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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213화 (196/243)

213화. 십면매복

딩딩딩딩!

파동풍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사방에서 해골 병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천군만마처럼 효월산장을 향해 돌진했다.

초신이 말했다.

“유년대사, 예전 당주님께서 정성 들여 만든 효월산장입니다. 저 음군(音軍)들이 파괴하는 걸 눈 뜨고 볼 수 없습니다.”

유년대사도 머리를 끄덕였다.

그때 수백 명의 해골 대군이 달려들었다.

초신이 눈을 부릅뜨고 칼을 휘둘렀다.

“죽어라!”

순식간에 백 자루의 검이 나타나더니 곧장 해골 대군을 향해 날아갔다.

콰과광!

백 명의 해골이 순식간에 폭발해 버렸다.

그러나 거문고 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점점 더 많은 해골 대군이 달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효월산장 밖에서는 수만 명의 해골 대군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초신이 냉랭하게 말했다.

“전투 준비!”

“네!”

일품당 부하들이 빠르게 달려와서 전투 준비를 했다.

떠더더덩!

차창! 챙챙챙!

사방에서 칼날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한 무리의 해골 대군이 효월전을 향해 달려왔다.

유년대사가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

“무량수불!”

유년대사는 손에 들고 있는 염주를 날려 보냈다.

효월전으로 달려오던 수백 명의 해골 전사들이 내동댕이쳐졌다.

그 와중에도 파공풍의 연주는 계속 울려 퍼졌다. 해골 전사들도 끊임없이 몰려왔다.

그 순간, 동쪽에서 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구진의 ‘십면매복’이 시작된 것이다.

딩딩딩!

* * *

가장 큰 정화 나무 아래.

정화 파파와 황보조가, 그리고 한 무리의 수요들이 북쪽을 보고 있었다.

파동풍 연주가 계속될수록 점점 더 많은 해골 대군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정화 파파가 손을 휙 저으니 수많은 나무뿌리가 뽑혀서 곧장 해골 대군을 향해 날아갔다.

나무뿌리가 달려오던 해골 대군을 밀어버렸다.

수백 갈래로 된 나무뿌리는 마치 커다란 채찍처럼 해골 전사들을 내리쳤다.

그러나 해골 대군은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황보조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화 파파, 저 때문에 정화곡이 극심한 재난을 겪게 되어서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가시나무 대진을 열어주세요. 저만 나가면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호호호호. 황보조가, 지금 나를 모욕하는 건가?”

“아, 아닙니다.”

“야수 종족은 만 년에 한 번씩 대겁을 맞이하게 되네. 이번에는 정화 종족인가 보군. 황보조가, 자네만 나가면 여양왕이 이 공격을 멈출 거라고 생각하나?”

“예?”

“그는 물러나지 않을 거네. 그리고 나 역시 자네를 내보내지 않을 거네!”

“그렇지만 이러다가는…….”

“올 것은 결국 오게 되어 있어! 이번에 내가 자네를 오라고 해서 이렇게 되었으니, 여기서 탈출하게 내가 도와주지.”

황보조가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지만…….”

정화 파파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다른 말은 하지 말게! 황보조가, 여기를 빠져나가야만 효월이의 복수도 할 수 있네. 용효월의 복수는 안 할 건가?”

황보조가는 눈시울을 붉혔다.

“저는…….”

“우리 정화 종족이 이번 대겁에서 벗어난다면 향불을 남길 거야. 그때 다시 와서 잘 보살펴 주게.”

정화 파파가 말을 마치자마자 뒤에 있는 정화 나무에서 커다란 나무뿌리가 나타났다.

순간 거대한 나무뿌리가 정화 파파와 황보조가 앞에 떨어졌다.

그 나무뿌리의 맨 끝에는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틈이 있었다.

정화 파파가 황보조가를 보며 말했다.

“얼른 들어가게. 이 나무뿌리를 땅속에 묻으면 자네를 이곳에서 구해낼 수 있네.”

황보조가가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안 됩니다! 제가 이렇게 가면 정화 종족은 어떡합니까?”

“서두르게! 만약 여양왕까지 합세하면 그땐 힘들단 말이네!”

황보조가는 눈물을 흘렸다.

바로 그때, 갑자기 동쪽에서 파동풍과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딩딩딩딩!

* * *

정화곡의 동쪽.

점점 몰려오는 해골 대군에 수요와 용완청, 그리고 목신풍은 한계에 달했다.

목신풍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직 멀었나!”

고해는 구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머릿속에 있는 ‘십면매복’을 구진에게 넘겨줬다.

구진의 눈이 번쩍였다.

“주인님, 이제 할 수 있습니다! 이건 전투 대형 노래인가요? 기세가 대단합니다!”

고해가 낮은 소리로 다그쳤다.

“빨리 연주해! 만약 이것도 안 되면 ‘장군령’을 전해줄 테니!”

구진이 경악하며 말했다.

“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두 곡이나 만들었단 말입니까? 곧 저를 넘어서겠군요.”

짜증이 난 고해는 구진의 엉덩이를 냅다 후려 찼다.

“잔말 말고, 빨리 연주나 해!”

“헉! 옙!”

구진이 펄쩍 뛰거니 소리쳤다.

“얘들아! 나의 ‘십면매복’을 들어보렴!”

딩딩딩딩!

손을 휙 저으니 ‘십면매복’을 연주하는 거문고 소리가 울렸다.

고해는 의경이 없지만 구진은 의경이 있었다. 강력한 금도 의경이 나타나더니, 광활한 모래사장이 펼쳐졌다.

허공에서는 북을 두드리는 소리도 들렸다.

둥! 둥둥둥!!

그 소리를 들은 해골 대군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 덕분에 용완청 등의 전투가 훨씬 수월해졌다.

거문고 소리에 이어 북과 나팔 소리가 하늘과 땅에 울려 퍼졌다.

멀리에 있던 정화 파파의 표정이 엄숙해지더니 경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정말 웅장한 북소리구나! 이건 고해의 곡조인가? 설마 대군이 모래사장에?”

말을 마친 정화 파파는 눈을 끔뻑이며 손을 휙 저었다.

쿵!

순간 가시나무 대진이 흔들렸다.

밖에 있던 여양왕과 파군도 가시나무 대진이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파군이 말했다.

“어르신, 정화 파파가 음파 장벽을 제거했습니다. 이제 내부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오순이 냉랭하게 말했다.

“파동풍의 힘에 쓰러진 건가? 하긴 이제는 버틸 힘도 없겠죠?.”

그런데 파군이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안에서 거문고의 소리가 들립니다. 구진인가? 아니면 고해? 이건 고해의 곡조인가?”

여양왕이 미간을 찌푸렸다.

“나의 ‘파동풍’에 대항한다고?”

딩딩딩딩!

구진의 거문고 연주가 시작되었다. 금도 의경이 모이면서 북 그리고 군대 신호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여양왕이 말했다.

여양왕은 눈을 지그시 감고 거문고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이건 출정하는 준비 신호인가? 북을 두드리고 군대 나팔을 부는군.”

순간 파군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더 격렬하게 연주했다.

“흥! 군대의 위력이면 또 어떠합니까? 이미 천군만마가 저들을 공격하고 있는데요.”

딩딩딩딩!

그에 대항해서 ‘십면매복’의 연주 속도도 조금씩 빨라졌다.

군대 나팔 소리와 북소리가 점점 사라지더니 이번에는 거대한 함성이 들려왔다.

여양왕은 눈을 지그시 감고 거문고의 소리에 음미했다. 대군이 한데 모여 가지런히 서 있었다.

여양왕이 두 눈을 뜨며 말했다.

“장군을 지명하고 임무를 부여하려고 하는군.”

대진 안에서는 구진이 ‘십면매복’을 연주하고 있었다.

무작정 달려들던 해골 대군도 그 강력한 분위기의 영향을 받아서 주춤거렸다.

곧 운무가 뭉치더니 청색 갑옷을 입은 대군이 정연하게 서서 명령을 기다렸다.

천군만마가 아직 움직이지는 않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도 위세가 엄청나게 강력했다.

곧 대군에 장군이 지명되고 임무를 부여받았다.

해골 대군과 달리 구진의 뒤에 있는 음도 대군은 훈련이 잘되어 있었다.

게다가 강맹한 군인들이 대오를 형성했기에 그들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구진이 흥분해서 기세를 올렸다.

“와하하하! 우리 군대의 기세가 굉장하구나!”

고해는 구진의 뒤에 있는 천군만마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딩딩딩딩!

구진의 연주가 계속되었다.

임무를 부여받은 장군들은 자신들의 대오를 이끌고 배정받은 곳으로 달려갔다.

와아아아아!

그들은 거대한 그물망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총공격할 형태를 갖추었다.

밖에 있던 여양왕은 그걸 느끼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투 대형을 갖추다니! 음도(音道) 대군이 전투 대형도 갖출 수 있단 말인가?”

파군도 화들짝 놀랐다.

“이럴 리가! 이건 무슨 음악이지? 어떻게 저리 많은 장군을 조종할 수 있는 거지?”

그때 계곡에서 구진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공격하라!”

천군만마의 함성이 들려왔다.

와아아아아!

“죽이자!”

“죽여라!!!!”

구진의 음도 대군이 움직였다. 그들은 강력한 거문고 소리를 따라 맞은편에 있는 해골 대군을 죽이러 나섰다.

천군만마가 정연하게 성큼성큼 걸으니 대지가 흔들렸다.

곧 맨 앞에 있는 부대가 해골 부대와 부딪쳤다.

해골 대군은 괴성을 지르며, 구진이 불러낸 대군을 향해 돌진했다.

청색 갑옷으로 무장한 구진의 대군은 하얀색의 해골 부대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맨 앞줄에 있는 병사들이 석궁을 들어서 해골 대군을 조준했다. 그들은 고해가 생각해서 나온 병사들이었기에 칼 대신 석궁을 들고 있었다.

핑! 핑핑핑핑!

해골 병사들이 석궁에 맞아 우수수 쓰러졌다. 그러나 일부는 상처를 움켜잡더니 여전히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다음! 죽여라!”

두 번째 줄에 있는 병사들이 앞줄 사이로 석궁을 뻗어서 해골 병사들의 머리를 쏴버렸다.

따다다다당!

퍼버버벅!

해골 병사들의 머리가 몸통이 터져나갔다.

목신풍 등은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말 강력하구나!”

천군만마. 아니, 백만 청갑 대군은 사방에 흩어진 해골 대군을 향해 돌진했다.

구진이 흥분해서 펄쩍펄쩍 뛰며 소리쳤다.

“죽여! 전부 죽여버려! 음하하하하! 다 죽여버려!”

고해와 용완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옆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구진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그때 청갑대군이 질서정연하게 사방으로 흩어졌다. 대충 달려가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전투 대형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달렸다.

그러면서 거대한 그물처럼 사방으로 퍼져 해골 대군을 그 그물 안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곧 십만 해골 대군이 청갑대군의 그물에 갇혔다.

밖에 있던 파군이 그 상황을 눈치채고 눈썹을 치켜세웠다.

“큰일 났습니다! 매복에 당했습니다!”

옆에 있던 여영왕이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훌륭한 매복이구나! 훌륭한 곡조에 멋진 대군이야!”

해골 대군은 독 안에 든 쥐가 되어 청갑대군의 화살을 피하려고 발버둥 쳤다.

“죽여라! 죽여버려!”

구진은 신이 나서 방방 떴다.

오래 기다릴 것도 없었다.

‘십면매복’에 걸린 해골 대군은 순식간에 전멸하고 말았다.

파군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해골 대군이 전멸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곡조기에……?”

구진이 파군을 약 올렸다.

“하하하하. 파군!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거냐? 나의 십면매복에 비하면 너의 ‘파동풍’도 별거 아니구나! 하하하!”

파군은 구진의 말을 듣고 이를 갈았다.

“십면매복? 흥.”

하지만 그와 달리 여양왕은 지금 상황을 즐겼다.

“십면매복이라…….”

금도(琴道)에는 수많은 곡조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전쟁에서 쓸 수 있는 곡조는 매우 드물다.

파동풍 역시 자랑할 만한 곡조였다. 그런데 십면매복 역시 굉장했다.

‘후후후, 이 곡조를 만든 사람이 나를 위해 사용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여양왕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그러다 어떤 이름을 하나 떠올리고 눈을 빛냈다.

“혹시…… 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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