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화 천진신새(天镇神玺)
우와아악!
대지용맥이 울부짖으면서 몸을 비틀었다.
쿵!
주변의 산과 대지가 흔들리고 폭발하면서 먼지가 하늘을 뒤덮었다.
풉!
무수히 많은 자갈이 고해의 몸에 떨어지면서 고해도 피를 토해냈다. 그러나 고해는 여전히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해가 전력을 다해 인용옥을 움직였다.
“얼른 끌어와!”
쿵!
용의 몸뚱어리가 인용옥에 들어오고 있었다.
대지용맥이 점점 더 격렬하게 움직였다.
고해는 죽을힘을 다해 인용옥을 꽉 잡고 있었다.
먼지가 일고 자갈이 날아다니면서 동서남북을 구분할 수 없었다.
향 하나가 다 타버릴 때쯤!
쿵!
굉음이 들리더니 날아다니던 자갈들이 전부 바닥에 떨어졌다.
주변이 먼지로 뒤덮였다.
고해는 손에 인용옥을 들고 거대한 바위에 올라섰다.
우와아앙!
인용옥에서 용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너무 꽉 묶여 있어서 도망칠 수도 없었다. 용은 그 안에서 몸을 움직이며 옅은 황금빛을 반짝였다.
인용옥이 아직도 손에 있었다.
고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장 공간에는 죽은 물건만 들어가는 건가? 그래서 대지용맥이 들어갈 수 없는 건가?’
고해는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 인용옥을 담고 곧바로 등에 멨다.
주변의 먼지들도 천천히 가라앉았다.
수련자들도 고통를 참으면서 폐허 더미에서 기어 나왔다.
정용종 때와 마찬가지로 주변은 폐허가 되었다. 그러나 정용종보다는 작은 규모였다.
“대인!”
몇몇 악인들이 관을 들고 고해 앞으로 왔다.
고해는 머리를 끄덕이고, 이내 고개를 들어 고진을 가두고 있는 목단 모양의 무지개를 올려다보았다.
용완청과 유년대사가 건너왔다.
한 시간 후, 하늘에 있던 팔색 무지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고진은 두 눈을 끔뻑일 때마다 눈에서 무지개가 반짝였다.
턱!
고진이 허공에서 추락했다.
쿵!
고진이 고해 앞에 떨어졌다.
고해는 싸늘한 눈빛으로 고진을 바라보았다.
뒤에 있던 용완청과 유년대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고진이 무릎을 꿇고 말했다.
“의부,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고해가 냉랭하게 말했다.
“너도 잘못을 아느냐?”
고진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저도 의부의 말씀을 열심히 들었습니다. 저도 위험한 일인 걸 알면서도 의부가 죽은 바둑판에 들어갈 때, 심사숙고하여 이 위험한 모험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고해가 눈을 살짝 치켜떴다.
“뭐?”
고진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의부께서 한 광주리에 계란을 담으면 안 된다고 하신 말씀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관기 노인이 남겨놓은 물건에 위험도 있겠지만, 또 우연한 기회도 있지 않습니까?
고진이 고개를 들었다.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저는 어머니의 복수를 반드시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의부를 볼 때마다 제가 의부의 앞날을 막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지요. 저도 어머니의 복수에 힘을 싣고 싶습니다!”
고해는 고진을 응시하고 있었으나, 화는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 같았다.
고진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의부와 의모께서 엄동설한에 버려진 저를 구해 키웠지요! 의부와 의모가 아니었다면 저는 그날 밤을 넘지 못하고 얼어 죽었을 겁니다!
의부, 의부께서 만족을 알면 항상 즐겁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지금 매우 만족합니다. 사형제 중 제가 과묵했던 이유는 머리가 나쁘기 때문입니다.
동생들은 모두 총명한 놈들이라 의부의 얼굴에 먹칠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행여나 실수라도 하게 될까 봐 침착했던 겁니다. 저는 세 동생에 비해 배우는 것도 늦었습니다.
그러나 의모(义母)는 저를 싫어하지 않았지요! 새 장난감이나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의모께서는 항상 저를 먼저 챙겨주셨습니다. 사형제가 싸워도 의모는 항상 제 편이었죠!
의모께서 그렇게 잔인하게 돌아가셨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너무 답답했습니다. 의부와 함께 가면 되는 건 나도 잘 압니다. 그러나 단 한 번이라도 쓸모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저는 의부의 그림자가 아니라 의부를 돕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의부의 말만 들었습니다. 의부,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저를 내버려 두세요! 의부, 의모의 복수에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고해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옅은 한숨을 내쉬며 고진을 보며 말했다.
“휴! 됐다. 일어나라. 이제 집에 가자.”
고진은 빨개진 눈으로 일어서면서 말했다.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고해 일행이 고부에 도착한 지 삼 일이 지났다.
호뢰관 내에 있는 목공들은 여전히 불철주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고부의 한 대청을 한 무리의 경비병들이 밖에서 호위하고 있었다.
고해는 주인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는 몽태를 바라보았다.
몽태가 찻잔을 들고 고해를 보며 말했다.
“이제 나를 싫어하지 않는 건가?”
고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난 여전히 몽 타주처럼 이기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을 혐오하지요.”
몽태는 눈을 부릅뜨고 고해를 보면서 말했다.
“나를 설득하려는 건가, 아니면 나라를 세우면 자네를 대신하라는 건가?”
고해가 차를 마시며 조용히 말했다.
“이건 나라이지 집이 아닙니다. 저는 도천대국(滔天大局)을 세울 것이란 말이지요. 대신들이 한마음 한뜻이 될 수 있을까요?”
“흥! 그건 이상일 뿐이지. 절대 그렇게는 안 될 거네.”
“그렇습니다. 한마음 한뜻이 있는 사람들만으로는 나라를 만들 수 없지요. 건장한 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빨리 달린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말 엉덩이에 거머리를 붙이면 어떨까요?”
“말이 미친 듯이 앞으로 내달리겠지.”
“저는 우리나라에 우수한 인재들을 모을 것입니다. 그런데 인재만 있어서 되겠습니까? 제가 지휘를 하고, 뒤에 거머리도 붙여야지요.”
몽태가 재차 물어보았다.
“거머리를 붙인다?”
몽태는 고해가 훌륭한 인재를 끌어모아 대신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파괴자를 찾겠다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내가 파괴자가 되어 대신들을 채찍질하라고?
고해가 몽태를 보면서 말했다.
“비유가 적절하지 않았군요. 어부가 바다에서 고기 잡는 모습을 본 적 있지요?”
몽태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수련자인데 저딴 천박한 어부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지 않은가?
고해가 말했다.
“백성들도 똑같습니다. 어부가 바다에서 잡은 참치가 해안가에 오면 죽어버리지 뭡니까. 그런데 죽어버린 참치는 제값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원인을 찾았지요. 참치는 워낙 조용한 성격이라 선창 안의 공기가 떨어지면 그대로 죽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메기가 있으면 달라집니다. 메기는 활동량이 강한 물고기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공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 덕분에 참치가 해안가에 와도 공기 때문에 죽어버리는 일은 없었지요.”
몽태는 공기 등등 현대적인 설명을 일일이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대충 뜻은 이해했다.
몽태가 고해를 보면서 말했다.
“나라가 발전할수록 생기를 잃을까 봐 걱정인 건가? 내가 총대를 메고 생기를 잃어가는 것을 막으라고? 너무 섣불리 생각하는 거 아닌가? 벌써 대신 간의 균형 문제를 생각하다니. 아직 거기까지 가려면 멀었네!”
고해가 차를 마시고 말했다.
“곧 나라를 세울 수 있을 겁니다.”
몽태의 눈꺼풀이 심하게 뛰었다.
그는 지금도 고해의 금단경이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또 둘이 서로 맞서 싸울 경우 결국 자신이 고해의 손에 죽을 거라 생각했다.
심지어 몽태는 고해와 대화하면서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몽태가 눈을 부릅뜨고 고해를 노려보았다.
“알겠군. 이제야 알겠어. 그런데 자네가 나라를 세우면 난 뭐지? 자네가 싼 똥을 나더러 치우라는 건가? 자네가 하기 싫은 일을 나보고 하라고? 대신들의 욕도 내가 다 먹고? 자네는 그저 황제의 자리에서 천하만 다스리겠다?”
“저는 금의위라는 부서를 만들 겁니다. 저는 이 부서에 저를 대신해서 순찰 및 체포, 감옥까지 만들 수 있는 권한을 주고, 그 산하에는 진무사를 만들어서 신하들을 감독하고 천하를 감독하여 다른 나라의 비밀을 알아내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금의위는 다른 사람의 말을 따르지 않고 오직 제 말만 따르게 할 것입니다!”
몽태의 눈이 커졌다.
고해의 설명을 들은 그는 금의위라는 그 신분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이해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 그 권한은 막대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고해의 말을 들어보니, 그 권한을 자신에게 주겠다는 것처럼 들렸다.
고해는 미끼를 던지고 조용히 차만 마셨다.
몽태가 두 눈을 부릅뜨고 고해를 직시했다.
“내가 반역자가 될 수도 있는데, 무섭지 않은가? 호시탐탐 자네를 죽일 기회를 찾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고해가 고개를 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게 몽 타주의 본성인데 제가 모를 리 있겠습니까? 이제 이름도 다 팔렸으니 일품당에 돌아가기는 글렀지요. 다른 일을 하려고 해도 혼자서 가능할까요? 훗! 그리고 반역이라…… 제가 몽 타주를 쓰면서 반역을 생각 안 하고 있을 거라 보십니까?”
몽태의 눈빛이 잘게 떨렸다.
그렇다. 자신은 지금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는 상태였다.
더구나 고해 저놈은…… 자신의 살 속 핏줄기까지 들여다볼 놈이었다.
고해는 찻잔을 정리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제가 살려준 은혜는 잊어도 괜찮습니다. 삼 일을 드리지요. 삼 일 동안 스스로를 다독여서 일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십시오. 삼 일 후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몽태가 눈을 부릅뜨고 고해의 등을 노려보았다.
“나, 나는 아직 신하를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고해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몽태를 응시했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옅은 미소만 보이고 대전을 나갔다.
몽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흥! 내가 쉽게 당할 줄 알아?’
몽태를 혼자 놔두고 나온 고해는 또 다른 대청에서 용완청, 유년대사, 미생인 세 사람이 뭔가를 합치는 장면을 목격했다.
고해가 다가가자 세 사람은 행동을 멈췄다.
고해가 궁금한 듯 물어보았다.
“미생인 님, 혹시 정예의 시체에서 뭐 좀 발견하셨는지요?”
미생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호연이 정예의 삼혼을 없애버렸어. 아무것도 없다.”
고해는 미간을 찌푸렸다.
예전에 상관흔도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럼 상관흔은 어떻게 알았던 거지?
“정말 아쉽군요!”
용완청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고해를 보면서 말했다.
“고해, 우리는 외할아버지한테 이번 일을 말씀드리러 갈 거야. 우리와 함께 가지 않겠어? 이번에 일품당 본부에 가서 타주 신청도 하고.”
고해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한 달만 있으면 곧 나라를 세우게 됩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용완청은 옅은 한숨을 쉬었다.
“알겠어. 그럼 할 수 없지.”
유년대사도 아쉬워했다.
“하긴 한 달 안에 올 수 없을지도 모르네!”
고해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주님, 지금까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는데, 혹시 당주님의 외할아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