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화. 용완청의 아버지는 누구?
수요들은 단전이 파괴되면서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용완청은 차마 더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목신풍도 주먹을 쥐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때 정화 파파가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좋아, 아주 좋아, 좋아.”
용완청과 목신풍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중상을 입은 유년대사에게 달려가 부축했다.
고해는 한숨을 내쉬며 여양왕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왕 어르신.”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입을 열며 나섰다.
“잠깐.”
그는 미생인이었다.
미생인이 침착하게 말했다.
“왕 어르신, 유년대사에게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여양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미생인을 바라보았다.
“응? 그래? 그럼 물어보게나.”
미생인이 유년대사를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유년대사, 용완청의 아버지는 누구냐? 도대체 어떤 남자가 그녀의 마음을 빼앗은 것이냐?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얼굴을 비치지 않는 것이냐?”
그의 질문을 듣고 여양왕도 궁금한 눈빛으로 유년대사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용완청의 아버지는 누굴까?
용완청과 목신풍도 유년대사를 부축하면서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용완청은 그동안 아버지의 정체에 대해 알고 싶었다. 목신풍도 한때 자신이 좋아했던 여인인 용효월이 어떤 남자를 사랑했는지 궁금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유년대사를 향해 집중되었다.
오늘날 용완청 아버지의 정체를 아는 자는 유년대사뿐이었다.
유년대사는 미생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싸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미생인, 우리가 알고 지낸 지도 몇 년이 되었지. 그러니 너도 나에 대해서 잘 알 거야. 너는 그동안 그 질문을 세 번이나 했지. 아! 가시나무 대진을 네가 파괴한 거지?”
미생인은 유년대사를 노려보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유년대사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정화곡이 용효월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나? 만약 용효월이 네가 효월산장을 파괴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허허허, 아니지, 아니야. 넌 그녀의 생각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겠지.”
미생인이 싸늘하게 말했다.
“다시 묻겠다. 용완청의 아버지는 누구냐?”
유년대사는 차갑게 웃었다.
“하하하. 난 너와는 달라, 미생인. 용효월과 약속한 일은 무조건 지킬 거다. 용완청의 아버지가 누구냐고? 넌 알 권리가 없어.”
미생인은 코웃음을 쳤다.
“흥!”
그러고는 손을 벌리자, 손가락 사이에서 황금빛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퍽!
유년대사는 황금빛을 맞고 쓰러졌다. 그의 가슴에는 피로 물든 구멍이 뚫려 있었다.
미생인이 싸늘하게 말했다.
“유년대사, 내가 널 죽이지 못할 거 같으냐?”
“푸헉!”
유년대사는 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했지만, 오히려 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미생인의 살기가 더욱 농후해졌다.
그 순간, 용완청이 유년대사의 앞을 가로막았다.
“안 돼! 죽이지 마요!”
유년대사가 기겁해서 소리쳤다.
“당주,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저자는 미쳐 있습니다. 저를 상관하지 마십시오!”
그 순간, 미생인이 손을 휘둘렀다. 거센 바람이 일더니, 용완청을 옴짝달싹 못 하게 했다.
용완청은 눈을 치켜떴다. 바람의 영향 때문인지 자신의 법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그때, 고해가 뛰어들어서 용완청을 붙잡았다. 기이하게도 미생인이 일으킨 바람이 전부 고해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동시에 그의 미간에 있는 천진신새가 흔들렸다. 몸속에 스며들었던 바람이 다시 밖으로 빠져나왔다.
고해는 용완청을 안고 천천히 착지하며 싸늘하게 미생인을 바라보았다.
“미생인. 용효월이 걱정되십니까? 용효월이 죽은 후, 줄곧 선천잔국계에 숨어만 계셨지요? 그런 사람이 용효월의 딸을 공격해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군요.”
용완청은 고해의 품에 안겨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 흑흑흑,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얘기한 적 있어. 어릴 때 엄마한테 물어봤었어. 난 그때 어머니가 한 말을 아직도 기억해.”
“그래요?”
“어머니가 그러셨어. 아버지는 하늘을 뒤흔드는 영웅이고, 천하에는 그분을 막을 자가 없다고 하셨어. 아버지는 볼일이 있어서 먼 곳으로 떠났지만, 언젠간 꼭 돌아올 것이라고 했어. 만약, 우리 가족이 괴롭힘을 당하면 아버지가 무조건 복수해 줄 거라고 했어. 그게 누구든 아버지는 우리를 지켜줄 거라고, 우리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해줄 거라고 했어.”
미생인은 그 말을 듣고 냉랭히 코웃음 쳤다.
“하늘을 뒤흔드는 영웅? 천하에 그를 막을 자가 없다고? 흥!”
“하지만, 아버지는 결코 돌아오지 않았어. 어머니도 보호해 주지 못했고, 심지어 엄마가 죽었는데도 돌아오지 않았어. 더 이상 아버지를 찾지 않을래. 이제는 필요 없어.”
한편, 유년대사는 눈시울을 붉히며 씁쓸하게 바라보았다. 몇 번이나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지만, 끝내 참고 말았다.
미생인은 화가 많이 누그러들었는지 더 이상 묻지 않고 천천히 걸어갔다. 심지어 유년대사마저 가만히 내버려뒀다.
목신풍은 중상을 입은 유년대사를 부축하고 한쪽으로 갔다.
그때 여양왕이 용완청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
“네 아비가 하늘을 뒤흔드는 영웅이라고? 천하에는 막을 자가 없다고? 훗!”
정화 파파가 허약한 목소리로 권고했다.
“아가야, 울지 말거라. 너의 아버지는 꼭 돌아올 것이다. 너의 어머니는 거짓말할 사람이 아니야.”
여양왕은 고개를 돌려 정화 파파를 바라보았다.
정화 파파는 이미 오순에 의해 그동안 쌓아온 진기를 잃었고 중상을 입어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초신의 발에 밟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용완청은 고해의 품에서 일어나 정화 파파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파파, 제가 무능하여 파파를 힘들게 만들었어요. 죄송해요.”
“아니야. 만년에 한 번씩 드는 도둑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느냐? 멸족을 면한 것에 만족해야지. 이 녀석들이 수련한 진기를 잃었다 해도 살아만 있으면 그걸로 난 만족해.”
초신이 또다시 정화 파파를 짓밟았다.
“쿨럭!”
정화 파파는 또다시 피를 토했다.
용완청이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초신! 너, 네가 감히…!”
초신은 싸늘하게 용완청을 노려보고는, 고개를 돌려 여양왕을 향해 말했다.
“왕 어르신, 정화 파파가 곧 죽을 것 같습니다. 좀 전에 신력을 많이 흡수하긴 했지만, 아직도 일부 신력이 몸에 남아 있습니다. 그 신력을 빼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용완청은 사악한 그의 말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초신, 네가 감히……!”
유년대사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다 내 탓이네. 고 타주, 다 내 탓이네. 초신은 간신배라고 이미 충고해 줬는데도 옛정 때문에 그를 소홀히 했네. 설마 그가 일품당을 배신할 줄이야…….”
여양왕이 그 말을 듣고 고해를 바라보았다.
“호오, 고 선생은 초신이 이미 내 사람인 것을 눈치챘었나?”
고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초신에게는 황금색 장검이 있습니다. 요즘 매일 손가락으로 장검을 두드리는 것을 봤지요.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여겼는데, 매일 반복하는 걸 보니 이상한 생각이 들더군요.”
초신이 그 말에 경악해서 고해를 바라보았다.
“이것도 눈치챘단 말이냐?”
그는 장검을 빼 들고 손가락으로 살며시 두드렸다.
순간, 멀리서부터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초신의 앞으로 다가왔다.
초신은 손을 내밀고 황금색 장검을 잡았다.
유년대사가 그걸 보고는 놀라서 파군을 바라보았다.
“자모검?”
가시나무 대진에는 소리의 장애물이 존재해서 소식을 밖에 전달할 수가 없다.
그런데 자모검 두 자루는 서로 영이 통한다. 그래서 자모검 중 자검를 대진 밖에 남겨두고 모검을 두드려서 이쪽의 소식을 전하고, 저쪽의 소식도 들었나 보다.
파군은 싸늘하게 웃는 것으로 유년대사의 말을 인정했다.
고해는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요. 그럼 정화 파파가 황보조가를 청한 후의 내용도 전부 전했겠군.”
초신은 콧방귀를 뀌었다.
“흥.”
그러고는 검을 들어서 정화 파파를 겨누고 뻗었다.
“이제 그만 죽어라!”
그때 정화 파파는 말했다.
“난 황보조가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지.”
초신의 검이 정화 파파의 미간 앞에서 멈췄다.
“네가 안다고?”
정화 파파는 흉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난 그자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지. 하하하.”
“곱게 죽고 싶다면 말해라.”
“먼저 나를 먼저 풀어줘라. 그럼 말해주지.”
초신은 사납게 정화 파파를 노려보았다.
지금 정화 파파의 상태로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발을 치우고 정화 파파를 풀어주었다.
정화 파파는 비틀거리며 바닥을 잡고 일어났다. 하지만 이미 중상을 입고 있는 상태여서 금방이라도 다시 넘어질 것만 같았다.
정화 파파는 몸에 묻은 먼지를 천천히 털어내며 고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해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고 선생, 고맙네. 내 새끼들을 구해줘서.”
잡혀온 정화 수요만 해도 이천 명이 넘었는데, 모두가 눈시울을 붉히며 엉엉 울어댔다.
고해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후우, 아쉽게도 그들은 모든 진기를 잃었습니다.”
정화 파파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살아만 있으면 돼. 하하. 너무 고맙네.”
그러고는 수요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잘 들어라. 오늘부터 너희들은 전부 고해의 말에 따르거라. 거역하는 자는 그날부로 나랑 적이 되는 거야. 우리 종족의 적.”
수요들은 울면서 정화 파파를 바라보았다.
“파파!”
“무슨 말입니까, 파파!”
정화 파파는 목소리가 갈라질 만큼 소리쳤다.
“고해만이 너희를 살릴 수 있어 이놈들아! 다들 내 말 잘 알아들었지?”
수요들이 울면서 소리쳤다.
“네! 흑흑흑흑.”
정화 파파는 고해에게로 걸어갔다.
“고 선생, 내가 보기엔 당신의 수련이 금단경 제삼 중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고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신장을 뚫었습니다.”
정화 파파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 그래. 앞으로 내 새끼들 잘 부탁하네. 잘 부탁해.”
“걱정 마십시오.”
정화 파파는 손을 고해의 복부를 향해 내밀어서 간 부위를 살살 쳤다.
“신장을 뚫어도 간은 아직 안 뚫었겠군.”
“예, 그렇습니다.”
“간은 나무에 속하지. 나한테는 만년의 신이 있어.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쓸 줄을 몰라. 그리고 이제는 지킬 수조차 없게 됐어.”
순간, 초신이 뭔가를 눈치채고 눈을 부릅떴다.
“안 돼! 빌어먹을!”
순간, 정화 파파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초록빛이 고해의 체내로 스며들었다.
초록빛은 모든 천하를 밝게 비췄다.
용완청이 멈칫하더니 눈을 크게 떴다.
“목……신?”
초신이 분노하며 장검을 빼 들고 정화 파파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건 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