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225화 (225/243)

225화. 합작

용완청이 고해를 보며 눈을 빛냈다.

“부부?”

고해는 눈물을 흘리며 용완청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댔다.

고해의 눈물이 용완청의 볼에 떨어졌다.

용완청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고해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완청. 반드시 다시 찾아올 거야. 반드시! 꼭!”

스르르륵.

용완청의 육체가 빠르게 사라져갔다.

“자신을 힘들게 하지 말고, 내가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거절하지 말고 평생 아끼며 살아. 나 대신…… 그리고 진선아 대신…… 너를 사랑해 줄 테니까 거절하지 마…….”

스스스스.

용완청의 육체가 전부 사라졌다.

고해의 손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용완청의 육체가 전부 검은 기운에 의해 사라진 것이다.

옆에 있던 미생인은 옥함을 닫았다.

그 안에는 용완청의 천혼이 들어 있었다.

고해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자신의 양손을 보고 있었으나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

“아악! 흑흑흑!”

고해의 참담한 울음소리가 온 하늘에 퍼졌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도 고해의 슬픔을 헤아릴 수 없었다.

미생인은 조금 전의 기세와 살기가 꺾여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딸을 죽이다니…….

앞서 용효월의 인혼을 검증할 때도 모질게 대했지 않은가 말이다.

구오도의 생사바둑판에서 용완청의 ‘아버지’를 질투하여 하마터면 딸이 죽는 모습을 지켜볼 뻔했다.

정화곡에서 하마터면 딸과 유년대사를 죽일 뻔했다.

그리고 오늘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딸을 죽였다.

딸이 죽기 전에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세상을 뒤흔드는 영웅이야.”

‘그래. 나는 아버지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

효월이 죽고 딸들이 괴롭힘을 당할 때 자신은 어디서 뭐 하고 있었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딸을 죽이다니!

‘난 아버지 자격이 없어!’

황보조가는 미생인을 원망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수사들은 좋은 결말이 없습니다. 그럼 혼자 외롭게 살 것이지, 왜 용효월을 건드리고, 용완청까지 죽였단 말입니까.”

목신풍도 원망의 눈길로 미생인을 보며 말했다.

“미생인, 당주한테 여동생이 있습니다. 그 여동생까지 죽이려는 건 아니죠? 용완청의 유일한 핏줄입니다.”

미생인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딸이 또 있어? 딸이 또 있다고?”

유년대사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왜? 그 애까지 죽일 건가?”

미생인이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닫았다.

유년대사는 눈을 부릅뜨고 미생인을 보며 말했다.

“미생인, 내가 왜 자네를 싫어했는지 알아? 결코 자네를 질투해서가 아니야. 나도 효월이를 좋아했어. 효월이가 행복하기만을 바랐지. 그러나 자네는 수사 아니었나? 수사 옆에 있으면 언젠가는 상처를 받을 게 분명한데, 내가 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겠어? 내가 정말로 자네를 질투했다고 생각하나? 질투할 것도 없었어.”

“…….”

“도대체 누구를 위해 고해를 죽이는 건가? 누구를 위해 용완청까지 죽였어? 우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여양왕이 용효월을 죽였을 가능성이 있어. 그런데 자네는 그런 놈을 도와서 딸을 죽이고 사위까지 죽이려고 해? 효월이 부활해서 돌아오면 이 일을 어떻게 말할 건가? 용효월을 다시 볼 수나 있겠어?”

미생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양왕한테 효월이의 삼혼이 있네.”

유년대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효월이의 삼혼이 확실해? 확실한가?”

미생인이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가능성이 있어. 효월이를 위해 삼혼을 합치고 싶네.”

“그래. 해. 여기 고해도 있어. 고해의 목을 따고 가면 되겠네. 어차피 딸까지 죽였는데, 사람 하나 더 죽인다고 큰일이 있겠어? 죽여, 죽이라고! 가서 원수 놈의 칭찬을 받아!. 나중에는 용완청의 동생까지 죽여! 자네는 할 수 있을 거야!”

미생인은 한숨만 쉬고 움직이지 않았다.

옆에 있던 고해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대사님, 그만하십시오.”

고해의 표정은 평온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고해는 미생인을 나무라지 않고 평온하게 말했다.

“미생인 선생,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용완청의 부활입니다. 지혼만 찾으면 되지 않습니까?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것까지 할 수 없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용완청의 지혼을 꼭 찾아주십시오. 나중에 능력이 될 때, 용효월의 삼혼을 찾아보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미생인은 고해를 보더니 침묵했다.

고해의 목소리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용효월의 천혼과 지혼이 여양왕의 손에 있는지는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양왕? 하! 여양왕…….”

미생인이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고해는 지극히 평온한 표정으로 미생인을 바라보았다.

“지금 바로 여양왕부에 간다고 해도 용효월의 혼은 얻을 수 없습니다. 여양왕 손에 있든 없든, 절대 쉽게 얻을 수 없을 겁니다. 당신이 나타나지 않으면 용효월의 천혼과 지혼은 오히려 안전할 것이고, 당신이 나타나면 천혼과 지혼이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래도 가시겠습니까?”

미생인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내가 가서 용완청의 지혼을 찾아오지.”

고해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완청이를 부탁드립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 용효월을 찾겠습니다.”

미생인이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만약 용완청을 찾아오지 못하면, 나도 효월이를 만날 면목이 없어.”

말을 마친 미생인은 검은 기운이 감도는 부적을 꺼냈다.

미생인은 그 부적을 조심스럽게 유년대사한테 건넸다.

“유년, 이 부적은 법보야. 이거 좀 완청이 동생한테 전해주게. 만약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이 부적을 깨버리면 내가 곧바로 달려갈 수 있지.”

유년대사가 냉랭하게 말했다.

“용효월의 모녀를 죽인 거로 부족한가?”

미생인은 부적을 잡고 한동안 침묵했다.

고해가 조용히 말했다.

“대사님, 받으시지요. 어찌 됐든 아버지 아닙니까? 직접 해결하게 하시지요.”

유년대사는 원망의 눈길로 미생인을 보며 건네받았다.

순간 미생인이 유년대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유년대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미생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 그동안 용완청을 돌봐준 데 대한 인사인 것 같았다.

미생인이 말했다.

“미안하네…… 그리고 고맙네.”

말을 마친 미생인은 순식간에 사람들 앞에서 사라졌다.

미생인이 떠난 후에도 사람들은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용완청은 부적을 보다가 갑자기 실의에 빠진 듯 슬픈 미소를 보였다.

유년대사가 말했다.

“지금까지 용완청 자매를 보며 내 딸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아.”

고해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대사님, 완청이는 꼭 다시 돌아올 겁니다!”

유년대사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고해. 나도 가서 성왕을 만나 보고드려야겠네. 완청이 동생한테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용완청을 잘 지키라고 신신당부까지 했었는데……. 휴…….”

고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대건성왕은 용효월의 아버지 아닙니까? 용완청의 외할아버지지요. 어떻게 딸이 죽었는데 이렇게 등한시할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도 여양왕의 단서를 찾았는데, 성왕이 안 하고 있었다고요? 대건천조에 이렇게까지 인재가 없단 말입니까?”

유년대사가 옅은 한숨을 쉬었다.

“성왕도 이미 여양왕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지 모르네. 그런데도 조용하다는 건 또 다른 생각이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

“예?”

그때 옆에 있던 황보조가가 말했다.

“그 이유는 내가 알고 있네.”

“뭐라고요?”

“여양왕과 대건성왕은 의형제 사이야.”

고해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렇다고 그냥 놔둔단 말입니까? 자신의 딸이 죽었는데?”

“그해 대건천조는 없었고, 대영왕조만 있었어. 여양왕의 아버지가 대영왕조의 황제였었지. 여양왕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길 무렵, 주변의 왕조들이 대영왕국을 공격하려고 했었어. 그런데 대건성왕은 여양왕의 도움으로 대영왕조를 독식했고, 의형제를 맺었지.”

황보조가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대건성왕이 그때 여양왕과 함께 천하를 통일하고 천좌에 같이 앉기로 약속했었다더군.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은가? 여양왕은 변방의 영주나 다스리고 있지. 그래서 대건성왕도 마음에 걸렸나 보더군.”

고해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늘 아래 어찌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 대건천조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그것인 것 같아.”

고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황보 선생, 앞서 선생께서 신록왕조에 들어오라고 하셨지요? 그 말씀 받아들이겠습니다. 황보 선생과 함께 여양왕과 맞서 싸우겠습니다.”

“뭐?”

“용완청의 죽음을 헛되게 할 수 없습니다. 미생인이 용완청을 부활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데, 제가 어찌 함부로 대할 수 있겠습니까? 여양왕? 제가 왕부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나를 죽이려고 하다니…… 저도 참지 않겠습니다.”

황보조가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우리 왕조에 들어오면 그에 맞는 권력을 주겠네.”

“아닙니다. 저도 대한왕조의 주인입니다. 황보 선생의 신록왕조와 협력 관계를 맺지요.”

* * *

멸록성, 여양왕부의 서재.

서재에는 묵객과 여안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여양왕은 왕위에 앉아 싸늘한 눈빛으로 여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여양왕이 싸늘하게 다그쳤다.

“여안, 사고 한번 제대로 쳤구나.”

여안이 다급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전부 고해의 계략이었습니다. 저도 피해자입니다. 이번에 강천익 등 사람들이 쫓겨난 것도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여양왕이 날카롭게 말했다.

“은월성의 피해가 얼마인지나 아느냐? 그리고 내가 뭐라고 하는 게 단지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여안은 고개를 푹 숙였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곧 다시 고개를 들며 말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께서 분부만 내리시면 제가 곧바로 가서 ‘이 거리 제일 금루’를 풍비박산 내겠습니다. 그곳에 있는 돈, 그리고 산업도 전부 우리 왕부의 것입니다.”

“또 사고 치고 싶은 거냐?”

여안은 곧바로 고개를 떨구었다.

“잘못했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묵객이 말했다.

“여 공자,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사마장공이 은월성을 인계받았네. 우리 사람들도 곧 쫓겨나겠지. 이번에 강천익이 돌아온 거 보면 모르겠나? 은월성은 이제 우리의 손에서 벗어났어!”

여안이 멍하니 말했다.

“우리 손에서 벗어났다고요?”

묵객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성왕도 하세강의 죽음을 주의 깊게 보고 있네. 성왕은 지금까지 영주를 어르신의 관할 구역에 두었고 손도 대지 않았어. 그러나 이번에는 달라, 성왕도 화내고 있는 게 분명해. 이번에 성도에서 온 소식을 보면, 사마장공은 신무왕(神武王)의 사람이야.”

“신무왕? 대건천조의 삼태자 용신무 말입니까? 할아버지, 용신무는 항상 할아버지와 맞섰습니다. 용신무의 사람이 은월성을 맡은 후 가장 먼저 처리한 일이 바로 우리 왕부의 사람을 잘라버리는 일이었다니…… 대건성왕이 사람을 보내 할아버지와 싸우게 만들려고 그러는 거 아닐까요?”

묵객도 고개를 끄덕였다.

“성왕이 신무왕을 영주에 보낸 거 보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여양왕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용신무? 흥! 예전에 나와 용신무의 아버지가 천하를 통일하려고 할 때, 코 찔찔 흘리던 어린놈이 대건천조를 세우자마자 나와 대적했지. 흥! 그놈은 아직 부족해.”

묵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르신, 그래도 방어는 하셔야 합니다. 그나저나 미생인이 안 보입니다만, 혹시…… 고해를 죽이려고 보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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