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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85화 (168/243)

185화. 금도의 요정

묵객은 싸늘하게 강천익을 바라보았다.

“강천익, 난 네가 괜찮은 녀석인 줄 알고 은월성의 모든 일을 너한테 맡겼거늘, 감히 이 지경으로 만들어?”

강천익은 무릎을 꿇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젠 알겠느냐?”

“무엇이든 거기에 맞는 규칙이 있는 법이지요. 저는 처음부터 여 공자님을 마음대로 행동하지 못하게 말렸어야 했습니다! 잘못된 행동이 계속되다 보니 이 지경이 되었습니다! 여 공자님을 말리지 않은 제 잘못입니다!”

묵객은 한참 화를 내고 나서 고개를 돌려 고해를 바라보았다.

묵객은 지금까지와 달리,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저는 묵객이라고 합니다. 일품당 당주님과 고 선생께 인사 올립니다.”

용완청도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묵 선생님께 인사 올립니다. 용완청입니다.”

고해는 고개만 숙였다.

묵객이 고해를 보고 말했다.

“고 선생, 여 공자가 아직 어려서 세상 물정을 잘 모릅니다. 제가 그들을 대신해 사죄드리겠습니다.”

묵객이 고해에게 인사를 올려?

주변 사람들은 그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패기 있게 여 공자를 몇 번씩이나 때리더니, 이제는 고해한테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는 묵영객의 모습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고해도 따라서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묵 선생님, 괜찮습니다.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됩니다.”

묵객은 미소를 지었다.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도 고 선생께 사과는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여안 일행의 행동은 어르신의 뜻이 아닙니다. 어르신은 고 선생과 같은 천재를 무척 갈망하고 있습니다. 제가 능력은 부족하지만 고 선생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고 선생과 같이 일을 헤쳐나가고 싶습니다!”

용완청은 눈을 부릅뜨고 묵객을 바라보았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건가?

오늘 처음 만났는데 여양왕이 벌써부터 고해를 꼬신다고?

한편, 작은 건물 위의 사마장공이 실눈을 뜨며 말했다.

“묵객. 역시 여양왕의 제일 모사라 남다르구나. 이렇게나 빨리 고해의 가치를 눈치채고 여양왕을 대신해 고해를 꼬시다니. 참 행동도 빨라.”

주변 수련자들은 망연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도무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치고받고 하더니, 이제 와 온갖 예의범절을 다 지키는 모습이 생경하기만 했다.

고해는 묵객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묵 선생님, 너무 과찬해 주셔서 버겁습니다!”

“아닙니다. 전혀요. 고 선생이 아직 어르신을 모르셔서 그렇습니다. 고 선생이 일단 왕 어르신의 곁에 남는 것을 동의하시면 여 공자 이 녀석은 더 이상 신경 쓰실 것이 없습니다. 더 이상은 그가 고 선생께 폐를 끼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여안은 그 말에 안색이 굳어지며 두려움에 떨었다.

주변 수련자들도 웅성대기 시작했다.

묵객이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마음대로 여안을 끌어내릴 수 있단 말인가.

묵객의 말 한마디는 거리에 있던 수련자들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고해를 데려가려고 여 공자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하다니. 고해를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작은 건물 위에 있던 사마장공은 안색이 굳어졌다.

그는 왠지 초조해 보였다.

“묵객 이 녀석, 못 하는 말이 없네.”

옆에 있던 부하가 말했다.

“어르신, 묵객이 여양왕의 명성을 되돌리기 위해 여 공자를 까면서 고해를 떠받들어주는 것 아닐까요? 지금 상황에서는 민심이 고해를 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마장공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말했다.

“아니야, 고작 그것뿐이라면 이 정도까지 안 해도 돼. 뭔가 계획이 있는 모양이다. 내가 묵객을 너무 저평가 했던 것 같다. 그는 내 생각보다 더 큰 인물이었어.”

“네? 어르신, 설마요. 고해가 그 정도로 대단합니까? 그 정도로 가치 있어요?”

사마장공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묵객이 아니었으면 나도 고해를 내 옆에 두려고 했을 거야. 넌 아직 모를 수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모래 속에 숨어 있는 황금처럼, 발견하는 순간 엄청난 빛을 뿜어내지!”

여안은 겁에 질려 있었다.

그는 속으로 고해가 거절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고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묵 선생님, 과찬이십니다. 저는 일품당의 수타주입니다. 이 정도면 이미 동료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궁으로 들어가기엔 저는 그저 일개 촌놈일 뿐입니다. 저도 저의 주제를 알고 있지요. 수타주가 저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고해가 거절했지만, 묵객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고 선생, 제가 너무 성급했나 보군요. 왕궁의 대문은 항상 당신을 향해 열려 있을 것입니다. 어르신의 성의를 언젠가는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고해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묵객도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고 선생의 가게가 영원히 번창하시길 기원합니다.”

고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 고맙습니다.”

묵객은 하세강을 바라보았다.

“하 성주, 여 공자가 어르신의 명의로 모든 사업을 내걸었으니 얼른 소유권을 넘겨주게. 오늘 일은 이것으로 끝내!”

하세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묵객의 지시대로 모든 사업의 소유권 이체는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여안은 미칠 것만 같았다.

모든 사업체를 잃어버린 걸 할아버지가 알게 되면 엄청난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소유권 이전 작업을 끝낸 하세강은 모든 군사력을 철수했다.

주변의 수련자들이 환호했다.

딩!

그때, 은월성 상공에서 칠현금 소리가 전해져 왔다.

각자 집으로 돌아가려던 수련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응?”

딩딩딩!

또다시 세 번의 칠현금 소리가 연이어 성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은월성 상공의 구름이 무지개가 되어버렸다.

“이것은 산장 주인이 연주한 것인가?”

“맞아, 칠현금 소리가 무지개를 이룬다? 저번에도 그랬었어!”

“산장 주인은 대체 뭘 하려는 걸까?”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쿵!

순간 수백 가닥의 빛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서 성의 사방팔방으로 향했다.

그중 일곱 가닥의 빛이 고해를 향해 다가왔다.

두 가닥은 양쪽의 작은 건물로 향했는데, 그곳에는 사마장공과 완아선자가 머물고 있었다.

세 가닥은 각각 성주 하세강, 여안, 방명후에게로 향했고, 나머지 두 가닥은 목신풍과 고해에게로 향했다.

쿵!

한 가닥의 푸른빛이 고해의 앞에 나타났다.

고해는 눈을 크게 뜨고 푸른빛 속에 있는 것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 속에는 손가락만 한 소녀가 들어 있었다.

어떻게 이리도 작을 수가 있지?

소녀의 등 뒤에는 한 쌍의 투명한 날개가 달려 있었는데, 빠르게 날갯짓하고 있었다. 날개 펄럭이는 소리가 마치 우아한 음악처럼 들렸다.

고해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뭐야?”

엄지 소녀? 투명한 날개까지?

용완청이 말했다.

“이것은 요정이야. 산장 주인의 칠현금 소리가 만들어낸 음악요정!”

주변의 수련자들도 두 눈의 휘둥그레졌다.

고해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요정이오?”

용완청은 설명은 이어갔다.

“문수에서 금도가 바로 일순위야. 금도는 영혼을 창조해 낼 수 있어. 악기의 소리로 영혼을 만드는 셈이지. 하지만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자만이 가능한 일이지. 너와 대결했던 완아선자도 이 정도는 못 해. 이것은 무속성의 영혼이야. 텅 빈 영혼이지. 모든 것은 연주자에 의해 조종되는 거야. 이것도 영혼들이 모이면 힘을 이룰 수 있어. 그래서 요정이라고 불러.”

고해는 눈을 크게 뜨고 엄지 소녀를 바라보았다.

“영혼의 힘, 요정?”

이것이 악기 소리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금도? 이게 바로 금도야?

천도해에 있을 때부터 고해는 기도의 강대함을 알고 있었다.

바둑의 힘은 진을 분포할 수 있고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고 했다. 비록 금도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눈앞에 놓인 광경은 고해를 마음속 깊이 감탄하게 만들었다.

영혼 창조.

사람은 세 가지 정혼과 일곱 가지 정령으로 이루어졌다. 금도가 영혼을 창조할 수 있다면 천하를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생령도 창조할 수 있고, 새로운 종족도 창조할 수 있는 걸까?

요정이 고해를 보며 말했다.

“자격 소유자 여러분, 저는 은월 산장의 주인장입니다. 당신들의 위치를 알 수 없어 요정을 이용해 당신들에게 알립니다. 십 일 후, 시간에 맞춰 ‘은월해’로 오십시오. 탄금대회가 십 일 후 열릴 예정이니, 여러분은 사전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고해는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응?”

우르르!

요정은 날갯짓하며 신속하게 상공의 무지개를 항해 날아갔고, 눈 깜빡할 사이 무지개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슥!

수백 개의 요정이 무지개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딩딩딩!

몇 번의 칠현금 소리와 함께 무지개도 서서히 사라져버렸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만 같았다.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수련자들만 요정이 날아간 방향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고해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편, 완아선자의 눈에는 씁쓸함이 가득했다.

“쳇, 영혼의 힘. 요정? 그게 뭐가 대수라고. 나도 얼마 안 남았어. 나도 곧 창조해 낼 수 있다구. 흥!”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장 주인과 칠현금 대결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지 못했었다.

그리고 오늘 요정의 출현은 그의 완패를 의미하고 있었기에 씁쓸한 마음뿐이었다.

수련자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

“요정이야! 내가 요정을 봤어!”

“산장 주인의 금도가 이토록 굉장했다니!”

“요정이야. 진짜 요정이야. 내가 헛것을 본 게 아니지?”

수많은 수련자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묵객은 눈썹을 치켜떴다.

“은월해?”

여안이 조심스럽게 다가오며 말했다.

“묵 선생님, 은월해에서 혹시……!”

묵객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돌아섰다.

“가자!”

“네!”

용완청은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고해, 이번에 진짜 대박 쳤네. 이 많은 사업체를 삼키버리다니!”

고해가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이 사업들은 별것 아닙니다. 손님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자금은 계속 움직일 것이니 금방이라도 다시 대박 칠 수 있습니다. 이 방면은 묵 선생이 여 공자보다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용완청은 멈칫했다.

“그래?”

하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을 처음같이 만들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 거잖아.”

고해가 정중하게 말했다.

“시간은 걸리겠지요. 하지만, 아까 못 보셨습니까? 묵 선생이 등장하고부터 사람들이 여양왕의 사업에 대해서 더 이상 배척하지 않았지요.”

“그럼 그가 아까 한 행동들이 전부 연기였단 말이야?”

고해는 고개를 저었다.

“전부는 아니어도 그중 일부는 다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용완청은 이를 악물며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당신 설마 진짜 가려는 건 아니지?”

고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걱정 마세요. 일품당에 있는 것이 여양왕의 궁전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편합니다.”

용완청은 막 피어난 꽃처럼 활짝 웃었다.

“그럼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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