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조심성이 없다.
위양이 기침을 하며 몽태를 비웃었다.
“몽태야, 내가 말했지. 넌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고. 너한테 이제 뭐가 남았지? 온갖 계략을 부리며 총명한 척하더니 지금은 어떻게 되었느냐? 모두가 너를 싫어하고 있다. 심지어 너 없이는 못산다고 했던 사랑하는 사람마저도. 넌 완벽한 패배자가 되었어. 이건 다 네가 초래한 결과니라. 하하하하하하, 와하하하!!”
몽태가 위양을 노려보았다.
“빌어먹을 늙은이! 당신도 없잖아!”
이위는 쓴웃음을 지었다.
“허허허, 결국 승자도 없는 싸움이었어.”
그때, 용완청의 근처에서 갑자기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주님, 도와주십시오!”
신기영의 제자들이었다. 그들은 거의 말라가는 이호연을 받들고 결계의 외부에 와 있었다.
이호연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가쁘게 숨을 쉬고 있었다.
용완청의 안색이 굳어졌다.
“이 영주님?”
신기영의 제자가 초조해하며 말했다.
“당주님, 영주님의 힘이 전부 뽑혔습니다. 곧 돌아가실 것 같은데, 얼른, 얼른 저희 영주님을 도와주세요!”
“어떻게? 어떻게 도와줘야 하지?”
용완청이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
“힘을 보충해 주세요. 저희 영주님을 결계 안쪽으로 들여보내 주세요. 황금색 바둑알을 빌려주시면 저희가 영주님에게 힘을 뽑아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지금 영주님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십니다. 얼른요. 저희 영주님은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용완청은 얼굴이 굳어졌다.
“황금색 바둑알을 빌려달라고? 너희들의 힘을 뽑을 수 있게?”
신기영 제자가 재촉했다.
“일부만 뽑는 것입니다. 영주님이 다시 숨을 쉴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얼른 황금색 바둑알 하나만 빌려주십시오! 영주님은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용완청은 미간을 찌푸렸다.
고해가 마지막에 부탁하던 일이 떠올랐다. 분명 이호연을 믿지 말라고 했었다.
자신이 고해의 부탁을 들어주긴 했지만, 하지만…….
용완청은 당황해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신기영 제자가 다시 재촉했다.
“당주님, 제발 저희 영주님을 살려주세요. 영주님이 예전에 당주님을 살려드리지 않았습니까? 영주님이 위급한데 손 놓고 계실 겁니까? 영주님은 당주님의 은인이지 않습니까!”
용완청은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다 드디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황금색 바둑알 하나를 빌려주지!”
손을 내밀자 결계에 깨진 흔적이 나타났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힘들게 숨을 쉬고 있던 이호연이 그 흔적을 향해 화살을 쏴버렸다.
용완청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야?”
멀리에 있는 유년대사가 그 상황을 보고 경악하며 소리쳤다.
“안 돼!”
* * *
몽태는 어이가 없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망쳤다. 온갖 계략을 부렸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는 투명한 대지 속의 용맥을 바라보았다. 용의 머리가 마치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았다.
“하? 하하, 하하하하하!”
그는 바보같이 웃으며 풍령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뼛속까지 사랑하던 풍령인데 죽을 때는 자신을 포기했다.
허탈하게 웃는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었다. 주변의 수련자들이 분노하며 그를 에워쌌다.
“죽여! 몽태를 죽여라!”
사람들은 몽태를 두들겨 팼다. 몽태는 피를 토하며 반항조차 못 했다.
하지만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눈에서는 미친 듯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람들은 분노 속에서 계속 몽태를 가격했다.
“그래도 웃어? 죽어라! 죽어!”
분노가 식지 않은 사람들은 계속 몽태를 두들겨 팼다.
그때 십여 명이 고통스럽게 비명을 내질렀다.
“으악!”
“뭐, 뭐야? 으악!”
몽태를 가격하던 자들이 빠르게 말라가고 있었다.
그들은 곧 모든 힘을 뽑힌 채 시체가 되어 죽어갔다.
주변의 수련자들은 몽태를 피해서 멀리 물러섰다.
웅성웅성!
그들은 몽태가 수련자들의 힘을 뽑은 줄 알았지만, 몽태는 가쁘게 숨만 쉬고 있을 뿐이었다.
“저 사람이야. 이호연, 이호연이야. 그가 바둑을 두는 자가 된 것이야. 으악, 안 돼. 나는 안 돼. 으악!”
비통한 소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들은 황금 갑옷을 입은 이호연이 바위 위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직경 십 장 정도의 결계가 처져 있었고, 결계 밖에서는 신기영 제자들이 축하해 주고 있었다.
충성심으로 가득한 제자들이었지만 이호연은 결코 그들을 결계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멈칫거렸다.
“이럴 수가? 용완청은?”
그들은 근처의 황무지에서 용완청이 가슴팎을 쥐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피를 토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용완청이 눈시울을 붉히며 소리쳤다.
“왜 이러십니까? 영주님, 왜 이러십니까? 제가 바둑알 하나를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요?”
이호연은 손을 휘둘렀고 옆에 있는 몇 사람의 힘을 강제로 뽑아 자신의 몸속에 축적시켰다. 이호연은 창백한 모습으로부터 생기를 찾았다.
그는 용완청을 싸늘하게 쳐다보더니, 더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몽태를 바라보았다.
이호연이 미친 듯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첫 번째 열쇠는 장미다! 네가 죽였지! 두 번째 열쇠는 풍령이다. 그 역시 네가 죽였지! 몽태야, 몽태, 왜 그리도 조심성이 없느냐? 왜 세 번째 열쇠를 남겨뒀어? 하하하하하하하!”
“크크크크, 이호연. 너도 좋은 결과는 없을 거다!”
이호연이 싸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너의 그 표정이 난 너무 좋아. 하하하하. 아까 날 때릴 수 있어서 좋았지? 지금은 어때? 못 하겠어? 죽을 거 같아?”
우르르!
모든 사람의 힘을 빌려 수많은 주먹을 휘둘렀던 몽태. 그의 몸뚱이가 또다시 날아갔다.
“으악!”
푸헉!
피를 토한 몽태는 수많은 주먹에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피투성이가 된 그는 온몸의 뼈가 부서진 것 같았다.
“크커커컥!”
몽태는 피를 토하며 겨우 숨을 내쉬었다.
이호연이 웃으며 손을 휘둘렀다.
“다른 사람들은 죽어도 상관없지만, 네가 죽으면 재미없지. 네가 했던 일, 내가 알려줄게. 넌 항상 무언가를 잃어버려. 그러면 영원히 이길 수 없어. 큰일을 하려면 반드시 뿌리를 뽑을 줄 알아야 해. 이것처럼!”
후!
사람들 속에 있던 이위가 공중으로 들렸다.
위양이 놀라서 소리쳤다.
“큰일이야. 이위를 보호해야 해! 이위를 보호하라! 이위가 죽으면 더는 기회가 없어져!”
이호연이 싸늘하게 말했다.
“썩을 늙은이, 거참 말 많네! 너희들, 같이 죽어버렷!”
후우웅!
이위와 위양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위를 죽이려는 것이냐?”
누군가가 놀라 소리쳤다.
“맞아!”
이호연이 싸늘하게 말하며 황금 장검을 뽑아 들었다.
“베어라!”
황금 검이 이위를 향해 날아갔다.
이위가 소리쳤다.
“안 돼!”
하지만 황금 검에 의해 이위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주변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위양이 놀라 소리쳤다.
“마지막 열쇠다. 마지막 열쇠야! 이호연, 너도 몽태처럼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싶은 것이냐? 모두를 죽일 것이냐?”
우르르!
수많은 힘이 위양의 몸에서 뽑혀 나갔다. 위양은 저항할 수도, 반항할 수도 없었다.
“으아아악!”
고통스런 비명과 함께 위양이 말라 시체가 되어버렸다.
이호연이 강제로 흡수하는 속도는 몽태보다도 빨랐다.
“또 한 명이 죽었어.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말이야! 몽태보다 더 무서워!”
“이호연은 신기영 영주니까 우리를 죽이지는 않을 거야!”
“이 영주님, 저희는 영주님과 원한이 없습니다. 우리 가문 종주의 아들도 당신 신기영 제자입니다!”
수많은 수련자들이 두려움에 떨며 이호연을 바라보았다.
“하하하하!”
이호연은 손을 내밀어 또다시 수많은 수련자의 힘을 신속하게 빨아들였다.
“안 됩니다. 영주님, 살려주세요!”
“몽태보다 더 악랄하구나!”
“살려줘, 으악!”
“안 돼, 나는 안 돼. 으악!”
비명과 악다구니가 계속 울려 퍼졌다.
한편, 유년대사는 착잡한 표정으로 용완청을 부축했다.
“보호결계는 세 개의 열쇠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장미, 풍령, 그리고 이위까지. 세 개의 열쇠가 모두 죽어버렸으니 이호연은 이제 무적이 되어버렸구려.”
하지만 용완청은 유년대사를 뿌리치고 이호연을 향해 달려갔다. 그녀가 눈시울을 붉히며 소리쳤다.
“이호연 님, 왜 이러세요. 이유를 알려주세요!”
이호연은 고개를 돌려 싸늘하게 용완청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리석은 년, 참 순진하구나.”
용완청은 멈칫한 채 이호연을 바라보았다.
“뭐라고요?”
이호연이 오만하게 말했다.
“내가 황금색 바둑알 달랑 하나로 만족할 거 같아? 황금색 바둑알 하나로는 도저히 나의 봉인을 해제할 수 없고, 죽은 바둑판을 해제할 수 없는데 어쩌겠어. 치료? 참 순진하네. 내가 원하는 것은 밑에 있는 관기 노인의 전승이고, 밑에 있는 대지용맥이야!”
용완청이 소리쳤다.
“저를 속인 겁니까? 왜 저를 속인 겁니까? 약속하셨잖아요. 안 속이기로. 심지어 저의 생명까지 구해준 분이 왜 저를 속인 겁니까!”
이호연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하, 네가 순진하다고 했잖아. 왜 이렇게 안 믿는 거냐. 누가 널 구해줬다고? 아, 맞다. 그때는 연기 중이었어. 내가 널 구해준 줄 알고 있었던 거구나. 하긴 예전부터 넌 속이기가 무척 쉬웠지!”
용완청은 온몸이 굳어 버렸다.
“뭐라고요?”
이호연이 싸늘하게 말했다.
“이젠 알려줘도 상관없겠지. 별거 아니야. 오늘부로 너희들 아무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 거야. 물론 너도 포함해서, 용완청!”
“감히! 이호연, 네가 감히……!”
용완청이 소리쳤다. 그녀는 충혈된 눈으로 이호연을 노려보았다.
이호연이 비웃으며 말했다.
“너의 사촌 언니가 왜 그때 너를 절벽으로 밀어버리려고 했는지 알아? 그때 그 표정 기억나?”
용완청은 그 당시를 떠올렸다.
“그녀는 내가 그녀의 어머니를 모욕했다고 했어요. 하지만 난 아니에요. 난……!”
용완청의 안색이 급변했다.
“당신이군요. 당신이 사촌 언니한테 제가 모욕했다고 속인 거군요. 그래서 그녀가 그렇게 화냈던 거고, 내가 인정하지 않으니까 날 절벽으로 밀어버리려고 했던 거군요.”
이호연이 싸늘하게 웃었다. 하지만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용완청은 후회가 밀려왔다.
“이호연, 나도 눈이 멀었나 봅니다. 어떻게 당신을 믿을 생각을 했을까요? 당신이 했던 모든 짓이 단지 저를 이용하기 위해서였습니까?”
이호연이 싸늘하게 말했다.
“됐다. 용완청, 그만 닥치고 인용옥을 나한테 넘겨라!”
용완청은 뼛속부터 원망이 차올랐다.
“하하하하, 나를 이용해서 용맥을 얻으려는 건가요? 저의 인용옥이 갖고 싶어요? 어림도 없어요. 당신한테는 절대 안 줄 거니까!”
이호연이 싸늘하게 말했다.
“넌 주게 되어 있어. 안 그래, 유년대사?”
그가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우르르!
유년대사의 힘이 강제로 뽑혔다.
“으악!”
유년대사는 고통스럽게 외치며 손에 있던 염주를 날렸다.
“구성 염주!”
우르르!
두 줄로 된 구성 염주가 이호연을 향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