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190화 (173/243)

190화. 구진(勾陳)

사람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말씀하십시오!”

산장 주인이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말했다.

“은월산장 소장주 운묵은 은월 선생의 핏줄입니다. 제가 없어도 우리 운묵을 많이 보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운묵은 코끝이 찡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장주님,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소장주의 요청이라면 반드시 듣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장주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운묵 소장주의 일이 곧 우리의 일입니다.”

수련자들이 너도나도 소리쳐 대답했다.

산장 주인이 미소를 지었다.

“오늘 여러분을 모신 이유는 은월산장의 마지막 천급 금인 구진의 주인을 찾기 위함입니다. 구진은 은월 선생이 전성기 시절에 만든 것 중의 하나이지요. 저는 무능하여 천급 금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러나 운묵은 다릅니다. 비록 금을 연주하는 실력은 부족하지만 거문고 제작 기술만큼은 저보다 뛰어납니다. 먼 훗날 은월 선생 수준의 천급 금을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금도 고수들이 깜짝 놀랐다.

“네?”

사람들은 운묵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그저 산장 주인의 옆에 있으니 그를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천급의 금을 만드는 능력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만약 운묵과 친하게 지내면 혹시라도…….

운묵을 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갑자기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운묵은 아무도 보지 않았다. 그는 눈시울이 빨개져 산장 주인만 보고 있었다.

산장 주인이 금도 수련자들을 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어떤 분은 대건천조에서 오셨고 또 어떤 분은 다른 곳에서 오셨지요? 전부 구진을 위해 오셨을 텐데, 저도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께 구진을 보여드리지요.”

산장 주인이 말을 마치자, 부하들이 초가집을 허물었다.

허물어진 초가집 중간에는 제단이 있었다.

제단 위에서 파란색 빛이 번쩍였다.

순간, 그 빛이 제단 위에 있는 남자를 비추었다.

보라색 옷을 입은 그 남자는 준수한 외모에 눈썹은 치켜 올라갔고, 독살스러운 기색이 보통이 아니었다.

미심에 있는 황금색 번개 모양의 모반은 더욱 흉악해 보였다.

남자는 옅은 숨을 내쉬더니 가만히 앉아 있었다. 잠이 든 사람처럼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제단에는 그 남자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들은 망연한 표정으로 산장 주인을 보며 말했다.

“천급 금은 어디에 있습니까? 구진은요?”

산중 주인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게 바로 은월 선생이 만든 천급 금 구진입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네?”

“무슨 말씀이지? 칠현금이 어디에 있단 말이야?”

“왜 안 보이지?”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완아선자와 사마장공 등 일부 수련자들은 조용히 보라색 옷을 입은 남자를 응시했다.

사마장공이 화들짝 놀랐다.

“저, 저게 구진이라고?”

사람들은 사마장공을 보며 물었다.

“구진이 어디 있단 말이오?”

사마장공이 놀라서 말했다.

“바로 저 사람이오. 저 보라색 옷을 입은 사람!”

사람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

저 사람이 구진이라니!

그때 산장 주인이 정중하게 말했다.

“예, 이게 바로 은월 선생이 만든 천급 금, 구진의 외형입니다.”

사람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냉기를 들이마셨다.

은월 선생이 사람을 만들었다고? 금도가 사람의 영혼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산장 주인이 말했다.

“아직 사람이라고 말하기에는 이릅니다. 이건 천급 금의 외형에 불과하지요. 그러나 이 외형에는 영혼이 있습니다. 지금은 영혼과 분리되어 있지만, 영혼을 주입하는 순간, 진정한 천금이 되지요.”

사람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고해는 제단 위에 앉아 있는 남성을 응시했다.

저게 칠현금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고해 역시 구진의 모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사람 모양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저 사람 모양의 형상이 칠현금이라니.

그때 산장 주인이 말했다.

“조금 있다가 구진의 위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낡은 칠현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딩딩딩딩.

은월도가 약간씩 움직이더니 주변의 바닷물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쿵!

은월도 위에 있던 구름 대진이 섬을 벗어나더니, 순식간에 한 송이 거대한 구름이 되어 만 장 높이로 올라갔다.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뭐지?”

저건 은월도를 수호해 주는 진법 아닌가? 그런데 왜 섬을 벗어나지?

딩딩딩…….

산장 주인은 계속해서 칠현금을 연주했다. 하늘 높은 곳에 있는 구름과 안개에서 갑자기 굉음이 들렸다.

쿠궁! 쿠구궁!

하늘에서 한 줄, 또 한 줄의 거문고 현이 나타나더니 바다까지 뻗어나갔다.

쿠과과광!

순간, 바다에서 굉음이 들렸다. 굉음은 커다란 우산처럼 은월해 전체를 뒤덮었다.

위이이잉!

거문고의 현 사이에서 파란색 빛이 나타나더니 하나로 이어졌다.

멀리서 보면 마치 하나의 가리개와도 같았다.

“이게 진법?”

“은월해를 수호하는 진법이다!”

“금도 진법인가?”

사람들은 경악했다.

은월성의 진법보다 훨씬 더 컸다.

일부 수련자들은 손을 뻗어 만져보았다.

순간, 그 수련자가 바닷가로 추락했다.

완아선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건 음파의 결계?”

금도 수련자들이 그 말을 듣고 눈을 부릅떴다.

“음파라고?”

산장 주인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방음용으로 사용되지요. 이건 은월 선생이 살아생전에 만든 것으로, 원영경 수련자도 깰 수 없습니다.”

사마장공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바다를 봉쇄한다고? 왜지? 구진과 무슨 연관이 있나?”

산장 주인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산장 주인을 바라보았다.

“운묵.”

운묵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구진의 뒤로 걸어갔다.

사람들은 이제 운묵을 바라보았다.

운묵이 손을 뻗어 구진의 뒤통수를 만지더니 마치 구진과 교감을 나누는 것 같았다.

위이잉.

구진이 갑자기 눈을 떴다. 구진의 눈에서 살기를 느낀 수련자들은 대경했다.

운묵은 수련자들을 둘러보더니, 이내 확신에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여러분,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은 전부 실력이 있는 수련자들이지요? 그래서 오늘 여러분의 몸에 구진의 의경을 연동할 것입니다. 구진의 의경을 소유한 사람만이 구진을 얻을 자격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지?”

순간, 구진의 오른손에서 육백 개의 현이 나타나더니 모든 금도 수련자들을 향해 날아갔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스르르륵.

육백 개의 현은 수련자들을 빙빙 감싸며 묶어버릴 것만 같았다.

수련자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몸이 얼어붙었다.

그때였다.

사람들을 감싸며 휘돌던 현이 사람들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람들은 전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지?”

운묵이 설명했다.

“그건 구진의 의경입니다. 이미 여러분들의 금도와 합쳐졌습니다. 열흘 뒤에 자연적으로 사라지지요.”

완아선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조금 전에 우리를 묶었던 현이 구진의 의경이라고? 그것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서 뭐 하는 거지?”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리고 운묵을 쳐다보았다.

운묵이 공손하게 말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저의 금도 수준은 별로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구진은 다릅니다.”

그러고는 구진을 바라보았다.

“구신. 요정을 만들거라.”

구진이 흉악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그러고는 소리를 질렀다.

“하아아!”

허공에서 악기의 현이 나타났다.

순간, 구진이 현을 튕겼다. 청량한 음과 함께 구진의 몸속에서 작은 요정들이 나타났다.

수련자가 놀라서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저건 요정이야! 구진이 요정을 만들었어!”

요정은 청색광을 띄고 있었다.

요정이 투명한 날개를 하자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요정은 주변 사람들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요정이 또 생겼어!”

“도대체 요정이 몇이나 되는 거야?”

요정은 끝도 없이 늘어났다.

열 개, 백 개, 천 개, 만 개…….

사람들이 너무 놀라서 입만 떡 벌렸다.

구진이 현을 튕기니 수많은 요정이 나타났고, 그 요정들은 순식간에 은월도 여기저기로 날아갔다.

영혼을 만드는 속도에 사람들은 너무 놀라서 꼼짝도 못 했다.

저것이 천급 금의 효과인가?

요정들이 하늘하늘 날아다녔다.

금도 수련자 중 몇 명이 무심코 손을 뻗어서 요정을 잡았다.

고해 역시 손을 뻗었다. 요정이 잡혔다. 마치 요정의 실체를 잡은 느낌이었다.

고해가 멍하니 말했다.

“영혼을 잡을 수 있다고?”

사람들도 신기한 눈빛으로 운묵을 보고 있었다.

운묵이 말했다.

“여러분의 몸속에 구진의 의경이 있어서 이 요정을 잡을 수 있는 겁니다. 구경하러 온 수련자들도 요정을 볼 수는 있지만, 잡을 수는 없지요.”

와아아아!

사람들이 환호했다.

산장 주인이 손을 뻗자, 손바닥에 작은 상자 하나가 나타났다.

“이 작은 상자 안에 구진의 영혼이 있습니다. 구진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여러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사람들은 산장 주인의 손바닥에 시선을 집중했다.

산장 주인이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노란색의 요정이 있었는데, 잠든 것 같았다.

사람들의 눈이 번쩍였다.

산장 주인이 말했다.

“나오거라.”

노란색 요정이 잠에서 깨어났다.

요정이 날갯짓을 하자 날개에서 우아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금도 수련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흠뻑 빠져버렸다.

요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여긴 어디예요?”

수련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때 산장 주인이 말했다.

“이건 구진의 영혼입니다. 여기에 한 방울의 피를 묻힌 다음 구진의 몸체에 넣으면 바로 여러분의 것이 됩니다.”

사람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구진을 얻는 게 그렇게 쉽다고?

산장 주인이 다시 말했다.

“제가 친 대진은 요정들이 은월해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고 있지요. 구진의 영혼을 가장 먼저 붙잡는 사람이 바로 그 주인입니다. 기회는 누구한테나 똑같이 주어지지요.”

사람들의 눈이 번쩍였다.

노란색 요정은 무서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뭐 하려는 거예요?”

산장 주인이 말했다.

“저 사람들이 너를 가지고 싶어 해.”

노란색 요정이 깜짝 놀라서 동그란 눈이 커졌다.

“네? 그럼 이제 어떡해요?”

“어떡하긴? 도망쳐야지.”

“그래. 도망가야겠어! 얘들아, 나와 함께 도망가자!”

노란색 요정이 그렇게 말하자, 섬에 있던 이백만 개의 요정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산장 주인이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능력껏 잡으시면 됩니다. 요정마다 서로 다른 소리를 내고 있지요. 구진의 영혼이 날갯짓할 때 내던 소리를 기억하시지요? 열흘 동안 마음껏 잡으세요. 행운을 기원합니다.”

순간, 한 무리의 금도 수련자들이 요정을 붙잡으려고 팔을 뻗었다.

“선학차, 요정을 쫓아가!”

“저쪽으로 가! 빨리!”

수련자들이 요정을 잡으러 나섰다.

그러나 일부 고수들은 정신을 가다듬고 요정의 소리가 나는 방향에 집중했다.

고해는 멋쩍게 웃었다.

‘이거 참…….’

고해는 완아선자나 산장 주인 같은 금도 고수는 은월해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소음이 너무 많아서 요정의 소리가 끊길 뿐이었다.

구진을 얻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고해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하세강을 바라보았다.

여안이 비주를 꺼내더니 방명후와 함께 요정을 잡으러 날아갔다.

하세강 혼자 남은 상태.

고해가 용완청을 보자, 용완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람은 천천히 하세강에게 다가갔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완아선자가 울분을 토하며 중얼거렸다.

“흥! 고해. 받은 대로 돌려주마!”

그러고는 자신의 칠현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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