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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53화 (136/243)

153화 이호연의 죽음

고해는 바둑판에서 흑돌도 아니고 백돌도 아니고, 그렇다고 투명한 바둑돌로 아닌 미생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어떻게 들어왔지?’

그때 미생인이 손을 휘저었다.

위이잉!

순간 세찬 바람이 일더니 천천히 연두색 그림자가 나타났다.

연두색 그림자는 색이 점점 더 짙어지면서 여자의 모습으로 변했다.

용완청이 화들짝 놀라서 말했다.

“녹 이모? 맞죠? 녹 이모 맞죠?”

유년대사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영혼 아닙니까? 저승으로 간 지혼을 어디에서 찾으셨습니까?”

용완청이 다급하게 말했다.

“영혼? 이게 녹 이모의 영혼이라고요? 녹 이모! 저를 알아보시겠어요? 저 용완청이에요!”

영혼은 용완청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예쁜 아가씨, 언제 이렇게 컸어?”

용완청이 멋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녹 이모, 저 벌써 서른 살이에요. 제가 이모의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미…….”

영혼이 흐느끼면서 말했다.

“이십 년이나 지났어? 호호호, 정말 악몽과도 같구나. 당주님의 복수를 못 하는 줄 알았어. 그런데…… 그런데 아직 기회가 있다니. 흑흑, 당주가 너무 처참하게 죽었어. 흑흑!”

용완청이 다급하게 물었다.

“이모, 누가 우리 어머니를 죽였어요? 말해주세요, 이모!”

영혼이 원망의 눈빛으로 이호연을 가리키며 말했다.

“누구냐고? 누구냐고? 당주를 죽인 건 바로 저기 저놈! 당주께 온갖 정성을 다하던 이호연! 이호연이 당주를 죽였어!”

용완청의 표정이 변했다.

“네?”

옆에 있던 고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유년대사가 말했다.

“아니…… 어떻게 이호연이?”

영혼이 유년대사를 보면서 말했다.

“유년 선생, 왜 집을 나오셨습니까?”

유년대사는 고개를 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혼이 이호연을 째려보며 말했다.

“혹시 당주님 때문입니까? 유년 선생이 일편단심 당주님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당주가 죽어서 선생의 마음도 시들어버렸지요? 제가 당주님의 시녀를 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 당주님 옆에는 이호연이 있었지요! 저 미친 이호연이 우리를 죽여버렸단 말입니다.”

용완청의 안색이 굳어졌다.

“저도 이호연의 손에 죽었습니다. 죽기 전에 저놈이 당주님을 죽이는 걸 봤단 말입니다. 이호연이 당주님을 습격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예도 죽기 전에 이호연이 비밀을 지키려고 사람을 죽인다고 했었다.

고해도 이호연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내가 이호연을 믿고 있었다니! 세상에!

용완청은 미안한 눈빛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고해는 눈앞에 있는 미생인을 보고 있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미생인과 유년대사 표정이 저럴 수는 없다.

이호연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나 아니야! 난 죽이지 않았다고! 켁켁켁! 나 아니야!”

영혼이 말했다.

“바로 너야! 이호연! 내가 두 눈으로 직접 봤다고! 그리고 정예! 정예도 봤어! 정예는 어디 갔어?”

용완청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정말로 이호연의 짓이라고?”

유년대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닐 겁니다. 만약 이호연이 범인이라면 용완청의 외할아버지께서 바로 찾아내셨겠지요!”

이호연이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아니야. 나 아니라고……. 난 죽이지 않았어!”

영혼이 비통한 표정으로 이호연을 보며 말했다.

“내가 직접 봤어! 바로 너야!”

미생인이 천천히 이호연 앞으로 다가오자, 고해는 결계를 풀어서 미생인을 들어오게 했다.

미생인이 덤덤하게 말했다.

“이호연, 이신기의 조카지? 그해 이신기가 신기영을 세우고 너한테 넘긴 건가? 이신기도 나름 대단한 사람이었는데, 어찌 이렇게 멍청한 조카가 있을 수 있지?”

이호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했다.

“예? 우리 삼촌을 아십니까?”

미생인이 말했다.

“일품당 전 당주 용효월을 네가 죽였어? 그런 거야? 맞아?”

미생인의 소리를 들은 주변 사람들은 벌벌 떨었다. 목소리에 마치 저주라도 실린 것 같았다.

이호연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말했다.

“저는 죽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용효월을 따라다닌 건 맞지만, 용효월이 저를 거절했지요. 그렇지만 저는 죽이지 않았습니다.”

윙!

순간, 멍하니 있던 고해는 급히 정신을 차렸다.

어떤 힘이 머릿속으로 들어가서 정신을 잃을 뻔했다. 하지만 미심 공간에 있는 흑돌이 움직이면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영혼이 다급하게 말했다.

“바로 이호연입니다. 제가 저의 지혼을 걸고 보장합니다. 제가 제 눈으로 봤습니다!”

이호연이 화를 내며 말했다.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우리 삼촌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미생인이 덤덤하게 말했다.

“이신기? 하하! 만약 네가 용효월을 죽였다면, 너의 삼촌이라도 용효월의 아버지와 싸울 수 없을 거다.”

이호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용완청 외할아버지의 능력은 대단했다. 이호연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삼촌이라고 할지라도 용완청 외할아버지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미생인이 의아한 듯 이호연을 보면서 말했다.

“나도 좀 그래. 신기주도 못 하는 일을 이호연이 했다고? 멸족이 두렵지도 않았어?”

유년대사도 의아해했다.

“그렇지요. 만약 이호연의 짓이라면 이미 찾아냈겠지요.”

영혼이 이호연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본 사람은 이호연이 맞아요!”

이호연이 다급하게 말했다.

“모함하지 마! 난 용효월을 죽이지 않았어!”

미생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지, 혹시……!”

유년대사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듯 눈을 끔뻑거렸다.

유년대사가 이어서 말했다.

“기억 삭제? 이호연이 그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을 수도 있겠네요. 그 기억이 없으니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르지요.”

용완청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기억을 삭제했다고? 만약 기억을 삭제했다면 삼혼이 다칠 수도 있잖아요?”

미생인이 손을 뻗어 이호연을 잡으면서 말했다.

“너의 삼혼을 보여줘 봐. 만약 파괴된 흔적이 있다면 그건 기억을 삭제했다는 증거야.”

이호연이 소리쳤다.

“아악! 안 돼!”

미생인이 이호연의 머리를 잡으려는 순간!

윙!

이호연의 미심에서 황금빛이 나오더니 이호연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아악!”

미생인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뭐야?

쾅!

순간, 이호연의 머리가 폭발하더니, 이내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슈웅!

세찬 바람이 불면서 이호연의 머리도 없어졌다.

유년대사는 굳은 표정으로 염주 아홉 알을 꺼냈다.

“누구야?”

아홉 염주가 청색 빛을 비추자 바람이 잦아들기 시작했고,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라졌다.

미생인이 손을 뻗어 뭔가를 잡았다.

위잉!

녹색의 투명한 연기를 잡은 것 같았다.

유년대사가 놀라서 말했다.

“이건?”

미생인이 말했다.

“이호연의 삼혼이 전부 파괴되었어.”

용완청이 놀라서 말했다.

“이호연이 자살했습니까?”

유년대사가 말했다.

“자살이 아니라 비밀을 지키려고 죽인 겁니다!”

유년대사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도대체 누구죠? 누가 감히 우리의 눈을 피해 이호연의 삼혼을 파괴했을까요?”

미생인이 조용히 말했다.

“아마 이호연의 삼혼에 자국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저 먼 곳에서 어떤 기관을 발동하여 이호연의 삼혼을 폭발해 버렸을 수도 있지.”

영혼이 울면서 말했다.

“이호연이 죽었어! 당주! 이제 편하게 쉬십시오! 이호연이 드디어 죽었습니다. 흑흑흑!”

미생인이 덤덤하게 말했다.

“이번에 고마웠네. 내가 저승에 데려다주지.”

영혼이 울면서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미생인이 손을 휙 저었다.

윙!

영혼이 사람들 앞에서 사라졌다. 남은 수련자들은 그 광경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용완청은 이호연의 시체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우리 엄마 복수가 이대로 끝난 건가?”

옆에 있던 고해가 말했다.

“허허! 전 당주님의 복수는 지금부터 시작일 겁니다.”

용완청은 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고해를 믿기 시작했다.

그녀가 고해를 보면서 말했다.

“너의 말뜻은…?”

고해가 유년대사를 보면서 말했다.

“이호연은 하나의 도구에 불과했을 겁니다. 대사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유년대사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이호연의 몸에 달라붙어 정신과 혼을 조종했을 수 있네. 이호연의 몸을 빌려 효월을 죽였을 가능성이 충분하지.”

용완청이 물었다.

“누가…… 누가 이호연의 몸에 들어갔을까요?”

유년대사가 말했다.

“당연히 보이지 않는 손이지요. 이호연보다 훨씬 막강한 힘을 가진 자. 어쩌면 지금쯤 개천궁에 있겠네요.”

용완청이 놀라서 말했다.

“개천궁의 능력자?”

미생인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실마리가 전부 끊어졌어. 그 보이지 않는 손은 엄청 치밀한 사람이야. 이호연의 부체가 되고 삼혼까지 쥐고 흔들었어. 보통이 아니야.”

사람들은 이호연의 시체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범인을 찾긴 했으나, 범인의 뒤에는 더 강력한 배후가 있었다.

용완청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엄마의 복수가 왜 이렇게도 복잡하지?”

유년대사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미생인이 조용히 말했다.

“너의 외할아버지까지 속일 수 있다는 건, 엄청 까다로운 놈이란 말이다. 그러나 그게 누구든 반드시 효월의 복수를 하고 말 것이다.”

용완청이 말했다.

“이호연의 시체는 어떡하지요?”

바로 그때, 살아남은 신기영 제자들이 달려왔다. 그들은 용완청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용 당주님, 선생님, 영주님의 시체는 그대로 남겨주십시오! 영주님이 죽었으니 모든 원한도 폴리지 않으셨습니까?”

주변의 수련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그들은 아직도 화가 가시지 않았다.

“저놈들을 죽이자!”

그러나 소리만 지를 뿐, 달려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살아남은 신기영 제자들은 백 명도 안 되었다. 몸에 수많은 상처가 난 그들은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

용완청의 표정이 굳어졌다.

유년대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됐다! 시체는 너희가 가져가거라. 그러나 반드시 이신기한테 보이지 않은 손이 이호연을 죽였다고 말해야 한다.”

신기영 제자들이 끊임없이 절을 하며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유년대사님,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이신기?

수련자들도 많이 들어 본 이름이었다. 이호연까지 죽은 마당에 불똥이 자신들한테 튈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수련자들이 뒤로 물러섰다.

한 무리의 신기영 제자들이 거목으로 관을 하나 만들었다. 이들은 머리 없는 이호연의 시체를 관에 넣고, 백골만 남은 양팔도 함께 관 안에 넣었다.

이호연을 관에 넣은 신기영 제자들은 유년대사와 고해를 보며 인사하고 천천히 물러섰다.

용완청이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마리가 끊겼으니 이제 어떻게 찾지?”

고해가 말했다.

“당주님. 정예가 죽은 후, 정예 영패에서 편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편지를 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호연의 물건에도 단서가 있을 수 있으니 봐야겠습니다.”

고해는 말을 마치고 정예의 영패에 있던 편지를 건넸다. 그는 지금까지도 편지를 보지 않은 채 보관만 하고 있었다.

유년대사가 편지를 받았다.

이호연이 죽었기에 팔찌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고해는 곧바로 팔찌의 속을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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