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화. 공격당하는 정화곡
정화 파파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야?”
용완청의 표정도 굳어졌다.
“여양왕 대군이 여기를 포위했다고?”
황보조가는 미간을 찌푸리며 정화 파파를 바라보았다.
설마 정화 파파가 나를?
아니지, 정화 파파는 아니야.
황보조가는 나무 구멍을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 *
가시나무 대진 밖.
거대한 비주 위에 깃발 하나가 걸려 있었는데 깃발에는 ‘여’자가 적혀 있었다.
비주에 있는 대군들은 흉악한 표정으로 앞에 있는 대진을 응시했다.
하늘에서는 수백 마리의 용들이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는 수천 마리의 교룡이 있고, 동쪽 바다에서는 수천 마리의 패하가 모습을 드러냈다.
쿠르르릉!
한 무리의 용들이 울부짖으니 먹구름이 몰려오고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가시나무 대진 밖은 혼돈의 세상이었다.
비주의 가장자리에 앉은 여양왕은 싸늘한 눈빛으로 가시내무 대진을 노려보았다.
그 뒤에는 파군과 오순, 그리고 괴상한 옷을 입은 절대 강자들이 공손하게 서 있었다.
여양왕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 안에 있나?”
파군이 머리를 끄덕였다.
“예, 우리가 보낸 첩자의 말에 의하면, 황보조가가 정화 파파를 만나러 갔다고 합니다.”
여양왕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집 안에 잠자코 있을 것이지, 자기 발로 죽으로 왔군.”
오순이 냉랭하게 말했다.
“자기 발로 기어서 지옥에 떨어지려나 봅니다.”
“용완청 때문에 온 거 맞지? 파군이 며칠 전에 용완청이 왔다고 말했을 때, 황보조가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지. 흥! 멍청한 놈. 아직도 용효월을 잊지 못한 건가? 다른 남자와 낳은 딸아이를 보러 왔다고? 허허. 저런 멍청한 놈이 어떻게 황조를 만들었는지 모르겠군.”
파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르신, 가시나무 대진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견고하거니와 저기에 엄청난 독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만약 강제로 파괴하려다가 오히려 우리 병사들이…….”
여양왕이 싸늘하게 말했다.
“어려울 것 없어. 앞길을 막는 자들은 전부 죽여!”
오순이 말했다.
“파군, 염려하지 말게. 가시나무 대진? 흥. 저 대진에 약한 구멍이 하나 있지.”
“뭐?”
“대진 동쪽이 가장 나약한 곳이네. 관기 노인이 가시나무 대진을 배치할 때, 우리 용족이 어렵사리 배치도를 구했지. 나한테도 한 부 있네.”
수요들은 가장 큰 나무 밑에서 겁에 질려 있었다.
정화 파파, 황보조가, 고해, 용완청은 나무 구멍에서 걸어 나와 가시나무 대진의 북쪽 방향을 응시했다.
북쪽에서 여양왕 병사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대진 밖에서 외침 소리가 들렸다.
“정화 파파, 여양왕께서 오셨습니다! 가시나무 대진을 열고 황보조가를 데려오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여기는 풍비박산 날 것입니다!”
한 정화 수요가 겁에 질려 말했다.
“파파, 밖에 수백 척의 비주와 수백만 명이 넘는 병사들, 그리고 수백 마리의 용, 수천 마리의 교룡이 우리 정화곡을 포위했습니다. 이제 어떡합니까?”
정화 파파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대겁(大劫)이구나.”
황보조가가 착잡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여양왕이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빨리 알다니. 누가 내 뒤를 쫓은 건가?”
황보조가는 눈살을 찌푸리며 정화 파파를 의심하듯이 응시했다.
그의 마음을 눈치챈 정화 파파가 나무 수요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 부족은 아닐 거네.”
황보조가 역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우리 애들도 아닙니다. 제가 여기에 있다는 걸 록석신 말고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두 사람은 고해와 용완청을 바라보았다.
용완청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희는 황보 선생이 온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고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효월산장을 보고 있었다. 누군지 알 것 같았지만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침묵을 지켰다.
쿵!
가시나무 대진의 동쪽에서 굉음이 울렸다.
저 멀리에 있던 수요가 황급히 말했다.
“파파. 교룡과 패하가 가시나무 대진의 동쪽 대진을 깨려고 합니다. 그 숫자도 엄청납니다.”
“교룡? 패하?”
고해는 나직이 되뇌며 미간을 좁혔다.
* * *
가시나무 대진의 동쪽에서는 수백 마리 용들이 교룡과 패하를 거느리고 있었다. 우두머리는 바로 얼마 전에 만났던 흑룡의 삼촌인 료아였다.
료아는 가시나무 대진을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모든 아룡족은 듣거라! 여기는 가시나무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곳이다. 저 안에 황보조가가 있다. 태자께서 말씀하시길, 황보조가를 잡아오면 보상으로 용단을 선물하고 용족으로 인정해 주신다고 하셨다!”
한 무리의 교룡과 패하들은 그 말을 듣고 불타오르는 의지를 보였다. 용단의 유혹은 엄청났다.
료아가 소리 높이 외쳤다.
“가자!”
콰르르릉!
삼천 교룡과 삼천 패하는 바다와 인접해 있는 대진을 깨려고 으르렁거렸다.
취약한 대진의 바다 밑에서 흑토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곧 대진이 깨질 것만 같았다.
수요들은 대진 내부에 있는 전망대에서 외부의 모습을 낱낱이 보고 있었다.
하늘에는 구름 대진이 짙게 배치되어 있었다.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으나 밖에서는 내부의 상황을 볼 수 없었다.
대진의 동쪽을 지키고 있던 수요들은 삼천 교룡과 패하들을 보고 기겁했다.
수요가 겁에 질려 소리쳤다.
“얼른 가서 파파께 말씀드려! 대진이 점점 깨지고 있다고! 얼른!”
그 순간, 맨 앞에 있던 교룡이 대진 안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후아앙!
교룡은 흉악하게 울부짖으며 대진을 깨려고 온 힘을 다했다.
다른 교룡과 패하들도 하나둘씩 대진 안으로 들어왔다.
“하하하! 가시나무 대진도 별거 아니구나!”
“들어왔다! 하하하!”
교룡과 패하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황보조가는 엄청난 실력자였지만 오늘은 다른 기운이 합치되지 않아서 하나의 원영경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황보조가를 잡으면 용단을 준다지 않는가 말이다!
교룡과 패하는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정화곡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르르릉!
후아앙!
전망대에 있는 수요들은 겁에 질렸다.
“교룡과 패하들이 들어오고 있다! 전투 준비해!”
“해수면에 고 선생이 배치한 구름 대진이 있는데, 쓸모 있을까?”
“쓸모가 있든 없든 상관하지 말고! 얼른 전투 준비나 해!”
거대한 나무 밑에 있던 정화 파파도 괴성을 듣고 있었다.
저 멀리에서 수요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파파, 교룡과 패하들이 들어왔습니다!”
정화 파파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용족들도 가시나무 대진의 취약점을 알고 있었다고?”
고해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룡족이라…… 정말 공교롭군요.”
쿵쿵쿵!
동쪽에서 거대한 굉음이 들리더니, 곧 교룡과 패하들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악!”
“어떻게 된 거지? 왜 움직이지 못하는 거야?!!”
“이…… 이건 우리 용족과 상극인 힘……?”
“뭐야? 용족과 상극이라고?!”
교룡과 패하들이 겁에 질려 소리쳤다.
정화 파파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물었다.
“고 선생의 대진인가?”
고해가 말했다.
“예. 정확히 말하면 관기 노인의 대진입니다. 예전에 제가 관기 노인의 정용환을 얻은 적이 있습니다. 정용환으로는 용을 진압할 수 있지요. 비록 정용환이 깨지긴 했습니다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진법을 얻을 수 있었지요. 그래서 마침 그 진법으로 대진을 배치할 수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황보조가가 고해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라?”
“제가 가서 동쪽을 막겠습니다. 개천궁의 절대 강자가 아닌 이상 손쉽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해의 말에 사람들이 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좋아!”
“그렇게 하세!”
용완청이 말했다.
“나와 같이 가.”
용완청이 비주를 꺼내자 고해와 그녀는 함께 타고 동쪽으로 날아갔다.
효월산장을 지날 무렵.
마침 떠 있는 섬에 있는 초신과 유년대사, 목신풍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주님!”
“빨리 타!”
유년대사와 목신풍도 빠르게 비주에 올라탔다.
슈우웅!
비주는 동쯕으로 날아갔다.
목신풍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어떡하실 겁니까?”
고해가 대답했다.
“목 타주님, 구진을 찾아와 주세요. 요즘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러지. 요즘 매일 노래 부르고 다녔어. 일부 수요들은 분별 능력이 없어서 그냥 들어주는 거야.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 내가 데리고 오지.”
목신풍은 즉시 구진을 찾으러 나섰다.
고해가 이번에는 유년대사를 보며 말했다.
“대사님, 가시 초신을 살펴보십시오. 제 생각에는 초신이 간자 같습니다.”
유년대사와 용완청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뭐?”
“알겠네. 내가 가보지.”
유년대사는 비주에 내린 다음 빠르게 날아갔다. 만약 초신이 간자라면 정말 큰일이었다.
* * *
동쪽 해역.
쿵! 쿵!
하늘에서 강력한 힘이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교룡과 패해를 진압했다.
막 해수면으로 나오던 교룡과 패하는 갑자기 나타난 괴상한 힘에 짓눌려 움직이지도 못했다.
교룡과 패하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화들짝 놀랐다.
“이, 이건? 이게 무슨 일이야?”
바다에 떠 있던 안개가 모이면서 하나의 안개 덩어리를 만들었다. 교룡과 패하는 바로 그 안개 덩어리에 짓눌렸다.
문제는 그 안개 덩어리가 괴상한 진법에 의해 작동하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힘이 너무 강력해! 움직이지도 못하겠어!”
“어떻게 용족만 막는 진법이 있는 거지?”
한 무리의 교룡과 패하는 겁에 질려서 우왕좌왕했다.
전투 준비를 하려던 수요들은 입을 쩌억 벌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천 마리가 넘는 교룡과 패하가 대진에 짓눌려 옴짝달싹 못 하다니!
수요들은 그 광경을 보고 환호했다.
와아아아아!
“정말 대단한 대진이야!”
그때 고해와 용완청의 비주가 날아왔다.
수요들이 고해를 보며 소리쳤다.
“고 선생, 저들이 고 선생의 대진에 걸렸습니다!”
“고 선생! 정말 멋진 대진입니다!”
그러나 고해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밖에 있는 자들은 또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그도 저렇게 많은 대군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여양왕마저 있었다, 그자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용완청이 고해를 보며 물었다.
“고해. 이제 어떡할 거야?”
고해는 한숨을 쉬었다.
“하늘의 뜻에 따라야지요.”
* * *
료아는 한 무리의 용들이 대진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시나무 대진에는 음파 장벽이 있어 내부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료아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무슨 소리라도 들려야 정상 아닌가?”
다른 용들도 슬슬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쿵쿵쿵!
피투성이가 된 패하가 겁에 질려 달려왔다.
료아는 그 패하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냐?”
피투성이가 된 패하가 겁에 질린 채 말했다.
“큰일 났습니다! 앞서 들어간 교룡과 패하들이 전부 대진의 힘에 짓눌려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료아는 눈을 부릅떴다.
“뭐라?”
“안에 있는 대진의 힘이 예상보다 더 강합니다! 우리가 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