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화. 황금색 기운은 어디로
* * *
같은 시각, 천도해. 구오섬.
태자 고진이 조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조당 하늘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콰르르르릉!
고진과 문무백관들은 충천전에 올라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서 황금색 기운이 몰려오고 있었다.
한 대신이 망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저게 뭡니까?”
몽태가 얼굴이 벌게져서 말했다.
“엄청난 기운이야! 폐하께서 신주대지에 있는 종문을 무너뜨린 건가? 저게 그들의 기운인……?”
몽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렇게 엄청난 기운은 백성들의 마음에서 거두어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한황조가 세워진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백성도 많지 않았고 기운도 적었다.
설령 오랜 세월이 지났다 해도 저 정도의 기운은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긴 시간이 흘러야 저렇게 강한 기운을 모을 수 있단 말인가?!
* * *
이십구 천지종횡대진 속.
백만 운수대군이 무차별 공격을 가하면서 경금종 부하들도 꼬리를 내렸다.
그사이 고해와 황보조가는 검치호가 살고 있던 산골짜기에서 황금빛 물결이 출렁이는 저수지를 발견했다.
황보조가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게 바로 경금신수야. 굳이 내가 직접 손보지 않아도 경금신수로 수요들의 단전을 회복할 수 있네. 그리고 수요들을 더욱 빠르게 성장하게 만들기도 하지.”
고해는 손을 뻗어 경금신수를 끌어 담았다.
저 멀리에서 구진의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주인님! 검치호의 금신이 나온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구진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검치호는 산에 박혀 있었는데, 그 검치호의 미심에서 황금색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녹석신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역시…… 금신은 이미 죽었구나.”
그 순간 검치호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정신이 나간 듯 두 눈만 껌벅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구진을 발견한 검치호는 겁에 바짝 질려 있었다.
구진이 말했다.
“주인님! 제가 구 일 동안 노래만 불러서 이 금신을 불러냈습니다. 저 잘했지요?!”
황보조가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하! 고 선생이 구진을 시켜 노래를 부르게 하다니. 정말 신의 한 수였습니다. 아무리 강한 의경을 가졌다고 할지라도 구진의 노래에는 굴복해야지요. 하하하!”
일전에 황보조가는 너무 궁금한 나머지 구진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구진이 노래 한 곡을 불렀을 뿐인데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다시 들으라고 하면 차라리 심심산골로 도망가고 싶을 만큼 듣기 싫은 노래였다.
이런 구진의 노래를, 그것도 구 일 동안이나 들었으니 검치호가 제정신이 아닌 것도 이해가 되었다.
옆에 있던 녹석신이 말했다.
“고 선생, 제가 도와드리지요.”
고해는 그의 도움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감사합니다.”
녹석신은 양손으로 검치호의 몸을 내려쳤다.
순간 토신의 힘이 금신을 끌어내더니, 곧바로 고해의 몸속으로 넣어줬다.
위이잉!
금신이 곧바로 고해의 폐로 들어갔다.
고해의 폐는 순식간에 황금색으로 변해서 남색의 신장, 녹색의 간과 의기가 상통했다.
폐로 들어간 금신은 폐의 구멍에 충격을 주었다.
쿵!
거대한 굉음과 함께 폐의 구멍이 활짝 열렸다.
푸헉!
너무나 큰 충격으로 인해 고해가 피를 토해냈다.
녹석신이 무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고 선생. 저도 손에 익숙하지 않아서요.”
녹석신의 신은 현무의 신보다 약했다. 당초 목신이 고해를 도와 구멍을 열어줬기 때문에 고해는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고해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괜찮습니다. 곧 괜찮아질 겁니다.”
곧 고해의 몸에서 금빛 찬란한 공간이 나타났다.
“아! 폐의 구멍이 열렸구나. 금단경 제육단계에 도달했어.”
한 가닥의 금계(金系) 진원이 폐의 구멍에서 감돌고 있었다. 그러나 신장과 간의 기운보다는 적었다.
후우웅!
고해가 두 눈을 뜨자 온몸에서 냉랭한 기류가 밖으로 흘러나왔다.
금신을 잃은 검치호는 축 늘어지더니 곧바로 숨이 끊겼다.
쿠구궁!
그 순간, 하늘에 있던 경금종의 기운이 고해의 기운에 감응한 듯 곧장 고해를 향해 날아왔다.
황보조가가 그걸 보고 말했다.
“금신이 경금종 기운을 짓누르고 있었는데, 금신을 얻으니 경금종 기운도 전부 날아가는구나!”
경금종 기운이 날아들자, 고해는 천진신새를 꺼내 들었다.
우으르릉!
천진신새에서 대지용맥이 포효했다.
쿠르르르릉!
천진신새가 경금종의 기운을 흡수하더니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그렇게 천진신새에서 재탄생한 기운이 다시 용솟음쳐 나왔다. 이제는 경금종의 기운이 아니라 대한황조의 기운이 된 상태였다.
순간 이십구 천지종횡대진에서 기운들이 용솟음쳐 솟구치더니 곧장 대한황조를 향해 날아갔다.
대한황조는 순식간에 경금종의 기운 육 할을 거두어들였다.
남은 사 할 중 일부는 사라졌고, 일부는 응결되어 흩어지지 않았다.
고해는 천진신새를 손에 들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황보조가가 말했다.
“아직 경금종 종주의 목숨과 연결된 기운들이 있네. 경금종 종주를 죽여야만 나머지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거야.”
고해는 머리를 끄덕였다. 비록 육 할밖에 얻지 못했으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때 신록황조의 장수 하나가 비주를 타고 오며 말했다.
“폐하! 경금종의 영석을 전부 모았습니다! 상품 영석이 팔억 개 정도 됩니다!”
녹석신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팔억 개밖에 없다고? 그럼 우리 신록황조보다 더 적잖아?”
고해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대부분은 여양왕이 가져갔을 겁니다.”
황보조가도 동의하듯 머리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때, 신록황조의 장수 하나가 달려오며 외쳤다.
“폐하! 폐하…!”
황보조가는 그 목소리를 들고 고개를 돌렸.
“무슨 일이냐?”
“폐하께서 직접 보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황보조가와 고해는 신록황조의 장수들과 함께 한 산골짜기로 향했다.
산골짜기 안쪽의 분지에는 화려한 건물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마당에는 포로로 잡힌 경금종 부하들이 능력을 봉인 당한 채 묶여 있었다.
부하들이 황보조가와 고해 일행을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건물 안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감옥이 있었고, 그 감옥 안에는 야수가 아니라 절세 미녀들이 갇혀 있었다.
한눈에 봐도 천 명이 넘을 듯했다.
어떤 사람들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있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있었으며, 또 어떤 이는 목에 목줄을 두르고 있었는데, 몸에는 채찍을 맞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천 명이 넘는 절세 미녀들이 모두 피범벅이 된 채 죽어 있었다.
황보조가가 경금종 부하들을 보며 물었다.
“어찌 된 일이냐?”
한 경금종 부하가 황급히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
“이 여인들은 이곳저곳에서 데리고 온 절세 미녀들로, 종주님과 장로님들이 장난감처럼 취급했습니다.”
황보조가가 분노해서 다그쳤다.
“사람을 장난감 취급해? 경금종 종주라는 자, 정말로 악독한 사람이구나!”
녹석신이 누굴 봤는지 화들짝 놀라서 말했다.
“폐, 폐하! 저 사람은 우리 신록성의 절세 미녀인 모란선자인 것 같습니다!”
황보조가는 눈을 치켜뜨고 이를 갈았다.
“이 죽일 놈들! 이 많은 여인들을 전부 죽이다니! 그것도 우리가 대진을 깨는 사이에 전부 죽여?!”
경금종 부하들이 겁에 질려서 말했다.
“저, 저희는 폐하께서 격노하실까 봐…… 그래서…….”
옆에 있던 다른 부하가 말했다.
“폐하! 이놈들은 이 산골짜기 전체를 불태우려고 했습니다!”
“뭐야?”
하지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신록황조의 한 장수가 한쪽에서 뛰어나오며 소리쳤다.
“폐, 폐하! 이것 좀 보십시오!”
황보조가와 고해가 빠르게 그곳으로 뛰어갔다.
곧 커다란 주방이 눈에 들어왔다.
주방에는 미녀들의 시체가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머리가 사라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
주방의 한쪽에는 이상하게 생긴 탁자 열댓 개가 있었는데, 그걸 본 고해는 화들짝 놀랐다.
예전에 지구에 있을 때 본 적이 있었다.
살아 있는 원숭이를 탁자에 눕힌 다음 머리를 깨고 기름을 부으면 살아 있는 원숭이가 비명을 질렀었다.
그러면 사람들은 곧바로 그 원숭이의 뇌를 퍼먹었다.
다만, 눈앞에 있는 것은 원숭이의 뇌가 아니라 절세 미녀들의 뇌였다.
미녀들의 머리는 뻥 뚫려 있었고, 머릿속은 텅텅 비어 있었다.
“이 악독한 놈들!”
황보조가는 눈이 돌아버릴 정도로 분노했다.
경금종의 부하들은 겁에 질려서 벌벌 떨었다.
“저, 저희가 먹은 것이 아닙니다! 종주님과 장로님들이…….”
장난감처럼 굴린 것으로도 모자라서 그 여인들의 뇌를 먹다니!
황보조가는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불태워 증거를 없애려고 했던 것인가?
분노한 홍보조가가 수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놈들을 전부 죽여버려라!”
경금종 부하들이 겁에 질려 소리쳤다.
“사, 살려주십시오! 저희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때 고해가 황보조가를 보며 말했다.
“황보 선생, 감정을 가라앉히시고 이성적으로 생각하십시오.”
황보조가는 그의 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라? 이성? 지금 저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하지만 고해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말했다.
“이들을 지금 죽인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곳을 천하에 알려야지요. 누가 이곳에서 저런 악독한 짓을 했는지 천하에 알려야 합니다. 이곳의 사실을 알게 되면, 성지의 성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또 여양왕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지는군요.”
황보조가는 숨을 깊이 들이쉬면서 분노를 참았다. 그런 후 경금종 부하들을 노려보았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
바로 그때,
쿠궁!
굉음과 함께 대진이 휘청거렸다.
고해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경금종 종주가 온 것 같습니다.”
* * *
이십구 천지종횡대진 바깥.
기운이 동북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본 경금종 종주가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
“황보조가, 우리 검치호를 죽이고 경금종의 기운을 빼앗겠다는 거냐? 네놈이 감히……!”
경금종 중주가 분노하고 있을 때 저 멀리에서 강력한 기운이 몰려왔다.
쿠르릉!
강력한 기운에 주변에 있던 병사들도 휘청거렸다.
바로 용태자 오순이 나타난 것이다.
오순이 냉랭하게 소리쳤다.
“폐하께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고 하시며 저를 보내셨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기운이 왜 다 사라진 것인지요?”
말을 마친 오순은 싸늘한 눈빛으로 대진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