약속이 있으니 괜찮네. 내 말을 따르도록 해.”

고해는 할 수 없이 영패를 넣고, 칼을 건넸다.

“그럼 당분간은 제가 보관하겠습니다. 그러나 곧 떠나기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칼은 당주님께 돌려드리지요.”

유년대사는 눈을 부릅뜨고 용완청을 째려보았다.

용완청은 무척이나 억울했지만, 결국 고해를 보면서 말했다.

“고 타주, 그 칼은 당분간 네가 보관해.”

“예?”

고해는 유년대사의 뜻을 이해했다.

유년대사가 마음먹은 일은 용완청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유년대사는 마치 사부처럼 용완청에게 사람의 도리를 일깨워 주었고, 일품당을 움켜쥐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용완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려고 하면 곧바로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었다.

유년대사가 진지하게 말했다.

“고 타주, 자네가 없었더라면 당주님의 목숨도 위험했네. 물론 이 칼도 소중하지만, 아무리 중요한들 당주님의 목숨보다 더하겠나? 일단 칼은 고 타주가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당주님의 외할아버지께서 회수하실 때 돌려줘도 괜찮네! 당주님의 목숨을 구한 대가로 생각하게나!”

고해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당주님!”

이어, 용완청한테서 자세한 내막을 전해 들은 유년대사는 빛나는 눈빛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그때,

쾅!

저 멀리에서 굉음이 울리고 자갈이 흩날리더니, 이호연과 구공자의 대치가 일단락되었다.

안개가 점점 흩어지고 있었다.

한 산봉우리에는 황금 갑옷을 입은 이호연이 서 있었고, 다른 산봉우리에는 흰색 옷을 입은 구공자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은 대치만 할 뿐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았다.

이호연이 냉랭하게 말했다.

“혁천각(弈天阁)의 제자들인가?”

구공자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천잔국계에서 뭐라고 했지? 관기 노인만 아니었으면 혁천각을 갈아엎었을 거라고? 흥! 너의 눈에는 혁천각이 그렇게 만만해 보였나? 그럼 나는 어때 보이나?”

이호연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넌 혁천각의 누구냐? 왜 본 적이 없지?”

조금 전의 전투에서 이호연이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자존심이 상한 그는 상대의 정체를 집요하게 캐물었다.

“나는 이름 없는 제자에 불과하지. 혁천각에서는 내가 막내야!”

관기 구자(九子), 역시 구공자 중의 막내였다.

이호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막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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