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167화 (150/243)

167화. 천하제일 금루(琴樓)

용완청이 그에 대해 설명했다.

“응,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문고 고수들이 대거 몰려왔대. 은월산장에 천급은 딱 네 개밖에 없었어. 그런데 외할아버지와 여양왕이 하나씩 챙겼고, 육지(六指)는 벌써 다른 사람한테 넘겼고, 이제 마지막 하나 ‘구진’이 남아 있어.”

“정정, 파군, 육지, 구진…….”

“아쉽게도 나는 거문고에 재능이 없고, 대사가 재능이 있어. 그런데 대사는 못 가겠대.”

용완청의 말에 유년대사가 멋쩍게 웃었다.

“금기서화를 알긴 아네. 그렇지만 나는 ‘화’에 관심이 많지, 나머지 금기서는 조금밖에 못 하네. 하하하! 바둑도 둘 줄은 알지만 고 타주 같은 실력자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하지.”

고해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예? 유년대사님께서 ‘화’를 즐기신다고요?”

“조금 알지!”

듣고 있던 용완청이 물었다.

“아, 고 타주는 거문고를 켤 수 있어?”

고해가 쓴웃음을 지었다.

“예전에 악기를 팔아보긴 했지만 음악과는 거리가 멉니다. 아시잖습니까? 저는 바둑을 선호합니다.”

“아쉽네. 은월산장에서 이번에 금의 대가를 선발하는데, 우리는 참가할 수 없겠네.”

유년대사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당주님, 우리 일품당에도 있습니다. 목 타주, 목신풍이 금을 잘 알지 않습니까? 목 타주라면 이번에 참가할 자격이 있지 않을까요?”

용완청은 냉랭히 코웃음 쳤다.

“목신풍? 흥! 그건 그 사람이 우리 엄마 앞에서 아부하기 위해 배운 거야.”

유년대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나 재능은 있지 않습니까? 비록 당주님의 어머님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일품당에서는 으뜸가는 실력자 아닙니까?”

용완청은 머리를 끄덕거렸다.

“하긴 뭐…….”

그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점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용완청이 웃으면서 말했다.

“저기는 천하제일 금루(琴楼)야. 저곳에는 없는 거문고가 없다고 해.”

고해가 물어보았다.

“천하제일 금루라… 이름이 강하네요, 천급 거문고도 있습니까??”

“있어. 그렇지만 안 팔아.”

“예?”

“여긴 여양왕의 점포야. 여양왕의 ‘파군’이 바로 천급 거문고지. 그걸 산다고? 절대 불가능해.”

“아…….”

그때 용완청이 명령하듯 말했다.

“선학차, 천하제일 금루 앞에서 잠깐 멈추거라! 오늘은 또 어떤 고수가 와서 천하제일 금루를 홍보해 주는 건지 봐야겠다.”

선학차를 운전하던 사람이 천천히 멈추며 말했다.

“완아선자(婉儿仙子)의 거문고 소리입니다!”

고해가 물어보았다.

“완아선자는 누굽니까?”

바로 그때, 칠현금의 소리가 들려왔다.

딩딩딩…… 동동동!

악기 소리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은은한 소리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고해는 고개를 들고 천하제일 금루의 이층을 올려다보았다.

면포로 얼굴을 가리고, 숱이 많은 머리에 찔레꽃 상투를 한 여자가 새하얀 손바닥으로 은은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사람들은 완아선자의 외모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가 켜는 칠현금에 매료되었다.

고해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악기 연주를 감상했다.

악기 소리는 부드러웠다.

소름이 쫘악 끼칠 정도였다.

그 순간만큼은 고해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악기가 가져다주는 소리를 즐겼다.

마치 천지의 영기를 끌어들이는 속도보다 더 빨리 사람의 마음 안정시키고 잡념을 잊게 해주는 것 같았다.

고해는 한참이 지나서야 눈을 떴다.

눈을 뜬 고해의 표정마저 변해버렸다.

고해가 천하제일 금루를 보며 말했다.

“정말 대단한 연주였어!”

천하제일 금루에 있던 완아선자는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고해의 안색이 굳어졌다.

‘만약 생사 대결에서 이 음악을 들었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갈기갈기 찢겨 죽을 수도 있겠군.’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눈을 떴다.

용완청이 감탄하며 말했다.

“완아선자의 연주는 정말 대단해. 나도 모르게 몰입되어서 정신을 놓았던 것 같아.”

고해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 하셨습니까?”

“위험하다고? 그렇지만 정신적인 세례가 더 크지 않아? 사람들이 수련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하다가 이런 고수들의 연주를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한계를 돌파하지. 이런 고수들은 엄청난 환영을 받아. 하하하!”

쿵!

그 순간, 근처에서 음악을 들었던 수련자들의 몸에서 기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수련자가 소리쳤다.

“나 돌파했어! 하하! 완아선자, 고마워! 휴! 삼십 년 동안 난관에 부딪혔는데 드디어 깨졌어! 고마… 엇? 완아선자는?”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이 깨어났다.

그들은 완아선자가 자리를 뜬 것을 알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무리의 수련자들이 금루에 들어갔다.

“천하제일 금루. 역시 명불허전이야! 좋은 거문고가 있는지 들어가 보자!”

용완청이 웃으면서 말했다.

“고해, 봤지?”

고해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런 느낌은 별로입니다.”

용완청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나중에는 좋아하게 될 거야. 천하제일 금루에서는 항상 고수들을 데리고 와 연주를 하게 하지. 은월성에서 가장 큰 금루야. 주변을 봐봐. 금루가 하나도 없지?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어서 그래.”

고해가 머리를 끄덕였다.

“천하제일 금루가 대단하고 홍보 효과도 좋지만, 너무 낭비하는 느낌이 듭니다.”

용완청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고해는 고개를 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건 상업적인 얘기이기 때문에 설명한다고 해도 용완청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선학차는 그 와중에도 여전히 길거리를 날았다.

한 시간 후, 선학차가 드디어 멈췄다.

눈앞에는 안개가 자욱한 구역이 있었고, 그 구역은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곳은 사적인 영역으로 주변에 많은 궁전이 있었다. 그리고 그 구역의 하늘에는 엄청나게 큰 섬이 떠 있었다.

섬 위는 구름으로 깔려 있어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근처에 큰 비석이 있었고, 거기에는 ‘효월행궁’이라고 적혀 있었다.

선학차가 멈추자, 저 멀리에서 한 무리의 남녀들이 달려왔다.

그들은 용완청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당주님, 다녀오셨습니까?”

용완청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착했어. 여기가 바로 우리 엄마가 만든 행궁이야. 우리 일품당의 주둔지지.”

* * *

선학차에서 내린 고해 일행은 용완청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을 맞이한 건 용완청의 하인 중 한 명이었다. 예전 구오도에 있는 송갑종에 갇혀 있던 하인이어서 고해와 구면이었다.

대한 관리들도 고해의 뒤에서 걸어 들어갔다.

용완청이 그 하인을 보며 물었다.

“다 왔어?”

한 하인이 편지를 꺼내며 말했다.

“금 타주와 목 타주도 왔습니다. 금 타주는 며칠 동안 당주님을 기다리다가 부하들과 함께 영주 앞 전선에 나갔습니다. 거기 가서 전 당주님의 사인을 알아본다고 했습니다. 여기 편지를 남겨두었습니다.”

용완청은 편지를 훑어보고는 이내 품속에 넣었다. 그러고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금 타주가 괴팍하기는 하지만, 우리 엄마한테는 충성했었어. 지금은 그 어떤 단서도 찾기 힘들 텐데, 이번에 뭐 좀 얻어올지 모르겠네.”

유년대사가 물어보았다.

“목 타주 목신풍은?”

그 하인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목 타주는 부하 삼천 명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목 타주는 이번 탄금대회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벌써 은월산장에만 여덟 번째 방문했습니다. 아마 대회 참가 자격을 얻으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고해가 의아한 듯 물어보았다.

“대회 참가 자격?”

그 하인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예, 은월산장에서 ‘구진’을 얻으려는 자들이 차고 넘칩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건 아니지요, 반드시 선발 과정에 참여해야 합니다. 목 타주는 벌써 여덟 번이나 방문했지만 항상 실패했지요.”

용완청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알기로는 목신풍도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야. 그런데 선발 과정에서 탈락했다고?”

하인이 다시 대답했다.

“워낙 고수들이 많기도 하고, 또 엄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목 타주는 요즘 매일 연습하고 있습니다.”

딩딩딩…… 동동동!

때맞춰서, 하늘에 떠 있는 섬에서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다.

낭랑하고 맑은 악기 소리가 들리더니 곧바로 구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거문고의 소리에 구름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고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거문고 소리에 구름이 움직이다니.

거문고 소리는 더없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조금 전 천하제일 금루의 완아선자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수준 차이가 났다.

완아선자의 거문고 소리는 고해의 마음을 움직였고, 지금의 거문고 소리는 듣기 좋을 뿐이었다.

용완청이 그 하인을 보며 말했다.

“너는 대한의 관리들을 모시거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고해도 관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대들은 일단 가서 휴식을 취해라. 내일 성에 있는 점포의 상황을 알아볼 거다.”

관리들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예, 폐하!”

고해가 상관흔을 보며 말했다.

“상관흔, 그대도 일단 관리들과 함께 쉬고 있어라.”

그런데 상관흔이 흥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폐하, 소인이 먼저 성을 돌아보면 안 되겠습니까?”

“그래?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해라.”

“감사합니다, 폐하.”

관리들은 하인을 따라갔다.

용완청이 웃으며 고해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올라가지!”

고해가 머리를 끄덕이고는, 하늘을 보면서 발을 쿵! 밟았다.

순간, 그의 몸이 포탄처럼 빠르게 하늘로 올라갔다.

용완청과 유년대사가 그 뒤를 따라 빠르게 날아갔다.

두 사람이 손을 휙 젓자 뭉쳐 있던 구름이 흩어졌다.

세 사람은 곧 하늘에 둥둥 떠 있는 섬에 도착했다.

고해도 섬을 밟았다. 섬에서는 밖을 볼 수 있었으나, 밖에서는 섬 내부를 볼 수 없었다.

딩!

순간, 섬에서 음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현이 끊어진 것 같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화를 내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누가 감히 내 연습을 방해해!”

섬에서 가장 큰 궁전에는 ‘효월전’이라고 적혀 있었고, 옆에는 수많은 궁전이 늘어서 있었다.

노성이 들린 곳은 그중 작은 정자였다.

유년대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목 타주,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거문고를 켜는 사람은 마음이 평온해야 훌륭한 연주가 가능하다고 들었네. 만약 우리가 연 대진의 영향을 받았다면 아직 거문고를 향한 마음이 부족한 거 아닌가? 하하하!”

고해는 작은 정자를 바라보았다.

안에서 녹색 옷을 입은 남자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남자의 나이는 사십 대 정도. 몸이 부쩍 말라보였는데 얼굴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그러나 용완청과 유년대사를 발견하자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화를 식혔다.

목신풍이 말했다.

“당주님과 유년대사님이셨군요, 결례가 많았습니다.”

용완청이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목 타주, 당신은 우리 일품당의 희망이야. 연습을 잘해서 반드시 ‘구진’을 가져와!”

“힘들긴 하지만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예전 당주님의 얼굴에 먹칠하는 일은 없어야지요.”

말을 마친 목신풍이 고해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런데 이분은……?”

고해가 웃으면서 포권을 취했다.

“고해입니다. 목 타주님께 인사드립니다!”

목신풍은 미간을 찌푸렸다.

“고해? 당주님께서 새로 임명한 수타주? 정예와 몽태를 죽였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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