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화. 독고구패
깨져버린 검기가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콰과광!
황금색 검기와 하얀색 검의 기운이 또 충돌했다. 이번에는 칼끝끼리 부딪쳤다.
칼끝끼리 마주한 대결!
그런데 황금색 검의 기운이 부들부들 떨렸다.
맨 앞에서 날아오던 검의 기운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기운이 독고구패의 기운에 막혔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검치호는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자신의 모든 기운이 꽉 묶인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얀 검의 기운이 갑자기 저 멀리에서 빛을 발산하며 날아왔다.
너무 빨라서 사람들은 미처 보지도 못했다.
하얀 검의 기운은 눈 깜짝할 사이에 검치호 앞으로 날아왔다.
검치호는 검의 기운을 발견했다. 하지만 너무나 빨라서 검치호도 막을 수가 없었다.
크아아앙!
검치호는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검치호가 저 멀리 내동댕이쳐지면서 꼬리가 잘려 나갔다.
콰광!
황금빛 검의 기운이 폭발하고, 검치호가 더 멀리 내동댕이쳐졌다.
콰르르르릉.
저 멀리에 있는 큰 산마저 뒤흔들렸다.
검치호의 꼬리가 잘려 나간 것을 본 경금종 부하들은 겁에 질려서 안색이 새파래졌다.
“어……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녹석신도 믿을 수 없는 듯 두 눈을 치켜떴다.
황보조가의 눈이 번쩍였다.
“이 대진이 검치호를 누르다니!”
“내 꼬리! 으아아!”
검치호가 울부짖었다. 산이 흔들리면서 산사태가 일어났다.
검치호는 포효하면서 독고구패를 바라보았다. 순간, 독고구패가 손을 휙 저으니 가공할 기운이 검치호를 공격했다.
“파검식!”
하늘 위에 있는 구름이 전부 뭉치더니 천 장 크기의 거대한 장검이 만들어졌다.
거대한 장검은 거무스름한 색을 드러냈고, 날카로운 위력을 발산했다. 검마 독고구패의 현철중검이었다.
그 장검은 본 검치호는 심장이 덜덜 떨렸다.
순간, 천장 크기의 장검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검치호가 하늘로 올라가며 소리쳤다.
“안 돼! 저놈이 대진을 깨려고 한다!”
고오오오!
천 장 크기의 황금색 손바닥이 장검을 막기 위해 날아갔다.
황금색 손바닥과 현철중검이 대진에서 부딪쳤다.
콰과과광!
거대한 굉음이 울리더니, 황금색 손바닥이 산산조각 나고 대진도 깨져버렸다.
콰아앙!
경금종 대진이 폭발하고, 십만 대산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현철중검은 마치 커다란 산처럼 내려와 검치호를 땅 밑에 꽂아버렸다.
“헉!”
녹석신은 그것만 보고도 화들짝 놀랐다.
땅 밑에 처박힌 검치호가 소리쳤다.
“안 돼! 절대 질 수 없어! 내가 바로 금신이야!”
거대한 충격으로 현철중검도 힘을 다한 듯했다.
콰과과광!
개천궁이 전력으로 일격을 가하자, 현철중검과 주변에 있던 열여덟 개의 큰 산이 연이어 폭발하고, 십만 개의 산들이 일시에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현철중검이 폭발해 버리자, 검치호가 땅 위로 나오려고 힘을 끌어모았다.
독고구패의 표정은 여전히 싸늘했다.
“흥! 넌 금신이지 검신은 아니잖은가? 넌 검에 대해 모르는구나.”
검치호가 포효하며 말했다.
“흥! 내가 검을 모른다고? 입을 찢어버리겠다!”
“네놈이 검의를 알기나 하느냐? 검의를 알면 산천초목으로도 충분히 검을 만들 수 있느니라!”
독고구패가 말을 마치자 대지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대지에서 돌검이 솟아오르더니 검치호를 향해 날아갔다.
검치호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졌다.
“뭐, 뭐야?!”
지에 있는 산천초목도 검으로 만들어지더니 검치호를 향해 날아갔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했다.
대지로 검을 만들고 산천초목으로도 검을 만들다니!
그렇다면 독고구패의 검은 무궁무진하다는 말 아닌가 말이다.
검치호는 겁에 질려 울부짖었다.
“아, 안 돼! 아아악! 안 돼……!”
산천초목으로 만들어진 검이 검치호를 산에 박아버렸다.
검치호는 꼼짝달싹하지 못했다.
“어, 어떻게 이렇게 강한 검의가 있을 수 있지?”
독고구패는 싸늘한 눈빛으로 검치호를 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흥! 난 이 칼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너는 너무 약해.”
사람들은 그제야 독고구패가 손에 들고 있던 칼을 휘두르지도 않고 검치호를 이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해도 속으로 깜짝 놀랐다.
비록 독고구패를 불러오긴 했으나, 마음속의 독고구패가 이십구 천지종횡대진을 통해 의경으로 나타나서 이렇게 강력한 기세를 보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스스스슥.
고해가 손을 휙 저으니, 독고구패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구진이 말했다.
“주인님, 독고구패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그런데 독고구패에게 노래 몇 곡 들려주고 싶은데 왜 없애버렸습니까?”
고해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석을 쏟아부었기에 독고구패가 나온 것이었다. 지금까지 최소 상품 영석 팔억 개는 사용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영석을 더 써야만 하는데, 그 돈을 누가 낸단 말인가?
‘네가 낼 거냐?’
하지만 고해는 구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대진이 깨졌고 검치호도 파했으니, 이제 자네들 차례네.”
그 말이 끝나자마자 항우, 조조, 구천, 여포 등 백만 운수 대군이 다시 나타났다.
신록황조의 절대 강자들은 고해를 보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자세였다.
“예, 고 선생.”
독고구패가 절대 강자들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얻은 것이다.
“나는 항우, 강동아랑. 놈들을 죽이자!”
“나는 구천. 삼천 월갑! 전부 죽여버려라!”
백만 운수가 경금종의 부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청록성.
경금종 종주는 대군을 이끌고 성지를 공격하고 있었다.
공격 보름째. 이제 겨우 청록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천하성과 비교하면 이번 전투는 너무나 힘이 들었다.
초신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최소한 삼백만 명이 죽고, 장로님들도 열 명 넘게 희생되었습니다.”
“내일이면 성문이 열릴 거다. 성문을 열리면 바로 도성을 시작해라!”
경금종 종주의 말에 부하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예!”
그때 고개를 번쩍 쳐든 경금종 종주의 표정이 세차게 흔들렸다.
“엇?”
초신이 의아한 눈으로 경금종 종주를 바라보았다.
“종주님, 왜 그러십니까?”
경금종 종주가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이 기운…… 검치호가 천하의 힘을 빌렸어! 총단에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야?”
“저도 검치호의 소리를 들긴 했습니다만, 무슨 일일까요?”
주변에 있던 경금종 부하들도 하늘에서 울리는 검치호의 울부짖음을 듣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경금종 종주가 말했다.
“혹시 황보조가? 요즘 황보조가의 소식이 들리지 않았는데, 설마 우리 경금종에 간 건가?”
“예? 그럼 황보조가가 경금종 총단을 공격하기라도 한단 말입니까?”
경금종 종주가 싸늘하게 코웃음 쳤다.
“흥! 황보조가는 검치호의 상대가 될 수 없다. 계속해서 성지를 공격해라! 서둘러!”
“예!”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성을 공격하던 경금종 종주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설마…… 검치호가 패한 건가? 왜 소리가 없지? 설마…… 설마……?”
* * *
신록황조의 청록성.
청록성 성주는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는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혈투 장면을 노려보았다.
성루에도 수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한 병사가 다급하게 달려와서 말했다.
“성주님! 진세에 점점 더 많은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독구름이 새어 들어올 것 같습니다!”
청록성 대진에는 법보가 있어 균열이 생기더라도 자체 회복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한계를 넘는 공격이 가해지면 미처 회복할 시간조차 없이 무너질 수 있었다.
“지금 상황이 계속되면 내일쯤 대진이 무너집니다! 경금종의 장로와 경금종 종주까지 합세하니 대진이 버티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주님!”
“이대로 항복해야 합니까?!”
수하들은 피범벅이 된 채 울부짖으며 성주를 바라보았다.
청록성 성주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천하성 사건을 벌써 잊었느냐?!”
병사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저놈들은 우리가 항복한다고 해서 살려주지 않을 것이다!”
“…….”
“전 성지에 내 목소리를 전하거라!”
“예!”
곧 확장음 법보를 통해 성주의 목소리가 흘러나와 전 성지에 울려 퍼졌다.
“청록성 백성들아! 청록성은 지금 생사지경의 위급한 순간에 놓여 있다! 그대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청록성 병사들을 도와 적과 싸우니 너무도 고맙구나!
그러나 청록성 병사들이 대부분 희생되어 이제 한계에 도달했도다!
그렇다 해서 나는 항복할 생각이 없다! 모두들 천하성의 일을 잘 알 것이다! 적들은 항복한다 해도 절대 우리를 살려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
그대들도 그대들의 아들딸, 사랑하는 아내와 부모님,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싸워줬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청록성을 지키자!”
집에 숨어만 있던 백성들이 성주의 말을 듣더니 이를 갈았다.
그들 역시 천하성의 일을 알고 있었다. 적들은 천하성의 백성은 물론 개새끼까지 모조리 잡아 죽였지 않은가 말이다.
백성들은 너도나도 나서서 성루로 향했다. 무기가 없는 자들은 손에 곡괭이를 들고, 낫을 들고, 삽을 들고 나섰다.
처절한 싸움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병사들이 쓰러지면 백성들이 활을 들고 쏘았다.
여인들이 자갈을 나르면 힘센 장정들이 자갈을 힘껏 던졌다.
양측에 엄청난 사상자가 쌓이기 시작했다.
시신이 산을 이루고, 대지가 시뻘건 피에 젖어서 핏물을 강을 이루며 흘렀다.
그런데 어느 순간이었다.
“엇? 성주님! 비주가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경금종주와 장로들이 비주에 타고 있습니다!”
“비주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놈들이 일부 장수와 병사들만 남겨놓고 전부 돌아가고 있습니다!”
병사들이 너도나도 소리를 질렀다.
성주가 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폐하께서 나서신 것이 틀림없다!”
“폐하께서요?”
“그래! 폐하께서 경금종 종주를 유인한 것이야! 우리에게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벌어주신 거다! 그게 아니면 저들이 왜 돌아간단 말이냐!”
경금종의 강자들이 돌아가니 백성들도 환호하며 사기를 올렸다.
* * *
경금종 종주는 황급히 총단으로 향했다.
반드시 총단을 지켜야 했다. 총단이 무너지면 기운이 전부 흩어져서 경금종 자체가 멸망하고 마는 것이다.
경금종 종주는 이를 갈았다.
“황보조가! 네놈이 감히 우리 총단을 공격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비주는 구 일 동안 쉬지 않고 총단으로 날아갔다.
총단 밖은 초대형 대진이 총단을 감싸고 있었다. 주변의 성주들도 지원을 나왔지만 그들 역시 속수무책이었다.
“종주! 오셨습니까?!”
“종주! 부하들을 대진 안으로 들여보냈습니다만, 감감무소식입니다!”
성주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런데 초신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대진을 보며 눈을 치켜떴다.
“이 대진은……? 설마 고해?”
바로 그때, 경금종 종주가 눈을 부라리며 악을 쓰듯 소리쳤다.
“안 돼!!!!”
초신이 고개를 홱 돌리고 물었다.
“종주님, 왜 그러십니까?”
경금종 종주의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검치호가 죽었어! 경금종 기운이 흩어지고 있어! 안 돼!!!”
쿠구구구궁.
순간, 구름 대진에서 황금색 기류가 흘러나왔다.
사람들이 놀라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저건…… 기운이잖아?!”
황금색 기류는 동북 방향으로 흘러갔다.
경금종 종주는 공황상태에 빠진 사람처럼 악을 썼다.
“황보조가가 검치호를 죽이고 경금종의 기운을 빼앗으려고 한다! 막아야 돼!”
그런데 초신은 황금색 기류가 흐르는 곳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방향은…… 저 방향은 신록성이 아닙니다, 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