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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48화 (131/243)

148화 지겨운 고해.

그의 미간에는 흑돌이 천하를 통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사만 개의 잔국이 합병되고 있었는데, 그 흑돌 밑에 흰색 수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수정은 바로 예전에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에서 관기 노인이 수련해 남긴 법보였다.

그런데 어떻게 정용환에도 수정이 있는 걸까?

고해는 순간 뭔가를 깨닫고 눈을 부릅떴다.

“이 수정체가 설마…… 관기 노인의 ‘혁천기(弈天棋)’ 조각인가?”

고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렇다면 나를 지구에서 데려온 흑돌이 천하 제구 법보인 혁천기가 아닌 거라는 말인데…… 그럼 진정한 혁천기는 관기 노인에 의해 깨지고 조각나서, 관기 노인이 남긴 법보 속에 숨겨져 있다는 건가?”

어이가 없었다.

“이런 미친, 복잡하게도 만들었네. 그 양반은 죽어서도 편안하지 못할 것 같군.”

다른 사람이었다면 기뻐했겠지만, 고해는 혁천기의 조각을 피하고 싶었다.

“후우우!”

숨을 길게 내쉰 고해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마음속의 불편함을 진정시켰다.

그는 고개를 돌려 산 정상을 바라보았다.

산 정상에 있던 사람은 사라지고 없었다.

고해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어디 갔지? 아까만 해도 저기에 서 있었는데. 설마, 용완청 쪽에 뭔 일이 생긴 건가?”

고해는 양손에 쥐고 있던 칼을 거두고 자리를 떴다.

외부의 수련자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고해가 자리를 뜨자, 투명 바둑알도 사라져서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삼만여 명을 진짜로 전부 죽였단 말인가?

거대한 목단꽃 외부에 있던 수련자들은 몸을 떨었다.

“고해는 악마야!”

“다행히 난 고해를 막지 않았어!”

“이젠 누가 감히 그를 건드리겠나?”

살아 있는 바둑판에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기뻐했다.

“투명 바둑알이 전부 깨졌습니다. 대인께서 삼만여 명을 전부 죽였습니다.”

“대인의 분신인 투명 바둑알도 황금색 바둑알로 변했네요.”

고진이 흥분하며 말했다.

“의부도 이제 바둑을 두는 자가 되었어!”

* * *

한편, 용완청과 두 부하는 죽은 바둑판에 진입했다.

몽태가 이호연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호연은 악착같이 버티며 달려들었다.

“뭘 망설이느냐! 다들 지금 반항하지 않으면 곧 모든 힘이 빼앗겨버릴 것이다. 신기영의 제자들이여, 공격하라!”

우르르!

수많은 수련자가 몽태를 향해 달려들었다. 몽태가 모든 사람의 힘을 뽑아버린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다.

몽태가 싸늘하게 말했다.

“흥, 바둑알은 영원히 바둑알일 뿐이야!”

그가 손을 휘둘렀다.

콰르릉!

만 명 정도의 수련자가 몽태에 의해 쓰러졌다.

몽태는 힘으로 그들을 조종한 것이 아니라, 양손에 쥐어진 황금색 바둑알을 통해 그들을 이동시켰다. 그들은 마치 인형처럼 모두 몽태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

“으악!”

“살려줘! 으악!”

만 명의 수련자는 전부 바닥에 쓰러졌다.

그들은 도저히 자신을 자신의 뜻대로 다룰 수가 없었다. 그들은 바둑알에 불과했고, 몽태는 바둑을 두는 자였기 때문이다.

몽태가 싸늘하게 주변의 수련자들을 바라보았다.

“주제넘은 짓 하지 마라! 흥!”

하지만 수련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몽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그렇게라도 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부 몽태의 손에 죽어버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몽태는 수많은 수련자를 물리치고 다시금 이호연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이 영주! 당신의 수련은 황금을 기초로 하여 확실히 특이하군. 심지어 당신의 힘은 아주 천천히 뽑히고 있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시간이야 얼마든지 있으니, 난 천천히 당신의 모든 기를 뽑아낼 것이다!”

이호연은 몽태에게 맞으며 온몸의 힘을 뽑히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여전히 흉악한 표정으로 몽태를 향해 돌격했다.

몽태가 다시금 주먹을 날렸다.

“죽어!”

우르르릉!

수많은 주먹이 이호연의 몸을 가격했다.

“으악!”

이호연은 또다시 저 멀리 날아갔다.

그 순간, 신기영 제자들이 다 같이 화살을 쏘며 몽태를 향해 달려들었다.

쉬쉬쉬쉭!

기운이 실려서 날카롭기 그지없는 화살비가 몽태를 향해 날아갔다.

수련자들의 눈이 반짝였다.

몽태가 그들의 몸은 조종할 수 있어도 화살비는 조종을 못 하는 듯했다.

하지만 몽태는 화살비를 보고 비웃었다.

무리 중 유년대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큰일 났네!”

화살과 몽태의 거리가 오 장 정도 되었을 때였다.

쩌저저저정!

화살이 전부 허공에서 깨져버렸다.

수련자들은 눈을 부릅떴다.

“뭐야? 어떻게 된 거지?”

뒤늦게야 그들은 몽태의 주변에 직경이 십 장 정도 되는 투명한 보호막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화살비는 전부 그 보호막에 막혀버린 것이다.

누군가가 경악하며 말했다.

“저건 뭐지? 보호막인가? 화살비에 맞고도 끄떡없잖아?”

몽태가 큰소리로 사람들을 비웃었다.

“하하하하! 당연하지. 이것은 바둑을 두는 자의 보호결계다. 바둑알 따위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사람들은 안색이 굳어졌다.

“바둑을 두는 자의 보호결계?”

몽태가 냉랭히 코웃음 쳤다.

“흥! 황금색 바둑알을 얻는 일이 그렇게 쉬운 줄 알아? 관기 노인도 세 개의 열쇠만 남겨뒀다. 세 개의 열쇠만이 이 결계에 들어올 수 있는 거지. 나와 위양, 부혈이 얼마나 오랫동안 싸워서 얻은 황금색 바둑알인데, 너희들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걸 얻겠다고?”

수련자들은 불신의 표정으로 몽태를 바라보았다.

“아냐! 아닐 거야. 그럼 당신은 지금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거잖아?”

수많은 수련자는 미친 듯이 몽태를 향해 돌진했다.

몽태는 주먹을 휘둘러서 그들을 전부 바닥에 쓰러뜨렸다.

몽태가 다시 그들을 비웃었다.

“나는 바둑을 두는 자다. 원래부터 확고한 위치에 서 있는 거지. 바둑알은 바둑알의 깨달음을 느끼면 돼!”

그때 누군가가 크게 소리쳤다.

“구성 염주다!”

유년대사의 염주가 아홉 개의 별이 되어 몽태를 향해 날아갔다.

얼굴이 굳어진 몽태가 손을 휘둘렀다.

콰과광!

충격을 이기지 못한 유년대사는 바닥에 쓰러졌다. 동시에 유년대사의 힘도 강제로 뽑히기 시작했다.

멀리서 유년대사가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으악!”

그 와중에도 아홉 개의 별은 몽태에게 다가갔다.

쿵, 쿵, 쿵……!

아홉 개의 별이 보호결계에 충돌했다. 하지만 결계는 살짝 흔들릴 뿐 깨지지 않았다.

“황금화살이다!”

이번에는 이호연의 황금화살이 몽태를 향해 날아갔다. 엄청난 힘을 지닌 화살이 결계에 부딪쳤다.

쿠쾅!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결계가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그뿐, 깨지지는 않았다.

유년대사가 크게 외치며 멀리에 있는 염주를 조종했다.

“계속!”

열여덟 개의 염주가 이 열을 이루어서 결계를 향해 쇄도했다.

“황금화살!”

“우리도 덤벼!”

수많은 수련자가 연이어 몽태를 공격했다.

몽태는 싸늘하게 비웃으며 손을 휘둘러서, 달려드는 사람들의 힘을 뽑아버렸다.

“내가 너희를 죽이지 못할 거 같으냐? 흥!”

“으악!”

수련자들은 고통을 버티면서 몽태를 향해 돌격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남는 건 죽음뿐이었다.

우르르릉!

주변이 난장판이 되었다.

맨 처음 돌격한 무리는 거의 결계 앞까지 다가갔지만, 아무리 결계에 충격을 줘도 결계는 깨지지 않았다.

몽태는 손을 휘둘러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멀리 날려버렸다.

우르르릉!

“구성 염주!”

“황금화살!”

수많은 수련자가 돌격하자, 몽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도 결계를 깰 수 없다 생각하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가 싸늘하게 말했다.

“바둑알은 바둑알일 뿐이다! 너희들은 운명은 내가 결정한다! 이제부터 나한테 달려드는 자는 모든 힘을 뽑아버리겠다!”

“으아악!”

“크헉! 살려줘!”

맨 앞에 있던 사람들은 빠르게 말라가며 고통스럽게 소리쳤다.

몽태가 기세등등하게 웃었다.

“와하하하하하!”

지금은 몽태가 바로 신이었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으며,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모든 사람의 슬픈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 몽태의 뒤.

휘이잉!

갑자기 다섯 개의 그림자가 나타나서 결계 안으로 스며들었다.

너무도 쉽게 들어와 버렸다.

그 순간, 외부에서 힘을 뽑히고 있는 수련자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미친 듯이 결계에 충격을 가했다.

몽태도 외부의 사람들 반응이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응? 뭐지?”

그때 그의 뒤에서 강력한 주먹이 그를 강타했다.

“크억!”

쾅!

놀란 몽태는 엄청난 충격을 받고 피를 토했다.

온 힘을 다해 보호막을 치고 있었음에도 날카로운 칼날이 그의 손목을 찔렀다.

푹!

손목이 뚫리자, 그의 손에 들어 있던 두 개의 황금색 바둑알이 날아나 버렸다.

외부의 수많은 수련자는 눈을 부릅뜨고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용완청이 앞으로 다가가 두 개의 바둑알을 손에 쥐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쿵!

몽태는 비틀거리며 밖으로 넘어졌다.

놀란 그는 크게 소리쳤다.

“안 돼! 나의 황금 바둑알! 그건 내 거야!”

용완청은 바둑알을 쥐고 멀찌감치 뛰어서 바위 위에 내려섰다.

몽태가 놀라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결계에 막혀서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

웅성웅성!

“와아아아!”

수많은 수련자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바둑을 두는 자가 바뀌었다!

악마의 몽태가 드디어 힘을 잃었다.

수많은 수련자들은 원한을 품고 몽태를 노려보았다.

몽태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 이런……!”

용완청의 두 부하가 이위와 위양을 업고서 날아가고 있었다.

등을 강타한 두 주먹은 용완청의 두 부하가 내지른 주먹이었고, 손목을 찌른 검은 위양이 던진 것이었다.

위양의 검에 맞고 황금색 바둑알을 놓쳤던 것이다.

이위가 악랄하게 웃었다.

“몽태, 너도 이제 끝났다!”

몽태는 분노하며 이위를 향해 돌격했다.

“이위! 내가 너를 빨리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누군가가 소리쳤다.

“이위를 보호해!”

“이위를 잡아!”

용완청은 황금색 바둑알을 얻은 지 얼마 안 되었기에 아직 익숙지 않았지만, 그래도 시도해 보았다.

쿵!

순간 주변 사람들이 조용히 모두 흩어졌다.

위양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몽태. 넌 탈락이야, 넌 탈락이야. 하하하하하하!”

몽태는 이위를 놓치자, 위양을 향해 달려들었다.

“빌어먹을 놈!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다 너 때문이라고!”

용완청은 크게 외치며 주먹을 휘둘렀다.

순간, 그가 모든 사람의 힘을 조종한 듯 수련자들이 모두 몽태를 향해 쇄도했다.

“죽여!”

수많은 주먹이 몽태를 두들겼다.

쿵, 쿵, 쿵, 쿵……!

몽태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으아아악!”

푸헉!

그는 허공에서 피를 토하며 먼 곳에 떨어졌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바닥에 쓰러진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안 돼, 안 돼! 이럴 순 없어. 용완청! 네가, 컥컥, 어떻게 여기에 있는 것이냐? 어떻게 이위 근처에 있는 것이냐? 내가 이위랑 저 빌어먹을 놈을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곳 사각지대에 놔뒀는데…… 네가 어떻게, 어떻게 접근할…….”

용완청이 싸늘하게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접근할 수 없지. 하지만 외부 사람들도 접근할 수 없는 건 아니잖아!”

몽태는 믿을 수 없는 듯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외부? 네가 외부에서 왔다고? 네가 어떻게 어떤 바둑알이 이위인지 안단 말이냐? 어떻게 정확하게 이위의 위치를 판단한 거야? 나도 그 정도로 정확한 파악은 못 하는데, 너 따위가 어떻게…… 커커컥!”

용완천은 두 바둑알을 쥐고 침착하게 말했다.

“고해가 도와줬지.”

한참 소리치던 몽태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또 고해야? 고해! 넌 도대체 언제까지 나의 계획을 망가트리려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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