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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31화 (207/243)

131화 인정

후!

순간, 구공자의 부하가 비주를 몰고 구공자의 옆으로 날아왔다.

구공자는 재빠르게 비주에 올라탔다.

이호연이 싸늘하게 말했다.

“도망가?”

구공자가 비웃듯 입술 끝을 비틀었다.

“나를 어떻게 하지도 못하잖아? 안 그래?”

이호연은 거친 숨소리만 낼 뿐 아무런 말도 못 했다.

“흥!”

구공자는 머리를 돌려 고해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고 선생, 고 선생도 내 신세를 질 날이 오는구만! 하하!”

이호연도 고개를 돌려 고해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순간, 유년대사를 발견한 이호연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고해 역시 구공자를 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맙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갚겠네!”

구공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고 선생의 약속을 들으니 이번 길이 헛되지는 않았군! 이제 나도 떠나야 하네! 나중에 신주대지에서 보자고!”

슈웅!

비주가 빠르게 날아갔다.

고해는 떠나가는 구공자의 뒷모습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은 그런 고해가 이상했다.

“고해가 혁천각이랑 싸우지 않았어?”

“근데 지금은 뭐야? 혁천각이랑 친한 사이야?”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구야? 이호연도 쩔쩔매잖아?”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이 웅성거렸다.

고해와 유년대사는 이호연을 바라보았다.

유년대사가 먼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영주, 우리 당주님을 모시고 목단종에 가고 싶다고 했나? 그렇다면 나와 같이 가세.”

이호연은 기분이 상한 상태에서 억지웃음을 지었다.

“제가 어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대사님 편한 대로 하시지요.”

그러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고해를 노려보았다.

“고 타주, 고집이 대단하군.”

고해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별말씀을!”

이호연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고 타주, 우리와 함께 갈 것이가?”

고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용맥에 관심을 잃었습니다.”

“뭐?”

고해는 이호연의 놀란 반응을 본 척도 하지 않고, 용완청과 유년대사에게 인사를 건넸다.

“당주, 유년대사님,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러고는 부하들과 빠르게 물러났다.

용완청은 고해의 뒷모습을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억울함은 어느 정도 풀린 상태였다. 고해와 유년대사의 담화를 들은 터라 고해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송갑종, 청하종, 정용종. 모두 위험한 곳이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자신을 구해준 고해를 나무라기만 했으니…….

용완청이 고해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고해, 미안했어!”

고해는 멈칫거리다가, 용완청의 사과를 듣고는 몸을 돌려 옅은 미소를 지었다.

머리를 끄덕이곤 고해는 곧바로 그곳을 떠났다.

* * *

천 리가 잿더미가 되었다.

고해 일행이 출발하자, 신기영 비주와 용완청, 유년대사도 발걸음을 옮겼다.

다만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수련자들은 조금 전의 일을 되새기고 있었다.

한 외곽.

몽태가 커다란 바위 뒤에 몸을 기댄 채 있었다. 풍령이 그런 몽태에게 약을 발라주었다.

몽태는 고해가 떠나가는 방향을 보며 말했다.

“정말 괴상한 놈이야. 강자를 만나면 더 강해지니. 휴! 스스로 용맥을 포기하다니. 그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

몽태는 고개를 돌려 신기영 비주가 날아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목단종. 역시 내 예측이 맞았어. 그렇게 쇄국정책을 펼치더니 이제는 폐종하지 못하겠지?”

풍령이 입술을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부, 부군님. 됐습니다!”

몽태는 미간을 찌푸렸다.

“왜? 내가 무서워?”

“아, 아닙니다!”

몽태는 옅은 한숨을 내쉬면서 풍령을 어루만졌다.

“됐다. 다 잘될 거야. 내가 용맥을 얻기만 하면 나라를 세울 것이고, 그땐 너도 황후가 될 거다. 내가 잘해 줄게.”

풍령은 입술을 깨물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몽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바로 목단종에 가자. 그곳이 구오도에서의 마지막 종문이구나.”

* * *

고해 일행은 폐허가 되어버린 산골짜기에 멈춰 섰다.

고해는 칼을 영패 공간에 넣고 조용히 서 있었다.

고진이 멀지 않은 작은 언덕에서 뛰어오며 말했다.

“의부, 신기영 비주가 떠났습니다!”

고해는 머리를 끄덕거렸다.

고진이 궁금한 듯 물어보았다.

“의부, 목단종에 대지용맥이 있는데, 정말로 안 가실 겁니까?”

고해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아무런 우세함도 없이 간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의부, 그래도 용맥을 얻고 싶은 마음은 있지 않습니까?”

“아직 모르겠다. 기회가 되면 가야겠지.”

그 순간, 몇몇 악인들이 정예의 시체를 들고 왔다.

“대인, 정예의 시체입니다.”

정예의 시체는 참혹했다.

고진이 궁금한 듯 물어보았다.

“의부, 이 시체로 뭐 하시려고요? 화타주 영패만 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상관흔은 화타 영패를 고해에게 건넸다. 그 모양은 수타 영패, 토타 영패와 비슷했으나 위에 화염 도안이 새겨져 있는 것만이 달랐다.

고해는 정예의 시체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정예가 죽은 건 전혀 아쉽지 않다. 다만 정예가 용완청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알고 있으니 시체라도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나중에 미생인이 돌아오면 이 시체에서 인혼을 찾을 수도 있다.”

“인혼이오?”

고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래. 무덤을 만들어라. 인혼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잘 묻어 둬. 나중에 용완청한테 도움이 될지도 몰라.”

상관흔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대인,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상관흔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호연이 아무렇게나 공격한 것 같지만, 이호연의 공격으로 정예의 천령(天靈)이 흔들리면서 삼혼이 전부 없어졌습니다.”

고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가 삼혼을 없애버렸다고?”

상관흔은 머리만 끄덕일 뿐,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았다.

고해가 냉랭하게 말했다.

“이호연! 이 죽일 놈이……!”

상관흔이 다시 질문했다.

“대인, 정예의 시체는 어떻게 할까요?”

고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묻어!”

“네!”

그 즉시 사람들이 정예의 시체를 묻기 시작했다.

고진이 반지 하나를 꺼내고는 손을 휙 저었다.

후!

순간, 용완청의 백운호 비주가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고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건 당주님의 하인들이 저에게 빌려준 것입니다. 돌아가서 돌려줘야지요.”

고해는 고진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됐다. 조금 전에 용완청한테도 돌려주지 않았잖느냐? 유년대사한테도 있으니 우리는 고부로 돌아가자!”

고해 일행은 비주에 탑승했다.

비주는 하늘 높이 날아올라 고부를 향해 날아갔다.

비주의 한 방 안에서 고해는 옷을 갈아입고 정예의 영패를 손에 들었다.

정예가 죽었으니 영패 내부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영패를 본 고해는 화들짝 놀랐다.

영패 공간에는 수만 개의 상품 영석이 있었다. 그 외에는 서적, 일부 공법, 단약, 그리고 생활용품과 장검 등이었다.

고해가 아쉬운 듯 말했다.

“정예한테 비주가 없었나? 여기에 없는 건가?”

고해가 쓸만한 건 공법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예의 영패 공간에서 고해는 작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고해는 그 작은 상자를 꺼내며 의아해했다.

“이건 대체 뭐지?”

상자는 매우 정밀했다. 공간 속에서도 따로 보관해둔 걸 보면 매우 중요한 물건인 듯했다.

고해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

고해는 편지를 들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결국 편지를 확인하지 않았고 다시 상자 안에 넣어두었다.

고해는 복잡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유년대사가 이 영패를 까먹고 회수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또 나를 시험해 보려고 그런 것이었구나. 하!”

고해는 상자를 덮고 영패 공간 속에 넣었다.

고해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갑판으로 나왔다. 갑판에 서서 빠르게 날아가는 비주를 바라보았다.

고진이 기대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의부, 구오도의 오대 종문이 여섯 개의 주민 구역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그중 벌써 네 개의 종문이 멸문했으니 남은 건 목단종밖에 없습니다. 이런 주민 구역이 결국은 우리 고부의 손에 들어오게 될 텐데, 가서 구경이라도 하고 올까요?”

고해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 구오도의 형세가 심상치 않다. 나중에 기회가 많으니 일단 돌아가자.”

고진이 아쉬운 듯 대답했다.

“네!”

고해가 웃으면서 말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가도 괜찮다. 가서 해야 할 일도 많아.”

* * *

신기영 비주.

비주에는 많은 궁전이 있었다. 그중의 한 궁전에서 유년대사가 용완청의 등에 손을 얹고 용완청의 봉인된 능력에 충격을 가하고 있었다.

이호연은 저 멀리에 있는 갑판에 서서 유년대사와 용완청을 지켜보았다. 그는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옆에는 갑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이호연이 조용히 말했다.

“고육생,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갑옷을 입은 남자가 공손하게 말했다.

“예, 영주님. 말씀만 하십시오.”

“너도 얼마 전에 원영경에 도달했으니, 애들을 데리고 가서 고해를 죽이거라.”

고육생은 대답만 할 뿐, 거절은 하지 않았다.

“네? 네.”

이호연이 난간을 짚으며 말했다.

“구오도는 관기 노인이 남겨놓은 대국이야. 앞서 혁천각 부하가 고해를 중시하고 있지 않았느냐? 비록 고해가 용맥 쟁탈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고해를 죽여야 한다. 내가 직접 나설 수 없으니 너밖에 없다.”

고육생이 말했다.

“예, 다만 제가 걱정……!”

이호연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나도 고해가 강하다는 건 알고 있다. 신기영 부하 천 명을 내줄 테니 데리고 가서 고해를 죽여라. 네가 직접 나서지 말고, 내가 주는 보물로 다른 자들을 매수해서 그들이 직접 고해와 부딪치도록 만들어.”

고육생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소인이 구오도의 원영경들을 좀 알고 있습니다. 전부 천도해에서 온 극악무도한 놈들입니다.”

이호연이 반지를 건네며 말했다.

“이 반지 안에 저들을 매수할 보물이 들어 있으니 가서 사람들을 선발하거라.”

고육생이 대답했다.

“예!”

고육생은 빠르게 부하들을 선발했다.

비주가 잠시 한 산봉우리에 멈추자, 천 명의 신기영 부하들이 비주에서 뛰어내려 저 멀리 달려갔다.

풉!

용완청이 입 안에서 피를 토해내자 방대한 힘들이 솟구쳐 나왔다.

용완청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았다.

“대사. 드디어 해제했어! 고마워!”

유년대사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혈의 봉인이 좀 괴상해서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 순간, 용완청은 천 명의 신기영 부하들이 비주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목격했다.

“뭐지?”

바로 그때, 이호연이 걸어왔다.

용완청이 의아한 듯 물어보았다.

“이 영주, 저 사람들이 왜……?”

이호연이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일을 좀 시켰네. 걱정하지 말게.”

용완청이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이야기를 마친 후, 이호연은 곧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용완청은 갑판 위에 서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신기영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용완청이 유년대사를 보며 말했다.

“대사, 저 신기영 부하들이 고해와 싸우러 가는 건 아니겠지?”

그녀가 세상 경험이 적다고 해서 머리까지 나쁜 건 아니었다. 조금만 생각해도 무슨 일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었다.

유년대사가 저 멀리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오히려 그랬으면 좋겠는데요?”

용완청이 눈을 크게 뜨고 깜박거렸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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