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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88화 (171/243)

188화. 은월해 2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폭우가 쏟아졌다. 하늘과 땅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목신풍이 겁에 질려 말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왜 우리를 공격하는 거지? 우린 그냥 지나가기만 할 뿐이잖아.”

위이잉!

유년대사가 손을 휙 저었다.

순간, 열여덟 개의 염주가 커지더니 마치 열여덟 개의 산처럼 주변을 둘러쌌다.

유년대사가 말했다.

“고해, 당주! 내가 막을 테니 먼저 돌아가게!”

용완청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요!”

유년대사가 오른손을 휙 저었다.

“불해무변(佛海无邊)!”

열여덟 개의 염주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가 뿜어지더니, 갑자기 네 마리의 용들을 향해 돌격했다.

도깨비탈의 흑룡이 울부짖었다.

“흥! 유년대사. 너의 실력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 봤자 나랑 같은 원영경에 불과하지. 너희들은 얼른 가서 저 비주를 붙잡아라!”

쿵!

용이 꼬리를 휘젓자, 하늘에서 열여덟 개의 천둥 번개가 내려오더니 순식간에 열여덟 개의 염주와 부딪쳤다.

도깨비탈의 흑룡이 유년대사를 덮치려고 했다.

용완청이 말했다.

“얼른 가!”

바로 그때, 혈룡의 꼬리가 날아와 비주를 붙잡았다.

크으르릉.

세 마리의 용들이 입을 벌리며 비주의 진법을 향해 돌진했다.

쿵! 콰광!

비주의 진법도 흔들렸다.

혈룡이 비주를 끌어당겼고, 비주는 순식간에 바다로 추락했다.

용완청과 목신풍의 표정이 굳어졌다.

“목원! 깨버려!”

순간, 목신풍의 손에 지팡이가 나타났다. 그 지팡이는 하늘을 찌를 듯한 큰 나무가 되어 백룡을 공격했다.

나무와 용의 입이 부딪쳤다.

쿵!

욱! 욱!

백룡이 고통스러운 듯 울부짖으며 흉악한 표정으로 나무를 물어버렸다.

와자작!

커다란 나무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

콰우우우.

백룡이 울부짖으면서 진법을 물어뜯었다. 순간, 백룡이 맞은편에 있는 목신풍을 보고 으르렁거렸다.

목신풍의 표정이 굳어졌다.

“당주! 이 용들의 원영경이 저보다 강합니다!”

세 원영경에는 세 개의 원영이 응집되었다. 그 실력은 천도해에 있던 패하 요정천과 비슷했다.

용완청이 달려들었다.

“베어버려!”

쿠궁!

혈룡이 고통 속에 울부짖더니, 용완청의 칼을 물어버렸다.

용완청은 칼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용완청이 다급하게 말했다.

“고해, 공격 안 하고 뭐 해?!”

목신풍이 겁에 질려 소리쳤다.

“고해는 금단경이라 소용없습니다! 이 용들은 전부 원영경입니다! 당주! 저기 또 다른 용이 오는 것 같습니다!”

고해가 말했다.

“상관흔, 당주님 하인한테 가서 비주를 움직여 여기를 돌파하라고 해라!”

“예!”

상관흔이 대답하고 달려갔다.

용완청의 칼이 순식간에 끊어졌다.

“아악.”

용완청이 비명을 질렀다.

“고해! 얼른 해!”

“고해가 금단경이라 소용없단 말입니다!”

목신풍이 절망해서 소리쳤다.

그는 고해가 이 상황을 벗어나는 데 어떤 일도 못 할 거라 생각했다.

그 순간, 고해가 커다란 검은색 도장을 꺼내 들고 소리쳤다.

“진(鎭)!”

천진신새가 날아가면서 점점 더 커졌다. 마치 거대한 산처럼 커지더니 진법을 물고 뜯고 있는 청룡을 향해 날아갔다.

크으르릉!

청룡도 고해가 금단경이라는 소리를 듣고는 더 크게 울부짖었다.

쿵!

굉음이 들렸다.

청룡이 갑자기 꼬리를 내렸다.

목신풍과 또 따른 용 두 마리가 화들짝 놀랐다.

검은색 도장이 청룡의 머리는 물론 뇌까지 깨버렸기 때문이다.

목신풍이 화들짝 놀라서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뭐, 뭐지?”

나도 감당하지 못하는 용을 고해가?

혈룡과 백룡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저건 법보야, 법보!”

상관흔이 소리쳤다.

“가자!”

두 용이 다른 곳에 정신을 판 사이, 비주가 날아갔다.

“멈춰라! 감히 어딜 도망가려고!”

두 용이 울부짖으며 쫓아왔다.

그때 고해가 소리쳤다.

“진(鎭)!”

거대한 산 크기의 천진신새가 혈룡을 향해 날아갔다.

크으르릉!

혈룡이 울부짖었다. 그의 몸체 주변에서 법력이 일더니 곧바로 천진신새와 부딪쳤다.

콰과과광!!

강력한 충돌 여파에 바닷물이 용솟음쳤다.

혈룡은 법력의 힘이 작용하여 대뇌를 보호할 수 있었으나 천진신새의 힘은 막지 못했다.

콰우우우우!

천진신새에서 거대한 용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대지용맥의 힘이 작용하면서 천진신새의 힘도 더욱 강력해졌다.

어느 순간, 천진신새가 혈룡의 법력을 깨버렸다.

콰과과과!!

순간, 혈룡의 꼬리가 부서졌다.

푸헉!

혈룡이 피를 토해내며 한발 물러섰다. 백룡도 저 멀리 떨어져 나갔다.

고해가 천진신새를 거두어들인 순간, 비주가 결계를 돌파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고, 유년대사와 흑룡이 싸우고 있었다.

비주가 도망쳐 나온 것을 본 흑룡이 분노하며 말했다.

“이런 멍청한 놈들!”

유년대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하하. 얼른 돌아가시지!”

비주가 빛을 반짝이며 저 멀리 날아갔다.

콰르르릉!

바닷가에서 갑자기 다섯 마리의 용이 나타났다.

비주의 속도는 용보다 늦었지만, 바다를 벗어나니 순식간에 하늘로 올라갔다.

다섯 마리의 용은 흉악한 표정으로 으르렁거리며 쫓아갔다.

엄청난 속도의 비주를 쫓아갈 수 없었던 용들은 방향을 돌려 유년대사를 향해 날아갔다.

비주를 타고 있던 고해 일행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빠르게 날아갔다.

그들은 곧,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면 모이기로 약속한 산봉우리에 도착했다.

용완청은 저 멀리에 있는 바다를 보며 초조해했다.

고해의 표정도 어두웠다. 옆에는 상관흔이 서 있었고, 뒤에는 용완청의 세 하인이 있었다.

반면 목신풍은 망연한 표정으로 고해만 보고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보고, 겪은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고해가 금단경 맞아? 조금 전에 날아간 건 뭐지?

은월해에 저렇게 흉악한 용들이 있다고?

연주회는 왜 하필 저기서 열리는 거지?

두 시간 후.

그림자 하나가 날아왔다. 유년대사였다.

유년대사의 몸은 피투성이였고, 상처가 가득했다.

용완청이 물었다.

“대사, 괜찮아요?”

유년대사가 말했다.

“괜찮습니다. 이건 저의 피가 아니라 혈룡의 피입니다. 얼굴에 작은 상처만 났을 뿐 몸은 괜찮습니다. 저 흑룡이 원영경 다섯 개를 모았을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비방(秘方)을 가지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죽을 뻔했습니다.”

목신풍은 그때까지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산장 주인이 왜 하필 이곳을 선택한 것이지요? 대체 저 바다 밑에는 얼마나 많은 용이 있단 말입니까?”

용완청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적어도 오십 마리는 될 거야.”

목신풍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 당주님께서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얼마 전에 봤었어.”

“…….”

목신풍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위험이 있으면 저는 이번 연주회에 참가하지 않겠습니다.”

“뭐?”

“설마 다들 참가하려는 건 아니지요? 저 용들한테 죽는단 말입니다!”

용완청이 냉랭히 말했다.

“난 우리 어머니를 죽인 범인을 찾아야겠어. 반드시 갈 거야.”

이미 실마리를 찾았다.

바로 하세강.

연주회에 가야만 하세강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목신풍이 다급하게 말했다.

“당주님, 그렇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오십 마리나 되는 용들을 누가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괜찮아. 조심하면 돼. 목 타주, 우리와 함께 가?”

목신풍이 고개를 푹 숙인 채 한동안 침묵했다.

이윽고 목신풍이 입을 열었다.

“당주님, 저는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은월성에서 당주님의 소식을 기다리지요. 은월해는 너무 위험합니다.”

용완청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나와 대사만 다녀올게.”

목신풍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용완청이 고해를 바라보았다.

“고 타주는?”

고해는 상관흔을 슬쩍 보고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가야지요. 제가 원하는 뱀 머리가 그곳에 있는데요. 하하하.”

그러고는 목신풍을 보며 말했다.

“목 타주, 연주회에 가지 않을 거면 초대장을 좀…….”

목신풍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곧 초대장을 내밀었다.

그는 가지 않을 것임에도 뭐가 그리 아쉬운지 초대장을 꽉 잡고 있다가 겨우 놓았다.

목신풍은 그 순간 일행들과 멀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도 목신풍을 나무라는 사람이 없었으나 목신풍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고해는 초대장을 상관흔에게 건넸다.

용완청이 동그랗게 눈을 떴다.

“어? 고 타주. 산장 주인이 너에게 두 장 줬잖아. 한 장은 나를 주고 한 장은 유년대사를 주었으면서, 그것까지 남을 주면 넌 어떡해?”

고해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이 들어가시면 됩니다. 산장 주인이 두 번이나 초대장을 보내왔으니 저를 기억할 겁니다. 그럼 초대장이 없어도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모두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건 그러네.”

그때 상관흔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폐하, 섬에 있는 장군들은 수련 정도가 높지 않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습니다만, 저 용들은 쉽지가 않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고해가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찌푸렸다.

“용들을 불러내야 잡을 수 있을 텐데……. 음, 천천히 생각해 보자. 방법이 생길 거야.”

그러고는 유년대사를 보며 물었다.

“대사님, 저희가 구름 속에 숨어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흑룡한테 발각된 것일까요?”

유년대사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와 상관흔 때문이네, 저번에 저들을 피하긴 했지만, 저 용들이 몰래 우리 몸에 용연향을 뿌렸네. 용들은 그 냄새를 맡고 우리를 발견한 거야. 그러나 걱정하지 말게, 나한테 용연향을 지울 방법이 있네.”

고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은 성으로 돌아가서 용을 잡을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 * *

고해 일행은 다시 성으로 돌아왔다.

목신풍은 연주회에서 빠졌지만, 고해가 용을 잡는다는 사실에 관심을 보였다.

고해 역시 목신풍을 속이지 않았다. 고해는 은월성에서 두 가지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오징어와 연뿌리.

목신풍은 고해 앞에 쌓여 있는 오징어와 연뿌리를 보더니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오징어와 연뿌리라니. 전부 용들이 싫어하는 물건이잖아? 이걸로 어떻게 잡는다는 거지?

* * *

은월성, 하늘에 떠 있는 섬.

묵객이 작은 정원에 있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그 위에는 온갖 자료들이 있었다.

그 옆에는 강천익이 공손하게 서 있었다. 강천익이 비록 천하제일 금루를 망쳤지만, 그의 재능을 본 묵객은 벌을 내리지 않았다.

묵객이 조용히 물어보았다.

“뭐 좀 알아냈느냐?”

“예, 선생님, 알아본 바에 따르면 사마장공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고해의 철풍금을 예약했다고 합니다.”

“사마장공?”

“예. 혹시 아십니까?”

“당연하지. 사마가는 군부대를 지휘하는 인물들이다. 그런데 사마장공이 여기에 왔다고? 상황이 좀 이상하게 흐르는군. 사마장공도 초대장이 있느냐?”

“있습니다.”

“있다고? 어쩐지 산장 주인이 은월해에서 연주회를 개최한다 했지. 역시 산장 주인이야. 은월산장을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하는구나.”

“조용히 가서 사마장공을 없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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