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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217화 (200/243)

217화. 목신궁(木神宮)

그 순간, 목신풍이 다량의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그를 막았다.

“꿈 깨!”

초신의 장검이 너무 강한 탓에 나뭇가지들은 부서져 버렸고, 목신풍도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놀랍게도 목신풍조차 초신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 시각, 정화 파파는 고개를 돌려서 초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미 늦었다. 하하하하하, 너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거다!”

고해의 몸에서 초록빛이 뿜어져 나왔다. 정화 파파가 모든 정화 목신을 고해의 체내에 주입시킨 것이다.

초신은 검을 든 채, 이번에는 고해를 향해 달려갔다.

“빌어먹을 놈! 그건 내 거다! 아무도 빼앗을 수 없어!”

그걸 보고 여양왕이 싸늘하게 말했다.

“무모한 짓!”

그러고는 초신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초신은 머리가 멍해져서 고해를 향하던 장검을 멈추고 식은땀을 흘렸다.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초신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왕 어르신, 제가 주제넘게 굴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여양왕은 싸늘한 눈빛으로 초신을 바라보며 화를 가라앉혔다.

정화 파파가 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 초신, 네가 계획했던 것이 모두 무너졌구나. 하하하하.”

웃고 있는 정화 파파의 모습이 빠르게 늙어갔다. 그의 머리는 하얗게 변했고, 피부에는 주름이 가득했으며, 온몸이 빼빼하게 말라버렸다.

수요들이 무릎을 꿇고 정화 파파를 보며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다.

“파파! 흑흑흑흑흑!”

유년대사는 한숨을 내뱉었다.

“신이 있으면 나무도 있고, 신이 죽으면 나무도 죽는 법. 종족의 주인이 생명을 신에게 바쳤으니, 신은 죽었고, 그녀도 죽었구나.”

정화 파파는 한 그루의 죽은 정화나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정화나무조차 시들어서 나중에는 하나의 나뭇가지가 되어버렸다.

초신이 콧방귀를 뀌며 장검을 뽑았다.

“흥!”

순간, 정화 파파의 나뭇가지가 절반으로 잘렸다.

수요들은 울면서 앞으로 다가가, 이미 나뭇가지가 되어버린 정화 파파의 시체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파파!!”

“파파!!!”

초신은 정화 파파의 시체를 자르고도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고해를 노려보았다. 고해의 몸에서는 여전히 초록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죽일 놈의 새끼!’

한편, 정파 파파가 전해 준 목신은 고해의 몸속에 스며들어서 간을 뚫었다.

쿵!

거센 굉음이 몸속에서 눌리고, 간이 충격을 받아서 벌어졌다.

초록빛의 목신이 간으로 스며들자, 간이 초록빛을 내며 목신궁을 형성했다. 그리고 그 목신궁은 신장의 수신궁과 서로 연결되었다.

고해의 입가에 만족감이 스쳐 지나갔다.

‘금단경 제사단계?’

우르르릉!

조금 전에 골도가 삼켜버린 천 마리의 교룡과 패하의 힘, 그리고 오백 마리의 커다란 용의 힘이 신장을 향해 이동했다.

신장에 진입한 그 힘은 결국 목 계열의 진원을 형성해서 신장 중심을 서서히 맴돌았다.

단전의 보라색 진원, 신장의 파란 진원, 간의 초록색 진원이 서서히 고해의 정맥을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기이하게도 세 진원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순조롭게 움직였다. 그런데 신장의 파란색 진원이 간 부위로 다가가더니, 목성진원으로 전환되어 간 속으로 스며들어 갔다.

고해는 경악해서 진원이 전환되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수생목(水生木)?’

설마 오행 진원은 서로 전환할 수 있는 건가?

고해는 감격스러웠지만, 거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세 개의 진원이 체내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다시금 각자의 단전으로 돌아가며 모든 것이 끝났다.

고해는 그저 나머지 세 개의 진원이 자동적으로 순환하게 가만히 놔두기만 하면 되었다.

고해의 주변에 기류가 형성되고, 그도 눈을 떴다.

고해의 눈가에는 희열이 가득했다.

‘금단경, 제오단계?’

고해는 곧바로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들고 하늘에 떠 있는 여양왕의 비주를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여양왕은 그가 변화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그러고는 고해가 올려다보자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금단경, 오단계인가? 고 선생, 축하하네.”

고해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반면 초신은 안색이 굳어진 채 싸늘하게 고해를 쏘아보았다.

여양왕은 그를 신경 쓰지 않고 고해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 선생, 지금 나와 같이 나의 집으로 돌아가는 게 어떤가?”

고해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 말을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파군이 눈을 치켜뜨며 기쁨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방음벽을 만들어 아무도 내부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막고 말했다.

“왕 어르신, 물건이 도착했답니다.”

여양왕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래?”

“왕 어르신, 물건을 저한테 맡겨주십시오. 제가 천하무적의 대군을 조직하겠습니다.”

“묵 선생도 왔느냐?”

“아닙니다. 묵 선생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파군이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곧 다시 말했다.

“전령의 말에 의하면, 묵 선생은 이틀 뒤에 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은월성에서 누군가에 대해 조사했다고 합니다.”

“누구를 조사했다고? 누군데 묵 선생이 직접 남아서 조사했단 말인가?”

“전령 말로는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천재적인 사람이어서, 왕 어르신이 만약 그 사람을 얻을 수만 있다면 이번에 얻은 물건도 필요 없을 거라고 합니다.”

“뭐야? 천재적인 사람?”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그 물건은… 이 세상의 누가 감히 그 물건과 비교될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묵 선생이 나를 위해 인재를 찾고 있구나. 좋아. 천재라고 했나? 파군, 절대로 천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묵 선생을 예를 든다면, 그 물건들조차 영원히 묵 선생과 비교할 수 없느니라.”

파군은 고개를 끄덕여 그 말을 인정했다.

“네.”

여양왕은 기대에 차서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됐다! 정리하고 돌아가자. 내 눈으로 봐야겠다. 그 물건들이 내가 상상했던 것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방음벽으로 인해 사람들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고해는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게다가 눈빛에서 빨리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러나 있었다.

그때 방음벽은 사라졌다. 여양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고해가 앞질러 말했다.

“왕 어르신, 저도 지금 당장 가고 싶지만, 정화 파파는 그래도 저를 도와준 사람입니다. 거기다 목신궁까지 선물받은지라 무정하게 그냥 떠나고 싶진 않습니다. 해서 정화 파파의 일을 마무리하고 갈 것이니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여양왕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은 갈 수 없다고?”

고해가 정중한 어조로 다시 말했다.

“정화 파파가 비록 대건천조를 배신했지만, 저의 은인입니다. 제가 시체를 거둘 수 있게 해주십시오.”

초신이 그 말을 듣고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시체를 거두겠다고? 흥! 저따위 나뭇가지를 뭐 하러 매장을 해?”

유년대사가 그를 보며 냉소를 지었다.

“그게 바로 사람과 짐승의 차이다. 고 타주는 정의가 넘쳐 은혜를 받았으니 보답하려는 거지. 일품당이 성심성의껏 대해줘도 은혜를 모르지 누구와는 다르군. 그런데 은혜를 모르는 자를 누가 쓸까? 오늘날 일품당을 배신했으니 앞으로 여양왕을 또 배신하지 말란 법도 없거늘.”

초신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죽고 싶은 게냐!”

“아닌가? 자네는 배신했어도 고해는 그러지 않을 거야. 인성이 다르거든. 고해는 시작과 끝이 같은 사람. 자신이 맹세한 일은 결코 후회하거나 물리는 법이 없는 사람이야.”

여양왕은 고해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유년대사의 말이 맞았다. 고해는 초신보다 좋은 성품을 가졌다. 이 성품이 지금은 비록 아니꼽지만, 언젠가 이 사람을 얻을 수만 있다면 자신한테도 충성을 다할 것이다.

곰곰이 생각하던 여양왕은 화가 어느 정도 풀어졌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초신을 바라보았다.

초신은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듯 보였다. 그래도 잠시 동안은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여양왕은 마음을 정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네. 고 선생, 그대의 뜻을 존중해 주지. 일단 남아서 정화 파파 일부터 처리하게. 하루를 줄 테니, 빨리 마무리를 짓고 돌아와야 하네.”

고해는 고개를 숙였다.

“예, 걱정 마십시오.”

여양왕이 다시 지시를 내렸다.

“초신, 파군. 너희들은 남아 있다가, 고해가 일을 마치면 함께 와라.”

파군은 달갑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예.”

파군도 묵 선생이 보낸 물건이 무척이나 궁금해서 빨리 보고 싶었다. 하지만 여양왕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여양왕이 자신을 남긴 것은 남아서 구진을 감시하라는 뜻이란 걸.

상황을 정리한 여양왕이 고해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고 선생, 그럼 나중에 우리 집에서 만나세. 나는 고 선생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게 무척 많다네.”

“알겠습니다. 아직 들려드리지 못한 곡도 있는데 나중에 뵙고 들려드리겠습니다.”

“하하하! 그거 좋지. 자, 이제 돌아가자!”

주변에 있던 백만 병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배에 올라탔다.

“예!”

“배에 타라!”

“돌아간다!”

백 척이나 되는 비주가 떠나갔다.

폐허가 된 정화곡 주변은 아직도 불타고 있었는데, 지옥이 따로 없었다.

수천 명에 이르는 수요의 시체와 정화 파파의 시체도 처량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목신풍이 목 놓아 울었다.

“스승님! 흑흑흑!”

용완청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숨을 내쉰 고해가 용완청에게 말했다.

“후우, 당주님, 고인의 명복을 빌어줍시다. 저와 함께 정화 파파의 시체를 같이 묻어줘요.”

구진은 처음부터 계속 말이 없었는데, 이를 악물며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가 파군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뭘 봐, 이 패배자야! 흥!”

파군은 어이가 없다는 듯 싸늘하게 웃었다.

“패배자? 허, 고작 한 곡 이겨 놓고 뭐가 그렇게 당당해? 내가 할 수 있는 곡은 수없이 많지만, 너같이 이제 막 영지를 받은 애가 몇 곡이나 들어봤겠냐? 십면매복? 나도 이젠 할 수 있어. 다시 한번 붙어볼까?”

구진은 두 눈을 부릅떴다.

“영지? 그거 좀 일찍 받은 것이 뭐가 그렇게 대단해? 그렇다고 수천만 곡을 할 줄 알아? 흥! 난 굳이 많은 곳을 알 필요가 없어. 난 혼자서도 자작곡을 만들 수 있거든. 아까도 만약 장주님이 막지만 않았으면 내 자작곡을 불렀을 거다!”

파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천급 금은 자작곡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곡은 전부 외부와 주인한테서 오는 거다. 하하하하! 네가 자작곡을 만들 수 있다고? 웃기는군!”

구진이 우쭐대며 말했다.

“쫄리나 보군.”

“뭐? 흥! 그럼 어디 덤벼봐라! 너의 자작곡을 들려줘 봐.”

파군은 구진의 실력을 떠보려고 했다.

“그래? 좋아! 똑똑히 들려주지. 잘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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