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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84화 (167/243)

184화. 묵객

“예, 어르신.”

“칠십만 개의 상품 영석을 버린 이유가 고작 후천경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리고 ‘이 거리 제일 금루’를 개업한 지 두 달도 안 돼서 천하제일 금루를 제쳤어? 심지어 기형 악기 하나만으로 매일 거금을 벌어들인다고?”

“그렇습니다. 여 공자님과 강 어르신이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묵씨 노인은 눈빛을 반짝였다.

“수수료를 이용하여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으니 당연히 이길 수 없지. 고해 그 녀석, 참으로 머리가 비상한 놈이구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네?”

묵씨 노인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아랑곳하지 않고 선학차에서 내렸다.

그는 사람들을 뚫고 내부로 진입했다.

착!

고해의 목소리가 안쪽에서 들려왔다.

“양도해 줘서 고맙습니다.”

“고 대사님, 전부 이겨버리세요. 하하하하!”

“여 공자, 얼른 일곱 번째 사업체를 고 대사님께 넘겨라! 넌 이제 한 번의 기회만 남았어!”

“하하하, 아직 한 판 남았네. 여 공자에게 아직도 내걸 수 있는 사업체가 있을지 모르겠네?”

주변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 속에서 여안의 질타하는 목소리와 강천기의 노성이 들려왔다.

묵씨 노인은 발걸음을 멈추고, 환호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민심만 봐도 알겠군. 여 공자, 이런 상대를 만난 이상 공자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구려.”

그의 부하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어르신, 아직 한 판 더 남았다고 합니다.”

“흥! 아직 한 판 남았다고? 이미 다 지고 없는데 남긴 뭘 남아? 빌어먹을! 이곳의 모든 사업이 여 공자 때문에 다 망쳤구나!”

묵씨 노인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호위 병사들이 가로막고 있는 맨 앞쪽으로 다가갔다.

묵씨 노인이 영패를 내밀자, 호위 병사는 영패를 하세강한테 보여주었다.

하세강은 영패를 보며 안색이 굳어졌다.

그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묵씨 노인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하세강이 낮은 소리로 호위 병사에게 말했다.

“얼른 가서 저분을 안내해라. 예의를 지키고!”

“네!”

호위 병사는 조용히 묵씨 노인을 하세강 근처로 안내했고, 묵씨 노인의 부하들은 밖을 둘러쌌다.

이미 난장판이 된 상태라 하세강 근처에 한 명이 더 늘어난 것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건물 위에 서 있던 사마장공은 실눈을 뜨며 그를 노려보았다.

“묵객?”

묵씨 노인은 조용히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지막 한 판은 고해가 바둑알 세 개만으로 문제를 신속하게 풀어버렸다.

그러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여 공자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강천기는 이미 미쳐 있었다.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한 잔편인데. 이십팔 천지종횡 바둑판에서만 볼 수 있는 걸 어떻게 풀어버릴 수가 있지? 아니야, 아닐 거야!”

여안은 엄청나게 화가 난 모습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죽어!”

푸헉!

주먹에 맞은 강천기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강천익 등 일행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여 공자님!”

용완청은 고해의 앞을 막아서며 눈을 부릅뜨고 여안을 향해 소리쳤다.

“어이, 여안! 그렇게도 인정하기 싫으냐? 승패를 인정해야지. 지면 진 것이야. 이 사업들은 이제 전부 우리 ‘이 거리 제일 금루’의 것이야!”

고해는 용완청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는 이 상황에서 여자의 뒤에 숨고 싶지 않았다.

고해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 공자님, 부하를 혼내고 싶으시면 돌아가서 혼내세요. 여기는 저의 ‘이 거리 제일 금루’이지 당신의 집이 아닙니다.”

여안은 미칠 것만 같았다.

뭐? 내 집이 아니야?

눈이 충혈된 여안이 미친 듯이 소리쳤다.

“이딴 것이 뭐가 ‘이 거리 제일 금루’야? 당장 이 건물을 철거해 버려! 방명후, 이 건물을 당장 철거해서 평지로 만들어버려!”

묵씨 노인, 묵객은 그들을 막아보려 했지만, 여 공자의 금단경 부하들의 행동이 너무 신속했다.

우르르!

부하들은 함성을 외치며 황금 칼을 뽑아 들고 ‘이 거리 제일 금루’를 향해 달려들었다.

거대한 힘은 폭풍이 휘몰아친 것만 같았다.

“큰일 났어. 진짜로 금루를 철거하려나 봐!”

“막아야 돼! 안 돼. 얼른 고 대사님을 도와드려야겠어!”

“이미 늦었어. 저들은 원영경이야! 심지어 가장 뛰어난 원영경이라고!”

주변 수련자들은 모두 겁에 질려버려서 아무도 도와주지 못했다.

‘이 거리 제일 금루’가 이렇게 무너지고 말 것인가!

여안은 눈에 힘을 주고 있었고, 수련자들은 여기저기 날뛰고 있었으며, 호위 병사들은 백성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았다.

그들의 눈앞에 있는 금루가 곧 무너질 것만 같았다.

용완청과 목신풍은 초조한 모습이었지만, 고해는 그저 싸늘하게 웃고만 있었다.

그때, ‘이 거리 제일 금루’ 근처에 갑자기 안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안개의 안쪽에서 큰 외침이 들려왔다.

“역발산혜기개세!”

외침과 함께 안개 속에서 방천화극이 방명후의 황금 칼을 향해 다가갔다.

쿵!!!

거대한 진동 소리와 함께 강풍이 휘몰아쳤다.

사람들은 방명후의 황금 칼이 제어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강력한 힘은 방향을 틀었고, 방명후의 몸는 천하제일 금루에 세차게 부딪혔다.

우르르!

천하제일 금루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여안은 눈을 치켜떴다.

“뭐, 뭐지?”

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하고 있던 강천기는 눈을 부릅뜨고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이건, 이것은……?”

고해가 웃으며 말했다.

“아! 이것은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입니다. 요즘 영석을 하도 많이 벌어드린 탓에 저도 강화 변주를 한번 만들어봤습니다.”

강천기가 눈을 부릅뜨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이라고? 그럴 리가, 아닐 거야! 당신이 어떻게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을 펼칠 줄 안단 말이오!”

고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얘기했었지요.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은 별것 아니라고. 하지만 당신들이 계속 안 믿으니 저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강천기는 피를 토했다.

“당신이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을 펼칠 줄 안다고요?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것입니까? 왜 말하지 않았습니까! 왜!”

푸헉!

자신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이십팔 천지종횡 바둑판이 결국 고해가 놀다 버린 것이라니!

강천기는 절망에 빠졌다.

여안은 다른 것 때문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방명후의 실력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대진이 그를 막아냈다.

거기다 강천기가 자랑하던 이십팔 천지종횡 바둑을 고해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여안이 흉악한 모습으로 소리쳤다.

“빌어먹을 놈! 고해, 널 가만두지 않겠다! 절대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하세강, 당장 고해를 끌어내려라! 지금 당장! 난 그의 전부를 뺏어버릴 것이다!”

그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하세강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하세강은 움직임이 없었고, 그 옆에는 회색 옷차림의 노인이 서 있었다.

게다가 그 노인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안은 그를 알아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 묵 선생님, 어쩐 일이십니까?”

묵객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 여 공자가 아직도 나를 기억하는 모양이군. 여 공자는 재주도 좋아. 단숨에 모든 사업체를 잃다니. 이제 속이 시원한가?”

여안이 흥분된 모습으로 뛰어왔다.

“묵 선생님, 그게 아니라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이게 다 고해 짓입니다! 그가 저희를 속였어요! 아 참, 묵 선생님도 바둑 실력이 엄청나시고 이십구 천지종횡 바둑판도 경험해 본 분 아닙니까? 선생님이시라면 저놈을 무조건 이기실 것입니다. 놈을 이길 것이라고 믿습니다!”

짝!

묵객은 그의 뺨을 후려쳤다.

비록 가볍게 때린 것이지만, 소리는 무척 컸다.

누구지? 대단한데? 감히 여 공자를 때리다니!

여안은 눈을 부릅뜨고 묵객을 바라보았다.

“다, 당신이 감히 나를 때려? 나를, 감히……!”

묵객이 싸늘하게 말했다.

“뭐, 왕 어르신의 손자라고? 허허, 내가 이 모든 것을 어르신한테 얘기하는 순간, 넌 더 이상 어르신의 손자가 아니게 되겠지. 너의 아버지가 나서도 막지 못할걸? 그럼 너의 큰아버지와 삼촌 중 누가 더 빨리 지위에 오를까?”

여안은 뺨을 어루만지며 묵객을 한참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끝내 고개를 숙였다.

한편, 용완청은 낮은 목소리로 고해에게 말했다.

“저 사람이 바로 여양왕의 제일 모사(謀士) 묵객이야. 여양왕의 오른팔이지.”

고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도 눈치챘습니다.”

뺨 한 방에 여 공자를 제어한 것만으로도 여양왕 진영에서의 그의 지위를 눈치챌 수 있었다.

여안은 뺨을 어루만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다시 빼앗아오면 되지 않습니까!”

묵객이 싸늘한 눈빛으로 여 공자를 쳐다보았다.

“아직 덜 맞았는가? 난 절대로 너를 도와 도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흥!”

여안의 얼굴이 굳어졌다.

묵객이 싸늘하게 말했다.

“허, 아무래도 어르신한테 얘기해야겠어. 학당 선생들은 다 능력 미달이야. 대체 뭘 가르친 거야? 학당에서 도박 술법을 안 배웠는가?”

여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박 술법이오? 그럼 고해가 사기꾼이라는 겁니까?”

짜악!

묵 선생은 또다시 그의 뺨을 때렸다.

여안은 양쪽 뺨을 감싸고 놀란 표정으로 묵객을 바라보았다.

묵객은 싸늘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흥, 도박 술법이란 너희들이 앞으로 그런 상황에 닥쳤을 때 방어할 수 있는 기본 지식이다. 첫째, 도박은 무조건 지는 놀음이니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둘째, 적을 알고 자신을 알면 백전백승한다. 도박을 할 때에는 무조건 상대방의 상황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네가 지금 적을 알고 자신을 아는 상황인 것이냐? 네가 지금 고해의 상황을 전부 꿰뚫고 있는 상황인 것이냐구? 감히 겁도 없이 내기를 걸어?”

“…….”

“여태껏 너같이 어리석게 내기를 하는 사람은 처음 보는구나. 설령 네가 고해에 대해서 모른다 치자. 너는 강천기의 기도가 천하제일이라고 믿었던 것이더냐? 상대를 가리지 않고 내기를 할 정도로?”

“저, 저는……!”

묵객은 강천익을 바라보았다.

“강천익!”

강천익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네놈, 배짱도 크구나. 왕 어르신의 명의를 걸고 도박을 하다니. 어르신을 위험에 빠뜨릴 생각인 게냐?”

“저는…… 저는…….”

여안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묵 선생님, 제가 저지른 일입니다. 하지만 그냥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묵객은 오른손을 올렸다. 여안은 양손으로 황급히 입을 틀어막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객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흥, 뻔뻔하기는. 그렇다고 또 어르신을 팔아먹을 셈이냐? 진 건 진 거야. 그런데 막무가내로 뺏어오겠다고?”

짜악!

그는 또다시 여안의 뺨을 때렸다.

주변의 수련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 환호했다.

“맞습니다!”

“묵 선생님, 훌륭하십니다!”

“어르신의 얼굴에 먹칠하는 놈은 맞아야 돼!”

여안이 묵객에게 맞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으니 그들의 마음도 한결 가라앉았다.

그때 먼지 속에서 걸어오던 방명후는 묵객을 보곤 경악하여 안색이 굳어졌다.

그는 최대한 정중하게 인사 올리고 옆으로 빠져서 더는 앞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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