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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43화 (219/243)

143화 멀리 있다.

고해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관기 노인이 선천잔국계를 남기고, 혁천각 화종과 구오도의 바둑판을 남긴 것. 저는 거기서 모골이 송연해지는 위험성을 느꼈습니다.”

용완청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만약 고해의 생각이 틀렸다면?”

고해는 고개를 젓고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

고진이 걱정하며 말했다.

“하지만 의부, 저희가 만약 이 술법전승을 받지 않으면 유년대사님이 죽은 바둑판에서 나올 수 없지 않습니까?”

용완청이 말했다.

“그러니까. 대사님은 어떡할 건데?”

고해가 죽은 바둑판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누가 감히 보장할 수 있습니까? 제가 바둑알 하나를 올린다고 해서 그들이 무조건 죽은 바둑판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을요?”

“뭐?”

고해가 침착하게 말했다.

“죽은 바둑판인 만큼 죽음밖에 없는 것입니다. 결전에서의 승부는 단지 한 사람만이 살아서 전승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바둑알을 하나 올린다면, 죽은 바둑판에는 이긴 자도 없이 모두 진 자들뿐입니다. 죽은 바둑판이 사라질 수는 있겠지만, 그럼 그 안의 사람들은요? 도망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요?”

고진이 멈칫거렸다.

“전부 죽을 수도 있단 말씀입니까?”

용완청도 그 말에는 대책이 없었다.

“그럼 어떡할 거야?”

그때였다.

쿵!

죽은 바둑판의 남쪽에 황금빛 바둑알이 갑자기 나타났다.

황금빛 바둑알은 수많은 실은 내뿜으며 죽은 바둑판 위에 떠 있던 삼만여 개의 흑돌을 연결했다.

고진이 경악하며 말했다.

“저것은? 의부, 선천잔국계에서 모두가 황금색 바둑알을 하나씩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황금색 바둑알은 자신의 운수를 응집한다던데, 저것도 마찬가지입니까?”

후우웅!

갑자기 황금색 바둑알 쪽에서 손바닥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황금색 바둑알을 잡았다.

몽태였다. 몽태의 그림자가 한 손에는 황금색 바둑알을 잡고, 한 손에는 풍령을 안은 채 흥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잡았다. 하하하하. 부혈, 네가 많이 쟁탈했어도 내가 먼저 잡았다!”

황금색 바둑알을 잡은 그가 크게 소리쳤다.

“대진의 힘이여, 나의 조종에 따르라. 일어서!”

쿵!

황금색 바둑알이 바로 하나의 근원이었고, 수많은 황금색 줄이 흑돌과 연결되어 있었다.

우르르!

순간 삼만 개의 흑돌이 전부 뛰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투명한 바둑알들을 향해 솟구쳤다.

와르르르르!

계속된 충돌로 인해 투명한 바둑알이 모두 날아갔다.

용완청이 경악해서 소리쳤다.

“바둑판 세계에서의 몽태가 어떻게 바둑판 밖에 나타난 거지?”

고해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몽태가 이미 바둑판에서 뛰어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는 더 이상 바둑알이 아닙니다.”

“바둑알이 아니라고? 그럼 뭐야?”

“그는 바둑을 두는 사람입니다!”

“바둑을 두는 사람? 그럼 저 황금색 바둑알 때문에 그렇게 된 거야?”

“그렇습니다. 그가 저 황금색 바둑알을 얻어서 흑돌을 조종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흑돌의 분신은 전부 몽태의 바둑알입니다. 아마 저희가 삼 일 전 여기에 도착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들이 황금색 바둑알 근처에 있었나 봅니다. 그들은 황금색 바둑알을 쟁탈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몽태가 얻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대사님과 이 영주님 모두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인데, 어떻게 몽태가 얻은 거지?”

“몽태에게는 열쇠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진 속에서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열쇠 말입니다.”

용완청은 안색이 굳어진 채 정신이 멍해 있는 풍령을 째려보았다. 풍령의 머리에는 목단꽃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풍령?”

고진이 놀라서 물었다.

“아버님, 그럼 몽태가 이긴 것이니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죽습니까?”

고해는 실눈을 뜨고 고개를 저었다.

“아닐 수도 있다. 이 바둑판에는 바둑을 두는 사람이 한 명만 있는 게 아니니까!”

과연 바둑판의 북쪽에서 또 하나의 황금색 바둑알이 나타났다. 황금색 바둑알에서 수많은 황금색 줄들이 뿜어져 나오더니 백돌과 연결되었다.

그때 손바닥 하나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리고 황금색 바둑알을 꼭 잡은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위양과 이위였다.

이위는 맞은편에 있는 풍령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위양이 황금색 바둑알을 잡고 꾹 눌렀다.

“가!”

우르르!

삼만여 개의 백돌이 북쪽에 집결되더니, 투명한 바둑알을 향해 돌격했다.

쿠궁!

굉음과 함께 대량의 백돌과 투명 바둑알이 부서졌다.

위양이 큰 소리로 외쳤다.

“망할 자식! 이 사람들을 요괴로 만들면 가능할 거 같지? 네 것이 아닌 건 영원히 네 것이 못 돼! 흥!”

고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위양도 바둑판 밖으로 나왔는데, 그럼 그 역시 바둑을 두는 사람이 된 겁니까? 그가 백돌을 조종하는 것입니까?”

용완청도 안색이 변한 채 다급히 물었다.

“이위 때문일까? 이위의 머리에도 목단꽃 문신이 새겨져 있는데?”

부우웅!

바둑판의 다른 쪽에서 갑자기 또 하나의 황금색 바둑알이 나타났다.

고진이 경악해서 소리쳤다.

“세 번째 바둑알이잖아? 어떻게 세 번째 바둑알이 있을 수 있지?”

세 번째 황금색 바둑알에서는 황금색 줄이 뿜어져 나왔고, 전부 투명한 바둑알과 연결되었다.

손바닥 하나가 세 번째 황금색 바둑알을 잡고 있었는데, 곧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교룡 부혈이었다. 부혈은 한 손에 황금색 바둑알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흰색 옷차림을 한 여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참으로 흉악하기 그지없었다.

흰색 옷차림의 여성 머리는 전부 뱀의 머리로 되어 있었는데, 고통스럽게 울부짖고 있었다.

용완청이 경악해서 눈을 크게 떴다.

“저 여자는 목단종의 종주 장미잖아?”

“부혈이 그녀를 요괴로 만들었나 봅니다. 그녀의 머리에도 목단꽃 문신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녀 역시도 열쇠인가요?”

고진이 놀라서 물었다.

그때 목 졸려 있던 장미가 온몸을 떨며 소리쳤다.

“오빠, 큰오빠! 도와주세요!”

그녀가 팔을 내밀고 몽태를 보며 애원했다.

용완청이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뭐? 큰오빠?”

위양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부혈, 너도 얻었구나. 장미를 통해서 황금색 바둑알을 얻었느냐?”

부혈이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덤벼라! 하하하. 몽태야, 이건 네 동생이다! 어디 한번 덤벼보시지?”

몽태가 싸늘한 눈빛으로 부혈을 노려보았다.

“동생? 흥! 이미 요괴가 되지 않았느냐? 뭘 또 연기하고 그러느냐? 나한테 지금 동정심을 얻으려고? 나한테 동정심 따위는 없어진 지 오래다!”

말을 끝낸 몽태는 고개를 돌려 위양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이게 다 스승님 때문입니다!”

위양이 몽태를 향해 반박했다.

“뭐야? 흥! 망할 자식. 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니라!”

“내가 자초한 일? 누가 자초한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둘 싸움에 저 자식이 득을 보면 안 되지 않습니까? 아까 무슨 일인지 대지가 갑자기 투명해졌습니다. 보셨나요? 대지용맥과 여덟 가지 색 목단꽃입니다!”

위양이 싸늘하게 말했다.

“좋디. 나의 제자 이위야! 나의 힘을 너에게 넘겨줄 테니, 함께 저 자식부터 제거하자꾸나!”

이위가 대답했다.

“네, 스승님!”

위양은 이위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이위는 손을 휘두르며 부혈을 공격했다.

부혈의 신체 주변에 투명한 빛의 구(球)가 나타났다. 광구(光球)가 부혈과 장미를 감쌌다.

쿠구궁!

주먹이 광구를 강타했다. 광구가 거세게 흔들렸다.

위양이 크게 소리쳤다.

“모든 사람의 힘이여, 나의 명을 받들라!”

우르르!

순간 모든 백돌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힘들이 황금색 줄을 타고 위양의 손에 쥐어 있는 황금색 바둑알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위양은 재빨리 그 힘을 이위에게 전달했다. 이위의 주먹에 실린 힘이 순식간에 급증했다.

후웅!

죽은 바둑판 북쪽에 사람들의 그림자가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 삼만 명의 그림자가 형성되었다.

그들은 마음에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팔을 뻗어 자신의 힘을 위양에게 전달했다. 위양은 다시 그 힘을 이위에게 전달했다.

삼만 명의 사람은 전부 바둑알에 불과해서 순순히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 강제적으로 자신의 힘을 뺏겨버리자, 일부 수련이 낮은 사람들은 바짝 말라버렸다.

팍!

힘을 빼앗기고 바짝 말라버린 사람들은 바로 죽어버렸다. 그와 연결되어 있던 백돌도 부서졌다.

용완청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아악!”

강제로 힘을 뺏기고 죽다니! 이 얼마나 비참하고 슬픈 일인가!

고진이 삼만 명의 그림자 중 한 명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분은 유년대사님 아닙니까?”

용완청이 순간 놀라서 그쪽을 바라보았다.

“어디, 어디?”

대사님이 아직 살아 있는 건가?

그때 몽태도 주먹을 휘둘렀다. 모든 흑돌이 그의 손짓에 따라 조종당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힘이 모여 부혈의 관구를 향해 돌격했다.

쿠구궁!

그와 동시, 몽태의 뒤에도 삼만여 명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들도 하나같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힘을 빼앗기고 있었다.

고진이 그들 중에서 이호연을 발견했다.

“저분은 이호연 영주 아닙니까?”

그때 부혈이 크게 으르렁거렸다.

으르렁!!

그는 손에 있는 황금색 바둑알을 이용해 투명한 바둑알의 힘을 조종했다. 그리고 그 힘으로 백돌과 흑돌의 힘에 저항했다.

쿠과과광!

바둑판에서 투명한 바둑알과 백돌, 흑돌이 충돌했다.

부혈 뒤에 삼만 명의 그림자가 나타났는데, 그들은 전부 뱀 머리를 하고 있었다.

고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전부 요괴가 변신한 거네요.”

용완청이 경악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혈이 어떻게……?”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삼만 명의 요괴들은 흉악하고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자신의 힘을 부혈에게 전달했다.

모든 힘을 빼앗긴 요괴 하나가 바짝 말라가며 사정했다.

“시조님, 더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저를 살려주세요!”

그 요괴와 연결되어 있던 투명한 바둑알이 부서지면서 요괴도 죽어버렸다.

쩌저저저적!

부혈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광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몽태가 싸늘하게 말했다.

“네가 가장 정확하게 판단한 것은 ‘장미’를 요괴로 변신시킨 것이지. 그녀는 바둑판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열쇠였으니까. 그게 아니었다면 네가 모든 사람을 요괴로 변신시킨들 어쩌겠느냐? 하지만 네가 찾은 그 황금색 바둑알은 쓸모가 없느니라. 바둑판에서는 흑돌과 백돌만이 존재하는 게 원칙이지!”

위양이 짜증을 냈다.

“투명한 바둑알은 방어만 할 수 있고 공격을 못 하니 확실히 쓸모가 없어!”

콰르릉!

귀청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부혈 주변을 감싸고 있던 투명한 광구가 부서져 버렸다.

몽태와 이위는 육만 명 수련자들의 힘을 결합한 두 주먹으로 부혈을 강타했다.

부혈은 여전히 엄청남 힘으로 방어했지만, 공격을 못 하고 맞기만 했다.

부혈이 바닥에 쓰러지더니 엄청난 피를 토해냈다.

“빌어먹을! 풉! 푸헉!”

그때 위양이 나서서 힘껏 손을 휘둘렀다.

검 하나가 부혈을 향해 날아가더니 그의 손바닥을 뚫어버렸다.

쾅!

부혈의 손에 있던 황금색 바둑알이 부서져 버렸다.

부혈이 놀라서 소리쳤다.

“아, 안 돼.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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