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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75화 (158/243)

175화. 개논 변주

“일단 고해의 손에는 물건이 없습니다. 그리고 철풍금을 만드는 공인도 없지요. 칠현금도 없고 다른 악기들도 없는데 어떻게 장사를 하겠습니까? 철풍금만 판매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한동안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입니다.”

“기다리라고? 난 기다리는 게 싫다.”

“그럼 우리 금루를 더 강하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금도의 고수들을 계속 초대하여 칠현금 연주를 하면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고, 고해의 점포는 점점 더 위축될 겁니다.”

“그럼 데려와!”

“예, 공자!”

* * *

강천익의 예측대로 ‘이 거리 제일 금루’에서 철풍금을 사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나 아직은 매일 만원이었다.

그럴 때쯤 천하제일 금루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예전에는 금도 고수들이 며칠 건너 한 명씩 왔지만, 지금은 매일매일 새로운 고수들이 찾아왔다.

고수들의 강력한 의경은 수련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금도 고수마다 색다른 의경을 뽐내고 있었다.

길거리가 축제의 분위기로 물들었다.

반면, 개논은 매일매일 들어도 질리지 않았지만, 처음의 신선함을 점점 잃고 있었다.

천하제일 금루의 인기가 다시 올라갔다.

‘이 거리 제일 금루’ 의 한 칸은 이미 내부 장식 공사가 끝난 상태였다.

목신풍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가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고해가 상관흔한테 상품 영석 오십만 개를 건네고 있었다.

“먹고 싶은 건 다 먹어. 돈 아까워하지 말고.”

목신풍은 할 말을 잃었다.

수타주도 너무 하는 거 아니야? 부하가 먹을거리를 사는 데 오십만 개의 상품 영석을 주다니!

돈 많다고 자랑하는 거야, 뭐야?

그는 짜증이 서린 눈빛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고해는 그를 신경 쓰지 않고 유년대사에게 말했다.

“유년대사님, 상관흔이 먹을거리를 사러 가는 길이 안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유년대사님께서 신경 좀 써주시지요!”

유년대사가 머리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말게. 상관흔을 내가 보호할 테니, 자네는 당주님을 지켜주게.”

“알겠습니다.”

용완청이 웃으면서 말했다.

“유년대사, 걱정하지 마. 별일 없을 거야.”

유년대사도 머리를 끄덕였다.

상관흔은 얼마 전에 산 축적 장비에 상품 영석 오십만 개를 넣고 돌아서다가 목신풍과 눈이 마주쳤다.

용완청도 목신풍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목 타주, 무슨 일이야?

정신이 번쩍 든 목신풍이 다급하게 말했다.

“천하제일 금루에서 고수들을 끊임없이 불러오고 있습니다. 이탈하는 수련자들도 점점 많아집니다.”

고해가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그것도 오래 못 갑니다. 우리 금루의 내부 장식만 끝나면 천하제일은 페업해야 할 겁니다.”

목신풍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뭐? 자네는 물건도 없지 않은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고해는 삼층에 있는 창밖 돌출부로 올라갔다.

목신풍과 용완청도 고해의 뒤를 따라서 올라갔다.

역시나 천하제일 금루에서 거문고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람들도 의경에 빠져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고해는 천천히 철풍금 앞으로 향했다.

“확장음 진법을 열거라!”

“네!”

윙!

확장음 진법이 열리자 순식간에 수련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고해가 또 철풍금 앞에 앉았어! 이번에도 개논인가? 난 많이 들었는데…….”

“개논 연주만 가능한 건가?”

“비록 많이 들었지만, 또 듣고 싶어. 다른 악기로 연주하면 이런 느낌이 안 나거든.”

수련자들은 고해를 올려다보았다.

당당당……!

철풍금 연주가 시작되었다.

“엇? 이건 개논 아니잖아?”

“아니야, 개논 맞아. 그런데 느낌이 다른데?”

“개논이 확실해. 그런데 어떤 부분은 이상한데? 고해가 틀린 건가? 아니면 빠르게 친 건가?”

“이것도 듣기 좋군!”

매우 특별한 개논 연주가 울려 퍼졌다.

개논을 들은 은월성 사람들은 멍하니 듣고 있었다.

사람들은 궁금한 기색이 역력했다.

개논은 개논인데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고해는 절반 정도 연주하다가 연주를 멈췄다.

곧이어 고해의 소리가 들렸다.

“개논은 수천 가지의 연주 방식이 있습니다. 오늘부터 저는 예전의 개논과는 다른 새로운 개논을 연주할 것입니다. 오늘 먼저 보여줄 개논 방식은 바로 ‘개논의 미친 철풍금 방식’입니다!”

“개논의 미친 철풍금 방식?”

“미친 철풍금 방식? 무슨 말이지?”

개논의 연주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처음에는 비슷하다가 연주하면 할수록 듣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예전 버전은 잔잔한 느낌의 개논이라면, 지금은 거센 파도처럼 쿵쾅거렸다.

마치 거센 파도가 밀려오는 것처럼 사람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개논의 미친 방식은 수련자들의 마음을 들끓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가슴에서 불이 타올랐다.

불이 거세게 타오르면서 사람들을 미치게 했다.

불타오르는 듯한 철풍금 연주에 수련자들의 마음도 들끓었다.

“이… 이게 개논이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이렇게 격렬한 음악이라니!”

“나도 이 음악을 배우고 싶어!”

개논의 미친 방식은 수련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천하제일 금루에서 금도 고수들의 연주에 꿈을 꾸던 수련자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뜨더니 이내 고해의 금루로 뛰어갔다.

수련자들은 환한 표정을 지으며 고해를 올려다보았다.

“이게 바로 ‘개논의 미친 철풍금 방식’인가? 개논이 변주도 가능하구나!”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던 수련자들이 다시 개논으로 들끓었다.

수련자들은 격정적인 음악에 맞춰 몸까지 흔들었다.

근처의 어느 한 작은 정원에 있던 완아선자 역시 고해의 철풍금 소리를 듣고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개논의 미친 철풍금 방식? 처음의 개논과는 정반대의 연주 방식이구나. 흥분을 넘어서서 미쳐버릴 지경이네.”

은월산장의 장주가 손을 휙 젓자 고해의 연주 소리가 들려왔다.

산장 주인이 감탄하며 말했다.

‘개논의 미친 철풍금 방식? 허허! 활력이 넘치는군. 그 친구, 정말 대단해!’

강천익과 여안은 화를 내며 고해의 철풍금 연주를 보고 있었다.

고해의 연주는 어찌나 빠른지 손조차 보이지 않았다.

은월성은 개논의 변주 소리에 물들었다. 개논의 변주는 사람들에게 지혜를 불어넣는 것 같았다.

“변주?”

“그래! 연주가 빨라졌다가 느려지고! 정말 다양하게 변할 수 있어!”

“나도 개논 변주를 할 수 있을까?”

“개논이 이렇게 변한다고?”

“개논의 미친 철풍금 방식! 대박이야!”

수련자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쩌억 벌렸다.

고해가 지구에 있을 때, 방송에서 서로 다른 방식의 ‘개논’을 많이 들어봤었다.

환경에 따라 ‘개논’의 연주법도 바뀌었다.

당당당당당……!

정열적인 개논이 은월성 전체에 울려 퍼졌다.

천하제일 금루에 있던 여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개논의 연주법이 계속 변한다고?”

강천익의 표정도 잔뜩 굳어졌다.

“큰일입니다. 고해가 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개논을 이렇게도 변주할 수 있으니, 금도 고수들도 개논을 자신만의 음악으로 변화시켜 연주할 것 같습니다.”

강천익의 예측대로 고해의 ‘개논의 미친 철풍금 방식’에 따라 수련자들도 자신의 악기로 다양한 개논 음악을 만들었다.

속도도 조절할 수 있었고 음절 역시 변화할 수 있었다.

하나, 또 하나의 독특한 개논이 은월성에서 나타났다.

금도 고수들은 남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보다 자신의 음악을 창작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이게 바로 개논이었다.

개논으로 다양한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얻는 것!

정말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은월성 전체는 개논의 시대로 들어섰다. 은월성에 이곳저곳에서 개논을 변주하는 창작가들이 많아졌다.

개논의 변주는 점점 더 유명해졌다.

변주된 개논은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사람마다 작곡가가 된 느낌이었고 곡조 역시 매우 재밌었다.

사람마다 개논에 빠져버렸다.

천하제일 금루에서 연주를 하던 금도 고수들도 점점 활기를 잃었다. 청중들도 자신만의 음악을 만드느라 남의 음악을 들을 시간도 없었다.

결국 천하제일 금루의 계획은 처참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 * *

은월성이 다른 성과 다른 점은, 이곳에 금도의 길을 걷는 수많은 수련자가 있다는 것이다.

개논의 미친 철풍금 방식이 나오자 사람들은 작곡의 늪에 빠졌다.

처음에만 해도 냉랭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수련자들 역시 작곡하느라 야단법석이었다.

결국 맞은편의 천하제일 금루의 고수들은 묵묵히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천하제일 금루의 장사는 점점 참담해졌고, 맞은편의 이 거리 제일 금루는 점점 더 활력을 띠었다.

강천익과 여안은 표정이 바위처럼 굳어 있었다.

지금까지 천하제일 금루의 장사는 대박이었다. 그 누구도 경쟁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처럼 폭망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여안이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이 데려온 놈들은 전부 쓸모없는 멍청이들 뿐이야. 고해 하나를 이기지 못하다니!”

“공자님, 화를 식히십시오.”

“지금 참게 생겼어? 이제 어떡할 거야? 방법은 있어?”

“저 역시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해가 간교한 계략으로 이번에는 성공했지만, 이제부터는 정면 대결을 펼칠 수밖에 없습니다.”

“정면 대결을 펼치면 달라질 거라도 있어?”

“고해의 손에는 지금 철풍금밖에 없습니다. 내부 장식이 끝나도 물건이 없는데 장사를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웃기지도 않는 일입니다. 조금만 더 참고 계십시오. 내부 장식이 끝나면 제가 선물 하나를 보낼 겁니다.”

강천익은 여안의 화를 식혔다.

철풍금의 열기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했다. 잘못 건드리면 오히려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었다.

“흥! 좋아. 조금만 더 참아보겠어. 내부 장식이 끝나도 물건이 없으면 개논의 열기도 식겠지. 그때 가서 어떻게 망하는지 두고 보겠다.”

한 달이 지나자, 강천익의 말대로 또다시 개논의 열기가 식어갔다.

철풍금을 사는 사람도 적어졌고 수련자들도 슬슬 지겨워했다.

여안과 강천익은 맞은편에서 그걸 보며 미소를 지었다.

반면 용완청은 불안해졌다.

고해가 그 모습을 보고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당주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레면 ‘이 거리 제일 금루’가 문을 열게 됩니다.”

용완청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모레 문을 열면 뭘 팔 거야? 또 새로운 악기를 내오고, 또 예약을 받을 거야?”

“궁금해도 조금만 더 기다리십시오. 모레면 알게 될 겁니다.”

용완청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고해가 지금까지 허언을 한 적 없으니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목신풍은 궁금해서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참다, 참다 못 참은 그가 고해를 찾아가 넌지시 물었다.

“저기… 고 타주, 이제 실내장식도 거의 다 끝났네. 요즘 철풍금을 연주하면서 악기 사러 오라고 홍보까지 했는데, 악기는 해결할 방법은 있나?”

고해가 묘한 표정으로 목신풍을 바라보았다.

“제가 목 타주님의 부하를 빌렸잖습니까? 악기 찾으러 보냈습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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