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201화 (184/243)

201화. 사라진 청동인

* * *

은월도에서 발생한 일은 순식간에 은월성에 전해졌다.

-고 대사가 구진을 얻었어.

-대건천조가 백만 금용을 조사하고 있어.

-운묵이 모든 금도 대사들을 해치려고 했어.

-산장 주인이 속죄한다면서 죽기 전에 대사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대.

-하 성주는 성주부 감옥에서 조사를 받는대.

-은월성은 잠시 사마장공이 관리하고 있어.

소식을 전해 들은 은월성 백성들은 왁자지껄 소란을 피웠다.

그러면서 고해를 숭상했다. 은월성 백성들의 오감을 찾아준 것도 모자라서 구진까지 얻었으니 명실상부 최고의 금도 대사로 떠올랐다.

‘이 거리 제일 금루’에는 수련자들로 꽉 찼다. 고해의 금루 사업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번창했다.

* * *

은월성의 한 정원.

여안은 은월해에서 있었던 일을 묵객한테 말해주었다.

묵객은 싸늘한 눈빛으로 여안을 보며 말했다.

“여 공자, 내 말대로 하지 않은 건가?”

여안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묵 선생, 제 잘못이 아닙니다. 고해가 저를 모함했던 것입니다!”

“모함한다고 당하면 그 사람이 멍청한 거지. 도대체 왕부에서 뭘 배웠나? 능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건가?”

여안은 말을 더듬었다.

“그건 저…… 저기…….”

옆에 있던 강천익이 여안을 감싸며 말했다.

“묵 선생님, 여 공자도 고해의 모함에 당한 겁니다. 고해가 여 공자의 약점을 파고들었지요. 묵 선생님이 여 공자의 자리를 고해한테 준다고 해서 잠시 이성을 잃었었나 봅니다.”

여안이 말했다.

“묵 선생, 저도 피해자입니다. 전부 고해 때문에…….”

묵객은 여안을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고해의 모함? 그런 걸 지혜라고 하지. 말 한두 마디로 여 공자를 휘두르고 있는데 그것을 모함이라고 하다니.”

여안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네?”

묵객이 조용히 말했다.

“고해는 쉬운 상대가 아니야. 사람의 심리를 이렇게까지 이용하다니. 예전부터 보통내기가 아니었을 거야.”

강천익이 공손하게 말했다.

“천도해에 사람을 보내서 알아보게 했으니 곧 소식이 있을 겁니다.”

묵객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여안을 보며 말했다.

“여 공자, 이번 일은 그냥 이렇게 넘어가겠지만 다음부터는 조심하게. 천도해의 일에서는 손을 떼.”

여안은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네? ……네.”

“허허. 왜? 달갑지 않은가?”

여안은 고해를 찾아가 행패를 부릴 예정이었다.

묵객이 싸늘하게 말했다.

“여 공자, 여 공자는 고해와 싸움이 안 돼. 여 공자가 처음 고해와 만났을 때 기억이 안 나나? 지금은 어떤가? 그는 순식간에 여 공자의 모든 걸 무너뜨렸어. 아직도 모르겠어?”

여안이 멍하니 있었다.

묵객이 냉랭하게 말했다.

“죄를 지은 용들, 그리고 방명후까지 고해의 손에서 대패했어. 그리고 천하제일 금루와 은월 제일 기루, 그리고 다른 사업까지 고해가 가져갔지. 아직도 모르겠나? 그날 바둑 내기를 할 때도 똑같아. 한 번 졌으면 다른 걸로 내기를 했어야지. 왜 하필이면 바둑으로만 내기를 한 거지? 고해가 놓은 덫에 여 공자가 걸린 거야. 아직도 모르겠어?”

여안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땐 제가 더 강했습니다.”

“여 공자가 강했다고? 허허. 하세강이 대군을 데리고 오면 고해가 무서워할 줄 알았나? 그때 여 공자도 보지 않았나? 백성들이 누구 편에 있던가? 여 공자 편에 있었어? 아니지, 백성들은 고해의 편에 있었지. 만약 내가 제지하지 않았으면 고해를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이 거리 제일 금루’도 무너졌다고 생각하나? 절대 아니야.”

“아…… 아닙니다. 그럴 일 없었을 겁니다.”

“방명후가 ‘이 거리 제일 금루’를 공격할 때, 그때 고해가 배치한 대진과 은월해의 대진은 똑같은 거야. 지금도 ‘이 거리 제일 금루’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여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묵객의 말은 들은 여안은 그때의 일을 회상하다가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묵객이 싸늘하게 말했다.

“여 공자는 절대 고해를 이길 수 없어. 고해가 이번에는 어르신의 얼굴을 봐서 여 공자를 풀어줬을지 모르지만, 다음에는 아무것도 장담 못 해. 그러니까 고해를 멀리하게.”

“그렇지만, 고해는 금단경밖에 되지 않습니다…….”

“금단경? 허허. 벌써 잊은 건가? 원영경 흑룡이 누구 손에 죽었지? 백만 원영경이 고해를 쫓아가다가 어떻게 됐지?”

“네?”

“내가 고해의 수련 능력을 보고 판단한다고 생각하나? 내가 유심히 보는 건 고해의 머리야. 고해의 머리로는 천군만마도 이길 수 있고, 백만 금용도 막을 수 있어.”

“…….”

“그리고 백반도수라고 들어봤나? 어르신이 그러시는데, 선천잔국계에서 고해라는 사람이 혼자의 힘으로 백만 수련자들을 짓눌렀다고 하셨네. 난 처음에 동명이인인 줄 알았어. 근데 아니야. 같은 사람이었어. 고해의 바둑 실력은 엄청나지. 백만 수련자들을 거뜬하게 이긴 사람과 바둑이라니. 아직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여안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묵객이 덤덤하게 말했다.

“됐네. 곧 있으면 산장 주인의 추도회야. 여 공자가 왕 어르신을 대표해서 참석해.”

“네? 은월산장에 가라고요? 은월산장은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묵객이 냉랭하게 말했다.

“그리고 자네를 싫어하지?”

“저…….”

“다른 사람이 은월산장을 어떻게 평가하든 신경 쓰지 말고 예전과 똑같은 마음을 가져야 해. 알겠나?”

여안이 머리를 끄덕거렸다.

“네.”

묵객은 강천익을 돌아다보았다.

“하세강은 어떻게 됐나?”

강천익이 공손하게 말했다.

“하세강이 사람을 보내 섬을 지키고 금용까지 숨겨둔 죄는 피할 수 없습니다. 지금 사마장공이 하세강을 가둬놓고 심문하고 있습니다.”

묵객은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성주부.

사마장공과 하세강이 한 정자에 앉아 있었다.

사마장공이 하세강에게 술 한잔 따르며 말했다.

“성주님, 이번에 일이 커졌지요. 죄송하게 됐습니다.”

하세강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사마 선생, 별말씀을요. 제가 욕심이 많아서 조정에 보고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사마장공은 미간을 찌푸렸다.

“단지 성주님의 욕심 때문이라고요? 그럼 용들은 뭡니까?”

하세강이 웃으면서 말했다.

“용이오? 저와 용들이 같이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금용을 절반씩 나누기로 약속했었지요.”

“같이 발견했다고요? 여양왕이 이 일을 알고 있습니까?”

“여양왕은 전선에 나가 있는데 어찌 이 일을 아시겠습니까? 하하.”

“여양왕이 모른다고요? 그럼 묵객과 여안은 왜 여기에 있습니까?”

“연주회에 참가하는 거 아니었어요? 묵객은 마지막에 결국 참가하지 못했고, 나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세강은 사마장공의 질문에 같은 말만 반복했다.

“성주님, 여기 영주도 대건천조의 땅입니다. 대건천조의 주인은 성왕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하세강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요.”

사마장공은 자리를 떠났다.

하세강은 혼자 정자에 앉아 있었다.

하세강은 술을 음미하며 하늘에 떠 있는 밝은 달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하……. 용효월,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미안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유일하게 마음이 쓰이는 사람이 바로 용효월, 당신이야. 내가 무능력해서 당신이 억울하게 죽었지.”

그의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얼른 당신을 만나고 싶어. 여전히 아름답고 눈이 부시겠지?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야. 당신한테 흠이 하나 있다면 바로 용완청의 아버지지. 도대체 그 사람은 누구지? 누구기에 지금까지 나타나지도 않는 거지? 당신이 죽었는데 복수하려고 하지도 않아. 그런 개자식은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 * *

사마장공은 사무를 보는 대청으로 들어왔다.

사마장공이 부하를 보며 말했다.

“어떻게 됐느냐?”

“관의 일꾼들이 청동인을 조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모든 건 성왕께서 결정하실 겁니다.”

사마장공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들이 얼른 조도에 도착했으면 좋겠군.”

그때 한 부하가 창백한 얼굴로 뛰어오며 말했다.

“어르신, 큰일 났습니다! 어르신!”

사마장공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야?”

“한 산골짜기에서 청동인을 옮기던 사람들이 전부…… 전부…….”

“전부 뭐?”

“전부 죽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죽고, 청동인들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뭐야?! 도대체 누가 어떻게 알고? 나도 길을 모르는데 누가…….”

“아무도 누설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도둑들한테 털린 것 같습니다.”

사마장공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사고? 도둑? 흥! 말도 안 되는 소리!”

이 땅의 도둑들은 관부의 사람을 건드리지 않는다.

그런데 또 다른 부하가 뛰어오며 소리쳤다.

“어르신! 하세강…… 하 성주가 자살했습니다!”

사마장공의 안색이 굳어졌다.

“하세강이 자살했다고?”

“예!”

* * *

은월성, 효월산장.

고해는 용완청이 건넨 종잇조각을 바라보았다.

“이건?”

용완청이 설명했다.

“고 타주가 청동 금용들을 유인하고 있을 때 우리가 하세강을 찾아갔었어. 하세강이 끝까지 말하지 않고 있다가, 운묵이 투명한 선으로 묶자 그제야 다급하게 이 종잇조각을 주더라고.”

고해는 종잇조각에 있는 네 글자를 보고 있었다.

“황보조가?”

용완청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 우리가 찾으려던 황보 선생 같아. 예전에 황보 선생과 하세강이 우리 어머니의 연주회에 자주 왔었어.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취를 감췄지. 고 타주가 예전에 황보 선생과 하세강이 뭔가 알고 있을 것 같다고 했었잖아?”

고해는 의아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황보조가라는 사람을 아신다고요?”

유년대사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황보 선생이 이 사람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 이 사람이 용효월의 연주회에 오다니. 아마 위험 부담이 컸을 거야.”

“무슨 말씀입니까?”

고해가 의아해하자, 용완청이 말했다.

“여양왕이 전선에서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 알아?”

고해가 물어보았다.

“예전에 신록황조라고 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원래는 대건천조와 동맹을 맺었으나 후에 대건천조를 배신하고 또 다른 천조와 동맹을 맺었다고 들었지요. 혹시 여양왕이 전선에서 싸우는 상대가 신록황조입니까?”

“그래, 황보조가가 바로 신록왕조의 왕이야. 이십 년 전에 대전과 동맹을 맺긴 했어도 대건천조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어. 아마 우리 어머니 연주회에도 신분을 감추고 갔을 거야.”

고해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황보조가가 당주님 어머니의 사인을 알면서도 대건천조와 싸운단 말이지요?”

“그래.”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단서가 있으니 이제 찾아가면 되잖습니까?”

용완청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우리 대건의 적이야. 찾아가기가 힘들어.”

“힘들 것 없습니다. 이번 일은 우리 세 사람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두 사람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때 목신풍이 뛰어오며 말했다.

“하세강이 죽었습니다. 성주부에서 자살했다고 합니다.”

용완청이 놀라서 눈썹을 치켜세웠다.

“뭐? 하 성주가 죽었다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