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화. 진남 대원수
* * *
대영황조가 세워지고 여양왕이 반역을 저지르면서 영주는 독립을 선포했다.
그 소식은 곧바로 대건천조에도 알려졌다.
문무백관들이 곧바로 조당에 모여들었다.
조당 밖에는 한 무리의 호위병들이 순찰을 서고 있었고, 황궁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조당 밖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조당에서 전해오는 냉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조당 안은 고요했다.
그저 손가락으로 용상의 손잡이를 두드리는 소리만 나고 있었다.
바늘이 떨어져도 쨍그랑 소리가 날 것만 같은 대전 안, 용상의 손잡이를 두드리는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느껴졌다.
안에 있는 문무백관뿐만 아니라 밖에서 있는 호위병들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침묵이 흐른 후, 누군가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대전을 울렸다.
대건천조의 주인, 성왕의 목소리였다.
“여양왕이 배신했는데 이와 관련하여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지. 짐은 삼태자 신무왕한테 이 일을 맡기겠다. 이의가 있는 사람은 지금 말하라. 나중에 뒤에서 딴소리하는 사람이 있으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대전에는 다시 한번 적막이 흘렀다. 대신들은 한마디도 못 했다.
반란은 반역 대죄다. 아무리 여양왕과 관계가 좋은 대신들이라도 지금 이 순간에는 쥐죽은 듯 조용하게 있었다.
성왕의 목소리는 평온했으나 독선적이었고 한마디 말로 대신들을 제압했다.
성왕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용신무를 진남 대원수로 임명하겠다. 금호부(金虎符)를 부여하겠으니, 양주의 모든 병력을 동원하여 반란자를 척결하라! 양주의 관료들은 반드시 대원수의 말을 따라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는 자들 역시 반란자로 처벌할 것이니라!”
대신들은 만세를 외치며 성왕의 말에 응답했다.
“성왕 만세 만세 만만세!”
용신무가 진남 대원수가 된다는 말에 대신들은 그 어떤 이의도 없었다.
성지, 호부는 순식간에 은월성으로 흘러갔다. 동시에 대건천조는 여양왕이 반역을 저지른 사실을 만천하에 알렸다.
대건 천하의 백성들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신무왕이 진남 대원수로 임명되었고, 영주의 모든 병력을 동원하여 반란을 평정하라는 성왕의 성지가 내렸다고 한다.
여양왕이 영주 내란을 평정할 때, 신무왕은 성지를 받아들고 대군을 동원하여 반란을 척결할 준비를 했다.
* * *
대영황조의 황궁.
여양왕은 싸늘한 눈빛으로 전선에서 들어온 소식을 보고받고 있었다.
여양왕은 전보를 내려놓고 싸늘하게 말했다.
“신무왕? 용신무? 흥! 능구렁이 같은 놈. 미리 준비하고 있었구나. 용신무가 양주를 지킨 지 십오 년이나 됐어. 양주의 관료와 장군들을 꽉 잡고 있지. 거기에 성지까지 있으니 두 달 안에 놈이 우리를 공격할 거다.”
묵객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폐하, 두 달 안에 영주의 모든 것을 잘 해결해야 합니다.”
여양왕은 옆에 있던 용태자를 불렀다.
“오순.”
“예, 폐하.”
“네가 고생 좀 하거라. 용족을 동원하여 남은 성지 네 곳을 무너뜨려라. 그것들이 아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반항하는 자들은 전부 죽여도 좋다.”
전부 죽여도 좋다는 말에 오순의 눈빛이 번뜩였다.
“예, 폐하!”
* * *
신록성 밖의 산골짜기.
녹석신은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황보조가를 보고 있었다.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폐하, 여양왕은 철군했습니다만 경금종이 갑자기 나타나서 신록황조를 공격하려고 합니다.”
황보조가가 고해를 보며 말했다.
“고 선생, 경금종이 직접 종 내에 있는 고수들을 데리고 온다는군. 그리고 열여덟 개 성지의 천오백만 대군이 우리 신록황조로 쳐들어올 거라고 하네. 경금종이 우리 신록황조와의 맹약을 파기하다니. 설마 남의 집 불난 틈을 타서 도둑질하려 걸까?”
고해는 고개를 저었다.
“불난 틈을 타 도둑질을 한다고요? 황보 선생, 경금종을 너무 얕잡아보는 거 아닙니까?”
“음?”
“제가 요즘 황보 선생이 준 자료를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뭘 봤는지 아십니까? 하! 알고 보니 경금종은 여양왕이 숨겨둔 병력이더군요.”
황보조가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경금종이 세워진 지 천 년이 넘었더군요. 금신의 꼭두각시를 토대로 세웠졌지요. 그런데 금신의 꼭두각시는 하나의 영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우리의 옥새와 같은 것이지요. 제가 자료에서 본 바로는, 여양왕이 천삼백 년 전에 야수 종족을 없애버렸고, 그때 그 종족이 바로 검치호족이었습니다.”
황보조가는 머리를 끄덕였다.
“검치호족?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네.”
“호요(虎妖)가 금이고, 검치호족의 신이니 금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금신이 죽은 후 삼백 년 만에 경금종이 세워졌습니다. 너무 우연의 일치 아닙니까? 그리고 여양왕이 경금종과 전쟁을 세 차례나 했습니다만, 결코 전쟁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별로 싸우지도 않았으니까요. 결국 그들은 한쪽 구석에 안주하면서 바깥세상과 싸우지도 않고 묵묵히 스스로 발전시켜 온 것입니다.”
옆에 있던 녹석신이 물어봤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여양왕 소속이라고 할 수 없잖습니까?”
“천 년 동안 여양왕 부하들조차 경금종을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경금종의 장로들 가운데서도 초신을 제외하고 아무도 영주를 방문한 적이 없습니다.”
황보조가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 년 동안이나 왕래가 없었는데 전쟁을 세 번이나 했다? 설마 보여주기 위해서……?”
녹석신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경금종이 여양왕의 부하라고요? 그럼 대영황조와 경금종이 합치면 왕조가 되겠군요?”
고해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더 있습니다.”
“네?”
“영주 주변에 황조 두 개, 종문 두 개가 있습니다. 신록황조와 경금종을 제외하고도 대황황도와 탐랑종이 있지요. 제 분석이 맞다면, 그들도 여양왕의 세력이 틀림없습니다. 여양왕이 몇천 년 동안 영주 하나만 지키고 있었을 리는 없습니다.”
녹석신이 화들짝 놀라서 말했다.
“경금종, 탐랑종, 대황황조가 전부 여양왕의 세력이란 말이오? 설마요?”
그 세 개 세력은 신록황조와 못지않았다. 만약 세 세력이 동시에 신록황조를 공격한다면 어떻게 방어를 해야 할까?
황보조가도 그 말에 화들짝 놀았다.
“여양왕의 세력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하지만 고해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확실히 만만치 않습니다. 세 세력이 합쳐지면 팔십 개의 성지와 비슷합니다. 거의 영주 땅과 비슷하지요. 만약 영주와 합치기라도 한다면 왕조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여양왕이 아직도 전부 숨겨두고 있습니다. 만약 경금종이 나서지 않았다면 저도 감쪽같이 속을 뻔했습니다.”
황보조가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양왕이 정말 깊이도 숨겨놨군.”
그런데 고해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직 한 곳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사대 세력의 남쪽에 있는 곳 말입니다.”
황보조가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대원왕조?”
“예, 대원왕조. 사대 세력이 합쳐도 대원왕조를 못 이기죠?”
“대원왕조는 절대 세력이네. 우리 같은 황조가 어찌 대원왕조와 싸워서 이길 수 있겠나? 우리 사대 세력은 대원과 대건 사이에 껴 있어. 설마 대원왕조도……?”
고해는 고개를 흔들었다.
“제 손에 있는 자료가 너무 적어서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대원왕조와 여양왕이 무슨 관계가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절대 여양왕의 수하는 아닙니다. 대원왕조는 굶주린 늑대처럼 한 방을 노리는 것 같습니다.”
황보조가가 화들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뭐?”
고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양왕이 신록황조를 공격할 때도 나머지 세력들이 보고도 못 본 척했다는 겁니다.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만약 자네의 말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는 정말 난관에 봉착하겠구만.”
“아직 하나 더 있습니다.”
“뭐? 하나 더 있다고?”
“그렇습니다. 대건성왕이 여양왕의 반란을 막으라고 무슨 분부를 내렸지요?”
옆에 있던 녹석신이 입을 열었다.
“진남 대원수?”
“예, 진남 대원수. 왜 평정 대원수가 아니고 진남 대원수일까요? 진남? 우리가 있는 곳은 대건천조의 동남쪽입니다. 진남이라…… 남쪽을 진압할까요? 남쪽을 지킬까요? 아니면 남쪽을 굴복시킬까요?”
녹석신이 말했다.
“고 선생의 말씀은, 여양왕 말고 또 다른 반란자가……?”
“대건성왕 정도면 말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오묘한 뜻이 있을 겁니다. 진남 대원수? 허허. 어렵네요. 일단 그 일은 신경 쓰지 말고, 우리는 경금종과 싸울 준비나 합시다.”
황보조가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경금종에 절대 강자도 많고, 이번에 천오백만 대군이 쳐들어온다고 했네. 정말 첩첩산중이군. 고 선생의 말대로 대황황조와 탐랑종이 함께 몰려온다면…….”
그런데 고해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경금종을 물리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인가?”
“뱀을 잡으려면 정곡을 찔러야 합니다. 한 번에 본때를 보여줘야 하지요.”
“어떻게?”
“뱀한테 물리더라도 사투를 벌여야 합니다. 황보 선생이 적수와 목숨 걸고 싸울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내가 죽으면 적수가 살고, 적수를 죽이면 내가 살지요. 황보 선생, 한번 목숨을 걸어보시겠습니까?”
녹석신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번의 혈투로 경금종을 무너뜨린다고요? 어떻게요?”
고해가 여전히 황보조가를 보며 말했다.
“황보 선생, 주변에 굶주린 늑대들이 호시탐탐 신록황조를 노리고 있습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해집니다. 경금종이 달려든다면 목숨 걸고 싸워야지요. 제가 초대형 대진을 배치해 드리겠습니다. 저놈들을 한 번에 죽여버리자고요.”
“초대형 대진?”
고해가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말했다.
“예. 이십구 천지종횡대진입니다. 그런데 그 대진을 펼치려면 엄청난 영석이 필요합니다. 국고에 있는 모든 영석을 써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이십억 개의 상품 영석이 필요하니까요. 한번 겨뤄 보시겠습니까?”
* * *
신록황조의 천하성.
천하성은 신록황조와 경금종의 접경지대로 상서롭고 평화로운 성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사방팔방에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시뻘건 피가 강처럼 흐르면서 스산하기 그지없었다.
갑옷을 입은 군인들은 무너진 성문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초신, 경금종 종주, 경금종의 절대 강자들이 대군을 이끌고 천하성을 공격하였고, 순식간에 천하성을 점령했다.
경금종 종주는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이번 전쟁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천하성 주변에서는 쉴 새 없이 연기가 피어올랐다.
경금종 종주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옆에 있던 한 부하가 굳은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종주님, 천하성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오래 걸려서 한 달 반이나 소모되었고, 우리 군도 삼백만 명이 희생되었습니다. 게다가 종 내 원영경 장로들도 열여덟 명이나 죽었습니다!”
경금종 종주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여양왕께서 그토록 어려워했던 이유가 있었구나. 신록황조의 성지를 뚫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옆에 있던 초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종주님, 황보조가는 지원군도 보내지 않았는데,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야 겨우 뚫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경금종 종주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고해가 신록성에 있는 게 확실하다. 신록성을 무너뜨리려면 반드시 신록황조의 모든 성지를 뿌리 뽑아야 한다! 계속해서 성지를 무너뜨려라! 전부 쓸어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