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199화 (182/243)

199화. 금기(禁忌)

일품당 부하들이 달려가더니 문을 열었다.

쿠구구궁.

성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빙빙 돌던 고해는 성문이 열리는 것을 발견하고 곧장 내리꽂혔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성문으로 들어왔다.

성루에 있던 부하들이 소리쳤다.

“얼른 성문을 닫아! 얼른!”

청동인들이 쏜살같이 쫓아오고 있었다.

콰광!

거대한 굉음이 울리면서 성문이 흔들렸다.

그래도 다행히 쉽게 무너지거나 진법이 깨지지는 않았다.

목신풍이 안으로 들어온 고해를 보며 물었다.

“고 타주, 어떻게 된 일인가? 당주님은 괜찮으신가?”

고해는 목신풍과 성문을 지키는 부하 간의 말다툼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성문을 열고 닫은 사람도 일품당 부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고해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목 타주님, 감사합니다. 당주님은 괜찮으시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와중에도 청동 금용은 끊임없이 성문에 부딪쳤다.

청동 금용들이 하늘과 땅, 성문에 배치된 대진과 부딪치다 보니 거대한 굉음이 은월성에 울려 퍼졌다.

수많은 백성이 겁에 질려 소리쳤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대진에 금이 가고 있어. 대진이 곧 파괴될 것 같아!”

“저 괴물들은 다 뭐야?”

고해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목신풍에게 대량의 영석을 건넸다.

“비주에 영석을 채워 넣어주십시오. 진법도 손을 봐야 합니다.”

“알았네.”

목신풍은 한 무리의 부하들과 함께 비주에 영석을 넣으러 갔다.

고해는 구진의 영혼을 데리고 비주에 있는 한 방으로 들어갔다.

고해는 손가락 끝에서 피를 짜내고는 구진의 영혼에 넣으려고 했다.

구진 영혼은 고해를 보며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하지 마!”

고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너를 지금 풀어줄까? 아니면 내 피로 물들어야 할 텐데.”

구진의 영혼은 고해를 보며 처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발…… 이대로 풀어주면 난 죽어. 네 피로 물들어버려도 끝이고…….”

고해는 싸늘한 눈빛으로 구진의 영혼을 응시했다.

구진의 영혼이 씁쓸하게 웃으며 사정하듯 말했다.

“피만 넣고 내 생각을 지워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나는 지금의 내가 좋아. 다른 사람으로 변하고 싶지 않아.”

“뭐? 너의 생각을 지워버리고 새롭게 만들 수 있단 말이냐? 호오, 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나도 모를 뻔했군.”

구진의 영혼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 몰랐다고?”

착!

구진의 영혼은 자신의 뺨을 찰싹 때렸다.

“아! 나는 왜 이렇게 재수가 없는 걸까?”

고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는 너야. 좀 짜증이 나는 성격이긴 하지만, 너로 남겨주지.”

구진의 영혼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

“정말? 정말이야?! 고마워!”

구진의 영혼은 반항하지 않고 미간에 고해의 피를 받아들였다.

쿠구궁!

외부의 대진에서 굉음이 들렸다.

고해는 구진의 영혼을 잡고 대전에서 나왔다.

목신풍이 걱정하며 말했다.

“고해, 동쪽 성루가 무너질 것 같네.”

“영석은 채우셨습니까?”

“다 끝냈네.”

“먼저 여기를 떠나십시오. 제가 청동인들을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때, 쿵! 하는 거대한 굉음이 울리면서 동쪽 성루가 무너졌다.

수만의 청동 금용이 벌떼처럼 거침없이 돌격해 들어왔다.

그러다 고해의 비주가 날아오르는 걸 보고 방향을 틀어서 비주를 쫓아갔다.

하늘로 날아오른 고해의 비주는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은월성에 있던 백성들은 빠르게 날아가는 청동인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건 고 대사 아니야?”

“은월해에서부터 쫓아왔나 본데?”

“도대체 은월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비주는 빠르게 날아서 남쪽 성문에 도착했다.

고해가 소리쳤다.

“문을 열어라!”

대문이 활짝 열렸다.

고해의 비주는 순식간에 남쪽 성문으로 들어갔다.

콰르르르릉!

청동 금용들도 빠르게 뒤를 쫓아왔다.

* * *

은월성, 하늘에 떠 있는 섬.

묵객은 줄곧 동쪽 성루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고해의 비주가 청동인들 데리고 빠르게 날아가는 것도 지켜보고 있었다.

묵객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고해?”

묵객의 뒤에는 강천익이 서 있었다.

“묵 선생님, 저건 봉쇄된 해역에 있는 금용 아닙니까?”

“아무리 수를 써도 풀 수 없던 결계를 고해가 풀다니. 하! 고해…… 생각보다 더 능력이 뛰어난 자로군. 천도해에 보낸 사람은 언제 돌아오나?”

“곧 돌아올 때가 됐습니다. 그런데 묵 선생님, 고해가 청동 금용들을 풀어버렸는데 화 안 나십니까?”

묵객이 화를 내기는커녕 미소를 지었다.

“화? 왜? 기뻐해도 모자랄 판에 화를 내다니. 백만 금용이 동쪽 성루를 무너뜨리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지?”

“향이 절반 정도 탔습니다.”

묵객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만약 어르신이 전쟁에서 저들을 사용할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힘이 되지 않겠느냐?”

강천익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만 청동 금용이 우리 손에 있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훗, 영주에 있는 건 전부 왕 어르신의 것이니라.”

* * *

비주에 영석에 채워지니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고해의 비주는 다시 한번 봉쇄된 해역의 결계로 날아가서 앞서 생긴 커다란 구멍을 통과했다.

수만의 청동 금용이 뒤에서 쫓아왔다.

고해는 자신의 피로 물든 구진의 영혼을 데리고 은월도로 날아갔다.

* * *

은월도 잔디 광장.

은월산장의 부하들은 단호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구진 의경의 현에 묶인 금도 수련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구진의 몸체를 조종하고 있는 운묵을 응시했다.

산장 주인이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운묵아. 제발 그만 멈춰줘. 제발…….”

운묵은 단호한 표정으로 답했다.

“장주님, 우리 은월산장의 부하들은 전부 장주님께서 주워온 아이들입니다. 저 운묵 역시 장주님의 손에서 자라났습니다. 장주님, 우리는 장주님의 죽음을 지켜볼 수 없습니다. 하늘의 명을 어기더라도 장주님을 살려야겠습니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팅!

구진이 현을 튕겼다.

순간, 산장 주인의 몸이 흔들거리며 쓰러졌다. 산장 주인의 주변에서 갑자기 하얀색 빛이 반짝이더니 순식간에 세 갈래로 갈라졌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상관흔이 깜짝 놀랐다.

“삼혼?”

유년대사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운묵이 산장 주인의 삼혼을 벗겨내고 있어. 설마…… 몸체를 바꾸려는 건가?”

운묵은 고개를 돌려 잔디밭에 있는 사람들을 응시했다.

“장주님, 여기에 오백 명의 몸체가 있습니다. 이 중에 장주님에게 딱 맞는 몸체가 있을 것입니다.”

운묵과 눈이 마주친 여안은 겁에 질려서 소리쳤다.

“감히…… 나를……! 우리 할아버지께서 은월산장을 가만둘 것 같으냐?! 감히 나를 건드려? 흥!”

운묵은 냉랭한 눈빛으로 여안을 보며 말했다.

“장주님만 살 수 있다면 은월산장은 없어져도 좋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여 공자의 금도 실력은 형편없어서 선택하지 않을 겁니다.”

“…….”

운묵은 금도 수련자들을 둘러보았다.

순간, 운묵의 시선이 사마장공에게서 멈췄다.

사마장공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뭐냐?”

“사마 선생, 장주님께서는 이곳에 세 명의 절대 강자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고해, 완아선자, 그리고 사마 선생. 하지만 고해는 은월해를 떠났고, 완아선자는 여인의 몸이지요.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사마 선생뿐이군요.”

“이놈! 사마 어르신이 누군지 아느냐! 어디서 겁도 없이……!”

“운묵! 감히 조정의 관료를 건드리겠다는 거냐?”

사마장공의 부하들이 소리쳤다.

운묵이 냉랭하게 말했다.

“사마장공을 아냐고? 당연히 알고 있지. 사마가의 새로운 주인이 아니신가? 이번엔 성지를 들고 은월성을 조사하러 왔다지?”

사마장공은 싸늘한 눈빛으로 운묵을 노려보았다.

“그걸 알면서도 내 몸을 빼앗겠다는 거냐?”

“사마 선생, 저를 미친 사람으로 봐도 좋습니다. 저는 지금 눈에 보이는 게 없거든요. 실례 좀 하겠습니다.”

딩딩딩딩.

거문고 소리가 곧장 사마장공을 향해 울려 퍼졌다.

“으아악!”

순간, 사마장공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위이잉-!

산장 주인의 삼혼이 천천히 사마장공의 몸으로 들어갔다.

사마장공이 몸을 비틀었다.

“으아아아악!”

푸헉!

사마장공이 거품을 물고 쓰러지더니 눈까지 뒤집혔다.

그때, 사마장공의 삼혼이 흔들리더니, 몸에서 나오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산장 주인의 삼혼이 사마장공의 몸속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금음이 사마장공의 삼혼을 흔들었으나 결국 삼혼은 빠져나오지 않았다. 몸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삼혼을 꽉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운묵은 이마를 찌푸리며 곤혹스러워했다.

“뭐지? 혼을 지키는 법보라도 있는 건가?”

은월산장의 부하가 말했다.

“소장주, 이러다가 장주님의 삼혼도 다칠 수 있습니다.”

은묵은 고개를 끄덕이고 하는 수 없이 산장 주인의 삼혼을 다시 빼냈다.

팅!

산장 주인의 삼혼이 나오자, 사마장공의 삼혼도 제자리를 찾아갔다.

털썩.

사마장공은 바닥에 쓰러져서 몸을 덜덜 떨었다.

주변의 금도 수련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소리쳤다.

“은월산장이 이런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다니! 하늘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운묵은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려 완아선자를 응시했다.

완아선자가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다.

“왜 나를 보는 거냐?! 난 여자야!”

사마장공의 몸에는 삼혼을 지키는 법보가 있었지만 완아선자한테는 없었다.

운묵이 나직이 말했다.

“여자면 또 어때? 일단 옮겨 놓고 나중에 새로운 몸체를 찾으면 돼.”

완아선자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내 스승님이 누군지 모르느냐! 내 스승님이 너희를 가만둘 것 같아?! 네놈이 감히 겁도 없이……!”

딩딩딩.

금음이 또 울려 퍼졌다.

그 의경은 곧장 완아선자를 향해 날아갔다.

쿵!

완아선자는 갑자기 망치에 머리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스승님! 살려주십시오. 스승님…… 제발…….”

완아선자는 어린아이처럼 흐느끼며 울었다.

산장 주인의 삼혼이 천천히 완아선자 앞으로 움직였다.

바로 그때.

콰광!

하늘에서 갑자기 굉음이 들리더니, 은월도의 대진이 순식간에 깨지면서 은월도 전체가 흔들거렸다.

운묵은 굳은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뭐지?”

은월도의 대진이 어떻게 깨졌지? 원영경도 깰 수 없는 대진이거늘!

그뿐이 아니었다.

하늘에서 수많은 청동인이 내려오더니 은월도의 여기저기로 날아다녔다.

용완청이 소리쳤다.

“저기 고해야!”

사람들은 고해가 운묵의 앞에 있는 구진에게 향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운묵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뭐? 가서 막아!”

그때, 고해가 오른손으로 구진의 머리를 툭 쳤다.

그 순간, 구진의 영혼이 구진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구진이 움찔거리더니 행동을 멈췄다.

운묵은 반쯤 넋이 빠진 표정이었다.

“뭐, 뭐야……. 거의 다 됐는데…….”

구진의 영혼이 돌아오자 모든 것이 멈췄다.

완아선자에게로 향하던 금음도 멈췄고, 산장 주인의 삼혼도 완아선자의 앞에서 멈춰버렸다.

완아선자도 울음을 뚝 그쳤다. 그녀의 마음은 충격과 안도, 감격 등으로 복잡 미묘했다.

“고해?”

아니, 어떻게 저 사기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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