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219화 (202/243)

219화. 용효월을 죽인 범인은

파군이 갈라진 목소리로 외치며 먼저 뛰쳐나왔다.

“썩을 놈! 나와, 빨리!”

파군은 머리가 산발이 되어 있었다. 얼굴은 팅팅 부어 있었으며, 두 눈은 충혈되었고,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그의 뒤를 이어서 구진이 걸어나왔다.

구진도 파군과 비슷한 행색이었다.

두 사람이 안에서 물어뜯고 싸우다 나온 것만 같았다.

구진이 팅팅 부어오른 얼굴을 만지며 소리쳤다.

“파군, 전혀 안 무섭거든? 분명 금도를 겨룬다고 했으면서 곡으로 공격해서 날 힘들게 만들어? 이 비겁한 놈아. 그리고 내 차례 때는 왜 노래를 못 부르게 하는 건데? 막 시작해서 부르고 있는데 갑자기 패배를 인정하는 건 또 무슨 심보야? 퉤!”

파군도 마주 소리쳤다.

“난 너와 곡으로 의경을 겨룬다고 했어! 근데 넌 그게 뭐야! 음정 박자를 대체 어떤 구석에 처박아놓고 온 거야? 더 들었다가는 미쳐버릴지 모르는데, 어떻게 그걸 더 들어?”

구진이 노래를 시작하자, 파군은 망연자실, 힘들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구진을 멈추게 하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너무 힘들었던 파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먼저 구진을 공격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둘은 안에서 쥐어뜯고 싸우게 되었던 것이다.

둘은 밖에 나와서도 싸우려고 했지만, 고해의 소리가 전해지면서 동작을 멈추었다.

고해의 분노한 목소리가 두 사람의 귓가에 전해졌다.

“초신, 꼭 사람을 죽여서까지 비밀을 지켜야겠어? 왕 어르신이 알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구진은 안색이 굳어졌다.

“뭐라고? 초신이 나의 주인님을 죽이려 한다고?”

이번에는 초신이 소리쳤다.

“그래, 너를 꼭 죽여야겠다! 흥! 오늘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나중에 왕 어르신 밑에서 줄곧 나를 괴롭힐 거 아니냐.”

그러고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뭐 해! 모두 죽여버려라!”

금타 부하들이 더욱 강하게 공격에 나섰다.

“예!”

“모두 죽여라!”

구진은 신속하게 고해 쪽으로 날아갔다.

파군이 분노하며 크게 소리쳤다.

“초신! 지금 뭐 하는 짓인가!”

구진과 파군은 모두 그들을 향해 날아갔다.

고해가 큰 소리로 외쳤다.

“다들 나의 대진 속에 들어가 있어!”

초신도 초조해졌다.

“모두 막아!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죽여야 한다!”

용완청이 분노하며 외쳤다.

“가까이 오기만 해봐!”

그녀는 장검을 빼 들고 목타 부하들과 함께 금타 부하들을 막았다.

그녀는 원영경이지만, 금타 부하가 너무 많은 탓에 모두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순간, 목타 부하들이 바닥에 넘어지며 제압당하고, 부상을 입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해가 쳐놓은 대진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이었다. 수요들은 유년대사의 지휘하에 신속하게 대진의 내부로 뛰어 들어갔다.

그동안 고해는 혈도를 들고 초신과 맞서 싸웠다.

콰과광!

초신의 검에서 쏟아져 나온 거대한 힘이 고해를 뒤로 밀어냈다.

고해가 혈도로 검을 막아냈지만, 검의 기운이 너무나 사나워서 금방이라도 고해의 몸에 구멍이 뚫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순간, 검의 기운이 위치한 고해의 피부에서 뼈들이 하나둘씩 부풀면서 검의 기운이 몸속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냈다.

초신이 경악해서 고해를 바라보았다.

“어, 어떻게 네 몸이 내 칼의 기운을 막을 수 있는 거지?”

고해가 싸늘하게 비웃었다.

“하하, 일품당 제일 고수라고? 별거 아니잖아?.”

“흥! 별거 아니라고? 내가 널 죽여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보자, 이놈!”

그때 파군이 그에게 다가가며 노성을 내질렀다.

“초신! 네가 어디서 감히! 무례하구나!”

쿵!

순간, 금음이 울려 퍼지더니, 허공에서 칼이 비처럼 쏟아지며 초신에게로 향했다.

금음으로 만들어낸 칼들이 한데 모여서 초신을 향해 쏟아졌다.

초신은 다급히 검을 휘둘러서 파군의 공격을 막았다.

고해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박장대소하며 뒤로 물러났다.

“하하하하하! 초신, 넌 날 죽일 수 없다!”

그러고는 용완청과 함께 대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초신은 파군을 막아내며 금타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쫓아! 도망가지 못하게 막아!”

“예!”

금타 부하들도 고해의 대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으악!”

“사, 살려줘!”

“아아악!”

대진 속에서 금타 부하들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뒤따라서 안으로 들어가려던 금타 부하들은 안색이 굳어지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때, 구진이 근처에 도착했다. 그는 대진을 바라보고 망설임 없이 곧바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고해 일행은 전부 대진 속에 진입했다.

파군과 초신의 싸움도 서서히 약화되었다.

파군이 싸늘하게 말했다.

“초신, 대체 뭐 하자는 거냐?”

초신이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았다.

“파군, 넌 모른다! 고해 놈이 아까….”

“왕 어르신이 원하는 사람마저 죽이겠다는 거냐? 흥, 돌아가서 왕 어르신한테 뭐라고 하는지 두고 보겠다.”

파군은 고개를 돌려 안개 대진을 바라보았다.

파군이 소리쳤다.

“고 선생! 나오시게! 내가 있으니 초신도 당신을 함부로 하지 못할 거네!”

대진 속에서 고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군 선생, 난 왕 어르신의 집에 못 갈 것 같네. 아직 집에 가지도 않았는데 초신 손에 죽을 뻔했어. 만약 왕 어르신의 집에 가게 되면 내가 어떤 꼴을 당할지 모르는 일 아닌가. 파군 선생이 왕 어르신한테 내 말 좀 전해 주게. 내가 가기 싫은 게 아니라, 갈 수 없는 거라고.”

파군은 안색이 굳어졌다.

초신은 그제야 뭔가를 눈치채고 버럭 소리쳤다.

“고해! 설마 나를 모함하려고 하는 거냐!”

대진 안에서 고해의 싸늘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날 죽이려고 한 건 너다. 아까는 죽고 살기로 달려들더니, 이제 와서 피해자 시늉을 하겠다는 거냐?”

파군은 인상을 찌푸렸다.

초신은 다가가고 싶었지만 걸음을 멈추었다. 수많은 용이 저 대진 속에서 죽지 않았던가.

그때, 금타 부하가 소리쳤다.

“타주님! 저들은 절대로 도망 못 갑니다.”

그 순간, 대진 속에서 거대한 물건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바로 용완청의 백운호였다. 백운호는 모든 사람을 싣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백운호에서 고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파군, 정말 미안하군. 가서 내 말을 전해주게나.”

초신의 안색이 굳어졌다.

“빌어먹을! 거기 서라!”

초신은 손을 휘둘러서 비주를 소환했다. 금타 부하들이 거의 동시에 배에 올라탔다.

초신은 비주를 타고 하늘로 쫓아갔다.

파군도 비주를 소환해서 쫓아갔다.

“고 선생! 다 오해야.”

초신의 배는 곧장 백운호를 따라붙었다. 금타 부하들은 싸늘하게 백운호를 노려보았다.

고해는 백운호의 꼬리 부분에 서서 머리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천도해의 이청하에서 변이한 뱀의 머리였다.

두 척의 배는 좁은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고해가 웃으며 말했다.

“금타 부하들아, 내 손에 있는 뱀 머리가 누구인 것 같은가?”

순간, 뱀 머리의 두 눈에서 붉은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곧바로 초신이 탄 배를 향해 비쳤다.

금타 부하들은 어리둥절했다.

“응?”

그때, 초신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안 돼!”

사람들은 전부 덫에 걸렸다.

금타 부하들의 몸이 빠르게 돌처럼 굳어갔다.

그나마 실력이 뛰어난 초신은 몸이 조금 딱딱해진 상태에서 반격마저 했다. 정말 대단한 의지였다.

배는 점점 느려졌고 아예 멈춰버렸다.

한참 후, 초신은 겨우 석화 주문 속에서 벗어났다.

쿠르르릉

큰 울림과 함께 주문이 사라졌다. 초신은 땀범벅이 되어서 고개를 돌려 백운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때 백운호는 이미 멀리 떠나버린 후였다.

“이런…… 빌어먹을!”

금타 부하는 전부 석상이 되어버렸다. 셋은 붉은빛을 보지 못한 탓에 참변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동료들이 돌처럼 굳어버린 걸 보고 두려움에 떨었다.

초신은 눈을 부릅뜨고 저 먼 곳을 향해 소리쳤다.

“고해! 널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

파군도 비주를 탄 채 한참을 달렸지만 결국 잡지 못하고 멈춰 세웠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살기 찬 눈빛으로 초신을 바라보았다.

* * *

어느 한 계곡.

고해 일행은 거대한 무덤 앞에 서 있었다.

용완청, 목신풍, 이천여 명의 수요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으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고해가 수요들을 위로했다.

“됐다. 정화곡도 무너졌으니 여기서라도 편히 쉬게 해드려야지.”

이천여 명의 수요들은 무릎을 꿇고 고해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들은 고해를 주인으로 받아들였다. 정화 파파의 요구였기도 하지만, 뒤처리를 해준 고해에 대한 고마움의 대가이기도 했다.

고해가 아니었으면 정화 종족은 멸망했을 것이고 정화 파파도 편한 곳으로 갈 수 없었을 것이다.

고해가 옅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일어나라. 아쉽게도 너희들의 단전은…….”

한 수요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주인님, 저는 단전이 없어졌지만 후대에는 있지 않겠습니까?”

고해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살아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살아 있어야 후대로 볼 수 있을 테니.”

그런데 목신풍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사실…… 너희들의 단전을 회복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

고해는 목신풍을 돌아다보았다.

“뭐? 그게 사실인가?”

목신풍이 말했다.

“예전에 계곡에서 봤지. 예전에 어떤 수요의 단전도 파괴되었다가 후에 다시 회복되었어. 다만 그 친구가 함부로 날뛰다가 죽긴 했었지만.”

한 수요의 눈이 번쩍였다.

“황보조가?”

목신풍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때 황보조가가 무슨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황보조가가 수요의 단전을 복구했었지.”

“황보조가가 우리를 도와줄까요?”

“도와줄 거야. 파파께서 그를 살리기 위해 하마터면 정화 종족이 멸망할 뻔했잖아.”

용완청이 고해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그렇지만 황보조가는 우리를 속였잖아.”

고해가 옅은 한숨을 쉬더니, 그제야 사실 하나를 말했다.

“어쩌면 황보조가의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앞서 제가 그렇게 말했던 건, 당주님이 여양왕 앞에서 빈틈을 보일까 봐 그랬습니다.”

용완청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 그, 그럼…… 여양왕이 정말 우리 어머니를 죽였단 말이야?”

고해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십중팔구는 그런 것 같습니다.”

용완청은 머리를 움켜쥐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고해가 착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 후, 목신풍을 향해 말했다.

“이제 황보조가를 만나러 가지요. 수요들이 단전을 되찾으면 정말 좋겠는데……. 목 타주가 앞으로 여기 있는 수요들을 돌봐주시오.”

목신풍이 착잡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고 타주, 정화 파파께서 나를 거둬주고 제자로 받아주기까지 하셨는데, 내 어찌 수수방관할 수 있겠나? 이들은 내가 돌보겠네.”

“그리해 주신다니 다행입니다.”

* * *

멸록성. 새로운 여양왕 왕부의 서재.

방 안에 모사들이 두 줄로 서 있었다. 중간에는 파군과 초신이 있었는데, 여영왕이 의자에 앉아 두 사람을 차갑게 응시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봐라. 뭐가 어떻게 됐다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