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218화 (201/243)

218화 대결

그때, 고해가 낮게 외쳤다.

“그만하고 입 다물어!”

구진은 망연한 표정으로 눈을 껌벅이며 고해를 바라보았다.

“네? 왜요?”

“선을 넘지 말란 말이다!”

정화 파파도 돌아가신 마당이다. 고해는 구진이 노랫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에 다시 상처 주는 걸 원치 않았다.

하지만 파군은 고해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라 오해했다.

“고 선생, 막지 마라. 이건 나랑 구진의 대결이다. 저놈이 부르고 싶다는데, 그냥 부르게 내버려 둬. 나도 구진이 고 선생한테서 얼마나 대단한 걸 배웠는지 알고 싶으니까.”

비록 예의를 갖췄지만 파군의 말투에는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순간, 구진이 소리쳤다.

“맞아! 주인님, 싸움은 파군이 먼저 걸었습니다! 제가 노랫소리로 똑똑히 보여줄 겁니다. 내가 저놈보다 낫다는 걸 말입니다!”

파군도 그 말에 동조했다.

“고 선생, 하게 내버려 둬라!”

고해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둘이 사람 없고 조용한 곳에 가서 해! 소리가 여기까지 전해져서는 안 된다!”

파군은 흠칫했다. 그는 구진의 능력이 너무 강력하여 여기에 있는 수요들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고해가 그렇게 말한 거라 생각했다.

구진의 능력이 정말 그 정도로 뛰어나단 말인가?

이를 악문 파군은 손을 휘저어서 거대한 방을 만들어냈다.

“걱정 마! 나한테는 ‘방음 공간’이 있다. 우리가 여기에 들어가서 대결하면 너희들한테 영향을 주지 않을 거다.”

방의 벽에는 수많은 진법이 적혀 있었고, 옅은 빛을 뿜고 있었다.

고해는 그걸 보고 멈칫했다.

“방음 공간?”

“그래. 방음 공간은 내부와 외부의 소리를 차단할 수 있지. 게다가 나와 구진이 여기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문은 한 시진 동안 열리지 않을 거다. 한 시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열리겠지만.”

“그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둘은 이 안의 공간에서 단순히 의경만 겨룰 거라는 거다.”

고해는 또다시 흠칫했다.

“의경만으로 겨룬다고?”

“그래. 나와 구진 정도가 되면 의경만으로도 충분히 승패를 가릴 수 있다.”

구진이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

“주인님, 허락해 주십시오. 이 패배자를 저의 노랫소리로 꼭 이겨버리고 싶습니다!”

고해의 눈빛이 조금씩 흔들렸다.

“좋아. 다만, 나중에 참지 못하고 이 방음 공간을 깨고 나와서는 안 된다.”

파군이 흉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고 선생, 걱정 마라. 이 방음 공간은 절대 깨지지 않아. 구진도 깨지 못하고 나도 깨지 못해. 무조건 두 시간을 기다려야 나올 수 있는 공간이지. 혹시 구진이 걱정돼서 그런가 본데, 너무 걱정할 것 없다. 구진을 너무 괴롭히진 않을 거다.”

고해는 파군을 바라보았다.

‘난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닌데…….’

구진도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주인님! 제가 저 자식의 자신감을 송두리째 뽑아버리겠습니다!”

고해는 한참을 망설이다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구진, 조심해.”

파군이 손을 내밀어서 구진을 안으로 안내했다.

“구진, 들어와라.”

“오냐! 들어가마!”

두 사람은 방음 공간 속으로 걸어갔다.

쿵!

순간, 공간의 문이 굳게 닫혔다.

대문 앞에는 모래시계가 놓여 있었는데, 모래가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앞으로 두 시간이 지나야 문이 열릴 것이다.

한편, 유년대사와 용완청, 목신풍은 방음 공간을 보며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파군이 제정신이 아니군.”

“그러게 말입니다.”

초신이 그 말을 듣고 싸늘하게 비웃었다.

“설마 구진이 파군을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고해는 그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수요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든 시체를 회수하고, 정화 파파의 시체를 안전하게 모셔라. 시체를 묻을 준비를 하자고.”

수요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고 선생!”

수요들은 비록 단전이 파괴됐지만, 최선을 다해 신속히 움직였다.

정화곡에 슬픈 기운이 두둥실 떠다녔다.

고해는 단약을 꺼내 유년대사와 목신풍에게 복용시켰다. 그러나 중상을 입은 상태라 곧바로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목타 부하들도 수요를 돕기 위해 움직였다.

사방에서 솟구치던 불길이 목타 부하들에 의해 서서히 꺼졌다. 목타 부하들은 폐허를 뒤져서 수요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그사이 고해는 용완청을 데리고 계곡의 주변을 돌아보았다.

초신은 그 둘을 뒤쫓았다. 뿐만 아니라 삼천여 명의 금타 부하들이 수요들과 목타 부하들을 감시했다.

하지만 수요들이 전부 진원을 잃은 상태라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고해는 한숨을 내뱉었다.

“수요들을 해변가에 묻는 건 어떻겠습니까? 넓은 바다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도록 말이지요.”

용완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좋겠어.”

고해는 자신의 대진 근처에 있는 목타 부하들을 불러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

한참 후, 수요들의 시체가 하나둘씩 도착했다. 수요들은 눈물을 흘리며 시체를 묻어주었다.

매일 함께 뛰어놀던 친구들이 시체가 되어 있으니, 그 심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초신은 산 정상에 서서 그 모습을 싸늘하게 지켜보았다.

유년대사와 목신풍이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해변가로 다가왔다.

유년대사를 본 고해가 초신을 뒤로하고 유년대사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유년대사는 고해가 전에 만들어 놓은 대진을 바라보았다.

안개 대진은 한 무리의 용을 진압했었다. 게다가 이십팔 천지종횡대진에 관한 물건도 그 속에 들어 있었다.

유년대사는 고해의 마음을 눈치채고 연기를 시작했다.

“으윽! 으으음…… 아무래도 다친 상처가 심해지는 것 같군.”

고해가 용완청에게 부탁했다.

“당주님께서 유년대사님을 보살펴 주십시오. 중상을 입은 상태이니 진원으로 경맥을 다스려야 약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용완청은 고개를 끄덕이고 유년대사를 향해 걸어갔다.

그사이에도 시체는 계속 모여서 이미 작은 산처럼 쌓인 상태였다. 이천여 명의 수요는 눈물바다가 되어 그 시체 산을 바라보았다.

한편, 초신과 금타 수하들은 계속 고해 쪽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고해는 쉬지 않고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렇게 거의 두 시간이 흘러갈 때쯤, 그는 두 눈을 반쯤 감고 몸을 돌려서 울고 있는 수요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울지 마라. 정화 파파에 대한 복수는 내가 꼭 해줄 것이니. 누가 정화 파파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내 마음이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수요들이 감격하며 말했다.

“고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해의 말을 들은 초신의 눈빛을 흔들렸다. 그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화 파파는 내가 죽였다, 왜? 나한테 복수하고 싶은 거냐?”

고해가 초신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

“그래 보여? 초 타주?”

초신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흥! 네까짓 게 어디서 감히……?”

“그래. 나의 수련 경지는 너보다 못하지. 하지만, 나도 나만의 방법이 있다. 난 곡을 만들 수 있고, 진을 칠 수 있거든. 난 왕 어르신을 위해 금도대군을 이끌 수 있지. 그리고 금도대군을 거느리고 왕 어르신이 천하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줄 수도 있고, 대진을 쳐서 천군만마를 상대할 수 있다. 흐음, 그런 것을 초 타주도 할 수 있는지 모르겠군.”

초신의 눈빛이 흔들렸다.

“뭐야?”

“초 타주가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던데. 하지만, 왕 어르신 밑에는 실력이 뛰어난 자가 한두 명도 아닐 거고…… 네가 일순위는 아닐 거잖아? 그럼 넌 뭘 할 수 있지? 아! 첩자! 그래, 넌 첩자나 해라. 하하하하.”

초신은 싸늘하게 고해를 째려보았다.

고해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여양왕은 나에게 목신을 하사했어. 하지만, 여양왕한테 충성을 다하는 너한텐 뭐가 있지? 아, 맞다. 왕 어르신이 전에 ‘선을 넘지 마’라고 했지. 즉, 네가 나에게 검을 겨누는 것이 선을 넘는 거야. 알아?”

초신은 분노가 치밀었다.

고해는 모른 척하고 계속 웃으며 말했다.

“왕 어르신의 눈에는 이미 내가 그의 오른팔이자 왼팔이고, 나는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거야. 하지만 너는 비록 실력이 뛰어나다 해도 그저 앞잡이일 뿐이지. 앞잡이는 수시로 대체 가능한 것이야. 허허, 초 타주, 나중에 왕 어르신 댁에서 또 보자고.”

초신은 안색이 굳어졌다. 고해의 말투가 그의 마음에 비수처럼 박혔다.

나중에 왕 어르신 댁에서 보자고?

초신은 손에 있는 검을 꽉 잡았다.

고해는 초신의 화난 모습을 보며 기대에 차 있었다.

“초 타주, 검은 왜 그리 꽉 잡아? 내 간을 후벼 파고 목신을 빼앗아 가려고?”

초신은 콧방귀를 뀌며 마음의 분노를 가라앉혔다.

“흥!”

고해는 고개를 돌려 금타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뭘 봐! 내 부하들 옆에서 썩 꺼져라! 흥, 가시나무 대진에 중독된 걸 수요들이 해독해 줬는데도 그들을 위험에 빠지게 만들다니. 너희들, 내가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금타 부하들은 안색이 굳어져서 초조한 눈빛으로 초신을 바라보았다.

그때, 유년대사가 기침하며 말했다.

“고 타주, 저런 사람에게 의리를 따져서 뭐 하겠는가? 그만하게. 개가 급하면 담장을 뛰어넘는다고 했네. 지금 고 타주를 죽이면 여양왕한테 처벌을 받고 말겠지만, 나중에 고 타주가 여양왕의 집에 가는 순간, 저자는 기회조차 없을 걸세. 그러니 더 건드려 봐야 좋을 것 없네.”

고해는 짐짓 겁먹은 표정을 하고 슬금슬금 초신을 피해 갔다.

초신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래. 고해를 죽이면 왕 어르신한테 처벌받으면 그만이지만, 고해가 왕 어르신의 오른팔이 되면 난 영원히 죽음의 위협을 안고 살아야 한다.’

그때, 금타 부하들이 초조하게 소리쳤다.

“타주님!”

순간, 초신은 검을 빼 들고 고해를 향했다.

챙!

고해가 손을 뒤집자 혈도가 하늘로 솟아올랐다가 서서히 내려와 고해의 손에 잡혔다.

엄청난 힘이 고해의 몸속으로 스며들며 증폭되었다.

차창!

두 사람의 무기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충돌했다.

콰광!

순간, 고해의 옷이 검의 기운에 의해 찢겨져 나갔다.

가공할 기운의 충돌에 주변은 폐허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힘이 증폭되었음에도 고해의 힘은 초신을 뛰어넘지 못했다.

고해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초신! 나를 죽이겠다는 거냐!”

초신이 싸늘하게 말했다.

“유년대사 말이 맞아. 지금 널 죽이면 왕 어르신한테 처벌받고 그만이야. 하지만, 내가 널 죽이지 않으면 네가 날 살려두겠느냐?”

그러고는 크게 외쳤다.

“모두 들어라! 저자들을 전부 포위하고 하나도 빠짐없이 죽여버려라!”

금타 부하들이 검을 뽑아 들고 소리쳤다.

“예!”

“죽여라!”

유년대사가 용완청을 향해 다급히 말했다.

“회수하게, 당주!”

“알았어요.”

용완청은 정화 파파와 수요들의 시체를 전부 수납공간에 회수시켰다.

수많은 수요가 분노하여 금타 부하들을 바라보았고, 목타 부하들은 검을 들고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초신이 싸늘하게 웃으며 다시 칼을 휘둘렀다.

“혈도? 그게 너의 힘을 원영경까지 올려주는 거냐? 그럼 아까 그 힘이 네가 쓸 수 있는 최강의 힘이겠구나.”

쾅!

바로 그때, 두 시간이 지나서 방음 된 공간의 문이 자연스럽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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