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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212화 (195/243)

212화. 파동풍

료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도대체 무슨 대진이길래 교룡과 패하가 무기력해진단 말이냐?!”

“아무래도 그 진법은 우리 용족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정…… 정용환, 정용환의 대진 같습니다!”

료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 뭐야? 정용환의 대진이라고?”

같은 시각.

가시나무 대진 북쪽. 파군은 자신의 청력으로 동쪽에서 벌어진 일을 여양왕한테 보고했다.

옆에 있던 오순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정용환의 진법이라면 새로 배치된 것 같은데…… 누구지?”

여양왕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흐음, 잘하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을 수 있겠는데?”

오순이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르신?”

그러나 여양왕은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다! 어차피 저 안에 있는 놈들, 도망도 못 간다. 원래는 황보조가만 죽이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군.”

오순이 료아를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료아, 너희들이 들어가 봐라.”

“네, 태자.”

료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하고 돌아섰다.

“모두들 나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자! 따라와라!”

백 마리의 용들이 포효하며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교룡이 갔던 길을 따라갔다.

먼저 다섯 마리의 용이 대진 안으로 머리를 쑥 내밀었다.

순간 우렁찬 괴성이 들려왔다.

“역발산혜기개세!”

쿠궁!

순간, 다섯 자루의 방천화극이 나타나더니, 다섯 마리의 용을 베어버렸다.

“크아아악!”

“크아앙!”

다섯 마리의 용은 입을 쩌억 벌리며 자신들을 밟고 있는 사람을 물어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항우 운수였다. 항우 운수는 한기가 일렁이는 눈빛으로 용의 머리를 짓눌렀다.

“죽어라!”

다섯 마리의 용들은 몸만 비틀릴 뿐, 대진 안으로 들어간 머리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뒤이어 고해가 달려들며 골도를 휘둘렀다.

“죽어라!”

골도는 용의 미간을 파고들었다.

다섯 마리의 용들은 겁에 질려서 몸을 흔들어댔다.

“으악!”

“사, 살려줘!”

용들의 미간에서 시커먼 묵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용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공포에 찬 비명을 질러댔다.

“으아아악……!”

갑자기 나타난 묵기에서 수많은 해골이 쏟아져 나오더니 미친 듯이 용의 살을 파고들었다.

뒤에서 따라오던 용들도 화들짝 놀라서 주춤거렸다.

료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일이야?”

“살려주세요! 제발!”

료아가 놀라서 악을 쓰듯 소리쳤다.

“물러서! 빨리!!!”

뒤에 있던 용들은 황급히 빠져나왔다.

료아가 저 멀리 있는 오순을 보며 소리쳤다.

“태자! 용들이 순식간에 먹혔습니다! 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여양왕의 비주에 있던 오순은 표정이 굳어졌다.

“뭐야?!”

반면 여양왕은 오히려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현 상황을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다.

“간자가 소식을 전해왔다. 아마 고해라는 놈이 대진을 배치했을 거야. 훌륭해! 나쁘지 않은 진법이었어!”

속이 탄 오순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왕 어르신.”

하지만 여양왕은 들은 척도 않고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말했다.

“제법 쓸 만하겠군. 여기에 온 보람이 있어!”

“저 안에 갇힌 교룡과 패하는 엄청난 힘을 가졌습니다. 저렇게 죽게끔 내버려둘 수는 없잖습니까?”

여양왕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거야 물론 그렇지.”

여양왕은 가시나무 대진을 보며 말했다.

“가시나무 대진 안에는 음파 장벽이 있어, 안에서는 밖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밖에 있는 사람들은 내부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파군, 파동풍!”

파군이 머리를 끄덕이면서 한 발 걸어 나왔다.

“예, 폐하.”

딩!

파군은 허공에서 거문고 현을 튕겼다.

가시나무 대진의 윗부분에 작은 틈이 있었다. 거문고의 소리는 그 틈 사이로 흘러 들어갔다.

윙윙!

거문고 소리가 대진으로 들어올 무렵, 갑자기 십 장 크기의 해골 전사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수요들을 향해 돌진했다.

수요는 굳은 표정으로 손을 휙 저었다. 순간 열 갈래 등나무 줄기가 해골 전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해골 전사? 안 돼.”

쿵.

해골 전사와 등나무 줄기가 부딪치더니 갑자기 쇠붙이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악.”

수요들이 순식간에 내동댕이쳐졌다.

해골 전사들은 거침없이 정화곡으로 쳐들어갔다.

커다란 수요가 손으로 휙 쳐버렸다.

“부숴버려!”

쿠궁!

그 해골 전사의 허영(虚影)은 순식간에 깨졌다.

황보조가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파동풍?”

정화 파파도 그 허영의 정체를 바로 깨달았다.

“음공(音功)?”

해골 전사 한 명은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파동풍은 이제 막 시작된 터였다.

딩딩딩딩!

파군이 손을 휙 젓는 순간부터 파동풍의 연주는 시작되었다.

거문고의 소리가 모이더니 마치 긴 강물처럼 가시나무 대진으로 흘러 들어갔다.

대진에 들어서는 순간, 순식간에 해골 전사의 허영으로 변신했다.

해골 대군은 손에 칼을 들고 괴성을 지르며 정화 수요들을 베어버렸다.

“아악! 파파, 살려주세요!”

“죽어라!”

“죽어!”

정화곡이 혼돈에 휩싸였다.

해골 부대가 괴성을 지르자 계곡까지 들썩거렸다.

정화 파파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지등만천(地藤万千)!”

쿵!

정화 파파의 뒤에 있던 정화 나무도 쉴 틈 없이 흔들렸다.

순간, 정화곡에서 등나무 줄기가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나무 수요들을 보호해 줬다.

그러나 거문고 소리는 끊기지 않았고 해골 대군도 수없이 나타났다.

해골 대군은 여기저기에서 칼을 휘두르며 수요들을 죽여버렸다.

해골 전사 한 명을 부숴버리면 열 명이 넘은 해골 전사가 나타났다.

동쪽 해안가에도 수백 명에 달하는 해골 대군이 몰려왔다.

용완청은 곧바로 칼을 들고 해골 전사들과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딩딩딩! 당당당!

몇몇 수요들이 해골 전사들과 싸우면서 소리쳤다.

“용 당주님. 아무리 때려도 괴물들이 죽지 않습니다!”

용완청이 다급하게 말했다.

“이건 음공이야! 거문고로 펼치는 음공!”

그때 목신풍이 구진을 데리고 왔다.

구진이 소리쳤다.

“으아악. 나도 천급 금이야. 죽이지 마.”

해골 전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에 나섰다. 목신풍은 해골 전사들을 막아서며 구진을 향해 소리쳤다.

“구진! 얼른 반격해!”

딩딩딩.

구진이 하늘 높이 날아오른 다음 허공에서 현을 살짝 튕겼다.

순간, 수만 개의 요정이 나타났다.

해골 전사가 칼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죽어!”

작은 요정들이 순식간에 죽어버렸다.

구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

수만 요정이 한 방에 죽다니!

목신풍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뭐 해! 얼른 막아!”

구진은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그렇지만, 내가 아는 곡은 전부 잔잔한 음악이야. 이렇게 흉악하지 않다고!”

용완청이 소리쳤다.

“이건 파군의 음공이야! 너와 파군은 전부 천급 금인데, 왜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는 거지? 아는 곡을 전부 연주해 봐!”

구진이 황급히 말했다.

“양축! 양축을 연주해 볼게!”

딩딩딩!

거문고 소리가 울리더니 갑자기 하늘에서 수많은 나비 떼가 솟구쳐 나왔다.

펑!

해골 전사 열 명이 칼을 휘두르더니 하늘에서 날던 나비 떼들이 전부 나비 시체가 되어버렸다.

“…….”

구진이 또 황급히 말했다.

“개논! 제가 개논도 압니다!”

딩딩딩!

순간, 철풍금을 연주하는 늙은 남자의 허영과 옆에서 철풍금 연주를 감상하고 있는 부잣집 딸의 허영이 나타났다.

펑!

해골 전사가 달려들어서 순식간에 늙은 남자와 부잣집 딸을 죽여버렸다.

“…….”

구진이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비창! 그래, 비창이 있었어!”

딩딩딩!

비창을 연주하자, 커다란 전사의 모습이 나타났다.

쿠구궁!

그 전사는 주먹으로 앞에 있는 해골 전사를 내리쳤다.

구진이 웃으며 말했다.

“와하하하! 됐다, 됐어!”

쿠궁!

순간 수백 명의 해골 전사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죽어라!”

그 전사는 해골 전사들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해골 전사들이 인원수도 많고 너무 용맹하여 혼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용완청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왜 한 명밖에 없어! 얼른 계속 연주해 봐!”

구진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비창에는 한 명의 전사밖에 없습니다.”

“…….”

“…….”

그 와중에도 파동풍의 곡조는 점점 더 격렬해졌다. 그럴수록 점점 더 많은 해골 전사들이 나타나서 달려들었다.

수요들은 황급히 도망치기에 바빴다.

목신풍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고해! 고해는 어디 있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해수면에서 고해가 골도를 들고 올라왔다.

바다 밑에 있던 천 마리의 교룡과 패하들의 살은 전부 물어 뜯겼고 뼈만 남아 있었다.

고해는 몇 번이고 피를 토하며 몸 안에서 들끓고 있는 힘을 강제로 짓눌렀다.

그때 수백 명의 해골 전사들이 수요들을 죽이는 광경이 보였다.

또한 수백 명의 해골 전사들이 구진을 뒤쫓고 있었다.

“주인님! 살려주세요! 제발요! 아아악!”

“날아라!!”

고해가 손을 휙 저으니 순간 천진신새가 날아갔다.

쿵!

구진을 뒤쫓던 해골 전사들이 천진신새에 짓눌렸다.

고해는 해골 전사들과 맞서 싸우는 용완청을 보며 물어보았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용완청이 다급하게 말했다.

“파동풍이야! 전쟁에서 상대방을 죽이는 곡이지! 고해, 이와 맞설 곡조 있어?”

고해가 혼자 중얼거렸다.

“전쟁에서 상대방을 죽이는 곡?”

고해가 문득 뭔가를 떠올리고 말했다.

“구진! 이리 와라! 내가 너한테 ‘십면매복’을 전해주마!”

* * *

정화곡 효월산장.

동쪽에서 교룡과 패하가 대진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금타주 초신은 검을 잡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하지만 옅은 미소를 짓기만 할 뿐 도와줄 생각은 없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

옆에 있던 유년대사는 그런 초신을 응시하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초신은 유년대사를 보지도 않고 계속 검을 두드리며 말했다.

“유년대사, 이렇게 황급히 돌아온 걸 보니 고해의 말을 믿었나 봅니다. 제가 간자라는 말을 말입니다.”

유년대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다 들은 건가?”

“듣고 안 듣고가 중요합니까? 유년대사의 마음이 중요하지요. 제가 일품당에 몸을 담근 시간은 유년대사보다도 훨씬 더 깁니다. 예전 장주님의 신임을 얻은 사람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유년대사는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사람의 말을 믿는군요. 정말로 저를 의심하는 겁니까?”

유년대사는 싸늘하게 말했다.

“의심? 함부로 정의를 내리지 말게. 앞서 정예도 예전부터 일품당에 몸을 담았어. 그러나 결국 용효월을 배신했지.”

초신이 냉랭하게 말했다.

“저와 정예를 비교하시다니. 흥! 유년대사. 왜 저만 의심하고 황보조가의 부하는 의심하지 않는 겁니까? 왜 하필이면 같은 식구를 의심하느냔 말입니다.”

유년대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디까지 들은 거야?”

초신이 조용히 말했다.

“여양왕이 이렇게 빨리 왔다는 건 정화곡 안에만 간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신록성에도 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하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겠습니까?”

유년대사는 미간을 찌푸리기만 하고 단언하지 않았다.

초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런! 파군이 거문고를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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