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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194화 (177/243)

194화. 얼음 속의 백만 청동인

방명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고해가 눈을 부릅뜨고 다시 방명후를 흔들었다.

“여안이 너에게 나를 죽이려고 했지? 흥! 내가 모를 줄 알았나?”

“…….”

“나는 그걸 알고도 지금까지 참고 있다. 하지만 참는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지. 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 마라.”

방명후도 지지 않고 말했다.

“고해! 우리 여 공자를 죽이면 너도 살 수 없을 거다! 여 공자의 체내에는 만리 금의가 있거든! 만리 금의는 왕 어르신이 넣어주신 거다. 여 공자가 죽은 순간 왕 어르신이 바로 알게 되지. 누가 죽였는지도!”

고해는 이마를 찌푸렸다.

“만리 금의?”

억만 리 떨어져 있어도 상대방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기보다.

‘가만? 그럼 만약…… 신기영주 이호연이 남한테 조종당하면서 용효월을 죽였다면…… 설마……?

고해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때 여안이 소리쳤다.

“고해! 네가 나를 죽이는 순간 우리 할아버지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툭!

고해는 운수 장군의 엄지손가락을 툭 건드렸다. 곧바로 운수 장군이 여 공자의 입을 손가락으로 막아버렸다.

“우우우욱.”

순간, 운수 장군이 또 나타나더니 방명후의 옆에 섰다.

고해가 싸늘하게 말했다.

“방명후. 여 공자와 너의 목숨은 살려줄 테니, 대신 반항하지 마라.”

방명후는 옆에 있는 운수를 보더니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운수 장군은 방명후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두 팔을 꽉 잡았다.

흑룡이 분노해서 소리쳤다.

“방명후! 이런 못난 놈!”

고해가 싸늘하게 말했다.

“못난 건 네놈이다. 우리 섬을 없애버리겠다고?”

고해가 발을 구르자 거대한 운수가 나타났다.

운수는 커다란 방천화극을 들고 나타난 항우를 태우고 유년대사와 흑룡이 싸우는 곳으로 날아갔다.

항우, 고해가 일성을 내질렀다.

“역발산혜기개세!”

방천화극이 휘둘러지자 차가운 기운이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다.

“으아악!!”

흑룡이 울부짖었다.

쿵!

용의 꼬리가 방천화극을 막아섰다. 그러나 유년대사가 곧바로 흑룡의 복부를 쳐버렸다.

흑룡이 몸을 비틀며 뒤로 물러섰다.

쿠궁!

운수에 탄 고해가 냉랭히 코웃음 치며 손을 휙 저었다.

“흥!”

순간, 구름 사이에서 대진이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일대를 뒤덮었다.

방명후, 여안, 용완청, 상관흔은 내부 상황을 볼 수 없었다.

“역발산혜기개세!”

“구성 염주!”

“용불붕천!”

쿠구구궁!!!

구름 속에서 거대한 굉음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으아아악!”

유년대사가 반탄력에 의해 뒤로 내동댕이쳐졌다.

하지만 곧 유년대사가 다시 일어나더니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안 돼!!!”

구름 속에서 흑룡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겁에 질려 소리쳤다.

“뭐야?! 이건 뭐야! 이건 무슨 마법이냔 말이다!!”

콰르르릉!

흑룡은 먹구름을 모아 천둥 번개를 만들었다. 그러나 천둥 번개는 오히려 흑룡을 향해 날아갔다.

콰과광!

자신의 천둥 번개를 맞은 흑룡은 참담하게 울부짖었다.

“죽어라! 이 괴물 같은 놈아!”

유년대사가 빠르게 날아왔을 때, 항우가 탄 운수가 흑룡의 머리를 꽉 누르고 있었다.

바로 그때, 흑룡의 몸체에 있는 여러 개의 칼자국에서 해골들이 나타나더니 흑룡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흑룡이 다시 한번 천둥 번개를 불러오려고 했다.

그러나 해골들이 흑기를 품은 채 흑룡의 몸체로 스며들었다.

운수에 탄 고해는 손에 혈도를 들고는 삼엄한 표정을 지었다.

흑룡이 울부짖었다.

“아아악! 안 돼! 저리 가!”

고해가 냉랭하게 말했다.

“원래 네놈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 너를 살려주면 내일 와서 내 뒤통수를 치겠지!”

쿠구구궁!

수많은 번개가 끊임없이 날아왔다.

유년대사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크아아악!”

흑룡이 처참하게 울부짖었다.

여안은 내부의 상황을 볼 수 없었으나, 처참한 비명 소리를 듣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방명후의 표정은 더없이 어두워졌다.

잠시 후, 천둥 번개가 사라졌다.

구름이 천천히 물러갔다.

운수 항우가 고해를 태우고 날아왔다. 유년대사도 돌아왔다.

그들은 거대한 용의 뼈대를 들고 있었다. 흑룡은 보이지 않고 용의 뼈대만 남은 것이다.

방명후가 화들짝 놀라서 말했다.

“흑룡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고해가 말했다.

“유년대사님, 여기서 방명후를 지키고 계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유년대사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게.”

가장 강력한 흑룡을 해결했으니 큰 근심은 없었다.

용완청이 말했다.

“고해, 수룡들을 전부 죽일 작정이야?”

용족은 대건천조를 상징하는 동물이었다. 대건의 일품당 당주가 용이 죽는 모습을 보고만 있기도 그랬다.

하지만 고해의 눈빛은 확고했다.

“예, 당주.”

용들은 고해의 인내심을 무너뜨렸다.

구오도를 몰락시키겠다니!

가만둘 수 없었다.

용완청은 옅은 한숨을 내쉬더니 곧바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자업자득이지 뭐.”

고해가 손을 휙 저으니, 방음 대진에 작은 공간이 생겼다.

“상관흔, 와서 외치거라!”

“예!”

상관흔이 큰 소리로 대답하고 외쳤다.

“여 공자가 포상으로 사람을 데리고 왔다! 혈룡부터 올라오거라!”

입이 막힌 여안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건 흑룡의 소리잖아? 어떻게……?’

크으르릉.

바다 밑에서 용이 흥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혈룡이 해수면을 뚫고 올라오더니 대진에 묶였다.

* * *

고해가 배치한 대진 근처.

회색 옷을 입은 두 수련자가 대진을 지켜보고 있었다.

“똑똑히 봤어?”

“그래. 유년대사가 가발을 쓰고 있다가 해수면에서 가발을 벗었어. 그래서 알아본 거야. 하마터면 나도 속을 뻔했어. 저건 아마 고해가 배치한 대진일 거야.”

“여 공자와 방명후?”

“그들도 고해 잡으러 왔다가 대진에 들어간 순간 감감무소식이야. 그리고 저기, 바다가 출렁이는 걸 봐. 바다 밑에 용이 있는 것 같아.”

“바다 밑에 용이 있다고? 여긴 용족의 거점이 없는 곳이잖아?”

“아! 저기 봐! 백룡 여섯 마리가 바다 밑에서 대진 안으로 들어간다!”

“수룡?”

그중의 한 사람이 흥분하며 말했다.

“그래! 내가 보기에도 단서를 찾은 것 같아!”

“여기서 보고 있어. 지금 바로 사마 어르신께 알릴 테니. 은월성의 비밀이 여기에 있을지도 몰라.”

“알았어.”

* * *

딩딩딩딩-

은월해의 한 섬에서 우아한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다. 완아선자가 잔디밭에서 칠현금을 연주하고 있었다.

칠현금 소리가 들리자 잔디밭에서 꽃들이 활짝 피어나고, 바다에서 헤엄치던 물고기들도 아름다운 음악 소리에 빠져버렸다.

하늘에서는 수많은 청색 요정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완아선자의 연주 소리를 들은 요정들은 칠현금 소리에 맞춰 나풀나풀 춤을 추었다.

완아선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지?”

그때였다. 주변으로 청색 요정이 몰려왔다.

하지만 곧 청색 요정들이 길을 비키더니, 갑자기 황색 요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완아선자의 눈이 번쩍 뜨였다.

‘구진의 영혼?’

그녀는 급히 황색 요정을 쫓아갔다. 하지만 영리한 황색 요정은 순식간에 도망가 버렸다.

완아선자는 황색 요정을 보고 흥분했다.

“흥! 멍청한 대사들. 감히 나를 비웃어? 지금까지 구진의 영혼을 발견한 사람이 나밖에 더 있어? 능력도 없는 것들이 어디서 나를 비웃어?”

그녀는 구진의 영혼을 찾은 다음 대사들을 망신 줄 작정이었다.

딩딩딩딩-!

완아선자가 칠현금을 연주하자, 황색 요정이 다시 날아와 춤을 추었다.

지금까지 육백여 명의 대사들 가운데 오직 완아선자만 요정들을 불러 모을 수 있었다.

완아선자는 황색 요정을 보며 기회만 노렸다.

‘조금만 더 가까이 와라. 그러면 잡을 수 있어!’

요정들은 영혼체이기 때문에 법보로 잡을 수 없고, 반드시 손으로 잡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구진의 영혼을 불러오긴 했으나 잡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딩딩딩딩-!

완아선자는 끊임없이 연주하며 기회를 노렸다.

반드시 구진의 영혼을 잡아서 고해에게 자신의 뛰어남을 알려주고 싶었다.

* * *

고해의 대진 근처.

고해를 보는 여안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육십팔 마리의 용들을 전부 죽여버렸다. 그것도 전부 백골이 되었다.

방명후 역시 용의 백골을 들고 오는 고해의 모습에 간담이 서늘해진 지 오래였다.

고해는 금단경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그 많은 용을 전부 죽이다니!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서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방명후는 희미하게 고해의 법보 두 개를 발견했다.

하나는 골도였고, 하나는 검은색 도장이었다.

비록 한 마리씩 죽이긴 했지만, 고해 혼자서 용을 모두 죽인 건 틀림없었다.

방명후가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 공자님, 이번 일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습니다.”

고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부좌를 튼 채 앉아 있었다.

육십팔 마리의 용들을 전부 먹어버린 듯 그의 얼굴은 핏물로 범벅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얼굴의 핏물은 용 때문이 아니었다.

쿠구궁!

체내에서 강력한 힘이 고해의 오장육부에 충격을 가했다. 그러나 고통만 몰려올 뿐 여전히 그 어떤 문도 열리지 않았다.

고해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외공을 수련해서 그런가? 오장을 열기가 굉장히 힘들군.’

용완청이 걱정하며 물어보았다.

“고 타주, 괜찮아?”

고해가 일어서면서 말했다.

“괜찮습니다.”

사실 아무 일도 없었다. 다만 몸속에 너무 많은 힘이 축적되어서 그 힘을 이기지 못해 피를 토했을 뿐.

‘천천히 가라앉겠지.’

그렇게 생각한 고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내려가지요.”

유년대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고해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고해가 손을 휙 젓자, 대진에 구멍 하나가 생겨났다.

고해, 용완청, 상관흔, 유년대사는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고해의 일행이 대진에 들어오자 대진의 입구가 순식간에 막혀버렸다.

부글부글.

고해의 체내에 있는 힘들이 부글부글 들끓었다.

용완청은 벌게진 고해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고 타주, 몸이 너무 뜨거운 거 아니야?”

고해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별일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겁니다.”

용완청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만 끄덕였다.

고해 일행은 계속해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

고해의 일행은 빠르게 바다 밑에 있는 해구에 도착했다.

상관흔의 눈이 번쩍이더니 입을 열었다.

“바로 저기입니다. 저기서 뱀의 머리가 느껴집니다.”

“그래?”

일행은 해구로 향해 걸어갔다.

그들은 좁은 길을 굽이굽이 걷다가 바다 밑에 있는 거대한 광장을 발견했다.

광장을 본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광장 위에는 담청색의 뱀 머리가 있었다.

백 장 크기의 뱀 머리는 이미 잘려 있었다. 하지만 두 눈을 깜박여서 아직도 흉악한 기색이 역력했다.

뱀의 머리에는 한 쌍의 초록색 독니가 있었고, 그 아래에는 사각형으로 된 얼음덩어리들이 쫘악 깔려 있었다.

그런데 뱀의 독니가 얼음을 짓누르고 있어서인지, 뱀독이 퍼지기라도 한 듯 얼음덩어리들이 서서히 녹아내렸다.

그 얼음덩어리 안에는 수없이 많은 청동 장군 인형이 곧게 서 있었다.

깜짝 놀란 고해는 눈이 한껏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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