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203화 (186/243)

203화. 고해의 과거를 파헤치는 자들

한 금의위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고 대사님? 그자는 돈이 많습니까?”

“고 대사님은 당연히 돈이 많습니다. 이 성벽을 재건축하는 데에는 삼백만 개의 상품 영석이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고 대사님은 투자할 때 눈 한번 깜짝하지 않으셨지요.”

그 말을 들은 몽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상품 영석 삼백만 개?”

왕가 도박장의 몇 달간 수입이라고 해봤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상품 영석 삼백만 개를 벌려면 도대체 몇 달 동안 벌어야 할까.

놀란 몽태가 선학차 주인에게 물었다.

“고 대사라는 분은 왜 성벽을 재건축하려는 건가?”

“이것은 고 대사님이 망가트린 것이니 당연히 배상해야지요.”

“이 성루는 원영경의 최상급 사람들마저도 깨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들었네. 고 대사님도 역시 강한 분이겠지?”

“당연하지요. 고 대사님의 금도는 아무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순간, 몽태가 의아한 눈빛으로 선학차 주인을 바라보았다.

“뭐? 금도를 수련한 고 대사라고?”

“그렇습니다. 아 참! 그런데 당신들은 누구를 찾고 있는 겁니까?”

몽태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는……. 음…….”

“얘기해 보십시오. 이름은 알고 있을 거 아닙니까?”

몽태는 밑져 봐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말했다.

“고해라고 하는 사람이다. 아마 자네는 모를 거야. 그보다 이곳에 효월산장이라고 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곳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가?”

효월산장이 유명하다지만, 아무나 알고 있는 곳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아, 아니네. 자네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군. 그냥 괜찮은 객잔이나 좀 소개해 주게. 찾은 건 우리가 천천히 알아서 할 테니.”

선학차 주인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몽태와 그의 일행을 바라보았다.

“지금 고해라는 분을 찾는다고 하셨습니까? 일품당 수타주 고해 말씀입니까?”

금의위들은 모두 멈칫거렸다.

“응?”

저자가 아나?

몽태가 눈을 껌벅이며 말했다.

“그래, 맞네.”

“진짜로 고 대사님을 찾고 있단 말이지요? 근데 고 대사님과는 어떤 사이입니까?”

고 대사님?

조금 전에 얘기했던 그 고 대사님? 삼백만 상품 영석을 손쉽게 투자했다는 그 돈 많은 사람?

설마 폐하께서 그 많은 돈을 들고 은월성에 가진 않았을 텐데?

들고 가고 싶어도 그렇게 많은 돈은 있지도 않았다.

선학차 주인이 다시 물었다.

“당신들은 고 대사님과 어떤 사이입니까?”

몽태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는 고해 님 가문의 부하들이네. 외지에서 막 도착했는데, 어르신을 찾으러 왔네.”

순간, 선학차 주인은 활짝 웃음을 지었다.

“예? 고 대사님 가문의 사람들이라고요?”

“아이고, 고 대사님 가문의 사람들이셨군요! 이리 오십시오! 제가 무료로 태워드리겠습니다!”

“저한테 오세요! 저도 무료로 태워드리겠습니다!”

선학차 주인들이 너도나도 나섰다.

갑작스런 일에 금의위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몽태가 정신이 반쯤 나간 표정으로 물었다.

“저희 어르신이 그렇게 유명한가?”

선학차 주인이 흥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은월성에서 고 대사님을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하하하, 고 대사님께서 성주가 되신다 해도 저희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찬성할 것입니다.”

“뭐? 성주?”

“그렇습니다. 고 대사님께서 성주가 되겠다고 하면, 아마 이 성의 모든 사람이 적극적으로 찬성할 것입니다.”

수많은 선학차가 금의위들을 싣고 성의 중심을 향해 달려갔다.

성문에서 호위 병사들이 신분 등록을 위해 문 앞을 지키고 있었지만, 고해 가문의 사람들이라는 말을 듣자 미소를 지으며 그냥 통과시켰다.

순간, 금의위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번에 왔을 때는 입문 검사하는 데 반나절이나 걸렸었는데. 하도 깐깐해서 나중에는 영석까지 써가면서 들어갔는데 오늘은 그냥 보내주네.”

선학차 주인이 말했다.

“고 대사님 가문분들 아닙니까? 고 대사님 가문분들이 들어가는데 누가 막습니까?”

“…….”

몽태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오면서 선학차 주인에게 고해에 관한 것을 물어보았다. 그들의 말은 거짓말처럼 들릴 정도로 엄청났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고 대사가 자신들이 찾던 고해가 확실하다는 것이었다.

몽태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또 다른 편지 봉투를 하나 꺼냈다. 봉투를 뜯은 그는 편지의 내용을 읽어보았다.

[몽 선생님, 구오도 왕가 도박장에서 있었던 일은 저희도 봤습니다. 영석을 벌어들이는 모습이 마치 황금 신수를 삼켜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몽 선생님이 허락한다면 저희 육대 도주들은 손을 잡고 천도해에 왕가 도박장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큰 도박장을 차릴까 합니다. 몽 선생님도 오셔서 한몫 챙기지 않겠습니까?

고해 밑에서 받으면 얼마나 받겠습니까? 고작 그 돈으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육대 도주가 손을 맞잡으면 반드시 고해의 왕가 도박장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지를 본 몽태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고해를 뛰어넘어?

웃기는 일이다. 그들이 아무리 많은 돈을 퍼부어도 삼백만 개의 상품 영석을 만들 수는 없다.

찌익, 찌익, 찌익.

몽태는 몰래 간직하고 있던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 날려버렸다.

그 광경을 본 금의위가 의아해하며 몽태를 바라보았다.

“사령관님?”

몽태는 깊이 숨을 내뱉으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다들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폐하를 맞이할 준비를 하도록 해라. 폐하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도록.”

금의위들은 동시에 대답했다.

“예!”

몽태는 은월성에서 사흘을 머물렀다. 그는 상관흔을 만났고 금루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는 관원들을 만났다.

그는 은월성을 돌아보고는 네 개의 성지를 안고 황급히 돌아갔다.

돌아가는 배 안에서 부관이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몽태를 바라보며 물었다.

“사령관님, 폐하의 성지에는 왜 죄다 충고뿐입니까?”

몽태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폐하께서 내 생각을 뚫고 있구나. 나를 만나지도 않고도 내 생각을 읽고 있다니. 이것이 마지막 경고겠지.”

“예?”

몽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금의위를 일부 은월성에 남겨뒀으니 우리는 그저 임무만 잘 수행하면 된다. 폐하께서 엄청난 권리를 주셨는데 그걸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건 어리석은 짓이지.”

부관은 의아했지만,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예, 알겠습니다.”

배는 계속해서 바다 위를 달렸다. 보름이 지나자 드디어 천도해에 도착했다.

배가 이름 모를 작은 섬을 지나고 있을 때쯤, 갑자기 세 개의 그림자가 하늘 위로 솟구쳐서 몽태가 탄 배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중 긴 망토를 걸친 남성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몽 선생님, 드디어 오셨군요. 저희 육대 도주가 계획했던 도박장이 이제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뒤이어 다른 남성이 말했다.

“몽 선생님, 저희 도박장은 고해의 도박장보다 규모가 더 크고 굉장합니다. 이제 몽 선생님이 대한관료들을 데려오는 일만 남았습니다!”

몽태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흥! 당신들이 대한왕조 도박장의 몇몇 책임자들을 매수했지? 내가 그들을 전부 가뒀다! 그런데 나보고 그들을 데리고 너희 쪽으로 넘어오라고? 하하하하.”

“몽 선생님 정도의 권한이라면 쉽고 가능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자들은 매국노들이니 사형에 처할 것이다! 꺼져라!”

“예? 몽 선생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미 얘기가 끝나지 않았습니까? 고해 따위가 뭐 대단하다고 그자를 따르겠다는 겁니까?”

“그만! 더 이상 허튼짓을 하면 너희들도 내가 쓸어버릴 것이다! 가자!”

몽태는 싸늘하게 소리치며 손끝을 살짝 날렸다.

날아올랐던 세 사람은 흠칫하며 구오도 쪽으로 날아갔다.

몽태는 갑판 난간을 붙잡고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세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너희들은 폐하의 무서움을 알지 못한다. 하긴 그걸 알았다면 엉뚱한 짓을 하지는 않았겠지.”

몽태는 더 이상 고해에게 반발하지 않기로 했다.

고해는 자신과 그릇 크기가 달랐다.

그 그릇에 얹어가기만 해도 자신은 훨씬 더 큰 것을 이룰 수 있을 듯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

열심히 해서 그 위치만 가도 자신의 발아래 천하가 놓일 것이다.

마음을 정리한 그는 부관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돌아가면 금의위를 더 많이 모집해라! 구오도 곳곳을 더욱 엄격하게 순찰할 것이다!”

“예!”

* * *

여안은 인상을 찌푸린 채, 혼자 바둑을 두고 있는 묵객을 바라보았다.

“묵 선생님, 우리는 언제쯤 전선에 가는 겁니까?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합니까?”

강천익도 궁금한 표정이었다.

“묵 선생님, 전선에는 왕 어르신의 전쟁이 계속 진행 중입니다. 이제 여기에 더 이상 볼일도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아직도 은월성에 남아 있는 것입니까?”

묵객은 쭉 은월성을 지키고 있었다. 매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조용히 뭔가를 기다리기만 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

한 부하가 황급히 대전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천도해에 보낸 부하들이 돌아왔습니다!”

순간, 묵객의 두 눈이 반짝였다. 들고 있던 바둑알도 내려놓았다.

“그래?”

이어서 묵객이 웃으며 말했다.

“가자. 이제 전선으로 돌아가 왕 어르신을 만나야겠다.”

여안은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네? 네.”

그들은 곧바로 은월성을 떠났다.

묵객이 배에 올라타며 소리쳤다.

“자료는 어디 있느냐? 얼른 갖고 와라.”

“네.”

부하들이 그의 앞으로 다가와 두꺼운 자료들을 건넸다.

묵객은 그걸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것밖에 안 돼?”

부하들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 모은 것입니다.”

묵객은 더 다그치지 않고 부하들에게 말했다.

“알았다. 들어가서 쉬어라. 내가 자료를 전부 검토하고 나면 다시 부르마.”

“예.”

여안은 궁금한 눈빛으로 묵객 앞에 놓인 두꺼운 자료를 바라보았다.

자료의 앞면 표지에는 ‘고해의 과거’라고 크게 적혀 있었다.

여안이 경악하며 말했다.

“사람을 시켜 고해를 조사한 것입니까?”

묵객은 대꾸도 하지 않고 자료를 보기 시작했다. 자료는 아주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묵객은 보면 볼수록 빠져들었다.

* * *

은월성 성주의 집.

사마장공의 앞에도 고해에 대한 자료들이 두껍게 쌓여 있었다.

“군신왕 고해? 서른 살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했고, 나타났을 때부터 이미 부하들과 천하를 휘젓고 다녔다? 빌어먹을 것들! 분명 인재를 찾아오라고 시켰건만, 이런 고해를 놓치고 누굴 찾아다닌 거야? 응? 이건 또 뭐야. 관원을 포기하고 사업에 뛰어들어?”

육국 갑부라고?

한편, 배 위에는 묵객이 자료를 보고 있었다.

묵객은 멸송계획서를 펼쳤다.

“용완청이 곧바로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이토록 훌륭한 인재는 차가운 폐허 속에 묻혔을 것이다. 응? 이 ‘멸송계획서’는 왜 단독으로 분리된 거지?”

멸송계획서를 넘기면 넘길수록 묵객의 두 눈이 미친 듯이 뛰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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