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금루를 차압하다
수련자들은 천하제일 금루로 달려가 빼앗고 부수고 난리가 났다.
여안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이런 썩을 놈들! 이게 누구 산업인 줄 알아?”
강천익이 말렸다.
“공자님, 놔두십시오! 이제 은월성에서는 천하제일 금루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여안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안 돼! 안 돼! 지금 바로 성주한테 가서 병사들을 데리고 올 거다! 이들을 진압해야 해!”
강천익이 여안을 붙잡으며 말했다.
“안 됩니다. 공자님, 그러면 폭동만 거세질 뿐입니다. 백성이 폭발하면 왕 어르신도 궁지에 몰리게 됩니다!”
여안이 말했다.
“뭐? 폭동? 할아버지가 궁지에?”
“병사들도 하마터면 오감을 잃을 뻔했습니다. 그들도 천하제일 금루를 원망하고 있을 텐데, 만약 명을 어기기라도 하면 어떡하겠습니까? 마지막 결과를 상상해 보셨습니까? 이 소식이 성왕의 귀에 들어가면 왕 어르신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여안이 굳은 표정으로 반응했다.
“뭐? 그, 그럼 이제 어떡하지?”
“백성들의 분노는 막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던지고 부수면 백성들의 분노도 점차 가라앉을 것이고, 이들이 냉정을 되찾으면 왕 어르신의 산업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 자연히 수그러질 것입니다.”
여안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완아선자를 바라보았다.
지금 같은 기분으로는 완아선자를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완아선자 역시 할아버지의 귀중한 손님이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천하제일 금루를 박살 낸 수련자들은 서서히 안정을 찾아갔다. 그러나 일부 수련자들은 완아선자를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완아선자는 짙은 안개와 구름에 둘러싸여 있어서 찾을 수가 없었다.
“요녀, 나와라!”
“요녀를 찾아!”
완아선자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냉랭하게 웃었다.
주변 사람들의 욕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자리를 떠난 고해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스승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그 어떤 연주자도 얕잡아보지 말라고 하셨는데, 내가 그를 얕잡아본 건가?”
꺄악!
그때, 하늘에서 선학 한 마리가 날아왔다.
선학 위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은월산장의 운묵이잖아? 여기는 무슨 일이지?”
사람들이 운묵을 보고 수군거렸다.
선학에 내린 운묵은 완아선자 앞으로 걸어갔다.
운묵이 완아선자를 보며 물어보았다.
“귀하가 바로 ‘비참한 세계’를 연주한 연주자 맞습니까?”
완아선자가 냉랭하게 답했다.
“맞아. 근데 왜? 산장 주인이 나를 잡아오라고 시키기라도 했어?”
“귀하의 ‘비참한 세계’는 강력한 의경을 가지고 있어 저 역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장주께서 이 초대장을 전달하라고 하셨습니다.”
“뭐?”
“이건 장주님의 마음입니다. 받는 건 귀하의 자유지요!”
완아선자가 냉랭하게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줘! 거절할 이유가 없지! 하하하!”
그 직후,
펑!
주변의 구름과 안개가 터지더니, 완아선자가 모습을 감췄다.
“엇? 요녀가 사라졌다!”
“없어졌어!”
주변 사람들은 완아선자를 찾아 나섰으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운묵은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이 거리 제일 금루’에 가서 고해를 찾았다.
운묵은 사람들 앞에서 초대장을 내밀었다.
고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초대장을 또 준다고요?”
“이건 장주님의 뜻입니다. 이번 초대장은 ‘비창’ 연주를 하셔서 드리는 겁니다.”
용완청이 환하게 웃었다.
운묵이 돌아간 후, 고해와 용완청, 목신풍도 효월산장으로 돌아갔다.
고해가 웃으면서 말했다.
“당주님, 이 초대장은 당주님이 받으시지요, 저는 가지 않겠습니다.”
용완청이 거절했다.
“아, 아니야, 네가 가!”
옆에 있던 목신풍은 보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다른 사람들은 초대장을 받기 위해 밤잠도 설치는데, 고해는 오히려 다른 사람한테 넘긴다.
지가 얼마나 잘나서!
‘쳇!’
* * *
‘비참한 세계’와 ‘비창’의 대결이 끝난 후, 은월성에도 안정이 찾아왔다.
천하제일 금루는 문을 닫았다.
점포가 박살 났을 뿐만 아니라 은월성의 민심도 잃었다. 다시 개업한다고 해도 망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덕분에 ‘이 거리 제일 금루’만 대박 났다.
물건값이 저렴하고 유지 보수도 가능했다. 여기에 고해에 대한 감격의 마음까지 더해져 사람들은 끊임없이 악기를 사러 왔다.
철풍금 예매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거리 제일 금루’는 날마다 막대한 수입을 내고 있었다.
매일 벌어들인 영석으로 저장 장비를 구매하였고, 나머지 영석을 장비 안에 넣어 효월산장에 가져갔다.
매일 수많은 영석이 들어왔다.
한 무리의 목타 부하들도 고해의 명을 따랐다.
고해가 주는 상여금은 어마어마했다. 한 달 동안 받은 상여금이 지난 십 년 동안 받은 것보다 훨씬 많았다.
그런 상여금 앞에서 노력하지 않을 부하가 없었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갔다. 고해 역시 은월산장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었다.
고해가 궁금한 듯 물어보았다.
“엇? 당주님. 당주님의 어머님께서 생전에 효월산장에서 거문고 연주회를 자주 열었던 것 같습니다. 금도 고수들을 초대하여 함께 토론하고 연구한 것 같네요, 그렇지만 여기 이 두 사람이 좀 수상합니다.”
“뭐?”
용완청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고해가 자료의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은월성 성주 하세강과 황보라는 거문고 대사입니다. 이 두 사람은 매번 같은 날에 참석한 건 아니지만, 은월산장의 연주회에 자주 참석한 건 맞습니다. 아마 서로 익숙한 사이겠지요, 그리고 당주님의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연주회에도 참석했고요. 당주님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다른 사람들은 조문하러 왔지만, 이 두 사람은 코빼기도 안 비췄습니다!”
“뭐? 정말이야?”
조문하러 온 사람도 있고 안 온 사람도 많다.
누가 그걸 신경이나 썼을까?
그러나 고해의 말을 들은 용완청은 뭔가 꺼림칙했다.
고해가 용완청을 보며 물어보았다.
“황보 대사가 누군지 알아봐야 합니다. 그리고 은월성주 하세강은 어떤 인물입니까?”
용완청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때, 목신풍이 뛰어오며 말했다.
“이보게, 고해! 큰일 났네!”
고해는 고개를 돌려 목신풍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입니까?”
“여 공자와 성주 하세강이 군대들을 이끌고 금루에 왔네. 금루를 차압한다고 하지 뭔가!”
용완청이 눈을 부릅떴다.
“뭐? 차압한다고? 도대체 왜?”
* * *
‘이 거리 제일 금루’ 밖 거리는 수련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여 공자가 성주에게 부하들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는군.”
“파렴치한 인간! 여 공자가 왕 어르신 얼굴에 먹칠하는구나!”
“고해를 이길 수 없으니 이런 수작을 부리다니.”
“고 선생이 우리를 구해줬는데, 금루가 차압되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해?”
“성주! 왜 그런 멍청한 놈의 앞잡이가 되어 이런 짓을 하는 겁니까?!”
수련자들은 분노했다.
거리의 중심에는 병사들이 둘러싸고 있어 수련자들은 접근할 수 없었다.
‘이 거리 제일 금루’ 문 앞.
일품당 부하들도 초조한 기색으로 손에 활을 들고 여 공자의 부하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고해가 데려온 온 관리들은 지극히 평온해 보였다.
후천경 관리들은 목타 부하들을 시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천하제일 금루 앞에는 병사들이 서 있었다.
금루 가운데에는 의자 두 개가 있었다.
한쪽에는 여안이 차를 마시면서 일품당 부하들을 보고 있었고, 뒤에는 부하가 칼을 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 강천익 등도 함께 있었다.
다른 한 의자에는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화려한 옷을 입은 그 남자는 태연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 공자 부하들이 소리쳤다.
“꺼져! 꺼지라고! 여긴 우리 땅이야!”
삼천 명의 사수들이 일품당 부하들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
일품당 부하들 역시 활을 들고 맞은편을 겨누고 있었다.
쌍방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근처의 작은 정원에 있던 사마장공은 그 혼란스러운 광경을 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사마장공이 자신의 칠현금을 만지며 말했다.
“여 공자가 건방지게 행동하는구나. 이번 양주 걸음은 생각보다 가볍겠네!”
수하 하나가 물었다.
“어르신, 성주 하세강이 여 공자의 명을 받드는 겁니까? 아니면 여양왕이 명을 내린 겁니까?”
“대건천조의 성주는 반드시 성왕의 명을 받들어야 한다. 성주는 성왕이 주는 녹봉을 받고 성왕에 충성해야 한다. 남의 집 개가 되는 건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지.”
“네, 그렇지만 일이 커진 것 같습니다. 고해의 점포가 감당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마장공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 누가 알아?”
길거리는 아직도 혼란스러웠다.
“고 선생이 오셨다. 다들 물러서거라!”
“고 대사님, 말씀만 하십시오, 빚은 반드시 갚겠습니다!”
“고 대사님, 이 파렴치한 인간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은 전부 고해의 편에 서서 금루 안에 있는 사람들을 욕하고 있었다.
여안이 냉랭히 코웃음 쳤다.
“흥!”
옆에 있던 은월성 성주 역시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고해가 탄 선학차가 도착하자 수련자들은 길을 내주고 고해를 중앙으로 모셨다.
고해의 일행이 선학차에서 내렸다.
고해가 돈을 내려고 하자 선학차 주인이 거절하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제가 어찌 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괜찮습니다.”
고해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차 안에 상품 영석 한 개를 두고 내렸다.
선학차 주인은 순간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
“고 선생, 안 주셔도 됩니다. 저, 저…!”
그러나 고해 일행은 이미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버린 후였다.
고해가 오자 수련자들이 조용해졌다.
‘이 거리 제일 금루’ 주변에서의 대치 상황도 일단락되었다.
한 무리의 일품당 부하들이 공손하게 인사했다.
“당주님, 타주님, 고 타주님!”
한 무리의 대한 관리들도 고해한테 인사했다.
고해는 그들이 안전한 걸 보고 다행으로 여기며 머리를 끄덕였다.
근처에 있던 여안이 기다렸다는 듯 고해를 보며 싸늘하게 웃었다.
옆에 있던 성주 하세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용완청을 본 하세강이 공손하게 인사했다.
“소인 하세강이 일품당 당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용완청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 숙, 이게 무슨 일이죠? 병사들을 데리고 우리 일품당 점포에는 무슨 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