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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71화 (154/243)

171화. 예매

목신풍은 화들짝 놀랐다.

도대체 고해 부하들은 돈이 돌로 보이나?

부하가 단지 먹을 것 때문에 이십만 개의 상품 영석을 빌리다니.

그런데 얼마나 맛있는 물건이길래 그렇게 비싸지?

만약 목타 제자가 이런 거액의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면 발로 차버렸을 것이다.

고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십만 개의 상품 영석? 음, 별로 많지는 않군, 하지만 지금은 자금이 좀 부족하다. 며칠만 기다려 봐라.”

이십만 개의 상품 영석이 적다고?

목신풍은 토끼 눈으로 앞에 있는 군신을 번갈아 보았다.

그런데 상관흔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없어지면…….”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내부 장식 공사 끝나기를 기다릴 것 없이 일단 돌출부(난간)부터 만들도록 하자!”

한 무리의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해와 함께 ‘이 거리 제일 금루’로 향했다.

안에서 내부 장식 기술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고수의 거문고 연주도 들으면서 점포를 꾸미는 중이었다.

몇몇 대한 관리들이 빠르게 걸어왔다.

“폐하!”

고해가 그들에게 말했다.

“일단 삼층에 돌출부부터 만들라. 영업을 하면서 내부 장식을 해도 늦지 않아.”

“네!”

목신풍이 말했다.

“내부 장식도 못 했는데 영업은 어떻게 하나? 고해, 거문고 물건은 있어? 천하제일 금루 총지배인이 다른 점포에는 물건을 넘기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네. 도대체 장사를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고해가 웃으면서 말했다.

“물건이 없으면 장사를 못 하나요?”

목신풍이 망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뭐?”

물건이 없는데 장사를 어떻게 해? 당연한 거 아니야?

‘이 거리 제일 금루’는 지상 삼 층으로 되어 있었다. 아주 빠른 시간에 아름답고 화려한 창밖 돌출부가 만들어졌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돌출부에 올라섰다.

일부 관리들은 내부 장식을 지휘하고 있었고, 일부는 고해의 뒤에 서 있었다.

고해가 먹물과 붓을 꺼내자 한 관리가 책상과 의자를 들고 왔다.

고해는 종이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이 거리 제일 금루에서 예약을 받음! 먼저 철풍금(鐵風琴)부터 받음! 반년 후에 물건 도착! 필요한 손님은 먼저 돈을 지불하고 계약서에 서명한 후 물건을 받게 됨! 서명 순서에 따라 물품 배급!]

고해가 말했다.

“금루 앞에 붙여라.”

한 관리가 공손하게 안내문을 들고 금루 앞에 붙이러 갔다.

목신풍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눈을 동그랗게 뜬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

“고 타주, 장난해? 반년 후에 물건을 주면서 돈부터 받다니?”

이거 완전히 미친 거 아니야?

물건도 없으면서 장사를 하겠다고 설쳐대더니…….

고해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걸 예매라고 합니다. 철풍금이 정말로 필요한 사람은 반년 정도는 후다닥 지나가지요.”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다.

지구에 있을 때, 사람들은 부동산을 예약하고도 몇 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릴 수 있었다.

목신풍은 믿을 수가 없었다.

“손님이 바보야? 그게 가능하다고?”

하지만 용완청은 다른 것에 더 관심이 있었다.

“철풍금? 철풍금이 뭐야? 아까 방에서 음을 조절하던 거?”

고해가 미소 띤 표정으로 말했다.

“비슷합니다. 일단 소문부터 날리죠! 모레부터 철풍금을 보여줄 것입니다!”

“철풍금이 철로 만든 칠현금이야? 특별히 신기한 점이라도 있어?”

“새롭고 신기하지요. 더 중요한 건 곡입니다. 모레가 되면 알게 되겠지요.”

고해는 말을 아꼈다. 그럼에도 궁금한 것이 많은 듯 용완청이 계속 물어보았다.

“곡? 전에 거문고를 잘하지 못한다고 했잖아?”

“잘하지는 못하지만 몇 곡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다만 고수들이 와서 홍보를 잘해줘야 할 텐데요.”

“그건 그래.”

그때 한 대한 관리가 물어보았다.

“폐하, 철풍금 가격도 붙일지요?”

고해가 관리를 보며 웃더니 말했다.

“하하. 그래,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아, 그리고 전에 천하제일 금루에서 샀던 ‘극한금’도 걸어.”

“예?”

“극한금은 중품 영석 백 개, 내 철풍금은 상품 영석 백 개!”

“네!”

“영목으로 만든 철풍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꼭 써 붙여야 한다.”

“알겠사옵니다.”

옆에 있던 목신풍이 황당한 표정으로 고해를 보며 말했다.

“고해, 내가 다 알아봤네. 저 극한금은 일반 나무로 만들었어. 거기에 가격도 중품 영석 백 개라 너무 비싸서 다들 사지 않는다네. 이 철풍금도 보통 나무 아닌가? 그런데 상품 영석 백 개라고? 절대 못 팔아! 아무도 안 살 거네!”

고해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이 팔면 절대 팔지 못합니다. 그러나 제가 팔면 서로 사겠다고 난리지요.”

목신풍은 고해를 째려보았다.

“미쳤군, 미쳤어. 고해, 자네 정말 미쳤어!”

고해는 신경도 쓰지 않고 한 무리의 부하들과 함께 나갔다.

거리의 수련자들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커다란 안내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련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천하제일 금루를 천하제일이라고 불렀다.

성에서 가장 큰 금루이고 고수들도 자주 방문하는 곳이었다.

천하제일 금루에 관한 소식이라면 사람들은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저녁에 잠들 때까지 의견을 주고받았다.

여양왕 손자가 일품당 부하들을 붙잡고 있으니 일품당의 고해가 칠십만 개의 상품 영석으로 후천경 부하들을 구해냈다고 했다.

그러고는 천하제일 금루 맞은편에 ‘이 거리 제일 금루’라는 점포를 세웠다고 한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련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사람들은 ‘이 거리 제일 금루’가 어떻게 복수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소식이 생겼다.

천하제일 금루에서 고수의 연주를 감상하고 있던 수련자들이 벌떼처럼 우르르 몰려왔다.

“반년 후에 물건을 받는다고? 그것도 선불? 허허! 고해 미친 거 아니야? 철풍금이 뭐길래 먼저 선불을 내라는 거지?”

“들어보니 강천익이 물품을 주지 말라고 명령했대!”

“근데 철풍금이 뭐야?”

사람들은 안내 표지판에 있는 예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장사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 밑에 있는 안내를 보고 사람들은 더 놀랐다.

“일반 나무로 만든 철풍금의 가격이 상품 영석 백 개라고?”

“봐봐! 옆에는 천하제일 금루의 ‘극한금’이야! 저건 중품 영석 백 개에 팔고, 이건 상품 영석 백 개? 이게 말이야 방구야?”

“가당치도 않은 소리! 극한금도 안 사는데 저걸 사라고? 그것도 일반 나무로 만든, 뭐? 철풍금? 그건 또 뭐야! 그것도 백 배나 더 비싸잖아? 고해가 미쳤어!”

사람마다 고해가 미쳤다고 했다.

천하제일 금루 역시 가장 빠르게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여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요금 거문고를 사는 사람들이 적어진 것 같다고?”

강천익이 답했다.

“네, 공자님, 비록 칠십만 개의 영석을 얻었습니다만, 천하제일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었습니다. 수련자들이 여기에서 거문고를 사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마 걱정……!”

여안이 냉랭하게 말을 끊었다.

“돈을 빼앗기라도 할까 봐?”

“조금은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시기만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것입니다.”

“흥.”

“공자님, 고해가 왜 극한금을 사갔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단지 철풍금과 비교하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가격 차이가 백 배라면, ‘이 거리 제일 금루’가 ‘천하제일 금루’보다 백 배 낫다는 걸 보여주려는 목적이 아닐까요?”

“백 배? 흥! 백 배나 되는 영석을 주고 철풍금을 살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네, 소인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손님이 들어왔다.

“혹시 철풍금 있으면 좀 보여주시오!”

“철풍금?”

“그렇소, 맞은편 가게에서 파는 철풍금 말이오. 어떤 악기이길래 상품 영석 백 개나 하는지 좀 보고 싶소.”

“어… 없습니다.”

“없다고? 천하제일 금루 아니오? 어떻게 없을 수가 있지?”

잠시 후, 또 한 사람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천하제일 금루에 왔다.

그러나 천하제일 금루에는 철풍금이 없었다.

여안의 안색은 어두워졌고, 강천익은 미간을 찌푸렸다.

옆에 있던 한 하인이 물어보았다.

“지배인님, 저희 강철 철풍금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강천익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안 돼!”

“그렇지만 물어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강천익은 고개를 저었다.

“철풍금. 이 단어는 고해가 제일 처음으로 말했다. 사람들은 고해의 말을 표준으로 삼고 있을 거야. 만약 우리가 만든 철풍금이 고해가 말한 철풍금이 아니라면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그제야 하인이 이해한 듯 고개를 숙였다.

“예…….”

여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맞은편에 있는 ‘이 거리 제일 금루’를 노려보았다.

이 거리 제일 금루 대 천하제일 금루!

그 소식은 순식간에 은월성의 곳곳으로 흘러갔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전부 혀를 찼다. 고해가 돈에 환장하여 미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어떤 사람들은 철풍금이 무엇이기에 저리도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는지 궁금해했다.

* * *

안개가 낀 한 숲속에서 한 무리의 고수들이 거문고를 켜고 있었다.

그곳은 은월성에서 가장 위엄있는 은월산장이었다.

은월산장에 있는 한 정자.

주변의 안개가 낀 숲은 정말 아름다웠는데, 백발노인이 정자에 앉아 행주로 칠현금을 닦고 있었다.

백발노인이 칠현금을 닦으며 말했다.

“콜록콜록! 이보게, 자네도 나처럼 곧 수명이 끊기는가? 하하하! 컥컥컥!”

뒤에는 청의를 입은 은월산장 부하가 공손하게 서 있었다.

백발노인이 칠현금을 닦으며 물어보았다.

“요즘 성내에서 재미나는 일 없는가?”

뒤에 있던 부하가 공손하게 말했다.

“주인님, 성 내에서 매일 새로운 소식이 생깁니다. 특히 신기한 일은, 일품당 수타주가 천하제일 금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입니다!”

백발노인은 놀란 반응을 보였다.

“뭐?”

청의를 부하는 자신이 아는 바를 전부 말해주었다.

늙은 주인은 조용해지더니 갑자기 웃으면서 말했다.

“역시 재밌구나. 철풍금? 철강으로는 거문고를 만들 수 없어. 기껏해야 현이나 만들지. 소리가 독특하여 다른 현과는 큰 차이가 있거든. 철풍금의 현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독특한 현의 특징을 살려 곡을 만든다면 모를까.”

“곡을 만든다고요?”

늙은 주인이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하지만 명곡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야.”

“주인님, 고해가 미친 걸까요?”

“이틀만 기다려보자. 나도 철풍금을 못 봐서 뭐라 말하기가 그렇구나.”

“예. 새로운 소식이 생기면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그 부하는 계속해서 재미있는 일들을 말해주었다. 그러나 산장 주인은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웃기만 했다.

* * *

이틀에 거쳐 ‘이 거리 제일 금루’는 수련자들을 놀라게 할 준비를 마쳤다.

일부 사람들은 대한의 관리를 찾아와 철풍금의 모양 등을 물어보았다.

하지만 대한의 관리들은 이틀 후에 보면 안다고 말하면서 말을 아꼈다.

이틀 후.

‘이 거리 제일 금루’ 앞에 수많은 수련자가 몰려들었다.

천하제일 금루에서 고수들이 연주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들의 연주를 듣기는커녕 전부 고해의 점포로 달려왔다.

창문의 돌출부에서는 수많은 일품당 부하들이 중간에 있는 커다란 물체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 물체는 검은 천으로 덮여 있어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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