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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232화 (232/243)

232화. 이십구 천지종횡대진

초신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여양왕께서 전에 신록황조의 성지 아홉 곳을 무너뜨렸습니다. 아직 신록황조의 성지가 열다섯 곳이나 남아 있습니다. 우리의 병력으로는……?”

경금종 종주는 한기 가득한 눈빛으로 초신을 바라보았다.

“이런 일에 굳이 폐하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 우리의 힘으로도 가능해! 이번에만 잘 넘기면 나머지는 쉬울 거다!”

초신이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예?”

경금종 종주가 싸늘하게 말했다.

“도성(屠城)하라!”

주변에 있던 경금종 부하들은 화들짝 놀라서 안색이 창백해졌다.

“예? 도성이오?”

도성(屠城). 성안의 모든 것을, 심지어 살아 있는 것은 개새끼들까지도 모두 죽이란 말이다.

경금종 종주가 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천하성 백성들이 신록황조를 지지한다고? 그럼 전부 죽여야지! 한 명도 남기지 말고 전부 죽여버려라!”

한 장군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자그마치 일억 명입니다. 종주님, 무고한 백성 일억 명을 죽이면 하늘이 분노할 것입니다!”

경금종 종주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 장군을 보며 말했다.

“하늘이 분노한다고? 장 장군, 자네는 우리 종문의 성지를 지키는 장군에 불과해. 경금종의 결정을 따르기만 하면 돼. 알겠어?”

장군의 표정이 흔들렸다.

“그, 그렇지만…… 무고한 어린아이, 부녀자들, 그리고 노인들까지 전부 죽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옆에 있던 초신이 차가운 눈빛을 번뜩이며 입을 열었다.

“성지 한 곳을 도성하면 다른 성지의 백성들은 두려움에 떨겠지요. 그러면 쉽게 성지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모든 책임을 고해한테 넘기는 겁니다.”

장로들이 거들었다.

“맞습니다. 신록황조를 압박하여 고해를 잡으면 됩니다.”

“성지 한 곳을 도성하면 다음 성지는 쉽게 함락시킬 수 있습니다. 아무리 신록황조라고 해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경금종 종주가 싸늘하게 말했다.

“전체 군부대에 지금 바로 성지에 있는 모든 물건을 빼앗고 취합한 후에 포상하겠다고 알리거라!”

“예!”

곧 여기저기서 살인과 약탈이 시작되었다.

“저기 부잣집이다! 얼른 가서 쓸어버리자!”

“죽여! 전부 죽여라! 하하하하!”

“역시 종주님이시다! 전부 죽이고 빼앗자!”

경금종 수하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장 장군은 그 광경을 보면서 눈을 부릅떴다.

“미쳤어! 다들 미쳤어! 일억 명의 백성을 전부 죽인다고? 경금종이 점점 미쳐가는구나! 저기에 노인, 부녀자들, 그리고 어린아이들도 있는데 전부 죽이겠다고?”

경금종 부하들은 싸늘한 눈빛으로 장 장군을 바라보았다.

장 장군은 군모를 벗어던지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악마들! 전부 악마들이야! 눈에 뭐라도 씌운 거야? 흥! 나는 더러워서 그만두겠다!”

그 순간, 뒤에서 따라오던 초신이 칼을 빼 들고 장 장군의 몸을 찔렀다.

장 장군은 피를 흘리며 초신을 바라보았다.

“악마 같은 놈들…….”

초신이 냉랭하게 말했다.

“흥! 주제도 모르고 말이 많구나!”

초신은 손에 힘을 주더니 칼을 밀어 넣었다.

성지에는 대진이 배치되었기에 아무도 도망갈 수 없었다.

천하성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백성들의 시체가 대지를 뒤덮었다.

“안 돼! 아들아! 아들아! 이런 미치광이들! 흑흑흑!”

“엄마……. 흑흑흑. 엄마…….”

“이 악마들아! 내 딸을 돌려줘! 이 미친놈들아!”

“악마들……! 이런 악마 새끼들!”

사방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백성들은 반항할 힘이 없었다.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열흘 동안 계속된 도성으로 천하성은 죽음의 성이 되어버렸다.

그 소식은 곧바로 신록황조에 흘러 들어갔다.

경금종이 백성을 죽이고 재산을 몰수한다고? 이 소식을 들은 신록황조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어떻게? 우리 삼촌이 천하성에 계셔.”

“내 아들도 천하성에 있다고!”

“나 아내와 딸도 천하성에 있어! 안 돼……!”

신록황조의 여기저기에서 비탄의 소리가 들려왔다.

고해 때문에 이 사달이 났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은 두려움에 떨지 않았다.

도성이 끝난 후 경금종 대군은 계속해서 청록성을 공격하고 있었다.

둥둥둥둥.

전투의 개시를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초신은 이마를 찌푸렸다.

“종주님, 뭔가 이상합니다. 청록성 백성들이 겁에 질리기는커녕 더욱 적극적으로 성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경금종 종주가 냉랭하게 말했다.

“괜찮아. 성지만 무너뜨리면 된다.”

하지만 열흘이 지나도 청록성은 무너지지 않았다.

초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종주님, 전선에서 온 소식인데, 신록황조 주변의 성지들이 청록성을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백성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합니다. 한 달이면 오히려 우리 군이 포위당할 것 같습니다.”

경금종 종주의 표정도 약간 어두워졌다.

“한 달이면 충분해. 청록성만 무너뜨리고 도성하면 된다. 흥! 누가 이기나 두고 보자고!”

“예!”

“황보조가 쪽은 어때?”

“이상합니다. 황보조가가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우리가 도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만히 있습니다. 설마 겁에 질린 건 아니겠지요?”

경금종 종주는 이마를 찌푸렸다.

“고해를 내놓는 즉시 공격을 멈추겠다고 전해라.”

“예!”

* * *

경금종의 총단.

십만 개의 높고 큰 산이 경금종 총단을 둘러싸고 있었고, 바깥에는 세 개의 성지가 붙어 있었다.

그중의 한 성지에 있는 작은 정원.

탕!

황보조가는 옆에 있던 책걸상을 내리치고, 분노해서 소리쳤다.

“경금종주, 이 개자식! 감히 우리 천하성의 백성들을 몰살시켜?!”

옆에 있던 녹석인이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감히 도성을 하다니…….”

황보조가는 슬픔에 찬 표정으로 고해를 보며 말했다.

“고 선생, 고 선생의 대진은 언제쯤 배치할 수 있나? 경금종 놈들을 모조리 죽여야겠네!”

고해는 저 멀리에 있는 십만 개의 산을 보며 말했다.

“황보 선생의 영석으로 경금종의 대진을 깨버릴 수는 없겠지만, 일단 한번 손을 써보지요.”

고해는 손을 뻗어 빨간색 깃발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곧…….

쿠구궁!

저 멀리에 있는 산에서 흰 구름이 뭉치더니 순식간에 용의 모양으로 변했다.

성지의 사람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쿠구구구궁!

하얀 구름이 빙빙 돌면서 순식간에 산맥 전체를 덮어버렸다.

성지의 백성들은 깜짝 놀라서 말했다.

“저거 뭐야?”

백성들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서로 모여드는 광경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눈이 커졌다.

“이, 이게 대진이야? 뭐야? 경금종 총단까지 뒤덮었잖아?”

경금종 내에 있던 수많은 경금종 부하들도 하얀 구름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때 경금종 내에 있던 절대 고수가 칼을 들고 하얀 구름을 향해 날아갔다.

“감히 우리 경금종을 건드리겠다는 거냐!”

순간 대진이 살짝 흔들렸다.

경금종의 절대 고수가 칼을 들고 대진과 부딪쳤다.

그때 구름 속에서 삼천 개의 칼날이 나타나더니 절대 고수를 향해 날아갔다.

“흥! 삼천 월갑(越甲)! 죽어라!”

콰광!

절대 강자는 냉랭하게 말하며 그들과 맞붙었다.

“감히 우리 경금종을 건드리다니! 경금종을 건드리는 사람은 전부 죽는다!”

“삼천 월갑! 베어버려.”

구름 속에서 운수 장군이 나타나 삼천 명의 운수 병사들을 지휘했다.

삼천 월갑(越甲)과 절대 고수의 칼날이 서로 부딪쳤다.

순간 거대한 괴성이 들려왔다.

콰앙!

절대 고수의 칼날이 순식간에 터져버리고, 삼천 월갑의 칼이 절대 고수의 몸을 찔렀다.

쾅!

경금종의 절대 고수 몸이 폭발하듯 터져버렸다.

이십구 천지종횡대진.

정확히 말하면 이십구 천지종횡대진 세계이다. 이미 일반 대진의 한계를 넘어선 대진으로 고해조차 처음으로 시도해 본 터였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비록 ‘이 거리 제일 금루’에서도 돈을 싹쓸이했으나, 그건 은월성의 일부였다.

신록황조의 국고에 있는 영석은 은월성 스물다섯 개의 재산을 합친 것과 맞먹었다.

그걸 한 번에 전부 쏟아부어서 겨우겨우 이십구 천지종횡대진을 만들었다.

황보조가, 고해, 녹석신은 대진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대진을 본 황보조가가 화들짝 놀라서 말했다.

“이 대진을 배치하는 데 상품 영석 이십억 개가 들어갔다고?”

“예, 영석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좀 더 완벽했을 텐데…….”

“…….”

상품 영석 이십억 개도 부족하다고?

옆에 있던 녹석신은 불만 가득한 어투로 말했다.

“신록왕조의 국고가 텅텅 비었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대진인지 두고 보겠습니다.”

신록황조가 몇백 년에 거쳐 모은 영석이었다. 심지어 모든 군비, 관료들의 봉록, 성지 보수 비용을 전부 쏟아부었다.

만약 고해의 대진이 실패하게 된다면 신록황조는 끝장이다.

하지만 고해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두고 보세요. 저의 대진은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은 대진 안으로 들어갔다.

고해가 손을 휙 저으니 갑자기 운수 거룡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거룡에 올라탔다.

으르렁!

운수 거룡이 울부짖으면서 사람을 태우고 대진의 중심으로 날아갔다.

그때였다.

“흥! 감히 우리 경금종을 포위해? 깨버려라!”

황금빛이 번쩍이더니 경금종의 절대 강자들이 돌진해 왔다. 또한 경금종의 부하 십만 명도 칼을 들고 날아왔다.

구오섬의 송갑종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절대 강자들이 신록황조를 공격하러 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십만 명이나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 대진에는 운수가 너무 많았다.

“나는 항우, 강동아랑. 전부 죽여라!”

“나는 여포, 함진영. 모조리 죽여버려라!”

“나는 구천, 삼천 월갑. 전부 죽이자!”

“나는 조조, 호표기. 전부 쓸어버려라!”

상품 영석 이십억 개가 들어간 대진의 위력은 대단했다. 바둑판의 위력으로 운수들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이를 본 경금종 부하들은 황급히 도망치기에 바빴다.

경금종 부하는 십만 명이었다. 그런데 백만의 운수 대군이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그들을 응시했고, 운수 위에는 신록황조의 절대 강자들이 한기 가득한 눈빛으로 운수를 조종하고 있었다.

살아남은 경금종 부하들은 겁에 질려 소리쳤다.

“얼른 대진을 닫아! 종주님이 오시기 전까지 대진을 열지 말고 기다려라!”

위이잉!

그때 대진에서 검의 기운이 나타나더니, 초대형 대진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대진이 순식간에 경금종을 감쌌다.

경금종의 십만 부하들이 순식간에 만 명 남짓하게 남았다.

다른 경금종 부하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황보조가다! 저기 봐! 황보조가야!”

“큰일이다! 종주님이 신록황조를 공격하러 가셨는데 황보조가가 여기서 경금종을 치다니!”

“이제 어떡하지?”

“여기를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물러서지 마라!”

경금종 안에 있던 부하들은 대진 밖에 있는 운수를 보고 눈빛이 세차게 떨렸다.

그 순간, 항우 운수가 방천화극을 휘둘렀다.

“역발산혜기개세!”

쿠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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