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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46화 (222/243)

146화 기다리다.

용완청이 고해를 보며 부탁했다.

“엄마가 죽고 나서 난 계속 괴롭힘을 당했어. 한번은 나를 괴롭히던 사촌 언니가 나를 절벽으로 밀어버렸어. 막 떨어지려고 할 때, 이호연이 나타났지. 그가 나를 구해줬어. 그는 나에게 생명의 은인이야. 그를 구할 방법이 없을까?”

고해는 용완청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침묵했다.

용완청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본 고해는 마음이 약해졌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용완청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어떤 방법인데?”

“방법은 이위입니다. 이위는 마지막 남은 열쇠입니다. 이위를 이용해서 몽태에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몽태는 지금 다 죽어가는 이위를 막지 않을 것입니다. 특별한 상황이 없다면 그의 손에 있는 황금색 바둑알을 빼앗아 몽태를 밖으로 내보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당주님이 바둑을 두는 사람이 될 것이고, 그는 바둑알이 되겠지요.”

“그럼 어떻게 하면 되지?”

고해는 용완청 뒤에 있는 두 명의 부하를 바라보았다.

“이 죽은 바둑판은 어렵지 않습니다. 자리만 잘 잡으면 됩니다. 이위 쪽에 사람을 파견하는 겁니다. 이위는 아마 몽태 근처에 있을 겁니다. 위치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주님의 두 부하를 보내셔도 됩니다!”

용완청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야, 내가 갈게!”

두 부하가 놀라서 소리쳤다.

“당주님, 저희가 가겠습니다!”

“아니다. 내가 간다!”

용완청이 워낙 강하게 말하자, 고해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같이 가시죠.”

용완청은 멈칫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같이 가. 같이 가자!”

“고해, 당신이 우리를 들여보내고 위치를 잘 잡아줘!”

용완청의 눈빛은 단호했다.

고해는 잠시 침묵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이위가 있는 곳까지는 도와드릴 순 있습니다. 하지만 요구가 하나 있습니다. 당주님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용완청이 초조해하며 말했다.

“얘기해!”

고해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주의를 주었다.

“언제 어느 때든 이호연을 절대 믿어서는 안 됩니다.”

용완청은 그 말을 듣고 멈칫거렸다.

“뭐?”

“이 요구만 들어주신다면 바로 보내드리지요. 아니면……!”

초조해진 용완청은 고해의 말을 받아들였다.

“알겠어! 그렇게 할게.”

고해는 용완청을 한참 쳐다보고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당주님, 제가 한 말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결과는 상상하기조차 싫습니다!”

용완청은 고해의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긴급한 상황이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고해는 금원보를 꺼냈다.

“이 원보의 정착점을 잘 보시고, 원보가 사라지는 곳으로 뛰어가면 됩니다.”

그는 원보를 죽은 바둑판 속에 투입했다.

용완청과 두 부하는 위치를 정확히 살펴보고 신속하게 뛰어내렸다.

몸이 한 번 흔들리더니 바둑판의 세계로 들어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세 사람의 흑돌이 나타났고 바둑판 상공에 떠 있었다.

세 사람이 죽은 바둑판의 세계로 뛰어드는 순간, 외부의 수많은 수련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살아 있는 바둑판에서 잘하고 있다가 왜 갑자기 죽은 바둑판으로 뛰어든 거지?”

“그러니까. 죽은 바둑판은 죽음의 길을 걷는 것인데, 왜 일품당 당주가 저기로 뛰어든 거지?”

“왜 살아 있는 바둑판을 계속 진행하지 않는 거야?”

수많은 수련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 중 산 정상의 나무 아래에 흑백 옷차림을 한 그림자가 서 있었다. 미생인이었는데, 그는 오래전부터 와 있었다.

미생인은 바둑판을 바라보며 한참을 침묵했다.

그러다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해의 바둑 실력이 대단하군. 드디어 관기 노인의 후계자가 나타났어. 하지만 아쉽게도 전승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 허허허!”

용완청이 죽은 바둑판으로 뛰어드는 것을 본 미생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용완청은 그녀의 딸인가? 너의 친부는 도대체 누구일까? 빌어먹을 놈, 그녀가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뭐 하고 있었던 거야? 흥!”

거대한 투명 목단꽃 위.

고해는 살아 있는 바둑판 위에 서서 실눈을 뜨고 죽은 바둑판을 바라보았다.

고진이 걱정하며 말했다.

“의부, 비록 당주님께 이호연을 믿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지만, 제가 보기에 당주님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데요?”

고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 하지만 어떤 일은 적당히 얘기만 해주면 될 때가 있다. 사람은 아무리 총명해도 가끔 사리 분별을 못 할 때가 있거든. 머리 좋은 것과 정서는 다른 법이다. 그녀가 이렇게 대처했다는 건 이성보다 감정을 더 중요시한다는 걸 말하지. 많이 말해봤자 소용없다. 직접 경험해 보는 수밖에!”

“하지만 이렇게까지…….”

고해는 살아 있는 바둑판을 바라보고, 다시금 죽은 바둑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너는 여기서 기다려라. 나는 다른 황금색 바둑알을 가져와야겠다.”

고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른 황금색 바둑알이오? 그게 더 있습니까?”

“부혈이 갖고 있던 바둑알 말이다. 투명 바둑알을 조종하던 그것.”

“그건 위양이 이미 깨버리지 않았습니까?”

고해는 고개를 저었다.

“과거, 현재, 미래. ‘현재’가 진짜 사실이면 그것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네?”

고해는 고진의 놀란 표정을 신경 쓰지 않고 걸음을 옮기더니, 아래로 뛰어내렸다.

웅성웅성!

외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수많은 수련자는 고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고해가 미친 것 아니야? 살아 있는 바둑판을 이겼으면서, 왜 또 죽은 바둑판으로 뛰어드는 거지?”

일부 수련자는 살아 있는 바둑판 구역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그들은 고해가 남긴 실적을 취하고 싶었다.

휘이잉!

하지만 거대한 목단꽃 속에 도착하자마자 죽은 바둑판 구역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련자들이 절망하며 외쳤다.

“안 돼, 왜, 왜! 이건 불공평해!”

왜 살아 있는 바둑판은 진입할 수 없는 걸까?

왜 또 죽은 바둑판으로 빨려 들어간 걸까?

거기서 몽태 손에 죽는 것 아닐까?

고진은 고해가 사라진 곳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고해가 뛰어내린 구역은 투명 바둑판 구역이었다. 순간 투명 바둑알 하나가 나타났다.

고진 뒤에 있던 악인 부하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대인께서 지금 투명 바둑알 구역으로 들어가신 겁니까? 거기는 중상을 입은 부혈과 삼만 명의 요괴밖에 존재하지 않을 텐데요?”

* * *

고해는 죽은 바둑판 속에서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투명 바둑알 하나가 바둑판 위에 나타난 것이 보였다.

그런데 황금색 줄이 보일 듯 말 듯 자신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 순간, 고해는 산골짜기로 떨어졌다.

쿵!

밑의 대지가 투명해서, 외부와 똑같이 억압된 대지용맥과 여덟 가지 색 목단꽃의 전승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대지는 살짝 갈라져 있었다.

고해는 좌우를 둘러보았다.

주변 산천은 숲을 이루고 있었는데, 고해가 떨어진 곳은 거대한 산골짜기였다.

산골짜기 외부의 산 정상에는 수련자 한 명이 서 있었다. 그는 마치 산골짜기의 수련자들이 나가는 것을 막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고해의 주변에는 삼만 명의 요괴가 가득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흉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머리에서는 뱀의 머리가 입을 벌린 채 춤을 추고 있었다.

고해가 실눈을 뜨며 말했다.

“이 산골짜기가 바로 흑돌과 백돌로 에워싼 투명 바둑알 구역인가?”

“누구냐?”

“당신이 고해인가? 왜 당신도 들어왔지?”

“고해도 살아 있는 바둑판에 패한 건가?”

일부 요괴들이 고해를 발견하고 고해의 주변을 에워쌌다.

요괴가 흉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해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 그의 심장과 간은 얼마나 맛있을까!”

“젠장, 영문도 모른 채 여기에 와서 시조로 인해 요괴가 되어버려 나갈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마당에 두려울 게 뭐 있어? 먹어버릴까?”

“먹어버리자!”

주변의 요괴들은 서서히 고해를 향해 다가갔다. 하나같이 악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해가 싸늘하게 웃었다.

“누가 누구를 먹을지는 아직 몰라!”

그는 양손을 휘둘렀다. 왼손은 혈도를 잡고 있었고, 오른손은 늑골로 가져갔다.

쓱!

체내에서 죽음의 칼을 꺼냈다.

순간 검은색 기운이 고해를 감쌌다.

늑골에서 칼을 꺼내는 모습을 본 요괴들은 발걸음을 멈췄다.

요괴가 경악하며 말했다.

“늑, 늑골에서 칼이 나와?”

고해는 고개를 돌려 산골짜기의 요괴들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대진에 죽는 것이 내 손에 죽는 것만 못할 거다!”

고해는 다가오고 있는 요괴들을 먼저 공격했다.

혈도의 힘이 고해의 체내로 흘러들었고, 고해는 순간 원영경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있는 요괴들은 대부분 금단경과 선천경이라 고해의 상대가 아니었다.

스스스스슥!

죽음의 칼은 신속하고 악랄하게 요괴들의 피부를 스쳤다. 검은 기운 속에서 수많은 해골이 모여들며 요괴에게 달려들었다.

“으악, 귀신이다!”

“칼이 사람을 잡아먹고 있어!”

“안 돼, 난 안 돼. 살려줘!”

“시조님, 살려주세요!”

검은 기운은 고해를 감싸며 주변의 요괴를 전부 죽였다.

고해는 다른 곳에 모여 있는 요괴들을 향해 달려들어서 그들 역시 잔인하게 죽였다.

어차피 요괴들이 밖으로 나가면 사람을 잡아먹을 터, 고해는 무정하게 손을 썼다.

곳곳에서 비통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검은 기운이 지나간 자리에는 전부 뼈만 남겨져 있었다.

그 모습은 요괴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눈 깜짝할 사이, 백 명의 요괴가 죽어갔다. 그럼에도 고해는 손쓰는 걸 멈추지 않았다.

놀란 요괴들은 몸을 돌려 도망치기 바빴다.

하지만 고해는 혈도의 도움으로 극에 달한 힘을 얻은 상태였다. 요괴들로서는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가 없었다.

빨리 죽느냐, 늦게 죽느냐 차이일 뿐, 요괴들이 죽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죽음의 칼이 지나는 곳은 전부 뼈만 쌓였다.

검은 기운은 멈추지 않고 요괴들을 쫓아 죽음으로 이끌었다.

고해의 손에 몇만 명의 요괴가 죽어갔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시조님. 으악!”

“고해 님, 저는 목단종의 제자입니다. 저희 모두 목단종의 제자입니다. 저희는 당신과 원한이 없습니다!”

“고해, 네가 감히 나를 죽여. 으악!”

비통한 울음소리와 공포에 질린 비명이 산골짜기를 울렸다.

산골짜기의 한구석.

요괴들이 피투성이가 된 부혈을 둘러싸고 있었다.

부혈은 요괴들을 방패로 삼고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때 멀리에서 비통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요괴들은 모두 안색이 굳어졌다.

휴식을 취하던 부혈이 두 눈을 떴다. 그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 찼다.

요괴 하나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시조님, 고해가 왔습니다. 지금 송갑종 때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안색이 굳어진 부혈은 눈을 치켜떴다.

“또 고해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해를 향해 날아갔다.

그는 이번 기회에 고해를 죽여 버릴 작정이었다.

쿵!

그는 순식간에 검은 기운 쪽으로 다가가서 한 손으로 검은 기운 속에 있는 고해를 잡으려고 했다.

으르렁!

그가 끌어낸 것은 용의 다리였다. 용의 다리에는 무엇이든 깨부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 고해가 갑자기 박장대소했다.

“하하하하! 부혈! 당신을 오래도록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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