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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57화 (140/243)

157화 대한황조(大瀚皇朝)

그러나 고해는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가까이에 있던 시종이 또 소리 높이 외쳤다.

“하늘에 삼배하라!”

“하늘이시여! 한황조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하늘이시여! 한황조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호뢰관부터 수백 개의 성지에 있는 백성들이 거의 동시에 외쳤다.

쿵!

명명지중(冥冥之中)의 백성 소리가 전해지자 대지가 흔들렸다.

마침내 시종이 제의 종료를 알렸다.

“의식이 끝났으니 모두 일어나십시오!”

충천전 앞에 있던 사람들이 몸을 일으켜 세우고 제단에 있는 고해를 바라보았다.

용포를 입은 고해도 밑에 있는 관료들을 내려다보았다.

고해가 소리 높이 외쳤다.

“오늘 짐이 한황조를 세웠다! 오늘 분봉을 받은 백관들과 함께 한황조를 이끌어갈 것이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대한의 황제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밑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 높이 외쳤다.

저 멀리에서 조금 전의 시종이 족자 하나를 펼치면서 외쳤다.

“하늘의 명을 받아 황제가 말하길, 고진은 대한황조의 태자이다!”

고진이 한 발 나서자 한 시종이 망포를 입혀주었다.

“고진이 태자 위를 수락합니다. 아바마마 만세 만만세!”

“당초를 대한황조의 호부상서로 임명한다!”

한 백발노인이 한 발 나서자 이번에도 한 시종이 관복을 입혀주었다.

“저 당초, 호부상서 자리를 수락합니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고선무는 대한황조 제일군단장으로 임명한다!”

고선무가 공손하게 말했다.

“저 고선무, 제일군단장을 수락합니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진천산을 대한황조 제이군단장으로 임명한다!”

진천산은 제이군단장을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

“저 진천산, 제이군단장을 수락합니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도파를 대한황조 병부상서로 임명한다!”

“저 도파, 병부상서를 수락합니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진천산은 도파가 군단장이 아니라 병부상서에 임명된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해의 결정이었기에 더 캐묻지 않았다.

계급 분봉이 거의 끝나갔다.

고해를 따르던 총관들도 관포를 입고 얼굴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고해는 이 총관들의 능력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비록 상업을 하다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하게 되었지만, 고해는 이들이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때,

“몽태, 대한황조를 위해 금의위를 지휘하겠습니다!”

갑작스런 몽태의 목소리에 진천산, 도파, 고선무 등 많은 사람들이 아연실색했다.

심지어 목단종에서 몽태의 흉악함에 겁을 먹었던 수련자들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 몽태? 죽은 바둑판에서 이미 죽은 거 아니었어?”

“고해와 원한 관계가 있는 거 아니냐? 고해가 살려줬어?”

“저렇게 지독한 놈한테 분봉해 주었다고?”

“내가 잘못 본 건 아니지?”

수련자들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한 무리의 관료를 보고 있었다.

역시 몽태였다. 몽태는 화려한 금의를 입고 공손하게 서 있었다.

몽태가 소리 높이 외쳤다.

“저 몽태, 금의위를 수락합니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휴!

몽태의 흉악함은 수련자들한테도 위협적이었다.

저 멀리에서 냉랭한 소리가 들렸다.

“정말로 몽태야? 고해, 겁도 없구나!”

“금의위 지휘? 무슨 직무야??”

“몽태, 이 얍삽한 놈! 결국 고해한테 굴복한 거야?”

충격 속에서도 백관들의 분봉은 계속 진행되었다.

고해를 따르던 모든 사람이 크고 작은 직급을 챙겼다.

그런데 상관흔만 근처에 있는 작은 정원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옆에 있던 부하가 조용히 물어보았다.

“부장, 부장은 왜……?”

상관흔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폐하께서 나한테 군단장을 준다고 했었다. 그러나 폐하를 이십 년만 따르기로 약속되어 있다. 난 일품당 수타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부하가 망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군신들의 분봉에만 두 시간이 지났다.

일부 신하, 그리고 소관료들의 분봉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분봉이 끝난 후, 고해는 천천히 하늘에 알리던 족자를 덮었다.

그리고 한 손에는 족자를, 또 다른 한 손에는 천진신새를 들고 천천히 제단에서 내려왔다.

고해는 천천히 충천전 안으로 들어갔다.

군신들도 고해의 뒤를 따라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은 십 장 높이였고, 내부는 아득하게 넓었다.

정북 쪽에는 높은 대가 있었다. 고해는 천천히 그곳으로 올라가더니 대에 있는 왕좌에 앉았다.

조금 전의 시종은 분봉했던 조서를 옆에 있는 책상에 올려놓았다.

조해는 천진신새를 잡고 천천히 찍었다.

쿵!

고해는 두 열로 선 군신들을 보며 천천히 왕위에 앉았다.

군신들이 일제히 외쳤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 * *

신주대지.

어느 한 화려한 대전.

용완청과 유년대사가 천천히 대전에서 나왔다.

용완청은 심란한 표정이었다.

“대사, 외할아버지의 태도가 저게 뭐죠?”

유년대사는 멋쩍게 웃었다.

지금 막 대전 문을 나섰는데 감히 무슨 말을 하겠는가.

무슨 말을 하든 안에 있는 대건왕조도 들을 것이 뻔한 일이었다.

“당주님, 성왕님께서도 결정을 내리실 겁니다. 천천히 기다리시지요.”

용완청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금쯤 고해가 나라를 세웠겠지요? 백성들의 왕국인지, 아니면 황조를 세웠는지 모르겠네요.”

유년대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백성들의 왕국요? 허허! 아직도 고해를 모르십니까? 하늘과 땅에 고하면서 황조를 세웠을 겁니다. 다만 고해의 수련 능력이 부족하여 가장 약한 황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용완청은 미간을 찌푸렸다.

“가장 약한 황조?”

유년대사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국토가 얼마나 많고, 또 백성이 얼마나 됩니까? 그리고 강한 힘을 지닌 곳은요? 고해만 없으면 저 황조의 국력은 아무것도 아니지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걸 알기에 용완청도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신주대지에 온다면 요수(妖獸)부족에 불과하여 곧 멸족하겠지요. 강대국들이 서로 고해의 황조를 빼앗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텐데, 고해도 천도해의 황폐한 땅에서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용완청이 그 말에 반박했다.

“그래도 최소한 황조이긴 하잖아.”

두 사람은 천천히 대전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때 대전 안에서 두 사람의 소리가 들려왔다.

“성왕님, 이건 천도해에서 온 ‘고해’에 관한 소식입니다.”

대전에 잠시 적막이 흐르더니, 이내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해? 역시 재미있군. 이신기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파면당한 이후 천하를 돌아다니다가 지금은 북해에서 거북이를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북이를 잡는다고? 흥! 삼 개월 내로 신기영을 다시 만들라고 전하거라.”

“예!”

* * *

천도해 이북, 망망대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쿵!

굉음이 들리더니 하늘마저 뒤덮을 것 같은 쓰나미가 몰려왔다.

고래들이 화들짝 놀라 펄쩍 뛰면서 달아났다.

천둥 번개가 치자 해수면에서 오백 장 크기의 거북이가 나타났다.

으르렁!

거대한 거북이가 울부짖자 바닷물이 출렁이며 하늘 끝까지 솟구칠 것만 같았다.

철퍽!

바다 한가운데서도 괴성이 들리더니, 이내 보라색 포를 걸친 남자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남자의 손에는 황금색의 거북이 등껍질처럼 보이는 물건이 있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바다를 강타했다.

거대한 크기의 손바닥은 온 바다를 가라앉히려는 것 같았다.

으르렁!

쿵!

거대한 거북이의 손바닥도 움직이더니, 이내 두 손바닥이 부딪쳤다.

순간, 바다에서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기류가 흔들리면서 미친 듯이 바닷물을 빨아들였다.

보라색 포를 걸친 남자는 도망치려는 듯 하늘로 올라갔다.

“하하하! 무신(繆辰), 이 현무갑옷은 당분간 내가 가지고 있지! 나한테 굴복하면 이 현무갑옷을 돌려주마! 하하하!!”

거대한 거북이, 무신이 울부짖으면서 빠르게 쫓아갔다.

“이신기, 이 도둑놈아! 거기 서!”

남자는 고개를 돌리더니, 자신감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손바닥을 뻗었다.

쿵!

사람과 거북이가 부딪치더니, 둘 다 뒤로 튕겨 나갔다.

하늘 위 구름 사이에서 비주가 나타났다.

이신기가 비주에 올라탔다.

“얼른 가자!”

비주에 있던 하인이 대답했다.

“네!”

휘이이잉!

비주는 순식간에 저 멀리 날아갔다.

거대한 거북이 무신이 고개를 들고 포효했다.

“이신기, 이 비겁한 놈아!”

바닷물이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수많은 물고기도 하늘로 솟아올랐다가 다시 추락했다.

잠시 후, 거대한 거북이 무신이 화를 가라앉히면서 바닷물도 잔잔해졌다.

윙!

무신이 몸을 비틀거리더니 이내 금포를 걸친 남자로 변했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이신기가 도망간 방향을 노려보았다.

무신의 뒤에는 한 무리의 부하들이 공손하게 서 있었는데, 한 부하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무 장로님, 소인이 무능하여 이신기가 지존갑옷 때문에 왔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무신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지존은 훼손되었어도 지존의 파편을 모욕할 순 없다! 지존갑옷을 더럽히는 자는 반드시 죽는다!”

“이신기가 가버렸어! 이제 어떡하지?”

무신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너희들은 해궁을 지키거라! 내가 황금갑옷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으니 이신기도 멀리 도망가진 못할 거야! 흥!”

“네!”

슥!

무신은 몸을 꿈틀거리더니 순식간에 저 멀리 날아갔다.

비주 안.

이신기는 손에 황금 파편을 들고 자세히 관찰했다.

이신기의 외모는 이호연과 비슷했다. 이신기가 삼촌인데도 더 젊어 보였다.

갸름한 얼굴에 기다란 손가락, 외모만 보면 이십 대 청년처럼 보였다.

그는 눈에 독기를 품고 눈을 좁혔다.

한 부하가 이신기 손에 있는 황금 파편을 보면서 말했다.

“주인님, 이건 현무금갑입니까?”

이신기가 냉랭하게 말했다.

“현무금갑은 현무지존이 천벌을 받은 후 산산조각이 났다. 이건 거북이 등껍질의 한 조각에 불과해. 현무지존? 하! 그때 관기 노인과 함께 하늘을 거스르려다가 전부 실패하여 천벌을 받고 현천각도 전멸되었었지. 흥! 거북이 등껍질이 천하에서 가장 훌륭한 방패라고? 그러면 뭐 해? 결국 천벌을 받아 이렇게 산산조각이 났는데?”

이신기는 현무금갑을 손에 들고 손을 휙 저었다.

훅!

주변에 갑자기 운기가 뭉치기 시작했다.

이신기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응? 역시 이 거북이 등껍질이 바람과 비를 몰고 오는구나. 운수의 기를 불러오는 건가?”

“주인님, 듣기로는 팔백 년 전에 현무지존이 훼손되면서 거북이족과 뱀족도 신주대지의 여기저기로 흩어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신주대지 종문에서 거북이와 뱀을 잡아다가 수호신으로 사용하는 겁니까?”

이신기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흥! 이긴 자는 왕이 되고, 진 자는 역적이 되는 거지. 살아남은 것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해. 그런데 무신은 북해에서 혼자 살며 신주대지에 가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흥! 괜찮아, 천천히 굴복시키면 돼.”

수하의 말에 대답한 이신기가 물었다.

“아, 호연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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