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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패왕-237화 (237/243)

237화. 속고 속이고

* * *

버섯구름 밑.

구진이 연기 속에서 기침을 해대며 말했다.

“콜록콜록! 주인님, 연기가 너무 많습니다. 독고구패가 터져버렸어요. 숨 막혀 죽을 것 같아요.”

고해는 경금전 앞에 떨어졌다.

고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 마지막 순간에야 겨우 오순이 도망쳤네.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녹석신이 망연하게 말했다.

“상품 영석 이십억 개. 한 나라의 국고를 이렇게 탕진하다니.”

녹석신뿐만 아니라 황급히 도망칠 준비를 하던 경금종 부하들이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한 경금종 부하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독고구패가 터져버렸다고?”

경금종 종주는 굳은 표정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런… 젠장! 우리가 속았어!”

초신이 눈을 껌벅였다.

“예?”

경금종 종주가 분노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대진이라면 수많은 영석을 썼을 거야. 그리고 독고구패까지 불러냈으니 영석은 턱없이 부족했겠지.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대진이 알아서 깨졌을 텐데, 우리가 그걸 놓쳤어!”

경금종 부하들이 굳은 표정으로 오순이 도망친 방향을 바라보았다.

오순은 빠르게 도망쳐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가장 강력한 개천궁 강자가 겁을 먹고 도망치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었다.

경금종 종주가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

“고해가 수작을 부렸던 거였어! 여봐라!”

주변의 부하들이 대답했다.

“예!”

“저놈들을 잡아라! 한 명도 살려두지 마라!”

“예!!”

한편, 고해가 낮은 소리로 구진을 불렀다.

“구진.”

“네, 주인님.”

“십면매복으로 연주해라.”

“네? 네. 주인님. 제 노래를 살짝 붙여도 됩니까? 저도 새로운 전투곡을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당황해 하는 표정으로 구진을 바라보았다.

고해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그럼 아군들은 들을 수 없도록 해라.”

허락이 떨어지자, 구진이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요! 여러분께 음파 장벽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고해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조심하고.”

“네, 주인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해가 이번에는 황보조가를 불렀다.

“황보 선생.”

황보조가가 웃으면서 말했다.

“오순까지 도망쳤는데 뭐가 겁나겠나? 경금종에 강자들이 있지만, 우리 신록황조에도 강자는 많다네. 하하하. 경금종 종주는 내가 맡지.”

하지만 그때,

“저놈들을 죽여라!”

백만 대군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딩딩딩딩!

구진은 허공에서 십면매복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경금종 종주가 큰 소리로 외쳤다.

“경금종의 부하들아! 황보조가와 고해의 목을 베라!”

초신이 노성을 내질렀다.

“종주님, 고해는 제가 맡겠습니다! 고해는 한주먹거리에 불과합니다!”

한 무리의 경금종 부하들이 그를 따라서 고해 일행을 공격했다.

황보조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나를 따르라!”

신록황조의 고수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예!”

황보조가는 곧바로 경금종 종주를 향해 달려갔다.

쿠구궁!

둘은 칼을 들고 공중에서 맞섰다.

녹석신도 괴성을 지르며 백 장 크기의 석두인으로 변하더니 경금종 장로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과광!

경금종 장로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으나 녹석신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콰광!

석두인이 주먹으로 장로의 몸을 가격하니 장로가 피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푸헉!”

“크아악!”

신록황조와 경금종의 절대 강자들이 서로 맞붙으니 칼끝에서 불빛이 번쩍였다.

사방에서 뿌연 먼지와 연기가 피어올랐다.

딩딩딩딩딩.

십면매복 연주를 따라 청색 옷을 입은 대군이 나타나더니 곧장 백만 대군을 향해 달려갔다.

한편, 고해는 뒤로 한발 물러서서 전쟁이 벌어진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때 고해의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흥! 고 타주! 도망가려고?”

초신이었다. 초신은 칼로 고해의 등을 베었다.

순간 고해의 등에서 커다란 뼈로 만들어진 날개가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저 멀리 날아갔다.

초신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뭐, 뭐야?”

고해는 먼지 속으로 뛰어들었다. 초신은 고해의 뒤를 쫓았다.

먼지 속에서 고해는 한 손에 혈도를, 다른 한 손에는 골도를 들고 싸늘한 눈빛으로 초신을 응시했다.

고해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초 타주,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초신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뭐?”

“초 타주도 용효월의 죽음에 책임이 있지? 용효월이 그렇게 믿었었는데 여양왕의 편에 서다니. 그리고 용완청의 부하라는 사람이 그 이름을 빌려 정화 산골짜기에 들어가서 정화 파파를 죽음으로 내몰고, 결국은 용완청을 위험에 빠뜨렸지.”

초신은 괴성을 지으려 곧장 고해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시대에선 승자가 왕이고, 패자는 도적이 될 뿐이다! 고해. 넌 내 상대가 되지 않아! 저번에 너를 죽이지 못한 것이 한이었으니, 이번에는 너를 죽이고 나도 공을 세워야겠다!”

퍼벙!

수백 자루 검의 기운이 고해를 향해 날아왔다.

고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고해의 몸에서 갑옷과 같은 것이 나타나더니 초신의 칼을 맞받아쳤다.

떠덩!

고해는 혈도를 든 채 초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초신은 칼로 고해의 혈도를 막으며 뒤로 물러섰다.

초신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뭐, 뭐야? 능력이 강해진 건가? 그 날개는 무엇이며, 또 그 갑옷은 뭐지?”

고해는 대꾸하지 않고 쌍도를 휘둘렀다.

초신 역시 일품당에서 내로라하는 고수였기에 어렵지 않게 고해의 쌍도를 막았다.

떠더더더덩!

고해가 쌍도를 휘두르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고해의 쌍도에 눌린 초신은 점점 더 뒤로 밀려났다.

“으아아아!”

초신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고해도 물러서지 않고 골도로 초신을 찔렀다.

휘이잉!

초신의 칼이 빗나갔다. 고해의 얼굴에서 따당! 하며 기이한 소리가 났다.

고해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흥! 내 눈을 찌르려고?”

“갑옷으로 전신을 무장했어도 아직 눈이 남아 있지. 눈만 찌르면 넌 끝이야!”

그런데 고해의 골도도 초신의 왼쪽 팔을 살짝 벤 상태였다.

그리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초신이 다시 달려들려고 할 때 그의 왼팔에서 검은 기운이 나타났다.

사각사각사각.

검은 기운에서 나타난 수많은 해골이 초신의 살과 피를 긁어먹기 시작했다.

초신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 이건 뭐지?”

“깨버려!”

초신은 해골을 물리치려고 왼쪽 팔에 모든 힘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그가 힘을 쓰면 쓸수록 검은 기운은 점점 더 빠르게 초신의 살과 피를 긁어먹었다.

초신이 기겁해서 소리쳤다.

“마법의 칼인가? 골도가 마법의 칼이었어?”

서걱!

초신은 칼로 자신의 왼쪽 팔을 잘라버렸다.

왼쪽 팔이 잘리는 순간 해골은 뼈만 남기고 전부 긁어먹었다.

초신이 놀란 표정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골도? 설마 갑옷이 아니라 뼈였어? 뼈로 만든 거야?”

고해는 골도를 대지에 꽂아버리고, 냉랭한 표정으로 초신을 보며 말했다.

“하하하! 아쉽게도 너무 늦게 알았군.”

“뭐?”

스스스스.

순간 초신의 가슴과 미간, 그리고 단전에서 뾰족한 골극이 튀어나왔다.

초신이 절망한 듯 말했다.

“이… 이건?”

“골도는 내 뼈를 개조할 수 있는 것 외에 다른 물질도 뼈로 만들 수 있지. 예를 들면 이 돌처럼.”

순간 초신의 등 뒤에 있는 땅이 오싹한 하얀색으로 변해버렸고, 초신이 기대고 있던 돌덩어리도 뼈로 변해버렸다. 그 돌덩어리에서 갑자기 골극 세 개가 나타나더니 곧바로 초신을 찔러버렸다.

“크억!”

비명을 지른 초신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죽음을 앞둔 초신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절망, 그리고 불신이 섞여 있었다.

사각사각사각.

검은 기운이 나타나서 초신의 살과 피를 전부 긁어먹었다.

쨍그랑.

일품당 금타주의 영패가 땅에 떨어졌다.

고해는 땅에서 골도를 빼냈다. 하얀색으로 변해버렸던 주변이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초신만 뼈로 남아 있었다.

고해는 혈도와 골도를 몸에 넣고는 금타주의 영패를 주웠다.

그러고는 옷을 갈아입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원래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다만 초신만 없어졌을 뿐이었다.

“죽어라!”

“아악! 안 돼!”

저 멀리에서 황보조가의 분노에 찬 목소리와 경금종 종주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경금종 종주의 머리가 잘려 날아갔다.

황보조가의 몸도 피범벅이었지만, 결국은 그가 경금종 종주를 이긴 것이다.

그는 날아가는 경금종 종주의 머리를 향해 다시 칼을 휘둘렀다.

후우웅!

퍽!

경금종 종주의 머리가 터져버렸다.

하늘에 남아 있던 나머지 기운들은 곧바로 황보조가를 향해 날아왔다.

“종주님이 죽었어! 종주님이….”

“종주님!”

“얼른 도망쳐! 얼른!”

남아 있던 경금종 부하들은 겁에 질려 도망쳤다.

“죽여버려!”

녹석신도 있는 힘을 다해 경금종의 비주를 내리쳤다. 비주에서 떨어진 부하들은 허둥지둥 사방으로 도망쳤다.

황보조가가 수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쫓아가지 마라!”

고해도 구진의 연주를 중단시켰다.

“구진, 그만해!”

“예? 조금 전에 십면매복 연주를 마쳤습니다. 아직 노래는 부르지도 않았습니다.”

거문고 소리가 끊기자 백만 대군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아연실색했다.

경금종 종주도 죽었고 기운도 흩어진 상태였다.

계속 싸워야 해? 어떻게 해야지?

황보조가가 당황한 백만 대군을 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경금종에 충성했었다. 그런데 경금종은 너희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궁금하지 않느냐? 저 산골짜기에 가서 직접 보거라!”

경금종의 부하들 중 일부가 머뭇거리면서도 사람의 뇌를 먹던 산골짜기로 향했다.

산골짜기에 들어선 이들은 소름이 끼쳤다.

그곳은 인세가 아닌 지옥이었다.

* * *

은월성. ‘이 거리 제일 금루’에서 한 경매사가 소리 높이 외쳤다.

“다음은 운묵대사님께서 직접 용 뼈로 만든 거문고입니다! 이 거문고의 가치는 직접 판단하십시오. 그럼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경매 시작가는 상품 영석 백 개입니다.”

“상품 영석 백 개요.”

“이백 개요.”

“나는 이백오십 개를 내겠소!”

.

.

“상품 영석 팔백 개!”

경매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더 없습니까? 없습니까? 예! 축하드립니다. 상품 영석 팔백 개로 낙찰받으셨습니다!”

한 누각에서 사마장공과 상관흔이 앉아 경매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상관흔이 깍듯하게 말했다.

“사마 어르신, 정말 감사합니다. 폐하를 대신하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사마장공이 경매 현장을 보며 말했다.

“손만 들고 경매가를 올린 것뿐이네. 요즘 고 선생이 계속해서 용의 뼈를 경매에 내놓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상관흔은 고개만 저을 뿐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았다.

“폐하께서 지시하신 일이니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사마장공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 용의 뼈들은 전부 은월해에서 잡은 용들이 아닌가? 한때 여양왕의 부하였던 용들의 뼈로 악기를 만든다? 이건 여양왕을 모욕하는 일이 아닐 수 없네. 고해가 일부러 용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건가? 고해가 막을 수 있겠어? 고해는 피할 수 있다고 쳐도 대한황조는 어떡하나? 대한황조는 막기 힘들 것 같은데?”

상관흔은 계속해서 고개를 저었다.

“폐하께서 생각이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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