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144화 (220/243)

144화 거짓

위양이 싸늘하게 말했다.

“너의 황금색 바둑알이 부서지면 너도 쓸모가 없어지지! 넌 탈락이야.”

과연 황금색 바둑알이 깨지면서 투명한 바둑알과 연결되어 있던 수많은 황금색 줄들도 끊어지더니 전부 사라져 버렸다.

부혈의 그림자도 서서히 사라져 갔다.

황금색 바둑알을 쥐고 있는 자만이 바둑을 둘 수 있다. 황금색 바둑알이 없으면 다시 바둑판으로 떨어져 바둑알이 되고 만다.

부혈 역시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런데 거의 사라질 즈음, 부혈이 손을 불쑥 내밀더니 장미를 잡으려고 했다.

“안 돼…….”

장미를 거의 잡으려던 찰나.

챙!

몽태의 손에 장검이 나타나더니, 곧바로 장미의 머리를 베어버렸다.

부혈이 몹시 놀란 표정을 지었고, 결국 그는 서서히 사라지고 말았다.

몽태가 싸늘하게 말했다.

“장미는 열쇠다. 너는 또 이 열쇠를 이용해서 우리 손에 있는 황금색 바둑알을 쟁탈하고 싶었던 것이냐? 어림없는 짓. 이젠 넌 완전히 탈락이다!”

장미의 뱀 머리도 하늘을 향해 날아서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사라지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화르르르!

바둑판의 투명한 바둑알들이 순간 전부 흩어져 버렸다.

“가!”

몽태와 위양은 각자 흑돌과 백돌을 조종하여 투명 바둑알을 추격했다. 결국 모든 투명 바둑알이 부서지고 말았다.

이어서 만 개의 흑돌과 만 개의 백돌들이 바둑판의 한쪽 모서리를 에워쌌다.

부혈은 탈락했고, 몽태와 위양 두 사람이 남아서 바둑을 두었다.

거의 동시에 위양과 몽태의 주먹이 충돌했다.

쿵!

두 사람의 힘은 막상막하였다. 각자 남은 이만 개의 바둑알에서 수많은 힘이 밀려들었다.

위양과 몽태의 뒤에는 각각 이만 명의 수련자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두 손을 뻗어 두 사람의 등을 지탱해 주며 강제로 힘을 빼앗기고 있었다.

위양이 몽태를 향해 비아냥거렸다.

“몽태, 너도 참 악질이구나. 장미를 어쩌면 그렇게 처리해 버릴 수가 있지? 네 친동생인데 말이야! 아, 맞다. 너 월요도 깨끗하게 처리해 버렸었지. 월요도 네 친동생인데 말이야. 하하하하!”

옆에 있던 이위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 월요가 몽태의 친동생이라고?”

몽태는 싸늘하게 위양을 바라보았지만, 화를 내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나의 존경스러운 스승님이시여, 이게 전부 당신 덕분에 이렇게 된 거 아니겠습니까? 월요를 죽일 때, 난 그녀가 내 친동생인 줄 몰랐었고, 장미는 이미 요괴가 되어버렸기에 그냥 죽여버린 것입니다. 당신의 음모가 나를 냉혈한으로 만든 것이라고!”

“흥! 망할 자식. 스승을 속이고, 가문을 욕되게 하고, 친동생까지 죽였으면서 감히 나를 뭐라고 해? 난 이미 풍령을 이위의 짝으로 허락했다. 너의 곁엔 이제 아무도 없다!”

몽태 곁에 있던 풍령의 멍한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뭐라고요?”

반면 이위는 흥분된 표정으로 풍령을 바라보았다.

몽태는 위양과 대치 중이면서도 위양의 말을 반박했다.

“아직도 당신의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풍령은 제 사람입니다. 제가 그녀를 이용한다고 한들 그녀는 제 사람이란 말입니다. 저한테 친동생을 죽였다고 뭐라 하셨습니까? 그럼 당신은? 지금에 와서 이위를 조종하려고 당신의 딸까지 팔 것입니까?”

위양이 싸늘한 표정으로 눈을 부라렸다.

“흥! 좋아, 좋아, 좋아! 애초에 널 입양하고 나서 가만히 내버려두는 게 아니었어. 애초부터 널 죽여버렸어야 했어!”

“저를 죽여 버렸어야 된다고요? 아쉬워서 못 죽였을걸요? 제가 모를 줄 압니까? 흥! 당신은 어린 저를 목단종에서 훔쳐 갔고, 이위는 정용종에서 훔쳤지요. 그리고 나중에는 월요까지 목단종에서 훔쳐 가지 않았습니까? 당신만 아니었어도 저는 지금 목단종 종주가 되었을 거고, 이위도 정용종 종주가 되었을 겁니다!”

이위는 눈을 부릅떴다.

“뭐라고? 몽태,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몽태가 싸늘하게 말했다.

“너는 전 세대 정용종 종주의 아들이었는데, 위양이 너를 대봉방으로 훔쳐 온 것이야. 게다가 나랑 월요, 그리고 장미는 전 세대 목단종 종주의 아들딸이었을 거고. 너는 풍령이 위양의 딸이란 걸 알기나 하느냐? 무슨 말인지 아직도 모르겠어?”

위양은 싸늘하게 몽태를 바라보았다.

“너는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냐?”

몽태가 싸늘하게 말했다.

“저도 처음에는 몰랐지요. 여기 들어오고 장미를 보고서야 모든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위양, 참 욕심도 큽니다. 오늘날의 전승을 위해 그리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겁니까?”

위양은 죽일 듯이 몽태를 노려보았다.

그럴수록 몽태의 눈빛도 냉랭해졌다.

“관기 노인이 대봉방, 정용종, 목단종을 설립해 봉인을 지키게 하고, 세 개의 종 종주에게 세 개의 열쇠를 남긴 것도, 아들딸들이 열쇠가 되어 이 바둑판을 풀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풍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두 곳 종주의 아들딸마저 훔쳐 갔지요. 혼자 독식하려고 하셨던 겁니까?”

몽태의 말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아연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지켜보았다.

“하하하, 아쉽게도 잘못 훔치셨네요. 목단종에서는 장미가 열쇠였습니다. 저와 월요는 열쇠가 아니었지요! 당신은 풍령과 이위에 대해 무엇보다 신경 썼고, 매사에 그들을 조종했었죠. 하지만 저와 월요는 가만히 내버려 뒀습니다. 그때부터 저와 월요는 배신을 꿈꾸었지요.”

위양이 싸늘하게 다그쳤다.

“하지만 난 너희들을 키웠다!”

“그거야 저희를 이용하려고 그랬던 것이지요. 그때는 아직 장미가 태어나기 전이었으니까. 한마디로, 이용 가치가 있으니 저희를 키운 것 아닙니까?”

“몽태, 내가 알기로는 너도 용맥을 얻기 위해 그 당시 풍령을 이위한테 양보했지. 자신의 아내조차 욕심 때문에 넘긴 놈이 말이 많구나!”

“이용하면 어떻습니까? 풍령은 저의 아내입니다. 제가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저는 죽었을 겁니다! 제가 그녀한테 빚진 건 나중에 천천히 갚을 것이니 걱정 마시죠!”

옆에 있던 풍령이 그 말을 듣고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위양의 표정은 갈수록 싸늘해졌다.

“갚아? 못 할 거 같은데? 넌 곧 죽을 거니까!”

말하기 무섭게 위양이 손을 휘둘렸다.

갑자기 줄 하나가 나타나더니 풍령과 연결됐다.

휭!

그가 힘껏 풍령을 잡아당기자, 풍령의 몸이 자신의 의지와 달리 하늘로 날아올라 몽태의 눈앞에 자리했다.

몽태는 이만 명의 힘을 모았는데도 공포감이 극에 달했다. 지금 상태로는 몸을 스치기만 해도 풍령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었다.

“빌어먹을 늙은이가 풍령의 몸에 술법을 심어두었구나! 전승을 위해서 딸마저 죽일 것이냐?!”

안색이 굳어진 그는 손바닥을 다른 쪽으로 향하여 풍령을 피하려 했다.

그런데 위양이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손에 힘껏 힘을 주었다.

“흥!”

풉!

몽태의 입에서 피가 뿜어졌다. 풍령을 피하면서 순간적으로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걸 본 위양이 사악하게 소리쳤다.

“죽어라!”

풍령은 절망한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히며 위양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몽태가 피하긴 했지만, 위양은 힘이 남아 있는 한 무조건 다시 풍령을 이용할 것이 분명했다. 그걸로 풍령의 죽음은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그때 이위가 갑자기 소리치며 위양을 향해 힘껏 부딪쳐 갔다.

“안 돼!”

“뭐야? 이 망할 자식!”

위양은 이위를 막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그 바람에 공격이 전부 빗나갔다.

풍령은 구했지만, 위양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 것이다.

“쓸모없는 놈!”

쿵!

몽태가 반발하면서 내지른 주먹이 위양의 몸을 강타했다.

퍽!

“으악!”

위양은 반항도 못 해보고 멀리 날아갔다. 거기다 엄청난 몽태의 힘 때문에 몸 전체가 변형되었다.

위양의 뒤에 있던 이0만 명의 그림자가 홀연히 사라졌다.

콰광!

몽태의 반격이 이위의 몸을 강타했다.

“으악!”

이위도 피를 토하고는 몸 전체가 변형되며 바닥에 넘어졌다.

풍령이 놀라 소리쳤다.

“이위 오빠!”

몽태는 풍령의 태도를 보고 놀란 듯했다. 하지만 의심하지 않고 신속하게 위양이 갖고 있던 황금색 바둑알을 잡았다.

몽태는 양손에 황금색 바둑알을 잡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쓸모없는 놈! 이젠 흑돌과 백돌 모두 내가 조종한다. 나는 유일한 바둑을 두는 사람이다. 너희는 모두 패배했어. 내가 바로 유일한 승자다. 내가 바로 유일한 승자야. 하하하하!”

웃으면서 그는 다시금 황금색 바둑알의 힘을 조종했다. 흑돌과 백돌의 힘이 집결되며 사만 명의 힘이 모두 몽태에게 흡수되었다.

몽태는 흉악한 모습으로 위양과 이위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죽어!”

풍령이 갑자기 소리쳤다.

“안 돼!”

그는 잽싸게 이위 앞으로 뛰어갔다.

몽태는 안색이 굳어졌지만 공격을 되돌리기엔 이미 늦은 상태였다.

“뭐야?”

그는 최대한 힘을 줄였지만 남아 있는 힘이 여전히 강해서 풍령에게 충격을 주었다.

푸헉!

풍령이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의 약한 몸이 부서지듯 쓰러졌다.

몽태는 경악하며 풍령을 끌어안았다.

“안 돼, 안 돼! 풍령아, 왜 그랬어? 왜?!”

하지만 풍령은 거의 죽어가는 모습이었다.

이위는 힘겨운 모습으로 바닥에 누워 소리쳤다.

“풍령!”

풍령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위 오빠! 저는 당신의 월요입니다!”

몽태가 놀라서 소리쳤다.

“아니야, 풍령아! 너 정신이 다시 돌아온 거 아니었어? 왜 그러는 거야? 아니야, 넌 월요가 아니란 말이다!”

풍령은 몽태를 바라보았다. 마치 빛이 반사된 듯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몽태를 바라보며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말했다.

“저 안 미쳤어요. 여보, 처음부터 저는 미치지 않았어요. 저는 쭉 제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어요.”

몽태와 이위는 모두 경악하며 풍령을 바라보았다.

“안 미쳤다고?”

풍령은 피를 토하며 나약하게 말했다.

“다들 제가 미친 줄 아는데, 저 안 미쳤어요.”

몽태는 신속하게 단약을 꺼내 풍령의 입 속에 넣어주었다.

하지만 단약은 풍령으로 하여금 더 많은 피만 흘리게 했다.

몽태가 놀라 소리쳤다.

“안 돼, 안 돼! 왜 그러는 거냐, 풍령?”

풍령이 기침하며 절망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여보,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어요. 당신이 너무 늦게 돌아왔어요.”

몽태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

“뭐가 늦었어? 뭐가 늦었냐고!”

“이위 오빠에게 잡혀가기 이 년 전, 저는 반항하고 싶었지만, 그는 강제로 저를 월요로 대체시켰어요. 삼사 년이 되던 해, 저는 지치기 시작했죠. 그의 앞에서는 월요인 척했지만 저는 당신을 기다렸어요. 하지만 당신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래도 저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십오 년이 지나면서 저는 이위 오빠를 받아들였어요. 저는 그 후로 쭉 월요였어요. 비록 이위 오빠가 가끔 화를 내긴 했어도 진정으로 잘해줬고, 저도 서서히 이위 오빠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저는 월요예요. 저는 월요가 되고 싶고, 월요가 되는 것이 좋고, 이위 오빠를 사랑해요.

그런데, 그런데 당신이 나타났어요. 왜 이렇게 늦게…… 이미 너무 늦었는데! 왜 제가 마음을 이위 오빠한테 주고 나니 돌아온 건가요! 너무 늦었어요. 너무 늦었어. 너무 늦었다고요!”

몽태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풍령아, 괜찮아. 어쨌든 내가 다시 돌아왔잖아! 아니야? 그래도 돌아왔잖아!”

풍령은 힘겹게 숨을 내쉬었다.

“여보, 저도 당신이 저를 이용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원망하지 않아요. 행복했기에 원망하지 않아요. 저도 당신이 저를 이위 오빠한테 넘겨줄 걸 알아요. 하지만 원망하지 않아요. 진심으로 한 번도 당신을 원망한 적이 없었어요. 여보.”

“아무 일 없을 거야, 풍령아!”

단약을 삼키지 못하는 걸 보고 몽태는 진원병에 바람을 불어넣어 풍령이 약을 넘길 수 있게 시도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