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133화 (209/243)

133화 괴물들의 피습

당초는 투항서를 건네고 담담하게 물러났다.

“판단은 오로지 여러분의 몫입니다. 백성들이 고난에 빠지게 될지 말지 참고삼아 말씀드리자면, 옆에 있는 채국는 조금 전에 투항했습니다.”

당초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여러분끼리 논의해 보고 저한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황실 밖에 있는 고부 술집에 있겠습니다.”

말을 마친 당초는 대전 밖으로 나갔다. 흑포를 걸친 호위무사가 즉시 따라붙었다.

금왕은 답답하기만 했다.

일부 군신들도 분노했으나, 일부는 다른 생각에 잠긴 듯 또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 * *

금국, 변금성.

고선무는 한 성부의 주청에 앉아 사방에서 전해져 오는 전보를 보고 있었다.

고선무 옆에 있는 부하들은 무척 바쁘게 움직였다.

한참을 보고 있던 고선무는 옅은 숨을 내쉬고는, 차를 마시며 주변에 있는 한 무리의 서기들을 둘러보았다.

그중 한 늙은 서기가 고선무를 보면서 말했다.

“대장, 우리 군의 기세가 상승하고 있는데, 왜 이 승세를 몰아 추격하지 않는 것입니까?”

고선무가 말했다.

“우리 고부 대군의 목적은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지, 천하를 뒤엎는 것이 아니다. 첫 전투에서 승기를 잡았으니 저놈들의 위세를 꺾은 것만으로도 충분해. 우리 대군의 수량도 제한적이니 욕심을 부리는 건 좋지 않다. 잘못 움직였다가는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어.”

“네!”

고선무가 늙은 서기를 보면서 말했다.

“그리고 진영에 있는 장군들도 불만이 많지?”

늙은 서기가 웃으면서 말했다.

“네, 저들은 우리와 다릅니다. 저들은 명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따라온 사람들이고, 우리는 대장님을 따르는 사람들이지 않습니까? 대장님이 종문에 들어서는 순간 이제는 대장님을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돌아올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고선무도 웃으면서 말했다.

“종문? 하! 수련했을 뿐이야! 너희들이 예전부터 나를 따랐으니, 이번에 돌아온 목적도 너희들을 데리고 수련하려고 왔다!”

바삐 움직이던 한 무리의 서기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늙은 서기가 경악하며 말했다.

“대장, 방금 뭐라고요? 고 선생이 설마…… 그 준비를……?”

고선무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다. 고 선생이 나라를 세우려는 것도 그것 때문이야. 고 선생은 마음이 넓고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지. 한 사람이 도를 깨치면 그가 기르던 닭이나 개까지도 승천한다고 하지 않느냐? 그대들이 노력하고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선인들이 먹는 단약을 먹고 공법을 하사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노력한 만큼 얻는다는 것을 잊지 말거라!”

늙은 서기가 감격스러워하며 말했다.

“정말입니까?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습니까?”

“부주(府主)는 오 국 다섯 총관이 관리하고 있다. 지금쯤 부주들도 단약을 받았을 것이야. 비록 영원히 장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만병통치약은 될 것이니 수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한 무리의 서기들이 무릎을 탁 쳤다.

고선무가 조용히 말했다.

“이 소식을 널리 알려도 좋다. 저기 불만이 있는 사람들한테도 전해. 저들한테 고 선생이 가는 길이 올바른 길이라는 걸 알게 해. 저기 심술궂은 사람들한테도 알려주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흥분에 차 말했다.

“네, 대장!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반드시 공을 세우겠습니다!”

“신병 중에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섞여 있다. 사람을 보내서 신병들에 대한 사항을 적어 가져와라. 그리고 부주의 명성에 먹칠하는 놈들은 반드시 군법대로 처리할 것이야!”

그중 감찰을 책임지는 관료가 대답했다.

“네!”

* * *

호뢰관. 고부, 충천탑.

고해는 책상 앞에 앉아 사방에서 오는 전보를 보고 있었다. 고해의 옆에는 고진이 서 있었다.

고진이 깍듯하게 말했다.

“의부, 채국에서 온 소식입니다. 채국 황제가 투항을 원한다고 합니다.”

고해는 손에 들고 있던 전보를 내리고 웃으며 말했다.

“채국? 예전에 송갑종에 있던 나라지? 보아하니 많이 놀란 모양이구나. 이렇게 쉽게 투항하다니. 허허!”

“의부, 어떻게 할까요?”

고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백리 봉지(封地)를 주고 남작(男爵)의 작위를 줘라. 그리고 국고 재산의 백분의 일만 소유하면 우리 고부도 황실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해. 이제부터는 나의 자민(子民)이 되어야 하고, 고부가 채국를 접수하는 데에 있어 확실하게 협조해야 한다고도 전하거라.”

고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예, 그리고 당 총관과 이 총관한테서도 소식이 왔습니다. 금국의 황실과 노국 황실도 얼마 못 가서 고개를 숙일 거라 합니다.”

“금왕과 노왕? 하! 두 총관한테 더 강한 압력을 넣으라고 전해라. 시간을 오래 끄는 건 좋이 않아. 그리고 고선무한테는 금왕과 노왕에게 겁을 주라고 전해라.”

“네, 알겠습니다.”

고진이 대답하고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의부, 지금 유일하게 반항하는 나라가 조나라입니다. 조나라 뒤에 목단종이 있어서 지금도 기세등등합니다!”

“조나라? 그럼 고선무한테 조나라를 상대로 병사들 훈련이나 시키라고 해. 금국과 노국이 투항하면 곧바로 조나라를 공격하라고 전해라!”

“예!”

“고선무한테 전해라. 반드시 군기를 잡고, 우리 고부의 백성이 될 자민들은 건드리지 말라고 해.”

“의부,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선무가 떠나가기 전에 저도 당부했습니다.”

그러고는 기대 가득 찬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의부, 언제쯤 나라를 세울 생각이십니까?”

고해가 머리를 저었다.

“좀 더 기다려라. 아직은 때가 아니야.”

고진이 망연하게 머리를 끄덕거렸다.

“예…….”

“진천산 쪽은 어떻게 됐느냐? 사람을 모으긴 했느냐?”

“오십 명의 수련자들이 우리 고부에 들어오길 바란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부 천도해에서 힘들게 살아남은 선천경 초기 수련자들이라는군요. 우리 고부에서 영석을 나눠준다고 하니 욕심이 난 모양입니다.”

고해가 차를 마시며 웃었다.

“어쨌든 시작이라도 했으니 다행이군.”

“의부는 목단종 일에 관심이 없으십니까?”

“목단종에 용맥이 있는 거? 점점 더 많은 수련자가 그곳에 모일 텐데, 내가 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먼저 여기에 있는 백성들과 땅을 얻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알겠습니다!”

* * *

고부 밖에 있는 한 산봉우리.

신기영의 고육생이 삿갓을 쓴 다섯 명의 남자들과 함께 산봉우리 위에 서 있었다. 그들은 산봉우리 위에 서서 구름 가득한 고부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중 삿갓을 쓴 한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

“이십팔 천지종횡대진?”

“고육생, 우리보고 저기 들어가서 고해를 죽이라는 건 아니지?”

“동해적왕 낙천가도 이 대진에서 죽었다. 우리가 원영경을 수련한 지도 별로 안 되었는데, 저기에 들어가는 건 목숨을 바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네.”

“자네가 보여준 보물에 마음이 움직이긴 했어도 목숨을 바칠 수는 없지 않은가?”

삿갓을 쓴 다섯 남자가 고육생을 바라보았다.

고육생이 웃으면서 말했다.

“다섯 요왕(妖王)님들, 수련이 힘들다는 건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시지요? 법보가 없으면 원영경을 넘어서기가 엄청 힘들 것입니다. 얻은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아닙니까? 이번 일만 잘 성사되면 이 보물은 여러분들의 것입니다. 이번 일이 위험하긴 하지만 대신 대가가 이렇게 좋은데, 안 하실 겁니까?”

삿갓을 쓴 다섯 남자가 침묵했다. 그중 한 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은 쉽게 건드릴 수 없어.”

“고해가 바로 저기 안에 있습니다. 고해를 죽이지 못하면 여기에 있는 보물도 줄 수 없습니다.”

다섯 요왕은 침묵을 지켰다.

고육생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굳이 대진에 들어가서 싸울 필요도 없지요?”

“뭐?”

“고해를 불러내면 되잖습니까? 고해는 기껏해야 선천경에 불과합니다. 여러분들은 원영경 아닙니까? 다섯 원영경이 선천경보다 못하단 말입니까?”

다섯 요왕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 * *

고해와 고진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밖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악! 괴물이다!!”

“괴물이 사람을 먹는다!”

“주인님, 살려주십시오!”

“이런 빌어먹을! 괴물들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활을 쏘거라!”

밖은 이미 난장판이 되었고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고해는 충천탑으로 갔다.

“뭐?”

충천탑은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의 진원이 있는 곳이었다. 고해는 이곳에서 대진의 안팎을 낱낱이 볼 수 있었다.

역시나 고부 밖의 작은 마을은 이미 난리 법석이었다.

진천산과 상관흔이 한 무리의 악인들을 데리고 이 다섯 괴물과 대치 중이었다.

두 마리의 거대한 표범, 두 마리의 거대한 승냥이, 한 마리의 거대한 곰까지.

그들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풍겼다. 작은 마을에 있던 백성들은 그 기운에 휩쓸려 쓰러졌다.

쾅!

다섯 괴물은 작은 마을의 건물을 부숴버렸고 입을 벌려 백성을 삼켜버렸다.

진천산이 분노 가득한 목소리로 지휘했다.

“활을 쏘거라!!”

한 무리의 악인들이 활을 당겼으나, 다섯 괴물이 내뿜은 기운에 번번이 막혀버렸다.

고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원영경?”

으아아악!

다섯 괴물이 울부짖더니 순식간에 악인들을 덮치려 했다.

악인들은 사방으로 도망가면서 활을 쏘았다. 그러나 다섯 괴물의 기운이 워낙 강해서 화살이 소용없었다.

작은 마을은 순식간에 절반 가까이 무너졌고, 백성들은 겁에 질린 채 울부짖었다.

고해는 분노가 솟구쳤다.

“이런 빌어먹을 놈들!”

고해의 목소리가 하늘을 찢을 만큼 우렁차게 울렸다.

주변에 있던 백성들은 겁에 질려 대진 쪽으로 도망쳤다.

“주인님, 주인님, 살려주십시오!”

다섯 괴물들은 일부러 대진을 피해 백성들을 죽이는 것 같았다.

고진이 걱정하며 말했다.

“의부, 저 괴물들은 의부를 죽이려고 온 것 같습니다. 의부를 대진 밖으로 유인하려나 봅니다”

“고진, 네가 대진을 움직이면서 나와 손발을 맞추어야 한다.”

“의부, 나가시면 안 됩니다!”

펑!

고해는 순식간에 대진 밖으로 나갔다.

그 순간, 고해의 손에는 혈도(血刀)가 들려 있었고 엄청난 힘이 온몸에 가득 퍼졌다.

“고해가 나왔다!”

“하하하!”

다섯 괴물은 박장대소하면서 백성을 삼키던 짓을 멈추었다. 그들은 입을 벌리고 고해를 향해 달려왔다.

그들은 고해의 능력이 선천경이라 능력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 표범 괴물이 맨 앞에서 달려왔다.

으르렁!

고해는 눈을 부릅뜨고 손에 있던 혈도를 휘둘렀다.

“죽일 놈들!”

쿵!

순간 피가 튕기면서 하늘 절반을 붉게 물들였다.

달려오던 표범 괴물도 화들짝 놀랐으나 이미 늦었다.

쿵!

커다란 굉음과 함께 사람들의 눈에서 핏물이 반짝였다. 그야말로 불가사의한 일이 사람들 앞에서 펼쳐졌다.

고해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는데 거대한 표범이 한칼에 날아갔다.

표범을 보호하던 가리개는 산산조각 났고, 가슴에서 배까지 찢어지면서 엄청난 피를 흘렸다.

허공에서 피를 흘리며 날아간 표범이 고해를 보며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나머지 세 괴물도 멈칫거리더니,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이, 이게 뭐야?”

고해가 잡은 혈도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혈기(血氣)가 주변을 휘돌고 있었는데, 마치 지금 막 감옥에서 나온 악마처럼 섬뜩한 기운을 뿜어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