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고해의 압박
쿵, 쿵, 쿵!
구성염주가 결계를 두들겼다.
하지만 아쉽게도 결계가 너무 강력해서 구성 염주로는 깰 수가 없었다.
우르르!
대신 수많은 주먹이 유년대사를 강타했다.
유년대사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크억!”
유년대사는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이호연이 흉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용완청, 인용옥을 넘겨주지 않으면 유년대사는 죽게 될 것이야. 하하하!”
용완청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손을 내밀었다.
“여기 있어요!”
인용옥이 이호연을 향해 날아갔다.
이호연은 손을 내밀어 빨아들였다.
그는 인용옥을 손에 잡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인용옥이야. 하하!”
용완청은 원망하며 초조하게 말했다.
“인용옥을 드렸으니 대사님은 놓아주세요!”
이호연은 싸늘하게 웃었다.
“내가 유년대사를 놓아준다고 했던가?”
용완청은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어떻게 저럴 수가? 이호연이 저렇게 나쁜 사람이었어?
고해가 그토록 조심하라고 했는데, 저번에는 심지어 내 목에 칼까지 겨누며 조심하라고 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지? 왜 이렇게 바보 같은 거야?
순간 용완청은 자신이 얼마나 우습고 바보 같은지 깨닫고는 몸이 축 늘어졌다.
이호연이 그녀를 비웃었다.
“흥, 나는 유년대사뿐만 아니라 너도 놓아줄 생각이 없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우르르!
순간 엄청난 힘이 용완청의 모든 힘을 빨아버리려고 했다.
용완청이 울며 소리쳤다.
“이호연, 죽일 놈! 나의 외조부가 널 가만히 안 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천진난만함을 후회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까지 이호연을 믿었는지 후회하고 있었다.
이호연이 순간 망설이더니 동작을 멈추었다.
“너의 외조부가 어떻게 내가 널 죽였다는 걸 알 수 있지? 하하하, 응?”
그는 더 이상 용완청과 유년대사의 힘을 빨아들이지 않았다.
이호연의 안색이 굳어졌다.
“잠깐만, 고해가 널 이위 근처로 보내줬다고 했지? 그럼 밖에서도 내부가 보인다는 건가? 그럴 리가, 어떻게 보이는 거지?”
유년대사가 피를 토하며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커컥, 이호연. 드디어 무서워진 것이냐? 네가 용완청을 죽인다면 외부의 사람들이 모두 보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용완청의 외조부는 무조건 너를 죽이겠지. 하하하하하!”
이호연이 싸늘하게 말했다.
“아닌데. 용완청, 얼른 말해. 아니면 지금 유년대사를 죽여 버릴 거야!”
우르르!
그가 유년대사의 힘을 뽑아내자, 유년대사의 몸이 점점 허약해져 갔다.
용완청은 슬프고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말할게. 유년대사를 놔줘!”
이호연이 소리쳤다.
“얼른!”
용완청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외부에서는 모든 사람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바둑을 두는 사람의 주변만 보여. 네가 황금색 바둑알을 잡고 있으니 뭘 하든 외부에서는 다 볼 수 있어!”
이호연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거구나, 그런 거였어!”
“제발 유년대사를 놔줘!”
용완청이 다시 사정했지만, 이호연은 고개를 저었다.
“넌 살려주마. 넌 안 죽일 거다, 용완청. 하지만 유년대사는 무조건 죽일 거다. 여기에 갇혀 있어서 그렇지, 살아 있으면 내가 위험해져. 그러니 유년대사는 죽어야 해. 너만 놔주마!”
“그게 무슨……?”
“깨끗하게 뽑아줄게, 유년대사!”
우르르!
강력한 힘이 유년대사의 기를 빨아들였다.
용완청이 이호연을 향해 달려들었다.
“안 돼, 이호연!”
“흥! 널 죽이진 않겠지만, 그렇다 해서 함부로 내버려 둘 생각은 없다!”
이호연의 주먹이 그녀를 향해 날아갔다.
용완청은 그의 주먹에 맞아서 허공을 날아갔다.
허공을 날아가며 용완청은 원망의 눈물을 흘렸다.
“고해, 미안해. 당신 말을 들었어야 하는 건데…… 내가 큰 잘못을 했어. 쿨룩!”
용완청의 부하들은 강제로 힘을 뽑히고 있는 상태에서 절망스럽게 외쳤다.
“당주님!”
용완청은 인사불성이 되었다.
그렇게 용완청이 바닥에 떨어지려는 순간, 누군가가 두 팔을 내밀어서 그녀를 받았다.
“응?”
주변의 수련자은 눈을 부릅뜨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용완청을 부축한 남자를 보고 모든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수련자들을 마치 생명의 뿌리라도 본 듯 흥분해 있었다.
“아니, 저 사람은……!”
겨우 정신을 차린 용완청은 자신을 안고 있는 남자를 믿기 힘든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고, 고해?”
고해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주님,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으십니까?”
고해의 상냥한 웃음은 마치 용완청의 모든 원한을 없애주는 것 같았다.
감정이 폭발한 용완청은 서글프게 울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강물처럼 흘러내렸다.
“고해, 미안해. 당신 말을 안 들었어!”
이호연은 눈을 부릅떴다.
“고해?”
유년대사의 힘을 뽑던 행동도 멈췄다.
예전이었으면 고해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호연도 고해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선천잔국계에서부터 구오도까지, 모든 것이 관기 노인의 바둑판이고, 모든 것이 바둑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고해의 바둑 실력이 뛰어난 것은 증명이 된 터였다. 절대 얕보아서는 안 되었다.
죽은 바둑판일지라도 그전에는 몽태가 조종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해가 용완청과 두 부하를 투입해서 세 개의 바둑알로 역전승을 거두었고, 몽태를 나락으로 빠뜨리지 않았는가 말이다.
거의 죽어가던 몽태도 고해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미친 사람처럼 반응했다.
“하, 하하하, 고해? 고해?”
몽태는 예전부터 고해를 얕보지 않았다. 대적에 임하는 태도로 고해를 대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방어해도 매번 고해가 가볍게 바둑을 두는 것 같은데도 자신이 패배했다.
몽태는 그와 경쟁할 생각이 없었다.
온갖 계략을 다 세워도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 고해였다.
하늘은 나를 낳았으면서 왜 또 고해를 낳았단 말인가.
그저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수련자들도 고해가 온 것을 보고 희망을 품었다.
“고 선생님, 살려주십시오!”
“고 선생님이라면 이 바둑판을 풀 수 있을 겁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고 선생님, 이호연 저 악마를 조심하십시오!”
그들은 구오도에 온 목적이 백반도를 뺏는 것이라는 것조차 잊었다.
이제 그들의 소원은 살아서 이곳을 나가는 것이었다.
고해가 고개를 돌려 유년대사를 바라보았다.
“대사님, 괜찮으십니까?”
피투성이가 된 유년대사는 입 안의 피를 뱉으며 웃었다.
“퉤! 아직 안 죽었네. 하하하!”
용완청이 울며 말했다.
“고해, 미안해. 내가 일을 모두 망쳐버렸어!”
고해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용완청을 내려놓았다.
“이제 됐습니다. 제가 왔으니까요.”
세 명의 부하가 달려왔다.
“당주님!”
눈물을 흘리고 나니 용완청도 한결 후련해졌다.
그는 천천히 눈물을 닦고 고해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원망하지 않는 고해가 고마웠다.
고해가 말했다.
“잠시 대사님한테 가 계세요. 대사님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줄 겁니다.”
용완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용완청에게서 돌아선 고해는 이호연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신기영주님, 당신도 바둑을 두는 자가 되었군요. 이번 기회에 한번 붙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호연은 고해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흥, 너 따위가? 바둑 실력이 뛰어나면 뭐 해? 넌 그저 하나의 바둑알에 불과해. 모두 일어나라!”
“으악!”
주변의 수많은 수련자가 몸을 꿈틀거렸다. 그들은 이호연에게 인형처럼 조종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해만은 가만히 서 있었다.
이호연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야?”
이호연이 황금색 바둑알을 조종한 것은 고해와의 연결줄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걸 알아야 고해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고해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듯했다. 심지어 이호연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고해가 웃으며 말했다.
“이 영주, 재밌습니까? 더 놀 수 있게 제가 기다려드릴까요?”
이호연은 안색이 급변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왜 내 조종에 움직이지 않는 거지? 네가 백돌도 아니고 흑돌도 아니라면?”
고해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눈치챘습니까? 제가 이 바둑판에 당신의 바둑알이 되려고 들어왔겠습니까? 그럼 맞서 싸울 수가 없지 않습니까?”
이호연이 싸늘하게 말했다.
“흥, 백돌도 아니고 흑돌도 아니면 뭐 어때? 그래 봤자 넌 평생 바둑알이야!”
이호연은 고해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그의 주먹에는 육만 명 수련자의 힘이 실려 있었다.
콰르르릉!
육만 개의 주먹이 나타나서 고해를 향해 돌격했다.
그 광경을 본 수련자들은 탄식하며 눈을 감았다.
고해가 아무리 바둑 실력이 뛰어난들 현실적으로 선천경에 불과하지 않은가. 어떻게 저 공격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한창 걸어가던 용완청이 순간 기겁하며 소리쳤다.
“안 돼!”
쿠구구구구궁.
굉음이 연이어 울리면서 육만 개의 주먹이 그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심에 서 있는 고해는 여전한 자세로 한 걸음, 한 걸음 이호연을 향해 다가갔다.
이호연의 안색이 굳어졌다.
“뭐, 뭐야?”
유년대사도 견뎌내지 못한 충격을 고해가 어떻게?
수련자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해의 주위에는 보호막이 처져 있었고 직경은 십 장 정도였다.
누군가가 놀라서 소리쳤다.
“결계다! 보호결계야!”
황금색 바둑알 두 개 모두 이호연의 손에 있지 않았던가?
이호연은 유일하게 바둑을 두는 자인데, 고해가 어떻게 보호결계를 펼칠 수 있는 거지?
“고 선생님도 바둑을 두는 자이다!”
“좋아, 고 선생님도 황금색 바둑알이야!”
수련자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호연은 자신의 손에 쥐여 있는 두 개의 황금색 바둑알을 보며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 너한테 황금색 바둑알이 있는 것이냐? 네가 어떻게 바둑을 두는 자가 된 것이냐? 백돌과 흑돌은 모두 내가 장악하고 있는데!”
이호연은 잠깐 멈칫거리다 안색이 굳어졌다.
“투명 바둑알? 네가 투명 바둑알을 장악한 것이냐? 하지만 투명 바둑알은 분명 위양이 망가뜨렸는데? 이미 깨졌는데?”
고해가 웃으며 말했다.
“바둑판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사라집니까?”
안색이 굳어진 이호연의 눈빛이 더욱 흉악해졌다.
자신이 유일하게 바둑을 두는 자가 아니었다.
고해도 있었다.
고해와 겨루어서 이겨야만 유일하게 바둑을 두는 자가 될 수 있다.
* * *
죽은 바둑판 외부의 거대한 목단꽃 위.
이호연이 바둑을 두는 자가 되면서 그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외부에 있던 수련자들은 한바탕 시끌벅적해졌다.
아무도 이호연이 이 정도로 독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용완청을 속인 것도 모자라 모든 사람을 죽이려 하다니.
고작 관기 노인의 전승 때문에.
“이호연은 진짜 지독한 사람이야. 오래전부터 용완청을 속이고 있었어!”
“대지용맥을 얻기 위해 못 하는 일이 없구나!”
“죽고 싶어서 환장했군. 용완청을 죽이면 그의 외조부가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지금은 비록 손을 거두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
“봐봐, 고해도 바둑을 두는 자가 되었는데?”
“고해와 이호연이 맞붙었어. 고해 역시 지독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삼만여 명의 요괴를 전부 죽여 버렸으니 둘 다 지독한 놈들이야!”
“고해는 이호연보다 낫지. 그나마 요괴를 죽였으니까. 요괴들이 밖으로 나오면 사람을 잡아먹을 거잖아. 고해는 악마를 제거했던 거야!”
“저것 봐, 둘이 싸울 거 같아. 이호연이 또 모든 사람의 힘을 조종하고 있어!”
“고해도 바둑을 두는 사람이고 보호결계가 있으니 막지 않을까?”
수많은 수련자는 눈을 부릅떴다.
죽은 바둑판 내부의 상황은 보고 있는 수련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