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198화 (181/243)

198화. 구진의 의경

콰과광!

은월해의 결계는 거세게 흔들렸지만 깨지지는 않았다.

고해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지?”

천진신새는 그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그것으로도 결계를 깨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안색이 굳어진 고해는 천진신새를 집어넣고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가자!”

비주가 떠나자마자 수백의 청동 금용이 날아왔다.

청동 금용도 은월해의 결계와 부딪쳤다. 하지만 곧 고개를 돌려 고해를 쫓아갔다.

고해는 이를 악물고 비주를 거침없이 조정했다. 비주 주변으로 청동 금용이 몰려들면서 비주에 부딪쳤다.

쿠궁!

비주에 부딪힌 청동 금용은 의외로 힘없이 튕겨났다.

황색 요정의 표정이 그제야 밝아졌다.

“으아! 살았어!”

그 와중에도 고해의 비주는 다시 은월해로 날아갔다.

뒤에서는 청동 금용들이 끊임없이 쫓아왔다.

‘제길, 꼭 화살처럼 쫓아오는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고해의 비주가 은월도에 도착했을 때, 그때는 이미 수천의 청동 금용이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들은 비주를 보자마자 곧바로 달려들었다.

‘이크!’

고해는 비주를 빠르게 움직여서 그들을 피해 날아갔다.

다시 추격전이 하늘에서 펼쳐졌다. 더 많은 추격자가 꼬리에 따라붙었다.

유년대사의 비주 위에 있던 용완청은 입술을 깨물었다.

“대사, 고해를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유년대사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은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고해가 살려면 저 구진의 영혼을 포기해야만 합니다.”

용완청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고해가 쫓기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때 유년대사가 말했다.

“당주, 고해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청동 금용이 드러났으니 하 성주도 더 이상은 거짓말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얼른 하 성주를 찾으러 갑시다.”

용완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시각, 하세강은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청동 금용을 보며 씁쓸한 표정으로 웃었다.

“하하하하. 고해가 청동인을 풀다니. 이제는 더 이상 속일 수도 없게 되었구나.”

* * *

청동 금용들이 깨버린 대진 주변은 다시금 평온이 찾아왔다. 파도에 뒤덮인 품(品)자 모양의 세 섬도 본모습을 드러냈다.

누군가 소리쳤다.

“어르신, 여기에 고해의 진법이 깔려 있습니다. 안에 육천여 명의 병사들이 봉인되었다고 합니다.”

사마장공은 회색 옷을 입은 부하들을 데리고 빠르게 날아갔다.

사마장공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이 바다를 봉쇄할 거다. 영패 없이는 아무도 들여보내지 마라.”

“예!”

감옥에 잡혀 있던 육천여 명의 병사들이 풀려났다.

사마장공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며 말했다.

“이놈들을 심문하라!”

병사 하나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다 말하겠습니다! 전부 하 성주가 시킨 일입니다! 저희는 그저 하 성주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병사들은 아직도 고해를 하세강이 보낸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저도 말하겠습니다! 저 바다 밑에 죄를 지은 용들이 있습니다, 나리!”

“저희들은 무고합니다! 전부 하세강한테 속았습니다!”

병사들은 사마장공에게 자신들이 아는 바를 빠짐없이 전부 말해줬다.

사마장공은 병사들에 대한 심문을 수하들에게 맡기고 바다 밑으로 향했다.

* * *

은월도의 산장 주인은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청동인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은월 선생이야. 은월 선생, 제가 부족해서 은월산장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산장 주인의 눈에는 힘이 없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옆에 있던 운묵은 표정이 무거워졌다.

그는 섬에 있는 부하들을 보며 소리쳤다.

“준비 끝났느냐? 서둘러라!”

“소장주,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운묵은 잠시 입을 닫고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오늘 나는 산장의 규칙에 어긋나는 일을 하려고 한다. 오늘 이후, 은월산장이 하늘의 멸시를 받을 수 있겠지만, 나는 반드시 해야겠다. 하늘의 멸시를 받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나와 함께하지 않을 사람들은 지금 떠나도 좋다! 너희들을 나무라지 않을 것이다!”

“장주님을 구하는 일이라면 그 어떤 대가를 치러도 괜찮습니다!”

“장주께서 저를 살려주셨습니다. 장주님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소장주, 시간이 없습니다! 얼른 서두르셔야 합니다!”

부하들이 너도나도 외쳤다.

운묵은 산장 부하들의 지지를 받자 자신감이 생겼다.

“금도 대사 여러분, 죄송합니다.”

* * *

은월해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청동 금용이 고해를 쫓아오고 있었다. 고해는 몇 번이나 그들의 포위망을 뚫고 도망쳤다.

하지만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수는 없었다.

“이렇게 가다간 내가 먼저 지쳐서 쓰러질 거다. 비주도 청동인과 여러 번 부딪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거고.”

고해는 청동인들이 눈이 아닌 감응으로 느끼고 쫓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구진의 영혼이 있는 곳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아무리 숨으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도망칠 수도 없고, 바다도 봉쇄되었고, 결계를 깨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청동인들이 가만둘 리 없다.

그때 문득, 고해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 방법이 있어!”

구진의 영혼이 고해를 보며 말했다.

“뭔데? 뭐야? 무슨 방법이야?”

고해는 구진의 영혼이 귀찮기만 했다. 마음 같아서는 버려버리고 싶은데, 아직은 포기하기에 일렀다.

“그 입 다물고 도와주기나 해!”

고해는 비주를 몰고 청동 금용 사이를 돌아다니며 더 많은 청동 금용을 모이게 했다.

수백, 수천이던 청동 금용이 수만 명으로 늘어났다.

고해는 자신이 예상했던 것만큼의 숫자가 보이자 비주의 방향을 틀었다.

“가자!”

고해는 청동 금용들이 날아오는 속도에 적절히 맞춰서 비주를 몰았다.

청동 금용들이 벌떼처럼 뒤를 쫓아왔다.

고해는 결계가 점점 가까이 오자 이를 악물었다. 그러고는 결계에 부딪치기 직전, 비주의 방향을 급격하게 틀었다.

비주가 곤두박질치듯 밑으로 꺼지자, 뒤따라오던 수만의 청동 금용들은 그대로 결계와 충돌했다.

마치 수만 개의 유성이 한꺼번에 날아가서 부딪치는 듯했다.

콰과과과광!

쿠구구구궁!

끝없이 이어지는 충돌음이 은월해 전체를 뒤흔들었다.

쏴아아아아!

우르르르릉!

고요하던 바다에서 파도가 용솟음쳤다.

그리고 마침내, 결계에 천장 크기의 구멍이 뚫렸다.

“깼다! 결계가 깨졌어!”

“고해의 비주가 밖으로 나가고 있다!”

수련자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쩌억 벌리고 고해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수만의 청동 금용들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고해의 비주를 쫓아갔다.

구진의 영혼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우와! 대단해! 당신처럼 용감한 사람은 처음이야! 너무 훌륭해!”

“시끄러워!”

구진의 영혼은 바로 입을 닫고 눈치를 봤다.

고해는 아직도 쫓아오는 청동 금용들을 처리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은월성에 가면 대진이 있다. 은월성 대진이 저들을 막아주길 바라는 수밖에…….’

비주에 있는 영석도 별로 남지 않은 상태였다. 얼른 보충하지 않으면 저들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 * *

완아선자는 결계가 깨진 모습을 보고 코웃음 쳤다.

“흥! 머리 좀 굴리네. 그래 봤자 사기꾼이지만. 흥!”

입을 삐죽이며 코웃음 치던 완아선자는 뭔가에 깜짝 놀라서 두리번거렸다.

“응? 이게 뭐야?”

스스스.

자신의 몸 주변에서 아주 가느다란 실이 튀어나와 자신을 묶고 있었다.

완전히 꽉 묶여버린 완아선자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뒤늦게 뭔가를 깨달은 그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 이건…… 구진의 의경……. 설마 우리를……?”

완아선자뿐만이 아니었다. 저 멀리에 있는 사마장공 역시 가느다란 실에 묶여버렸다.

한 부하가 깜짝 놀라 물었다.

“어르신, 이게 무슨 일입니까?”

사마장공은 굳은 표정으로 은월성 쪽을 바라보았다.

“설마 운묵이? 처음부터 이런 계략을 꾸미고 있었던 거냐?”

바다의 결계를 벗어난 고해를 제외하고 연주회에 참가한 모든 금도 수련자들이 거문고의 현에 묶여 있었다.

수백 갈래의 투명한 현이 금도 수련자들을 이어붙이는 것 같았다.

투명한 현이 갑자기 사람들을 꽉 조였다.

순간, 모든 금도 수련자들이 은월해로 끌려갔다.

마치 금도 수련자들이 물고기가 되어 낚싯줄에 끌려가는 듯했다.

“으아악! 살려줘!”

“날 풀어줘!

수많은 금도 수련자들은 겁에 질려 소리쳤다.

한 명, 또 한 명의 금도 수련자들은 구진의 몸체가 있는 광장에 끌려왔다.

“운묵. 뭐 하는 거야?”

“은월산장이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요?!”

“살려주시오!”

광장에 끌려온 수련자들은 분노와 공포가 뒤섞인 눈으로 운묵을 바라보았다.

운묵은 구진의 몸을 누르고 있었다. 구진은 손을 뻗어 거문고를 연주했고, 거문고 소리에 한 무리의 금도 수련자들이 끌려오고 있었다.

산장 주인이 그런 운묵을 보고는 화를 내며 말했다.

“콜록콜록! 이놈아, 이게 무슨 짓이냐?”

산장 주인도 황금색 현에 묶여 있었다.

주변에 있던 은월산장 부하들은 단호한 표정을 짓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운묵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저는 장주님이 돌아가시는 걸 결코 볼 수 없습니다. 가조(家祖)의 서적 중에 ‘천급금환혼술’이라는 책에서 장주님을 살릴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여기 있는 금도 수련자들의 몸으로 장주님의 혼을 바꾸면 몸체도 바뀌고 장주님도 살 수 있습니다.”

산장 주인이 소리쳤다.

“이놈아! 그건 금기(禁忌)야! 그건 하늘의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란 말이다! 운묵아, 제발 멈추거라. 나를 이대로 보내주려무나. 잘못을 저지르지 마라!”

* * *

은월성 동쪽 성루에서는 몰려오는 청동 금용을 보고 모두가 공포에 질렸다.

“저…… 저게 뭐야?”

“청동 대군?”

“습격이다! 청동인들이 습격해 온다!”

은월성 동쪽 성루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성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소리쳤다.

“얼른 성문을 닫아! 성문을 닫고 대진을 배치해!”

곧 성문이 굳게 닫혔다. 은월성의 성벽, 하늘, 땅까지 전부 대진이 배치되었다.

성밖에 있던 백성들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우리 아직 못 들어갔어! 문을 열어!”

그러나 저 멀리에서 흉악한 표정으로 날아오는 청동 대군을 본 병사들은 등골이 오싹했다.

그때 마침 성루에 있던 목신풍이 고해의 비주를 발견했다.

“저, 저건 당주님의 백운호 비주 아닌가?”

다른 사람들도 고해를 보고 소리쳤다.

“저건…… 고 대사다!”

고해가 소리쳤다.

“문을 열어라! 얼른 문을 열어!”

목신풍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얼른 성문을 열고 고해를 들어오게 하라!”

하지만 성문을 지키던 병사들은 망설이며 문을 열지 않았다.

목신풍은 일품당 부하들을 데리고 성문으로 달려갔다.

“멍청한 놈들! 고해는 일품당 수타주다! 어서 성문을 열어!”

“아, 안 됩니다. 그럼 저 청동인들이 밀려들어 올지도…….”

“이놈들! 벌써 잊은 거냐? 고해가 없었으면 너희들은 이미 소경에 벙어리가 되었을 거다!”

목신풍을 막아서던 병사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목신풍이 성문으로 향했다.

“우리 일품당이 책임질 테니 얼른 성문을 열어!”

목신풍이 손을 휘젓자 소매 속에서 수많은 등나무 줄기가 튀어나와 한 무리의 병사들을 밀어버렸다.

목신풍이 다시 소리쳤다.

“문을 열어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