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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63화 (146/243)

163화. 수운신문령(寿运神文灵)

무신이 노성을 내지르며 발을 굴렀다.

쿵!

끝없이 깊은 구덩이가 파이자, 주변의 땅과 나무가 그 안으로 쓸려 들어갔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었다.

휴가촌에 있던 수련자들도 부들부들 떨었다.

구오도가 이대로 끝나는 건가?

저 멀리에 있던 몽태는 마치 귀신을 보기라도 한 듯 깜짝 놀란 눈으로 무신을 보고 있었다.

“어디에서 온 자지?”

그렇게 모두가 겁에 질려 떨었지만, 고해는 여전히 고요한 신색이었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황제는 항상 침착해야 한다.

고해가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우리 대한에 선전포고를 하는 건가?”

무신이 비웃으며 말했다.

“선전포고? 흥! 너 따위가?”

고해가 거친 반응을 보였다.

“흥!”

바로 그때, 상관흔이 빠르게 달려왔다.

상관흔이 고해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폐하, 이 일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제가 반드시 해결하겠습니다.”

“상관흔, 네가 모험할 필요 없다! 이번 일은 대한이 해결한다!”

“아닙니다, 폐하! 저를 믿어주십시오. 모험이 아니라 이번 일의 사정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맡겨주십시오!”

고해는 한동안 상관흔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너에게 맡기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진과 몽태, 대신들은 망연한 표정으로 상관흔을 바라보았다.

그사이 상관흔이 고개를 돌리고 천천히 무신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무신이 외쳤다.

“하! 하하하! 주제도 모르고 한 사람을 보내? 나와 상대나 되겠느냐? 흥! 오늘 이 개 같은 황조를 전부 쓸어버릴 것이다!”

콰르르릉!

엄청난 기운이 일더니, 무신의 등에서 거대한 거북이의 환영이 나타났다.

대신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뒤로 넘어졌다.

그때 상관흔이 눈을 부릅뜨고 고함을 질렀다.

“무신, 감히 어디서 소란이냐!”

무신이 격노한 와중에도 움찔했다.

“뭐야? 날 알아?”

“내 눈을 봐라!”

“흥! 죽고 싶어 환장한 놈이……!”

무신은 상관흔의 눈을 보면서 손을 뻗어 달려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신의 눈동자가 뒤흔들렸다.

상관흔은 빗물을 뚫고 무신을 응시하며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무신은 상관흔의 형형한 눈빛을 보고 있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저 눈빛은 뭐지?

성큼성큼 걸어오는 상관흔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무신의 눈은 의심에서 놀라움, 그리고 경이로움을 넘어 충격을 받은 듯 흔들렸다.

“저 눈빛……! 저 눈빛은……?”

화들짝 놀란 무신은 기운을 거두어들였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후우우우웅!

무신의 기운이 사라지자 먹구름도 흩어졌다.

“당신은…… 당신은…… 설마……!”

상관흔이 무신을 올려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그렇게 높은 곳에 있는 건 나더러 너한테 인사를 하란 말이냐?”

무신이 갑자기 온몸을 떨었다.

그러다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려왔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소인……!”

상관흔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멍청한 놈!”

무신은 절반 정도 말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상관흔이 다시 냉랭하게 말했다.

“황궁 밖에서 기다리거라!”

“네!”

슈우웅!

무신은 황궁 밖으로 빠르게 물러서더니 조용히 기다렸다.

저 멀리에 있던 몽태는 기세등등하던 절대 강자가 갑자기 순한 양처럼 변해버리자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상관흔의 정체가 도대체 뭐지? 뭐야, 저 인간?”

그는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폐하, 당신은 도대체 어디에서 저런 사람을 데리고 온 겁니까?’

“후우우우.‘

결국 한숨을 길게 내쉬 몽태는 고개를 흔들며 다시 돌아갔다.

‘내가 맡은 일이나 열심히 하자!’

상관흔의 말 한마디에 절대 강자가 바로 꼬리를 내리자, 그 광경을 본 수련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기회를 엿보다가 대지용맥을 빼앗으려 했는데,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

고진과 고해뿐만 아니라 이제는 상관흔까지!

도대체 대한황조에 얼마나 많은 괴물이 있단 말인가!

대신들도 놀라서 멍한 표정으로 상관흔을 바라보았다.

그때 상관흔이 고개를 돌려서 고해를 보며 정중히 말했다.

“폐하, 소인이 먼저 물러나겠습니다.”

고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라.”

상관흔은 곧장 황궁 밖으로 나갔다. 무신이 밖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고진이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부황, 도대체 상관흔의 정체가 뭘까요?”

고해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담담히 말했다.

“그가 직접 말할 때까지 기다리자.”

* * *

고해는 서재에서 붓을 들고 선지에 ‘신주‘(神洲) 두 글자를 쓰고 있었다.

“신주대지에 강자가 득실거린다고 했지? 그럼 무신은 평범한 수련자일까? 아니면 그곳에서도 강자에 속하는 걸까?”

사람들은 상관흔과 무신이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무척 궁금해했다.

그러나 고해가 누구도 상관흔을 방해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려서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 상관흔이 고해를 찾아왔다.

뒤에는 무신이 따라왔는데, 고해와 단독으로 만나려 했다.

무신이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대한 폐하, 저번에는 제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해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럴 필요 없습니다. 그땐 서로 몰랐잖습니까?”

상관흔이 멋쩍게 웃으며 무신을 소개했다.

“폐하, 이분은 현무족의 장로입니다. 예전에 저의 부하나 다름없었지요.”

고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그때였다.

슥! 무신이 손을 휘젓자, 마치 무형의 덮개 같은 막이 나타나더니 서재를 뒤덮었다.

상관흔이 말했다.

“폐하, 지금 하는 이야기는 비밀로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고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팔백 년 전, 관기 노인과 하늘이 대국을 펼칠 때 현무지존이 현무족을 데리고 하늘로 승천하려고 했었지요. 그러나 결국 실패하게 되면서 현무지존이 천벌을 받게 되었고, 그 조각들이 여기저기에 떨어졌었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현무금갑 역시 현무지존의 한 조각입니다.”

“그럼 그대가 현무지존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냐?”

상관흔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

상관흔이 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는 현무족의 신입니다.”

“신?”

상관흔이 공손하게 말했다.

“예. 이건 요수 종족에 있는 것이지요. 폐하께서는 예전에 선천잔국계에서 만났던 대명왕신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고해 역시 공작 깃을 사용하던 강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기억하고 있지.”

“그 사람이 바로 공작족의 신입니다. 한 세력에 있는 신에 불과하지요.”

“그도 신이라고?”

“요수 종족마다 자신들의 신이 있습니다. 일종의 신앙으로 구성된 신격(神格)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신은 종족 전체를 보호하고 지존의 미심에서 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누구의 미심에 지존이 있으면 그 사람이 곧 한 종족의 신이 되지요.”

고해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그대의 미심 공간에 현무족의 신이 살고 있다는 거냐?”

상관흔이 말했다.

“예. 현무지존이 하늘이 내린 벌을 받을 때 현무족의 신까지 불에 타고 있었지요. 관기 노인이 도와주긴 했으나 결국 불에 타버렸습니다. 그때 현무족의 신이 발버둥 치면서 저의 몸에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너무 어려서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나중에 제가 성장하면 제가 바로 현무족의 새로운 지존이 됩니다.”

“새로운 현무족 지존이라……. 현무족의 신이 하는 역할은 무엇이냐?”

“폐하께서 아직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만천하에 있는 수련자들은 수많은 방법으로 수련하지요. 그러나 진정으로 수련 가능한 방법은 단지 다섯 가지에 불과합니다!”

“뭐?”

상관흔이 조용히 말했다.

“수운신문령(壽運神文靈).”

“수운신문령?”

상관흔이 설명했다.

“령(靈)이 바로 사람들이 끌어들이는 영기입니다. 자신을 묶고 있던 능력을 돌파하여 후천경, 선천경, 금단경, 원영경으로 성장하지요.

문은 금기서화 수련자들을 말합니다. 폐하께서 수련한 건 관기 노인과 같은 기도(棋道)입니다.

신은 우리와 같은 야수족을 말합니다. 신앙을 모으고 있지요. 제가 바로 신입니다.

그리고 운은 폐하처럼 나라를 세우고 기운을 끌어모으는 것을 운수라고 합니다!”

그런 말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상관흔이 말한 신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고해가 궁금한 듯 물어보았다.

“그럼 수(壽)는?”

상관흔이 설명했다.

“수는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하늘을 빼앗아 장수한다거나, 사람을 잡아다가 장수한다거나 많은 구설수가 있지만, 저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신비한 수련이지요.”

고해는 머리를 끄덕였다. 비록 아직 완벽하게 이해를 하지는 못했지만, 수련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고해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수운신문령이라…….’

그러다 의아한 듯 상관흔을 바라보았다.

“그걸 나한테 알려주는 이유는……?”

“아마 사람들이 저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할 것입니다. 무신이 기세등등하게 들어왔다가 제 말 한마디에 꼬리를 내렸으니 궁금할 만도 하지요.”

무신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존,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엄벌을 내려주십시오!”

고해가 상관흔에게 물었다.

“신분이 노출되면 위험한가?”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종족에 신이 없으면 그 종족은 곧 멸종한다고 봐야지요. 폐하, 아직 요정천과 부혈을 기억하고 계시지요? 그들도 원래는 현무였습니다. 그러나 거북이과 뱀으로 합체하면서 현무족의 족성을 포기하고 용으로 진화하고 싶어 했습니다. 한 종족에서 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반대로 신 역시 먹힐 수도 있습니다.”

“뭐? 신이 먹혀?”

“요수 종족들이 다른 종족의 신을 삼키려고 합니다. 승냥이 신, 호랑이 신, 용 신들이 서로 물고 싸우지요. 만약 그들이 저처럼 연약한 신을 발견하게 된다면 온갖 방법과 계략을 써서 저를 삼키려고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종족의 신을 삼키면 그 종족은 더욱 강해지니까요.”

“흐음…….”

“그리고 현무족에서도 모든 사람이 현무족을 숭배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요정천이나 부혈 같은 이들이 내가 신이라는 걸 알았다면 제일 먼저 달려와 저를 잡아먹고 자신이 현무의 신이 되려고 했겠지요.”

“그럼 그대의 신분이 노출되면 안 되는 거군.”

상관흔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해가 물어보았다.

“그런데 왜 그 사실을 나한테 알려주는 거지?”

“천도해에서 방탕하게 지내다가 대봉방에 끌려갔고, 악인곡에 있는 삼십 년 동안 신분을 노출할 수 없었습니다. 폐하를 만난 이후, 폐하에게서 생기발랄한 기운을 느꼈고, 어려움 속에서도 천지개벽을 일으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상관흔의 입가에 쓴웃음이 맺혔다.

“그 이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현무족의 길은 어디일까?’ 비록 현무 신의 신격은 지켰지만, 너무 나약하여 걱정입니다. 신주대지의 강한 세력에 붙어서 힘을 쌓자니 이용당하다가 먹힐까 봐 걱정이지요. 그래서 결국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폐하와 동맹을 결성하는 것입니다. 대한황조와 동맹을 맺어서 우리 현무족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싶습니다.”

고해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

“동맹을 맺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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