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179화 (162/243)

179화. 비창

* * *

운묵은 고해의 곡을 들으며 따라서 연주하기 시작했다.

당! 당당당당당……!

“참으로 굳센 의지가 깃든 연주로구나!”

경탄한 그는 첫 번째 연주를 마치고 두 번째 연주를 시작했다.

두 번째 연주에서 운묵은 눈을 지그시 감고 머릿속에 의경을 그렸다.

그는 끊임없이 연주했다.

내면의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정성껏 연주하여 비참한 세계와 맞서 싸웠다.

위이잉!

순간, 운묵이 만든 강력한 의경이 비참한 세계의 먹구름을 향해 날아갔다.

한 번, 또 한 번의 연주를 통해 운묵의 오감도 많이 좋아진 상태였다.

운묵은 비참한 세계의 의경과 싸울 수 있는 방법을 깨닫고 표정이 조금씩 풀어졌다.

주변에 있던 은월산장의 부하들도 운묵을 따라 고해의 음악을 연주했다.

윙!

한 줄기, 또 한 줄기의 의경이 하늘을 향했다.

고해의 음악을 연주할 때마다 수련자들은 비참한 세계의 습격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신풍도 고해의 주변에서 그 곡을 연주하다가 소리쳤다.

“효과가 있어! 우린 막아낼 수 있어!”

옆에 있던 용완청도 칠현금을 배우고 있었다.

그때 고해가 소리 높이 외쳤다.

“이 철풍금 곡의 이름은 비창(悲怆, 베토벤의 곡)입니다. 저와 함께 연주하면서 자신의 의경에 빠지면 비참한 세계의 습격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고해의 목소리가 은월성 전체에 울려 퍼졌다.

사람의 인생에서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건 정말로 큰 고통이다. 그러나 이런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영웅의 기개가 이 연주에서 흘러나왔다.

운명과의 투쟁!

이것이 바로 ‘비창’의 가장 강력한 주제였다.

고해는 계속 비창을 연주했다.

수련자들은 ‘이 거리 제일 금루’ 주변에서 고해의 연주에 맞춰 ‘비창’을 연주하였고, 마침내 ‘비창’ 속에 담긴 의경을 들을 수 있었다.

연주하면 할수록 수련자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고 끊임없이 ‘비창’을 연주했다.

연주에서 나타난 투쟁 정신은 하늘에 있는 먹구름을 향해 날아갔다.

당! 당당당당당……!

은월성에 있는 수많은 수련자가 ‘비창’을 연주했다.

그들의 투쟁 정신이 끝없이 모여서 하늘에 있는 먹구름에 맞서 싸웠다.

당! 당당당당당……!

당! 당당당당당……!

당! 당당당당당……!

비창은 발 없는 말처럼 은월성 전체에 전해졌다.

수련자들은 끊임없이 비창을 연주했다.

앞서 연주했던 개논보다 더 격렬했다.

개논의 경우,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뉘었지만, 지금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비창을 연주하고 있었다.

은월성 전체가 비창으로 뒤덮였다.

완아선자는 고해를 보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의경이 없는 곡은 위협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비참한 세계를 연주하던 손이 약간 떨리는 것 같았다.

쿵!

하늘에는 점점 더 많은 먹구름이 나타나 은월성을 뒤덮었다.

고해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내 비창으로 비참한 세계를 깨버려라!”

순간, 은월성 사람들의 의경이 모여 비참한 세계의 먹구름을 공격했다.

쿵!

먹구름이 흔들리더니, 하마터면 깨질 뻔했다.

완아선자의 안색이 굳어졌다.

“뭐야, 이건?”

완아선자는 너무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손에 있던 칠현금을 떨어뜨릴 뻔했다.

고해가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

“‘비창’ 연주를 한 번 더 합니다! 나와 함께 비참한 세계의 운명을 깨버립시다!”

당! 당당당당당……!

당! 당당당당당……!

은월성의 수련자들은 고해와 함께 ‘비창’을 연주하며 다시 한번 하늘에 있는 먹구름을 향해 총공세를 펼쳤다.

* * *

‘비창’은 더할 나위 없이 웅장했다.

쾅!

하늘과 땅이 무너질 듯한 충돌음이 울렸다.

순간, 먹구름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그 사이로 한 줄기의 햇빛이 나타났다.

평범한 햇빛이 아니었다. 은월성 사람들의 희망이고 빛이었다.

운명과 맞서 싸운 승리의 빛이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다시 먹구름에 묻혀버렸다.

먹구름에서 폭풍이 불더니 이내 은월성을 덮쳤다.

완아선자의 칠현금이 흔들렸다. 금을 튕기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완아선자는 당황한 듯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곧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더 빠르게 연주했다.

“이럴 수는 없어! 비참한 세계는 흔들리지 않아! 아무도 막지 못해!”

비참한 세계가 더욱 격렬하게 울렸다.

먹구름이 빙빙 돌면서 검은 익룡을 만들었다. 그 익룡이 입을 쩌억 벌리며 땅을 보며 포효했다.

고해가 외쳤다.

“한 번 더 합시다!”

은월성에 있는 금도 수련자들이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좋습니다!!!”

“합시다!!!”

은월성 전체가 흔들렸다.

사람들은 희망을 보았고 한 줄기 빛을 발견했다.

운명을 바꾸려면 싸워야 한다. 싸워서 승리하려면 견고하게 노력해야 한다.

당!당당당당당……!

당!당당당당당……!

고해와 은월성 수련자들은 다시 한번 비창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연주 소리가 곧바로 먹구름을 향해 돌진했다.

먹구름 속에 검은색 익룡이 보였다. 은월성 수련자들의 정신은 황금색 용으로 화해서 나타났다.

콰과광! 쾅! 쾅!

쌍방의 거력이 부딪쳤다.

완아선자의 얼굴에 흉악한 표정이 떠올랐다.

은월성의 수련자들 역시 지지 않고 강력하게 받아쳤다.

“깨버려라!”

쿵!!!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격돌이었다.

황금색 용은 검은색 익룡의 목을 물어뜯고는 곧바로 먹구름의 중심을 향해 날아갔다.

쿵! 쿠궁!

먹구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구멍이 뚫리자 햇빛이 반짝였고, 수련자들의 시력도 다시 회복되면서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용완청이 감격스러워하며 말했다.

“앞이 보여! 고해! 네가 성공했어!”

고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수련자의 시력이 절반 가까이 회복되었다.

투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환호했다.

푸헉!

맞은편에 있던 완아선자는 강력한 충격을 받고 피를 토했다.

입에 피가 묻은 완아선자가 고해를 보며 악을 쓰듯 말했다.

“아니야! 비참한 세계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곡이야!”

그녀는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이미 승부는 결과가 난 상태였다.

사람들은 모두 고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감사합니다. 고 대사님!”

“감사합니다! 고 선생, 눈앞이 보이고 오감도 회복되고 있습니다.”

감격에 찬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고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흥분하면 어떻게 합니까? 한 번 더 합시다! 비참한 세계를 완전히 없애버립시다!”

은월성 전체에 고해의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좋습니다!!!”

은월성 수련자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고해의 말에 대답했다.

* * *

천하제일 금루는 산산조각이 났다.

여안과 강천익도 잃었던 오감이 천천히 회복되었다.

강천익은 잿더미가 된 천하제일 금루를 보다가 고해를 응시했다. 그의 눈에는 절망의 눈빛이 가득했다.

“천하제일 금루는 이제 끝입니다. ‘이 거리 제일 금루’는 우리 천하제일 금루를 사려는 게 아니라, 우리 금루를 없애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여안 역시 독기 어린 눈빛으로 고해를 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다시 한번 ‘비창’을 연주했다.

고해를 선두로 천만 수련자들이 연주에 참여했다.

콰우우우우!

황금색 용은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하늘에 있는 먹구름이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황금색 용은 맹렬하게 울부짖으며 남아 있는 먹구름을 쓸어 버렸다.

비참한 세계의 의경은 철저히 무너졌다.

은월성의 수련자들은 환호했고, 흥분에 도가니에 빠졌다.

“후우우우.”

사마장공은 반격하는 모습을 보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내가 고해를 과소평가했구나. 그는 상업의 천재일 뿐만 아니라 대단한 통솔력을 갖춘 인물이었어. 천만 수련자들을 움직이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만약 전장에서 그랬다면 천군만마를 움직인 거나 다름없다!”

같은 시각, 은월산장에 있던 금도 고수들도 함성을 질렀다.

“깼어! 깨버렸다고! 하하하! 비창의 정신으로 비참한 세계를 깨버렸어!”

“난 비창에서 강력한 투쟁 정신을 느꼈네!”

“나도 그래! 이번에는 확실히 뭔가 달랐어! 능력을 한 단계 돌파할 것 같아!”

“비창, 역시 비창이야!”

산장 밖에 있던 수련자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산장 부하들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은 갈기갈기 찢긴 먹구름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운묵이 산장 주인을 보며 말했다.

“장주님, 저희가 비참한 세계를 깨버렸습니다!”

산장 주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야 알겠느냐?”

“네, 장주님께서 말씀하신 거문고를 연주하기는 쉽지만, 명곡을 얻기는 힘들다는 뜻을 잘 몰랐습니다. 장주님께서 고해한테 초대장을 전달하라고 하셨을 때 뭔가를 느끼긴 했습니다만, 이번에 확실히 명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명곡은 사람들의 영혼을 물들이고 정신세계에 엄청난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 고해의 철풍금 연주에는 의경이 없었다. 그러면 또 어떠냐? 철풍금 연주를 잘하는 사람은 ‘대사’라고 부르고, 대사는 영원히 금도 수련자를 넘어설 수 없단다. 아무리 잘해도 안 돼! 수련자들은 금도의 길을 걷기 때문이다.”

“네!”

산장 주인이 덤덤하게 말했다.

“‘비참한 세계’와 ‘비창’의 두 작곡가한테 이 초대장을 건네주거라!”

“네? 비참한 세계를 연주한 사람한테도 준다고요? 그리고 고해한테는 이미 줬습니다.”

산장 주인이 덤덤하게 말했다.

“‘비참한 세계’를 창작한 사람은 우리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나와 겨룰 준비만 하다가 고해가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 했겠지. 비록 고해한테 한 장을 줬지만, 이번에도 받을 자격이 충분해.”

“네!”

* * *

비참한 세계의 강력한 의경이 튕겨지면서 완아선자를 향해 돌진했다.

푸헉!

자신이 친 먹구름에 한 방 맞은 완아선자는 피를 토해냈다.

면사는 이미 피로 물들었고, 손에도 핏자국이 가득했다.

그녀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맞은편에 있는 고해를 응시했다.

고해는 연주를 멈췄다.

용완청이 감격스러워하며 고해의 팔을 잡았다.

고해를 얕잡아 보던 목신풍 역시 이번에는 제대로 충격을 받았다.

조금 전의 광경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은월성 전체가 같이 움직였다. 그 기세는 마치 천군만마들이 통솔자의 명령을 따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감사합니다. 고 선생!”

“감사합니다. 고 대사님!”

“고 대사님, 비창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창문 돌출부 아래에 있던 수련자들은 전부 고해를 보며 감격에 젖었다.

고해는 철풍금에서 손을 떼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주변의 수련자들을 바라보았다.

완아선자는 피를 토한 후 맞은편에 있는 고해를 바라보았다.

앞서 고해란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자신의 목표는 오직 은월산장 주인이었다.

‘이 거리 제일 금루’를 무너뜨리리라?

자신은 그럴 시간도 흥취도 없었다.

자신은 오직 은월산장 주인만 보고 달려들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참담하게 패하고 말았다.

자신이 겪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때 저 아래쪽에서 수련자들이 몰려왔다.

“이런 빌어먹을 천하제일 금루! 박살 내버릴 테야”

“이 요녀야! 거기 서라!”

“저 요녀를 붙잡아라! 요녀를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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