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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215화 (198/243)

215화. 속고 속이고

료아가 이를 갈며 달려들었다. 그의 뒤에서 백 마리의 용, 오천 마리의 교룡과 패하들이 쫓아왔다.

그들은 고해 일행을 순식간에 포위했다.

그때, 저 멀리서 오순의 목소리가 들렸다.

“왕 어르신께서 고해는 건드리지 말라고 명하셨다!”

“예?”

놀란 료아가 오순을 보며 소리쳤다.

“태자! 저의 부하들이 고해의 손에 죽었습니다.”

오순이 싸늘하게 말했다.

“내 말이 안 들리느냐! 죽고 싶은 게냐! 고 선생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너희 용족을 모조리 죽여버릴 것이다!”

료아의 표정은 굳어졌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료아는 싸늘한 눈빛으로 고해 일행을 응시했다.

고해는 옅은 한숨을 내쉬더니 슬며시 웃으며 료아를 바라보았다.

료아가 눈을 부릅떴다.

“흥! 왕 어르신과 태자님만 아니었으면 너를 찢어버렸을 거다!”

고해는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아무리 용들이 포위하고 있어도 겁이 나지 않았다.

“정화 파파 쪽으로 갑시다.”

고해와 용완청, 목신풍, 구진은 오백 명의 수요를 거느리고 정화곡을 향해 달렸다.

료아 등 한 무리의 용은 눈을 부릅뜨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아직도 자신 밑에는 천여 마리의 거대한 용과 오천 마리의 교룡이 있고 패하까지 있는데 그걸 무시하다니!

오순 태자의 말이 아니었다면 료아는 고해 일행을 전부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을 것이다.

쿵!!!

그때, 괴이하고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대지가 심하게 흔들렸고, 고해 발아래의 대지도 한층 더 밑으로 꺼졌다.

순간, 수요 하나가 공포에 떨며 말했다.

“파파가 정화나무의 모든 뿌리를 뽑아버렸어요. 저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마침 오순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고작 수요 따위가 감히 왕 어르신 앞에서 제멋대로 굴어? 왕 어르신의 호의를 소중히 여기지도 않는단 말이냐! 흥! 죽여버려!”

그 순간, 저 멀리에서 거대한 용 한 마리가 황금빛을 내뿜으며 나타났다.

“으악!”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오순이 싸늘하게 말했다.

“흥!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잡아와라! 반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죽여도 좋다!”

“네!”

우르르.

사방이 연기로 자욱하게 뒤덮였다. 폭음과 함께 수많은 돌멩이와 나무가 하늘로 치솟았다.

백 척의 비주가 공중에 멈춰 섰고, 백만 명의 병사가 출동했다.

“어디서 감히 도망친단 말이냐! 어림도 없다!”

주변이 순식간에 여양왕의 군사들로 둘러싸였다.

그때, 대지가 울리면서 사방이 모래 먼지로 자욱해졌다.

초신과 오순의 분노한 목소리가 멀리에서 들려왔다.

“사라졌어! 황보조가가 도망간 거 같아!”

“샅샅이 찾아! 정화곡을 전부 뒤집어 놓더라도 찾아내!”

고해 일행은 효월산장 근처로 도망쳤다. 효월산장은 이미 다수의 병사들에 의해 포위된 상태였고, 금타 부하를 제외한 모든 목타 부하들이 체포된 후였다.

목타 부하가 고해 일행을 보고 소리쳤다.

“타주님, 당주님! 고 타주님! 살려주세요!”

목신풍은 눈을 부릅뜨고 앞으로 달려갔다.

병사 하나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뭐 하는 거야? 거기 서!”

목신풍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병사들은 그의 주먹에 맞고 이리저리 튕겨 나갔다.

“비켜!”

목신풍이 소리쳤지만, 병사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어디서 감히!”

“웃기지 마라, 이놈들!”

그때, 료아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됐다!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너희들은 나머지 수요를 찾으러 가봐라!”

병사들은 료아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백 마리의 거대한 용과 오천 마리의 교룡, 그리고 패하까지 있었다. 그들로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때, 목타 부하 하나가 초조한 모습으로 소리쳤다.

“타주님! 금 타주가 배신했습니다!”

용완청의 안색이 굳어졌다.

“초신이?”

고해는 싸늘한 눈빛으로 금타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일부 금타 부하들은 머리를 숙이고 있었고, 일부 금타 부하들은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

고해의 눈이 살기로 가득 찼다.

“일품당의 은혜를 입고 있으면서 일품당을 배신했단 말이지?”

하지만 지금은 그 일을 탓할 때가 아니었다.

“어서 갑시다.”

고해 일행은 목타 부하들을 데리고 중심에 위치한 가장 큰 정화나무 쪽으로 달려갔다.

바로 그때, 멀리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가장 큰 정화나무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바닥에 무너져버렸다.

콰르르르릉!

고해 일행은 자욱한 안개 속으로 뛰어들었다.

비주는 전부 공중에 멈춰 있었다. 수많은 수요가 감금되었으며, 반항하는 자는 즉시 칼에 베여 쓰러졌다.

중심지와 점점 가까워질수록 죽어가는 수요가 점점 많아졌다.

바닥은 이천여 명의 수요가 죽어서 시체로 가득했다. 아직 남은 오백여 명의 수요도 병사들에게 잡혀서 언제 죽을지 몰랐다.

한편, 고해는 안개로 뒤덮인 중심지 상공을 올려다보았다.

오순이 허공에서 싸늘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후우웅!

오순이 옷소매를 힘차게 흔들자 강풍이 불었다. 그리고 주변의 안개가 회오리치며 하늘로 솟구쳤다.

그곳 중심지의 바닥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수련자들 중 일부는 이미 땅굴 속으로 뛰어든 상태였다.

“파파, 파파! 흑흑흑흑!”

“왜, 왜 우리 파파를 죽이려는 거야!”

“흑흑흑흑.”

수요들이 슬픔에 찬 표정으로 울었다. 주변이 눈물바다가 되어버렸다.

용완청이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파파!”

정화 파파는 집에 있는 나무 동굴 근처에 누워 있었다. 그의 입에서는 피가 흘렀고, 몸에는 수백 개의 칼이 박혀 있었다.

그때 초신이 발로 정화 파파의 가슴팍을 밟고 황금색 장검을 정화 파파에게 겨누었다.

정화 파파는 허약하고 처량한 모습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크크크, 하하, 하하하.”

유년대사도 정화 파파나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입에서 피를 흘리며 가슴팍을 잡고 누워 있었다.

파군과 여양왕, 미생인 등은 비주 위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용완청이 경악한 표정으로 크게 외치며 앞으로 달려갔다.

“파파! 대사!”

료아가 눈을 부릅뜨고 그녀의 앞을 막았다.

“멈춰! 더 가까이 오지 마라!”

그 순간, 고해가 용완청의 팔을 잡고 당겼다.

용완청은 팔이 잡히자 고해를 향해 소리쳤다.

“고 타주, 놔줘!”

고해는 용완청을 잡아당기며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유년대사가 피를 토하며 용완청을 말렸다.

“당주님,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고 타주의 말을 들으십시오. 컥컥!”

목신풍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끝났어……. 정화곡은 이제 끝났어…….”

정화곡의 사방은 안개로 자욱했고, 심지어 불길마저 타오르고 있었다. 병사들이 수요를 잡으려고 불로 공격한 것이다.

아름답고 우아했던 정화곡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사라졌고 이제는 인간 지옥이 되어버렸다.

바로 그때, 세 명의 병사가 땅굴 속에서 빠져나왔다.

그들 중 하나가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

“왕 어르신, 황보조가가 도망쳤습니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거로 봐서 녹석신이 도운 것 같습니다!”

여양왕은 안색이 굳어졌다.

“도망을 쳐?”

이때, 부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왕 어르신, 신록성입니다.”

순간, 여양왕이 소리쳤다.

“오순!”

오순이 공중에서 대답했다.

“예!”

여양왕은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지금 당장 성으로 돌아가서 최선을 다해 신록성을 공격하라! 황보조가가 쥐새끼처럼 바닥으로 기어들어 갔으니 속도가 너보다 느릴 거다! 그가 신록성으로 돌아가기 전에 신록성을 점령하라!”

“예! 어르신!”

이어서 오순이 용과 패하들을 보며 말했다.

“비주에 탑승하라! 나와 같이 신록성으로 돌아간다!”

용과 패하들이 대답했다.

“네!”

패하와 교룡들은 신속하게 몸을 변형시켜서 비주에 올라탔다.

슈우웅!

눈 깜짝할 사이, 한 무리의 용이 사라져버렸다.

그 바람에 고해 일행과 같은 곳에 위치한 적들도 다 같이 사라져버렸다.

고해 뒤에 있던 수요들은 정화 파파를 향해 달려갔다.

정화 파파는 피를 흘리며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가까이 오지 마!”

우르르.

수많은 병사가 수요들을 에워싸더니 그 자리에서 칼을 휘둘러 죽어버렸다.

순식간에 오백여 명의 수요 중 절반 이상 죽었고, 나머지 절반도 제압당했다.

여양왕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 선생이랑 용완청이 왔군.”

여양왕이 구진을 발견하면서 자연스럽게 고해도 눈치챈 것이다.

고해의 능력을 높이 산 여양왕은 나름대로 기대에 차 있었다.

용완청이 여양왕을 바라보며 사정했다.

“일품당 당주 용완청이 왕 어르신께 인사 올립니다. 왕 어르신, 인자한 마음으로 정화 파파와 수요들을 풀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여양왕은 용완청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한참 후, 여양왕은 고개를 저었다.

“정화 파파는 황보조가와 연결되어 있다. 나의 대건천조의 적이지. 용완청, 너도 그딴 썩을 놈들을 너무 가까이하지 마라.”

용완청이 소리쳐 말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황보조가는 제가 정화 파파께 찾아달라고 부탁드린 겁니다. 저희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원인을 조사하려고 정화 파파께 사정했던 겁니다!”

여양왕은 실눈을 뜨고 용왕청을 바라보았다.

“용효월의 죽음? 황보조가가 그에 대해 뭐라고 하더냐?”

용완청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여양왕을 바라보았다.

“황보조가가 저를 속였습니다. 저희 어머니를 죽인 범인이 왕 어르신이라고 했는데, 그게 말이 되나요? 저는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화 파파는 무고한 사람입니다. 제발 풀어주십시오!”

여양왕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용완청, 더 이상 이따위 사람들을 위해 사정하지 마라. 이들은 나라를 배신했고 죽을죄를 지었다.”

“하지만, 정말로 정화 파파와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그때, 고해가 용완청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와서 도리를 따져 봤자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도리는 승자만이 따질 수 있었다.

고해는 여양왕은 향해 고개를 숙였다.

“왕 어르신, 정화 파파는 죄가 있다 쳐도, 유년대사는 죄가 없지 않습니까? 왕 어르신의 너그러운 마음으로 유년대사는 풀어주십시오. 그리고 무지한 수요들도 전부 정화 파파한테 속은 것입니다.”

순간, 정화 수요들이 고해를 노려보며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저희는 파파와 죽음을 같이할 것입니다!”

정화 파파가 숨을 헐떡이며 소리쳤다.

“그만해라! 고 선생의 말이…… 맞다. 내가 너희를 속인 거야. 그러니…… 조용히 있어라.”

“파파!”

“난 너희들 파파가 아니야.”

수요들은 울면서 눈물을 훔쳤다.

“흑흑흑흑흑.”

한편, 여양왕은 고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 선생, 십면매복과 대진은 정말 대단했어. 어떤가, 고 선생. 내 밑으로 들어와라. 그럼 최고의 대우를 해주겠다.”

고해는 고개를 저었다.

“왕 어르신, 저를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하나 지금은 어려우니,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 그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여양왕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좋다. 나한테는 그대 같은 인재가 무척이나 필요하다. 유년대사와 수요들은 풀어주지. 하지만 그냥 풀어줄 수는 없다. 단전을 파괴하고 수련을 봉인해서 고 선생에게 노예로 주마. 시행하라!”

“예!”

병사들이 즉시 수요들에게 달려들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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