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화. 용완청의 아버지
위이잉!
비주가 멈췄다.
비주의 갑판에 쓰러진 용완청의 몸에서 담청색의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용완청의 삼혼이었다.
그중의 한 혼이 폭발하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또 다른 혼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단 하나의 혼만 용완청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
용완청의 몸은 점점 허공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미생인이 그녀를 확인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냉랭하게 말했다.
“이런! 너였단 말이냐? 고해가 아니었어?”
용완청은 마지막까지 발버둥 치듯 중얼거렸다.
“우리 아버지는 세상을 뒤흔드는 인물이야. 아무도 막을 수 없어…….”
미생인이 싸늘하게 말했다.
“흥! 어리석은 놈. 고해를 구하려고 어머니를 포기해?”
“안 돼!!!”
바로 그때, 저 멀리에서 비주에 탄 고해가 고함을 지르며 날아왔다.
미생인이 그를 보고 조소를 지었다.
“뭐야? 제 발로 직접 온 거야?”
고해가 겁에 질려 소리쳤다.
“완청! 아, 안 돼! 완청……!!!”
미생인은 손을 뻗더니 비주를 향해 돌진했다.
순간, 거대한 손이 나타나더니 고해의 비주를 내리쳤다.
쿵!
고해 일행이 탄 비주가 폭발했다. 구진도 아래로 추락했다.
그때였다. 고해의 등에서 갑자기 날개가 나타났다. 고해는 날개를 퍼덕이며 순식간에 용완청을 향해 날아갔다.
고해가 빨개진 눈으로 소리쳤다.
“완청! 죽지 마! 완청!”
미생인이 냉랭하게 말했다.
“고해! 죽을 자리로 직접 찾아왔구나! 완청이의 죽음을 슬퍼할 것 없다! 완청이의 죽음은 자업자득이다! 완청이는 죽었어. 나한테 죽은 사람은 아무도 살릴 수 없다!”
말을 마친 미생인은 손을 뻗어 고해를 잡으려고 했다.
유년대사가 격분하며 소리쳤다.
“미생인! 넌 사람도 아니다!”
유년대사는 열여덟 개의 염주를 날려 보냈다. 황보조가와 목신풍도 미생인을 향해 돌진했다.
미생인이 냉랭하게 말했다.
“죽고 싶어?”
고해를 잡으려던 손이 세 사람에게로 향했다.
쿵!
하늘에서 굉음이 들렸다.
미생인은 일격으로 세 명의 원영경 고수를 단숨에 날려 보냈다.
“푸헉!”
“크윽!”
세 사람은 피를 토하며 내동댕이쳐졌다.
미생인이 살기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용효월의 친구라서 봐주는 거다. 함부로 나대면 용완청처럼 전부 죽여버릴 거다!”
목신퐁이 피를 토하며 소리쳤다.
“용효월의 딸이란 말입니다!”
황보조가도 가슴을 막으며 노성을 내질렀다.
“용효월의 딸을 죽여버렸다고? 효월이의 딸을? 이노오옴!”
미생인은 여전히 냉랭했다.
“난 용효월밖에 모른다! 나머지는 내 알 바가 아니야!”
유년대사가 절망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미생인, 넌 사람도 아니다! 용효월이 왜 너를 좋아했는지 지금도 모르겠구나! 용완청은…… 너의 딸이다! 너의 딸이란 말이다! 그런데 너의 딸을 죽여? 넌 아버지 자격도 없다! 효월이가 왜 그렇게 비밀로 해달라고 했는지 알 수 없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구나! 너는 사람도 아니고, 아버지도 아니다!”
미생인은 화들짝 놀라서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뭐야? 유년. 우리 같은 사람은 한평생 혼자 살아야 하고, 처자식도 없어야 해! 그리고 용완청은 서른한 살밖에 되지 않아. 나와 효월이는 몇백 년이나 떨어져 있었어!.”
유년대사는 절망한 채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네 딸이야. 아직도 모르겠어? 고해가 너를 찾았을 때 그 비녀 기억하지? 효월이가 왜 몇백 년이나 보관했겠어? 네가 선물한 비녀잖아. 너는 사람도 아니야. 완청이는 너의 딸이란 말이다.”
미생인은 망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설마…… 아니야…… 아니야!”
생인은 깨져서 널브러진 혼을 전부 끌어왔다.
“이건 용완청의 인혼이야. 전부 깨졌다고. 내 딸일 수가 없어!”
부적 진법에는 깨져버린 용완청의 인혼이 있었다. 미생인은 오른손으로 천천히 만졌다.
위이잉!
순간 진법이 밝아지더니 깨졌던 용완청의 인혼도 밝아지기 시작했다.
미생인이 그걸 보고 허공에서 멍하니 말했다.
“내 딸이라고? 어떻게? 정말 내 딸이라고?”
고해는 용완청을 안으며 절규했다.
“완청아! 죽지 마! 우리 아직 결혼도 못 했잖아! 완청아!”
미생인은 순간 고해 앞에서 손을 휙 저었다.
“꺼져!”
쿵!
고해가 저 멀리 내동댕이쳐졌다.
미생인은 용완청의 손을 잡더니 절망한 채 울부짖었다.
“용완청이 내 딸이라고? 어떻게 이럴 수가……. 정말로 내 딸이었어?”
용완청의 삼혼 중의 하나가 아직 용완청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녀는 갸늘게 눈을 뜨고는 미생인을 보고 있었다.
미생인이 용완청의 손을 잡고 소리쳤다.
“용완청, 내 딸아!”
슥.
용완청은 미생인의 손을 뿌리치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세상을 뒤흔드는 인물이야. 지금은 일이 생겨서 잠시 떨어져 있어. 언젠가는 돌아오시겠지. 우리 세 모녀를 괴롭힌 놈을 반드시 혼내줄 거야. 반드시…….”
* * *
대건천조. 성도의 한 궁전.
대전 밖에는 한 무리의 궁녀와 시종이 있었다.
한 시종이 궁녀를 보며 말했다.
“군주님은 잠드셨어?”
“잠들었습니다. 이번에 사냥하시느라 힘드셨나 봅니다.”
“너무 힘들어. 우리 부하들이 얼마나 많은 채찍을 맞았는지 몰라. 너무 아파.”
“그러게 군주님의 말씀대로 하시지 그러셨어요?”
“군주님의 요구가 워낙 높으셔서 어쩔 수 없었어. 군주님은 화가 날 때마다 사람을 때려. 아무 곳에서나 막 때리지.”
“그 정도는 다행으로 여기세요. 군주님의 성격은 태자도 봐주지 않습니다.”
“휴우. 그래. 군주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뭐. 아무도 군주님을 막을 수 없어. 아! 한 사람. 군주님도 언니 말은 듣겠네.”
“네, 성왕의 말도 듣지 않습니다. 군주는 언니, 용완청의 말만 듣지요. 지금 상황에서 군주를 막을 사람은 용완청밖에 없습니다.”
“군주도 언니처럼 마음이 예뻤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도 예쁘고, 착하고, 부드럽고, 너그러운 사람인데. 군주가 우리를 괴롭힐 때마다 용완청이 와서 우리 편을 들어줬었는데…….”
쿵!
순간 대전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한 무리의 시녀들이 화들짝 놀랐다.
“뭐야? 군주님이 일어났어?”
안에서 한 여자애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흑흑흑. 언니가 죽었어! 흑흑. 언니가 죽었어!”
한 무리의 궁녀와 시종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군주님, 꿈이라도 꾸셨습니까?”
방에서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누가 언니를 죽였어! 흑흑흑. 언니, 죽지 마! 흑흑.”
* * *
신록황조. 백운호 비주.
용완청은 미생인의 손을 뿌리쳤다. 용완청의 약해진 목소리를 들은 미생인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우리 아버지는 세상을 뒤흔드는 인물이야.”
“지금은 일이 생겨서 잠시 떨어져 있어.”
“우리 세 모녀를 괴롭힌 놈을 반드시 혼내줄 거야.”
용완청의 말은 비수가 되어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나를 알아보지 못하다니. 그래. 당연히 알아보지 못하겠지.
내가 완청이를 죽였어. 내가 정말 완청이가 말하는 세상을 뒤흔든 인물이야? 그런 거야?
미생인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유년대사와 황보조가, 목신풍은 상처를 막으며 날아왔다.
황보조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대사님, 미생인이 정말 용완청의 아버지입니까? 아니 어떻게…… 용효월이 왜…… 뭐가 부족해서 미생인과 같은 놈을…….”
황보조가가 기억을 되새기며 말했다.
“그 비녀…… 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용효월이 연주회 때마다 가지고 왔습니다. 한 번은 제가 물어봤지요. 별로 이쁘지도 않은데 왜 그렇게 좋아하냐고요. 왜 머리에 꽂지 않냐고 했더니 그냥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유년대사가 슬픔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생인은 용효월과 어울리지 않아. 저놈은 개 같은 꿈을 이루겠다고 용효월을 버리고 떠난 놈이야. 효월이를 혼자 남해에 있는 자죽림에 보냈어. 용효월은 삼 개월을 빌고 빌어서 겨우 천성보태수(天圣保胎水)를 구해왔지.
미생인과 같은 수사들은 후대가 없어야 해. 있으면 바로 죽여야 하지. 용효월은 태아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고 부탁을 했는지 몰라. 그러다가 결국에는 아이를 낳았어.
효월이는 나한테 부탁했지. 미생인의 딸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미생인이 꿈을 이루는 데 방해가 된다고. 나중에 꿈을 이루면 말하라고 했지.
그런데…… 미생인이 결국 완청이를 죽였어. 그는 아버지 자격도 없어. 자격이 없는 놈이야.”
미생인이 비주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검은 기운이 감도는 용완청을 보면서 유년대사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가 절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난 자격이 없어.”
그때 내동댕이쳐진 고해가 다시 돌아왔다.
그는 정신이 흐리멍덩해진 용완청을 안고 있었다.
고해가 울면서 말했다.
“완청, 괜찮을 거야.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고해는 용완청의 팔목을 잡았다.
스르륵.
용완청의 왼팔이 갑자기 검은 기운에 녹아버렸다. 곧 육체가 완전히 사라질 것만 같았다.
고해가 울부짖으면서 소리쳤다.
“미생인, 미생인 선생님, 제발 살려주세요! 완청이를 살려주세요!”
미생인은 절망하며 말했다.
“내가 죽인 사람은 아무도 살릴 수 없어.”
황보조가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설마…… 당신은 수사 아닙니까? 당신 딸을 이대로 죽일 겁니까?”
미생인이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삼혼칠백, 완청이의 칠백이 전부 망가졌고, 지혼은 지금 돌아다니고 있어. 그리고 인혼은 이미 깨졌고, 지금 남아 있는 건 천혼뿐이야.”
고해는 눈을 부릅뜨더니 미생인을 보며 소리쳤다.
“인혼이 깨졌으면 붙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지혼은 찾아오면 되잖아요. 찾아오세요. 반드시 찾아오세요! 삼혼만 있으면 됩니다. 칠혼은 다시 만들면 되잖아요. 당신의 딸이란 말입니다. 할 수 있습니까?”
미생인이 화들짝 놀라서 말했다.
“그래. 내 딸. 세상에서 돌아다니면 또 어때? 내가 찾아올게. 꼭 찾아올게!”
미생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미생인은 옥함을 열어 용완청의 인혼을 조심스럽에 옥함에 넣었다.
천혼만 남은 용완청이 천천히 고해를 불렀다.
“고해…….”
고해는 조심스럽게 용완청을 안으며 말했다.
“나…… 여기에 있어.”
용완청은 희미하게 보이는 눈앞의 고해를 보더니 슬며시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오른손으로 고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고해가 용완청을 안으며 말했다.
“완청. 살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 살릴 거야. 꼭 부활할 수 있어.”
용완청이 천천히 말했다.
“고해…… 부탁이 있어.”
고해가 말했다.
“말해봐, 뭐든.”
유년대사는 눈물을 닦고 있었고, 목신풍과 황보조가는 슬픈 표정으로 용완청을 보고 있었다.
미생인도 좀 전의 기세는 사라졌고, 주눅이 들어 용완청조차 보지 못했다.
용완청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동생…… 아직 많이 어려. 아무도 내 동생을 괴롭히지 못하게 내가 지켜줘야 하는데, 이제는 그러지 못할 것 같아. 이 세상에서 내 유일한 핏줄이야. 이제는 보살펴줄 사람이 없어. 네가 보살펴줄 수 있어?”
고해가 슬픔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보살펴줄게. 내가 있는 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
“걔, 아주 소심하고 성격이 고약해. 그러나 속은 그렇지 않아. 그러니 많이 포용해 줘.”
“그래…… 동생이 당주를 기다리고 있어. 동생을 만나야지.”
용완청은 다행이라는 듯 살며시 웃었다.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하지 말고, 몸 좀 잘 챙겨. 고 타주가 너무 힘들어하면 진선아도 슬플 거야. 나도 슬프고.”
고해는 용완청을 꽉 잡고 눈물을 흘렸다.
“하늘에 맹세합니다. 오늘 저와 용완청은 부부가 되어 평생 사랑하면서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