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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45화 (221/243)

145화 모두를 죽이다

하지만 풍령의 몸은 이미 망가져 버려서 소용이 없었다.

몽태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풍령이 두 눈을 뜨지 못한 상태에서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저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 저도 당신이 이위 오빠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요. 당신에게 그를 놔달라고 안 할게요. 마지막 부탁이에요, 들어줘요.”

몽태가 펑펑 울며 소리쳤다.

“말해, 말해!”

“저희가 죽고 나면…… 저희를 같이 묻어주세요. 저와 이위 오빠를 같이 묻어줘요.”

풍령의 감긴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후 풍령은 숨을 거두었고, 마지막 숨소리마저 잦아들었다.

풍령을 안고 있는 몽태의 모습이 얼어붙었다.

이위와 함께 묻어달라고? 이위와 함께?

풍령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올랐다.

“너무 늦어버렸어요. 당신이 너무 늦게 나타났어요!”

“너무 늦어버렸어요. 당신이 너무 늦게 나타났어요!”

“너무 늦어버렸어요. 당신이 너무 늦게 나타났어요!”

그 말이 마치 마법의 소리처럼 계속 몽태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몽태는 풍령을 안고 울면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마지막 순간에 풍령이 선택한 사람은 이위였어.

너무 늦어버렸다고?

그때, 이위가 절망스런 표정으로 울면서 일어섰다.

“풍령아!”

풍령의 시체를 안고 있던 몽태는 온몸의 힘이 풀린 사람처럼 보였다.

한참이 지난 후, 몽태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하, 하하하하하. 이위와 함께 묻어달라고? 이위와 함께 묻어달라니. 하하하하하하!”

몽태는 항상 자신을 일순위로 생각하고 살았다.

그 누구든 버릴 수 있는 사람이었고, 스승이 자신을 배신하면 그도 똑같이 돌려주려고 스승을 감금했었다.

일품당주를 따르면서도 죽을 거면 혼자 죽으라는 생각이었고 자신은 살아남았다.

그저 자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만 있다면 풍령도 버릴 수 있었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모든 사람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그였다.

하지만 이 순간 몽태는 누군가를 버리고 나면 자신이 슬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록 예전에 자신이 풍령을 버렸었지만, 풍령은 자기 자신을 버리지 않았고, 그도 버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풍령이 그를 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이위를 선택했다.

죽어도 이위와 함께 있겠다고?

그녀가 날 버린 거야! 그러고 보니 나 자신도 그리 중요한 사람은 아니었나 보다. 남에게 버려지는 것을 보니…….

“여보, 풍령이 이번 생에서 가장 행복한 일은 당신의 아내가 된 거예요.”

“여보, 저는 영원히 당신을 사랑할 것이고, 영원히 당신 곁에 있을 거예요.”

“여보, 남자애가 좋아요, 아니면 여자애가 좋아요?”

옛 추억들이 안개같이 지나갔다.

몽태는 풍령의 시체를 안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위가 비통해하며 소리쳤다.

“몽태, 네가 풍령을 죽었어. 너를 가만두지 않겠어!”

외침과 함께 이위가 몽태를 공격했다.

이위의 외침을 듣고서야 몽태는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몽태는 노성을 내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

“죽어!”

이위는 이미 중상을 입고 있었다. 몽태는 비록 모든 바둑알의 힘을 조종하지 않았지만, 그 자신의 힘도 만만치 않았다.

퍽!

주먹에 맞은 이위는 허공에서 또다시 피를 토하며 위양이 있는 쪽으로 쓰러졌다.

쿵!

피투성이가 된 이위는 경련을 일으키며 몽태를 노려보았다. 마치 금방이라도 몽태의 살을 찢고 그의 피를 뽑아 먹을 것만 같았다.

“네가 풍령을 죽인 거야, 네가 풍령을 죽인 거라고!”

몽태는 흉악한 표정으로 자신의 품속에 있는 풍령의 시체를 보았다가 다시 이위를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너희들을 같이 묻어달라고? 웃기고 있네. 풍령은 내 것이야! 죽어서도 내 것이야! 난 너를 쉽게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똑똑히 봐둬! 내가 최강의 승자가 되는 모습을! 내가 바로 최강의 승자다!”

위양이 기침을 하며 웃었다.

“하하하하, 컥컥컥!”

몽태가 싸늘하게 그를 노려보았다.

“늙은 놈, 왜 웃는 거지?”

위양이 몽태를 조롱하며 대소를 터트렸다.

“왜 웃냐고? 너의 아무것도 없는 최후가 즐거워서 웃는다. 네가 전승을 받고 용맥을 얻는다 한들 뭘 어쩌겠느냐? 넌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넌 패배자야. 네가 바로 최고의 패배자야. 두려움이 닥쳐도 굴하지 않고 너를 사랑하던 풍령마저 너를 포기했는데, 너한테 뭐가 남았단 말이냐? 넌 아무것도 없어! 하하하하하!”

몽태는 싸늘한 눈빛으로 위양을 노려보았다.

“늙은 놈, 그따위 말로 내가 부끄러워할 거 같은가? 흥! 난 너희들이 쉽게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니 똑똑히 봐둬라. 내가 후회하게 만들어 줄게. 너희 모든 사람이 후회하게 해줄게! 흥!”

몽태는 고개를 돌렸다. 더는 죽어가는 위양과 이위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몽태는 천천히 풍령의 시체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여 밑을 내려다보았다.

몽태의 눈에는 악랄함이 가득했다.

“관기 노인의 전승? 대지용맥?”

그는 오른손 주먹을 쥐고 팔을 휘두르며 밑에 대지를 향해 돌격했다.

이 순간 몽태는 백돌과 흑돌을 모두 소유하고 유일한 승자가 되어 있었다.

몽태가 외쳤다.

“모든 사람의 힘을 나에게 주어라, 난 결계를 풀고 말 것이야!”

화르르르!

모든 백돌과 흑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몽태 뒤에는 육만 명의 그림자가 추가로 나타나서 다 같이 몽태에게 힘을 전해주었다.

강력한 힘이 모여들었다.

몽태의 오른손 주먹은 마치 불꽃을 휘감고 있는 것 같았다. 그에게 모여든 힘이 태풍을 만들어냈다.

몽태의 주먹이 대지를 향해 떨어졌다.

쿠앙-!

발밑의 투명한 목단꽃이 세차게 흔들렸다. 표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깨지지는 않았다.

투명한 지면이 깨지지 않는 한 전승을 받을 수 없었다.

몽태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양손에 있는 황금색 바둑알을 바라보았다.

“부족해. 이 정도로는 힘이 아직 부족해!”

위양이 앙천광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하하! 몽태. 너는 전승을 받을 수 없을 거다. 넌 받을 수 없어. 관기 노인은 이미 계산을 다 해놨다. 우리는 받을 자격이 없어. 너도 마찬가지야. 너도 삼 종의 후손이니 자격이 없어. 하하하하!”

몽태가 싸늘하게 그를 노려보았다.

“늙은 놈, 거참 시끄럽네!”

몽태는 고개를 돌려 주변의 수련자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조종한 것이 너희들 전부의 힘이 아니야. 너희들의 힘을 전부 나에게 넘긴다며 혹시……?”

그는 손을 내밀어 백돌 하나를 잡아갔다.

수련자가 놀라서 소리쳤다.

“뭐 하는 겁니까? 놔요!”

몽태가 악랄한 모습으로 웃으며 말했다.

“난 너의 모든 힘을 갖겠다!”

우르르!

황금색 바둑알은 수련자의 힘을 흡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련자는 바짝 말라서 시체가 되어버렸다. 그와 연결되어 있던 바둑알도 부서졌다.

몽태가 살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크크크, 역시 힘을 흡수하니 아까보다 더 강하구나!”

후웅!

또 한 명의 수련자가 그의 손짓에 따라 잡혀 왔다.

“안 됩니다. 안 돼!”

바둑알은 부서졌고, 그 사람도 시체가 되어버렸다.

몽태는 한 명 한 명 수련자에게서 힘을 뺏고 죽여버렸다.

위양이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떨었다.

“너, 너 지금 모든 사람을 죽이려는 것이냐? 그들의 모든 힘을 뽑아내려는 것이야?”

몽태가 악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직 당신들 차례 아니니까 천천히 기다려. 하!”

“안 돼!”

“널 가만히 안 놔두겠어!”

수련자들은 하나같이 강제로 힘을 전부 뽑힌 채 시체가 되어버렸다.

일부는 두려움에 떨며 반항했지만, 바둑판 대진 중에서 그들은 그저 바둑알일 뿐이었고, 몽태는 바둑을 두는 사람이었다.

반항해 봤자 소용없이 몽태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몽태는 손을 내밀어 이호연을 끌어왔다.

이호연이 당황해서 말했다.

“나는 신기영의 이호연이다. 몽태, 죽고 싶으냐?”

이호연은 마치 온몸에 족쇄를 찬 듯 힘 한번 못 써보고 몽태의 앞으로 끌려왔다.

몽태가 흉악한 눈빛으로 이호연을 노려보았다.

“이호연? 하하, 예전에 월요가 영주님한테 소식을 전하겠다고 하던데, 그 영주가 바로 당신이었군.”

월요가 예전에 소식을 전하겠다고 했다가 몽태한테 살해당했었는데, 그때 영주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다.

이호연이 싸늘하게 말했다.

“몽태, 너도 참 지독하구나. 동생마저 죽이다니!”

“난 그때 그녀가 내 친동생인 줄 몰랐다고 하지 않았는가? 내 앞길을 막는 자는 모두 죽는다. 그래, 난 지독한 냉혈한이야. 그게 뭐가 어때서? 이 영주? 그러고 보니 월요가 너 때문에 죽었군. 흥! 이렇게 된 거, 그녀를 만나서 참회해!”

우르르!

몽태는 이호연의 강력한 힘을 강제로 빨아들였다.

이호연은 안색이 굳어지며 앞으로 한 걸음 걸어 나왔다. 그의 몸에서 눈부신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호연은 몽태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거대한 황금색 주먹이 허공을 가르며 몽태를 향해 날아갔다.

“죽어버려!”

몽태는 눈을 부릅뜨며 마주 손을 휘둘렀다.

“흥! 당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나도 잘 알아.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당신이 최고지. 나도 당신의 상대가 안 돼. 하지만, 지금 나는 바둑을 두는 사람이고, 당신은 그저 바둑알일 뿐이야. 이 바둑판에서는 내가 최고야!”

쿵!

허공에 수많은 주먹이 모여서 곧바로 이호연을 향해 밀려갔다.

쿵! 쿵! 쿵! 쿵!

몇만 개나 되는 주먹이 밀려들자 이호연의 황금 주먹도 버티지 못했다.

쾅!

몽태의 공격은 이호연마저 날려버렸다. 이호연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몽태는 쓰러진 이호연을 보며 싸늘한 조소를 지었다.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몇만 명을 이길 수 있겠어? 그중에는 당신의 힘도 존재하지!”

이호연은 피를 토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든 그는 흉흉한 눈빛으로 몽태를 쳐다보며 걸음을 옮겼다.

“다시!”

몽태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몇 번을 다시 해도 죽는 건 마찬가지야. 이 영주, 여기에서 당신은 바둑알이고 나는 바둑을 두는 사람이니까. 내가 신이라고!”

몽태는 다시금 손을 내밀었다.

우르르!

수많은 주먹이 이호연을 향해 쇄도했다.

이호연은 황금색 보호막을 감싸고 있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버티지 못하고 날아갔다.

푸헉!

그는 피를 토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이 빨갛게 충혈된 그는 다시 일어났다.

“다시!”

바둑판의 세계에서는 몽태가 최고였다. 열 명의 이호연이 있다고 한들 몽태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죽은 바둑판 외부.

고해 일행을 비롯한 외부의 오만 수련자들마저 두려움에 떨었다.

“바둑을 두는 사람? 그럼 몽태는 안에 있는 십만 명을 모두 죽이겠다는 건가?”

“단지 관기 노인의 전승을 위해서?”

“신기영의 이호연도 그의 상대가 못 된다고?”

수련자들은 자신이 저곳에 없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용완청은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고해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떡하지? 고해, 어떻게 하면 이호연을 구할 수 있을까? 당신은 방법이 있을 거 아냐. 그렇지?”

고해는 용완청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호연이 걱정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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