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화 사람들이 대진을 나오다
먼저 신기영의 비주가 보였다.
이어서 수십만 개의 상품 영석이 있었고, 나머지는 전부 사소한 물건이었다.
단약, 공법 비밀 서적, 황금 화살, 황금 날검과 인용옥 등.
후!
고해는 손을 뻗어 인용옥을 꺼냈다. 이어서 그 안에 있던 편지도 꺼냈다.
고해는 열어보지 않고 편지를 곧바로 유년대사한테 건넸다.
그리고 인용옥은 용완청에게 건넸다.
“당주님, 여기 인용옥입니다.”
용완청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 엄마가 이 용맥 때문에 목숨을 잃었어. 인용옥? 용맥? 나는 가지고 있어도 쓸모없어. 네가 가지고 있다가 용맥을 얻어.”
고해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해는 이호연의 다른 물건들은 꺼내지 않고 자신이 간직했다.
유년대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지, 이 편지는?”
용완청이 고개를 유년대사 쪽으로 돌렸다.
“왜요?”
“이호연의 이 열 통의 편지 중 아홉 통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한 통이 문제인데, 아무 표지도 없이 한 구절만 있군요? 좀 이상합니다.”
고해는 알고 싶지 않다는 듯 한쪽으로 물러섰다.
유년대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고 타주, 피하지 않아도 되네. 자네도 이제 우리와 같은 배를 타지 않았나? 당당하게 봐도 되네.”
고해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용완청이 편지를 읽었다.
“이호연, 이번에 용완청이 반드시 대지용맥을 꺼낼 것이다.”
정말로 괴상한 편지였다.
용완청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호연이 외할아버지께 나를 보호하겠다고 한 이유가 이 편지 때문이야? 이게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손인가? 설마 나도 아는 사람일까?”
고해가 물어보았다.
“글씨체는요?”
유년대사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 보는 글씨체네. 글씨가 아무런 흔들림도 없어. 마치 대필이라도 한 것처럼 평온하군.”
고해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 사람, 일 처리는 정말 깔끔하게 하는군요.”
용완청이 유년대사를 보면서 물었다.
“정예의 그 편지는?”
유년대사는 조심스럽게 그 편지를 열었다. 그러고는 찌푸린 표정으로 말했다.
“똑같습니다. 글씨체까지 똑같군요. 일절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용완청이 편지를 읽었다.
“정예, 이호연을 도와서 일을 어지럽혀라!”
편지를 본 사람들은 침묵했다.
미생인이 조용히 말했다.
“정예는 알 수도 있겠군. 정예 시체는 어디 있는가?”
고해가 손에 황금 바둑돌을 잡고 말했다.
“고진, 미생인 님과 함께 정예의 무덤으로 가라!”
밖에서 고진의 대답 소리가 들렸다.
“예! 의부!”
고해는 고진을 볼 수 없었지만, 밖에 있는 사람들은 고해를 볼 수 있었다.
미생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죽은 바둑돌 바둑판을 나갔다.
많은 사람이 신기한 듯 말했다.
“아니 저 사람은 어떻게 나올 수 있지?”
고해가 유년대사를 보면서 말했다.
“미생인 님은 왜 바둑 분신이 없는 거지요?”
유년대사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왜냐하면 미생인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어찌 분신을 만들 수 있겠는가?”
고해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미생인 님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라고요? 존재하지 않는 사람?”
유년대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자네도 나중에 알게 될 걸세. 하아…….”
그때 용완청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보이지 않는 손이 먼지 하나 남기지 않았는데 단서를 어떻게 찾지?”
유년대사도 미간을 찌푸렸다.
고해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혹시……!”
유년대사가 그를 바라보았다.
“혹시, 뭔가?”
“이 편지 용지의 재질을 알아보면 되지 않을까요? 이 용지를 생산하는 곳을 찾으면 위치 정도는 알 수 있겠지요. 글씨체는 찾기 힘들어도 이 먹을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해봐야 알겠지만, 뭐든 일단 해보지요.”
유년대사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렇군! 고맙네, 고 타주!”
종이는 생산하는 곳마다 목재든 뭐든 다른 재료가 들어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종이에 미세한 차이가 생긴다.
먹 역시 마찬가지다.
“고 선생, 이 바둑판을 열어주면 안 됩니까? 저희를 풀어주십시오!”
“예, 고 선생, 여기에 한시도 있고 싶지 않습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비록 이호연을 이겼지만, 몽태나 이호연처럼 미쳐버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다.
“여러분, 나가고 싶습니까?”
모두가 머리를 끄덕거렸다.
“네!”
“그럼 대진 밖으로 보낼 테니 모두 조심하십시오!”
모두가 싱글벙글 밝게 웃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고 선생!”
고해가 말했다.
“별말씀을요! 지금까지 세 가지 유형의 바둑을 둔 사람이 접니다. 저는 수시로 이 죽은 바둑돌 바둑판을 열 수 있습니다!”
고해가 손을 휙 저었다.
쿠구궁!
세찬 바람에 용완청과 유년대사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악!”
모두가 소리를 지르면서 하늘로 올라갔다.
그들은 어떤 힘이 자신들을 밀어버리는 것을 느꼈다. 하늘로 올라간 그들은 순식간에 구름을 뚫고 나갔다.
모든 사람이 죽은 바둑판에서 나왔다.
“아악! 떨어진다. 떨어져!”
“하하하! 나왔어! 드디어 나왔어!”
“감사합니다. 고 선생!”
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외부의 공기를 마시고 상쾌한 표정을 지었다.
쿵!
모두가 바닥에 떨어졌다. 다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바둑판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들은 거대한 목단꽃에서 점점 멀어졌다.
용완청과 세 하인은 유년대사를 부축하고 한 산봉우리에 도착했다.
용완청이 말했다.
“모두가 빠져나오니 바둑돌도 흩어지는구나. 응? 아직 두 알이 남았네?”
한 하인이 궁금한 듯 말했다.
“저 황금 바둑돌이 고해 맞지? 그럼 저 흑돌은…?
모두가 바둑 세계를 빠져나왔지만, 아직 고해와 다른 한 사람이 남아 있었다.
고해는 힘없이 축 처져 있는 한 남자 앞으로 다가갔다.
그 남자가 입에 피를 머금고 말했다.
“컥컥컥! 고해, 나를 죽이러 왔나?”
고해는 몽태를 바라보았다.
“몽태.”
몽태가 씁쓸하게 웃었다.
“나만 남겨두다니……. 하하하! 죽이려거든 어서 죽이게!”
고해가 웃으면서 말했다.
“훗! 몽 타주의 만행을 보고 정말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 인간 말입니다.”
몽태가 차갑게 말했다.
“난 원래 그런 사람이야. 바뀌지 않아.”
퍽!
고해가 손으로 몽태의 머리를 힘껏 쳤다.
몽태의 눈이 떨리더니 곧바로 쓰러졌다.
고해는 관 하나를 꺼내 몽태를 넣은 후, 관을 덮고 손을 휙 저었다.
슥!
순간 관이 죽은 바둑판을 떠나 살아 있는 바둑판으로 향했다.
고해는 황금 바둑알을 만지다가 고진을 보면서 말했다.
“고진, 그 관을 지키고 있거라!”
밖에 있던 고진이 대답했다.
“네!”
* * *
고해는 인용옥을 왼손에 잡고 싸늘한 눈빛으로 대지용맥을 내려다보았다.
예전에 용완청이 자신한테 인용옥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려준 적이 있었다.
그는 골도와 혈도를 넣어두고, 오른손에 황금 바둑돌을 잡고 냉랭하게 말했다.
“죽은 바둑돌의 바둑판. 정말 거칠구나!”
착!
순간, 고해는 황금 바둑돌 두 알을 깨버렸다. 밖에 있던 수련자들이 갑자기 깜짝 놀랐다.
“고 선생이 황금 바둑돌을 깨버렸어?”
“저기 봐! 바둑판에도 금이 갔어!”
“저 바둑판도 깨지는 건가?”
“저 황금 바둑돌을 깨버리면 바둑판도 터지는 거야? 그럼 몽태와 이호연이 그렇게 싸운 이유가 무색해지잖아!”
밖에 있던 수련자들은 미세하게 움직이는 거대한 목단을 지켜보았다.
용완청의 하인이 말했다.
“대사님, 저 황금 바둑돌만 깨버리면 되는 겁니까?”
유년대사가 설명했다.
“아니다. 저 바둑판에는 단 한 명의 승자밖에 없다. 바로 마지막까지 남은 돌이 승리한 거지. 황금 바둑돌 두 알이 깨졌으니 이제 하나만 남았나?”
용완청이 말했다.
“고해의 분신, 저 황금 바둑돌?”
유년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바로 고해입니다. 고해가 이겼습니다. 그래서 저 바둑판도 열리는 것이지요.”
바둑판 세계의 산과 하천, 온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고해는 왼손에 인용옥을, 오른손에는 혈도를 잡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점점 더 많은 금이 가는 대지를 바라보았다.
스스스스스!
마치 거미줄처럼 빠르게 금이 갔다.
대지용맥이 천천히 움직이면서 포효했다.
우르릉!
대지가 곧 깨질 지경이었다.
관기 노인이 남겨둔 팔색 목단이 조금씩 움직이더니 이내 고해를 향해 나아갔다.
고해는 냉랭한 눈빛으로 손에 들고 있던 도를 휘둘렀다.
“뭐야! 고해가 관기 노인이 남겨놓은 걸 깨버리는 거야?”
“설마! 저건 관기 노인이 남겨놓은 거라고!!”
“안 돼! 고 선생! 차라리 나를 줘요!”
“안 됩니다. 고 선생! 안 됩니다!”
수련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해를 보고 있었다.
고해는 흉악한 표정을 지었고, 눈빛에서는 굳센 의지가 보였다.
용완청과 유년대사도 고해가 이렇게 독할 줄은 몰랐던 모양인 듯 입을 쩍 벌렸다.
가까운 곳에 있던 고진이 이을 악물고 손을 뻗어 살아 있는 바둑돌을 바둑판에 올렸다.
그는 기억을 더듬으며 고해가 올렸던 위치를 떠올렸다.
착!
고진이 바둑판 위에 바둑돌을 올렸다.
맞은편에 있던 관기 노인의 꼭두각시가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펑!
관기 노인의 꼭두각시가 연기로 되어 하늘에서 흩어졌다.
쿵!
고해가 칼을 휘두르자, 눈앞에 있는 팔색 목단이 곧 깨질 것 같았다.
팔색 목단이 괴상하게 움직이더니 혈도를 피해 고진을 향해 날아갔다.
고해가 화들짝 놀라면서 고개를 돌렸다.
“뭐야?”
윙!
팔색 목단이 고진의 미심에 달라붙더니 순식간에 미심을 파고 들어갔다.
후!
순간, 여기저기서 수많은 구름이 모이더니 순식간에 고진을 향해 다가왔다.
구름이 점점 고진의 몸을 올리더니 곧바로 하늘로 솟구쳤다.
“대공자님!”
한 무리의 부하들이 걱정 가득한 소리로 외쳤다.
“젠장!”
고해가 분노한 채 소리쳤다.
밑에 있던 대지용맥의 힘이 풀리면서 울부짖었다.
으르렁!
주변의 대지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거대한 목단도 터져버렸다.
고해의 부하들도 관을 들고 빠르게 도망쳤다.
“으악! 지진이다! 얼른 물러서!”
“용맥이 나온다! 얼른 도망쳐!”
“안 돼! 봉인이 해제되었어! 용맥이 분노한다고!”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이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산봉우리들이 무너지고, 새로운 산봉우리들이 올라왔다.
우왁!
하늘을 찢을 것만 같은 용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해는 고진을 꾸짖을 시간도 없이 혈도를 넣고 인용옥을 움직여 대지용맥을 향해 갔다.
순간, 끌어들이는 힘이 생기면서 대지용맥을 흡수했다.
대지용맥이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크아아!
대지용맥이 몸을 비틀거리면서 도망치려는 것 같았다.
착!
인용옥이 갑자기 대지용맥의 머리를 건드렸다.
쿵!
몇만 장 크기의 용의 머리가 순식간에 인용옥에 끌려 들어갔다.
이를 본 고해의 눈이 번쩍거렸다.
‘용의 머리가 들어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