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난관
저 멀리 산봉우리에 있던 고육생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혈도 한 방에 괴물이 찢겨 나간 모습을 그도 본 것이다.
“저게 무슨 일이야?”
힘겨루기에서 어찌 다섯 괴물을 이길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괴물이라도 해도 원영경이잖아! 원영경을 수련한 기간은 짧아도 원영경이라고!
순간, 고육생의 눈이 번쩍거렸다.
“저 칼은?”
고해의 힘이나 속도는 강력하지 못했다.
그럼 이유는 단 하나! 저 혈도가 문제였다.
혈도가 손에 있으니 고해의 피부 역시 전부 빨간색으로 변한 듯 보였다.
조금 전에 배를 찢긴 괴물이 소리쳤다.
“저 칼을 조심해!”
요왕들이 싸늘한 눈빛으로 고해를 노려보았다.
고해가 혈도를 들고 냉랭하게 말했다.
“누가 보냈느냐?”
한 승냥이 괴물이 말했다.
“네가 바로 그 고해? 너한테 백반도가 있다고 들었다. 우린 그 백반도를 빼앗으러 왔다!”
고해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 너희들이 말하지 않아도 신기영 이호연이 보낸 거 알고 있다.”
요왕들의 표정이 흔들렸다.
“뭐?”
저 멀리 산봉우리에 있던 고육생의 표정도 덩달아 변했다.
그때, 고해가 소리쳤다.
“상관흔, 너의 부하들을 데리고 가서 백성들을 구하거라! 진천산은 상관흔을 도와주고!”
상관흔과 진천산이 대답했다.
“네!”
두 승냥이 괴물이 울부짖으면서 달려왔다.
“하하하! 구해줘? 누구를? 하하! 지금 이 순간에도 백성들을 구하고 싶어?”
이들은 순식간에 코앞까지 왔다.
고해가 칼을 휘두르며 맞이했다.
한 승냥이 괴물이 앞발로 칼의 기운에 응수했고, 남은 승냥이 괴물은 고해를 덮쳤다. 고해가 방어하지 않으면 물려 찢길 상황이었다.
그런데 고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천도!”
쾅!
순간, 구름이 사방을 뒤덮더니 혈도에서 괴상한 힘이 용솟음치면서 고해한테 힘을 실어주었다.
고해는 천도생사국을 움직였다.
혈도를 따라 천도(天刀)들이 고해를 덮치던 승냥이 괴물을 베었다.
쾅쾅쾅!
그러나 능력의 제한으로 천도의 힘은 강력하지 않았다. 그래도 승냥이 괴물한테 고통을 주면서 옅은 상처를 남겼다.
고해는 마치 칼의 기운에 감싼 구체처럼 두 승냥이 괴물과 부딪쳤다.
한 승냥이 괴물이 소리쳤다.
“얼른 와서 도와줘!”
으르렁!
다른 요왕들이 함께 달려들었다.
으르렁!
표범 괴물이 입을 벌리고 화염을 토해내며 고해를 향해 달려왔다.
고해는 순식간에 포위되었다.
손에 있던 혈도는 빠르게 움직였으나, 다섯 괴물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쿵!
한 승냥이 괴물의 발톱이 천도를 깨버리고 고해의 앞까지 달려왔다.
“찢어버릴 것이야!”
고해의 앞가슴 옷은 찢겨져서 열렸고 가슴에는 빨간 자국이 남아 있었다. 만약 고해의 살가죽이 두껍지 않았더라면 벌써 가슴팍이 찢어졌을 것이다.
고해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순식간에 곰 괴물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모든 힘을 칼에 실은 나머지 고해의 등이 활짝 열렸다.
쾅!
승냥이 괴물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고해의 등을 덮쳤다.
쾅!
혈도에 맞은 곰 괴물은 고부의 대진 속으로 떨어졌다.
곰 괴물이 괴성을 질렀다.
“아악! 안 돼!!”
그러나 고해가 전력을 다해 밀어붙였고 결국 대진에 부딪혔다.
대진에서 거대한 굉음이 들렸다.
“역발산혜기개세!”
쿵!
대진에서 곰 괴물의 비명이 들렸다.
“아악!”
대진에서 움찔거리고 있었으나, 곰 괴물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으르렁!
밖에서 승냥이 괴물이 고해의 등을 긁었다.
그런데 금속이 부딪치는 쟁쟁한 소리가 들렸다.
고해가 저 멀리 떨어져 나가면서 옷까지 찢겨졌다. 그러나 고해의 등에는 별다른 상처가 없었다.
승냥이 괴물은 깜짝 놀랐다.
“아니, 어떻게 저런 일이? 등에 왜 갑옷이 있는 거야? 내가 눈이 썩은 건가?”
조금 전에 고해는 절생도를 불러내면서 갑옷으로 등을 보호했다.
그러나 조금 전의 긁힘으로 고해의 혈기도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고해가 발을 내밀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와라!”
으르렁!
두 승냥이 괴물이 으르렁거리며 덮쳤다.
조금 전의 전투로 고해도 어느 정도 경험을 쌓았고, 곰 괴물도 없으니 더 수월했다.
혈도가 한 번, 또 한 번 네 요왕들과 부딪쳤다.
혈투를 벌이던 중 고해가 또 한 번 최적의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고해가 괴성을 질렀다.
“한 번 더 죽여라!”
대진의 문이 열리자, 고해는 전력을 다해 승냥이 괴물을 공격했다.
쾅!
또 다른 세 요왕은 울부짖으며 고해를 덮쳤다. 천도생사국의 위험을 무릅쓰고 고해를 향해 달려왔다.
쿵!
또 하나의 승냥이 괴물이 고부 대진에 부딪혔다.
“안 돼!”
승냥이 괴물이 울부짖음과 동시에 대진에서 항우의 방천화극을 만났다.
세 요왕이 동시에 고해를 덮치면서 고해의 옷도 찢겨 나갔다. 윗옷은 전부 찢겨졌고 뼈로 된 갑옷도 사라졌다. 그러나 고해의 피부는 아무렇지 않았다.
풉!
강력한 힘에 당하면서 고해는 한 모금의 피를 토해냈다.
불과 한 모금의 피를 토하자, 세 요왕은 깜짝 놀라서 고해를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승냥이 괴물이 말했다.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정말로 갑옷이야? 조금 전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
고해는 칼을 들고 세 괴물을 향해 달려갔다.
“한 번 더!”
세 괴물이 빠르게 물러섰다.
“안 돼! 안 돼!”
지금도 세 괴물은 고해가 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괴상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고 생각했다.
벌써 요왕 둘이 이십팔 천지종횡대진과 부딪혀서 당했는데 또 달려오면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도망가려고?”
고해는 맨 처음에 상처를 입혔던 표범 괴물을 덮쳤다. 그 괴물의 상처가 가장 컸고 달리는 속도도 가장 느렸다.
표범이 울부짖었으나 법보가 없었다.
으르렁!
고해가 칼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표범의 등을 도려냈고, 표범의 피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표범이 괴성을 질렀다.
아악!
고해는 흉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잘 가라!”
쿵!
표범 괴물이 또 고부의 대진에 부딪혔다.
“안 돼!”
“역발산혜기개세!”
대진에서 겁에 질린 소리가 들렸다.
아직 승냥이와 표범이 남았다. 그들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빠르게 도망쳤다.
고해가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야 도망가려고? 늦었다!”
저 멀리에서 거대한 소리가 들렸다.
“대진을 움직여라!”
상관흔의 목소리였다.
평지에서 흰 구름이 맴돌더니 두 괴물을 뒤덮었다.
두 괴물은 겁에 질려서 주춤주춤 물러섰다.
“뭐, 뭐야?”
그때 청룡잔월도가 날아왔다.
고해가 몸을 움직이자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쿵!
또 방천화극이 날아왔다.
쿵! 쿵!
두 괴물은 순식간에 뒷다리를 베였고, 바닥에 쓰러진 채 항우 운수를 보고 있었다.
고해는 운수의 머리에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두 괴물을 내려다보았다.
고해가 싸늘하게 말했다.
“머리도 나쁜 놈들이 사람을 죽이려고 해? 내가 상관흔을 보면서 백성을 지키라고 한 건 사실 사람들을 조직하여 대진을 재배치하라는 뜻이었다. 흥! 나와 싸우려면 다른 사람의 행동도 예의 주시했어야지!”
“고해! 도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냐?”
“고해! 목숨만 살려줘! 시키는 건 다 할게!”
두 괴물이 겁에 질려 말했다.
고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필요 없다! 내가 너희 같은 원영경과 힘을 겨룰 만큼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이 아니거든!”
후!
흰 구름이 맴돌면서 두 괴물을 감쌌다.
두 괴물이 소리쳤다.
“뭐 하는 것이냐?”
구름이 자욱하게 감싸면서 상관흔과 한 무리의 부하들도 고해의 행동을 볼 수 없었다.
쾅!
항우가 한 발로 승냥이 괴물을 밟았고 고해는 절생도를 꺼내 들었다.
슥!
절생도가 승냥이 괴물의 몸을 찔렀다.
승냥이 괴물이 겁에 질려 소리쳤다.
“으아악! 안 돼! 나를 먹지 마! 안 돼! 아아악!”
승냥이가 울부짖는 것을 본 표범도 겁에 질렸다.
“해골? 먹지 마! 살려줘! 고육생! 살려줘! 고육생! 아아아악!”
표범 괴물과 승냥이 괴물이 처량하게 울부짖었다. 이를 듣고 있던 상관흔과 부하들도 움찔했다.
고해가 대진을 배치하여 흰 구름으로 두 괴물을 뒤덮은 것만 알고 있을 뿐, 그 외 발생하는 일은 알지도 못했다.
대인께서 도대체 뭐 하는 거지?
상관흔이 배치한 대진뿐만 아니라 고진이 움직이는 대진에서도 표범, 승냥이, 곰의 비명이 들렸다.
“아아아아아악!”
다섯 괴물의 심장이 찢기는 듯한 비명에 듣는 사람들의 등골도 오싹해졌다.
그러나 백성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죽여버리세요! 주인님! 저놈들을 죽여버리세요!”
“저의 아버지가 잔인하게 죽었습니다. 주인님! 제발 죽여주세요! 제 아버지의 복수를 해주세요! 제발요!”
“흑흑흑! 아들아! 어떻게 우리 아들을 삼킬 수가 있느냐! 흑흑흑! 주인님, 복수해 주세요!”
작은 마을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저 멀리 산봉우리에 있던 고육생도 괴물들의 비명을 듣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한동안 울부짖던 소리가 서서히 멈추었다.
상관흔 등이 고해의 명령에 따라 진을 거두었다.
작은 마을에 있던 수련자들과 주변에 있던 백성들, 그리고 고부의 악인들과 신기영 부하들까지 전부 대진이 흩어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구름이 흩어지자 괴물들의 시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아니, 시체가 아니라 백골만 남아 있었다.
고육생의 표정이 어두웠다.
“자…… 저건…… 저 악마가 먹고 남은 뼛조각인가?”
송갑종에서의 사건이 재현되었다. 다섯 원영경이 갉아 먹히고 백골만 남았다.
“잘 죽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저의 어머니 복수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백성들은 고통 속에서 다행으로 생각했다. 마을 주변에서 관전하던 수련자들은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원영경들이 저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진천산 역시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심장이 두근거렸다.
고부에서 고해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 백골을 처리하거라!”
상관흔이 대답했다.
“네!”
충천탑으로 돌아간 고해는 혈도를 넣고, 절생도 역시 복부에 집어넣었다.
고해는 어두운 표정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절생도가 다섯의 원영경을 긁어먹으면서 강력한 힘을 가져다주었다. 그럼에도 능력을 돌파할 듯 말 듯해서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고해는 그 기분을 해결할 방법을 알기에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기수. 반드시 빨리 모아야 해!”
근처에 있던 고진은 지금도 흥분 상태였다.
“의부, 너무 멋있었습니다!”
고해가 조용히 말했다.
“상관흔과 함께 고부의 주변을 수색해! 반드시 신기영 제자의 행적을 찾아야 한다! 네가 상관흔을 도와줘라!”
“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