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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74화 (157/243)

174화. 철풍금은 불티나게 팔리고

“반년 정도야 뭐… 괜찮습니다.”

“한 대에 상품 영석 백 개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음을 어찌 값으로 정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 저쪽에서 계약하시면 됩니다.”

사마장공이 머리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대한의 관리들은 계약서를 작성하고 사마장공한테 넘겨주었다.

사마장공은 한 번 훑어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재밌는 계약이군요. 하하하!”

사마장공은 서명한 후, 상품 영석 천 개를 건넸다.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은 상품 영석 천 개로 종이 몇 장을 산 중년 남성을 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악평을 쏟아붓던 금도 대사들을 바라보았다.

한 무리의 금도 대사들은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나 개중에는 얼굴이 두꺼운 자들도 있었다.

한 금도 대사가 냉랭하게 말했다.

“하하하! 이거 고해가 심어놓은 사람 아니야?”

또 다른 금도 대사가 옆에서 거들었다.

“그래! 누가 상품 영석 천 개로 종이 몇 장을 사겠어? 난 안 사! 이건 사기야!”

“맞아! 이건 가짜야! 이런다고 우리가 살 줄 알아?”

“꿈 깨! 상품 영석 백 개를 준다고 해도 안 가져!”

금도 고수들이 너도나도 비아냥거렸다.

그들의 말을 들은 수련자들은 또다시 혼란스런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은 의경이 있는 음악이 제대로 된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구나 금도의 고수들이 별로라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하지만 사마장공은 신경 쓰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용완청 등 일행은 초조해졌다.

사방팔방의 수련자들이 신기해하는 눈빛으로 철풍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금도 고수들의 별로라는 말 한마디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그래도 가끔씩 돈 많은 사람들이 철풍금을 사러 왔다.

“나랑 계약하지! 한 대 사겠네!”

“또 누구야?”

“사지 말게. 고수들도 별로라는데 왜 사는 거야?”

“좋아서 그래. 난 돈이 많거든!”

개논의 효과는 대단했다.

고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철풍금을 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는 삼십 대를 계약했다.

돈이 많은 사람도 있었고, 개논에 환장한 사람도 있었다.

그들 외에도 사고 싶은 사람들이야 많았지만, 예약 조건과 금도 고수들의 혹평이 발목을 잡아서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여안의 표정도 점점 풀렸다.

강천익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공자님, 철풍금의 기세가 꺾인 것 같습니다.”

고해가 하마터면 예약에 성공할 뻔했다.

‘미리 준비해 두길 잘했어!’

그때, 거대한 산학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선학의 등에는 청의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저건 은월산장의 소장주 아닌가?”

“은월산장의 운묵 공자잖아? 여긴 왜 왔지?”

“설마 개논 때문에?”

주변의 수련자들은 토끼 눈을 한 채 청의를 입은 운묵을 바라보았다.

운묵이 말했다.

“누가 고해입니까?”

고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제가 고해입니다만, 귀하는……?”

운묵이 웃으면서 초대장을 내밀었다.

“저는 은월산장의 운묵입니다. 장주님께서 귀하의 ‘개논’이 마음에 든다고 하시면서 이 초대장을 선물한다고 하셨습니다.”

고해는 어정쩡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받았다.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뭘 들은 거지? 산장 주인이 ‘개논’을 좋아한다고? 잘못 들은 건 아니지?”

“왕 대사가 이 음악은 정말 형편없다고 했잖아? 도대체 누구 말을 들어야지?”

“엇? 왕 대사 어디 갔어?”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은 이상한 눈빛으로 한 무리의 금도 고수들을 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개논을 혹평했던 금도의 고수들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만약 다른 고수가 와서 개논을 칭찬했다면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도 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은월산장의 산장 주인이 좋다고 하니 꼬리를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산장 주인이 좋다면 좋은 거다!

산장 주인이 개논을 좋아한다고?

금도 고수는 너무 민망한 나머지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쳤다.

오늘 이후로 모든 사람이 이 사실을 알게 될 텐데 고개를 어떻게 들고 다닌단 말인가!

그들이야 땅을 파든 말든, 고해가 웃으면서 말했다.

“장주님께서 좋아하신다니 다행입니다. 초대장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운묵이 웃으면서 말했다.

“장주님께서 이 철풍금이 독특하다고 하시면서 한 대 사오라고 하셨습니다.”

고해가 고개를 흔들며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죄송해서 어떡하지요? 지금은 전시용으로 내놓은 한 대밖에 없습니다. 철풍금을 사려면 먼저 계약을 하시고 반년 후에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럼 두 대만 예약하지요.”

“양해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운묵은 돈을 건넨 다음 계약서를 들고 돌아갔다.

수련자들은 놀라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은월산장은 훌륭한 금도 고수를 양성하기로 소문난 세가였다. 그런 세가에서 철풍금을 사다니!

앞쪽에 서 있던 수련자가 재빨리 튀어나갔다.

“저도 한 대만 주세요! 영석 여기 있습니다!”

뒤따라서 수십 명이 한꺼번에 나섰다.

“제가 먼저 왔습니다. 저도 한 대만 주세요!”

“저도 계약하겠습니다. 순서를 앞으로 당겨주세요! 얼른요!”

수련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그 광경이 어찌나 난폭한지 계약을 하는 책상까지 뒤엎어질 뻔했다.

철풍금을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나 드는지 누가 알아? 일단 계약부터 해야지!

이건 은월산장의 주인도 사고 싶어 하는 철풍금이라고!

상품 영석 백 개가 비싸다고? 흥! 산장 주인이 찜한 철풍금인데 상품 영석 백 개는 아무것도 아니지!

“사기 싫으면 물러서! 길을 막지 말고!”

대한의 관리들이 달려오더니 책상을 세우고 계약에 나섰다.

“싸우지 말고 줄을 서세요! 한 사람씩 받겠습니다.”

사람들이 뒤엉켜서 혼잡이 극에 달했다.

뒤늦게 달려온 수련자들은 앞에 있는 수련자들이 서로 먼저 계약하려고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줄을 섰다.

은월산장의 주인이 콕 집어서 사려는 물건이었다.

이제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하나의 신분을 상징하고 있었다.

고해는 창문 돌출부에 서서 맞은편에 있는 천하제일 금루를 보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온화한 미소가 여안과 강천익의 눈에는 악귀의 미소처럼 느껴졌다.

-은월산장 주인이 ‘개논’을 좋아하여 철풍금을 두 대나 샀다고 한다!

이건 고해의 연주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은월성에서 곳곳에서 달려온 수련자들은 ‘이 거리 제일 금루’에서 철풍금 쟁탈전을 벌였다.

천하제일 금루에서 보낸 금도 고수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한 번만 더 비아냥거리면 모든 사람의 눈총을 받을 것이 뻔했다.

철풍금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금도 고수들의 말을 듣고 마음을 바꾼 수련자들은 금도 고수들을 욕했다.

잠깐 망설이는 사이 일찍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천하제일 금루에 속았어!”

“그래! 이 개자식들에게 완전히 속았어!”

유년대사, 용완청, 상관흔은 위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승리를 만끽했다.

목신풍은 고해 손에 있는 초대장을 보며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내가 그렇게 잘했는데도 아홉 번이나 떨어졌어. 그런데 고해는 엉망으로 쳐놓고도 산장 주인이 제 발로 찾아와서 초대장을 주다니….’

‘이건 불공평해! 고해의 음악에는 의경도 없었다고!’

하지만 용완청은 즐겁기만 했다.

“고 타주! 이번 연주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걸 축하해!”

고해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제가 철풍금을 잘 치지 못합니다. 그리고 의경도 없고요. 이 초대장은 당주님께 드리지요. 당주님이 가십시오.”

옆에 있던 목신풍은 하마터면 뒤로 넘어갈 뻔했다.

자신의 초대장도 고해가 준 거나 다름이 없잖은가 말이다.

그런데 또 양보하다니!

하지만 용완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난 싫어. 난 잘하지도 못해.”

고해가 유년대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유년대사님께서 가시지요. 저는 별로 가고 싶지 않습니다.”

유년대사도 고개를 흔들었다.

“고 타주, 그냥 자네가 가게.”

하지만 고개가 끝까지 고집을 피워서 결국 초대장은 유년대사의 손에 들어갔다.

고해가 말했다.

“목 타주님, ‘이 거리 제일 금루’의 첫 시작이 이럴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목 타주님의 도움을 얻고 싶습니다.”

목신풍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뭔가?”

“‘이 거리 제일 금루’가 바빠질 것 같습니다. 저한테 부하들을 좀 주시겠습니까? 아, 비용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몇 명이나 필요한가?”

“천 명이오.”

목신풍은 당황한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

“뭐?”

하지만 곧 뭔가를 떠올리고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도와주지.”

* * *

은월산장 주인이 철풍금을 예약했다는 사실이 은월성 전체에 전해졌다.

수련자들은 철풍금의 모양을 보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

개논을 듣지 못한 수련자들도 산장 주인이 예약했다는 철풍금을 보기 위해 달려왔다.

수많은 수련자가 왔지만, 천하제일 금루에 들어가는 수련자는 극소수였다.

길에 있던 사람들은 십 열로 서서 계약을 하고 돈을 지불했다.

고해는 받은 영석을 수거하지 않고 철풍금 옆에 쌓아두었다.

한편, 맞은편에 있는 천하제일 금루에는 파리만 날아다녔다.

여안과 강천익은 굳은 표정으로 맞은편을 노려보았다.

강천익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공자님, 고해가 철풍금을 파는 목적이 돈을 벌려는 것도 있지만, 우리 천하제일 금루에 먹칠하려는 심산인 것 같습니다. 저희를 무기력하게 만들려 말입니다.”

여안은 이를 갈았다.

“막을 방법은”

“아쉽게도, 이제는 저들이 너무 유명해져서 저희가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다면 이 업계에서 매장당할 수 있습니다.”

그때였다.

길거리에서 대한 관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칠천칠백 번 손님 축하드립니다! 고 선생께서 이 ‘극한금’을 행운의 선물로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강천익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

급히 밖을 내다보았다.

대한 관리가 중품 영석 백 개에 달하는 극한금을 선물로 건네고 있었다.

‘끄응, 빌어먹을 놈…….’

고해는 맞은편에 있는 강천익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슥!

손을 뻗은 그는 산처럼 쌓여 있는 모든 영석을 보란 듯이 영패 공간에 넣었다.

여안이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칠 일 만에 칠천칠백 명의 손님을 끌어들였다면 칠십칠만 개의 상품 영석을 벌었단 말이군. 결국 고해는 손해는 보지 않았어!”

강천익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가히 장사에 있어서 천재적인 자입니다. 이번에 우리가 제대로 된 선수를 만났군요. 저희 가게에서 잃은 돈을 일주일 만에 벌다니……. 하아아.”

그 말에 여안이 차갑게 코웃음 쳤다.

“장사에 천재? 흥! 난 누구한테 머리를 숙여본 적도 없어! 강천익, 고해의 금루를 망가뜨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해의 방법에도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래?”

여안이 눈이 분노로 번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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