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240화 (240/243)

240화. 구오도에 모여들다

* * *

은월성. 성 주부(主府).

한 장군이 사마장공을 보며 공손하게 말했다.

“어르신, 신무왕께서 지금 곧바로 전선에 나가 여양왕과의 전투 준비를 하라고 하십니다.”

사마장공은 동북쪽을 바라보며 침묵했다.

장군이 다시 그를 불렀다.

“어르신….”

사마장공은 옅은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 말을 건넨 장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십니까?”

사마장공이 웃으면서 말했다.

“전선은 재미없어. 가서 어르신께 알려라. 난 고해가 용을 도살하는 것을 보러 갈 거야.”

장군은 화들짝 놀라서 눈이 커졌다.

“예?”

사마장공이 흥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오순…. 하하하! 그는 과거 용족의 태자였지. 고해는 금단경이고 오순은 개천궁의 강자야. 금단경과 오순이 어떻게 싸울지 궁금해 미치겠어. 하하하. 흥미진진하겠지?”

“그렇지만 신무왕께서 지금 바로……?”

“걱정 마라. 신무왕께서도 너를 나무라지 않을 거야. 금단경이, 그것도 제일 가난한 황조가 용을 도살하는 일이야. 하하하! 지금쯤 오순이 용족 부대를 이끌고 출발했겠군. 이건 반드시 봐야 해! 그댄 그만 가봐라.”

“그, 그렇지만… 그렇지만….”

“내가 조금 전에 한 말을 어르신께 전하면 어르신도 이해하실 거다. 난 지금 바로 구오도에 가야겠다. 하하하. 고해가 어떻게 그를 상대할지 궁금해 죽겠어!”

사마장공은 그 장군을 돌려보낸 후 부하들을 데리고 구오도로 날아갔다.

* * *

대영황조의 영도 서재.

묵객이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용의 뼈로 만든 악기? 왜 이제야 말하는 건가?!”

한 모사가 씁쓸하게 말했다.

“선생, 저희도 지금 막 들은 소식입니다. 고해가 이런 허점을 파고들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묵객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허점? 하, 자네 눈에는 이게 허점으로 보이는가? 고해는 미리 계획하고 있었던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이 상황에 이런 일이 발생할 수는 없네.”

“네? 설마요? 고해가 그 정도로….”

“황보조가가 보낸 첩자가 몰래 료아를 만나서 료아의 복수심을 불러일으켰고, 또 고해에 대한 황태손의 원한을 이용하여 용들이 제 발로 성문을 나가도록 만들었어. 이 모든 건 오순이 용족을 이끌고 구오도로 오게 하기 위한 계책이란 말일세.”

모사들은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서, 설마요?”

그때 여양왕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럼 오순이 위험하다는 건가?”

묵객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더 중요한 건, 폐하께서 지금 용신무와의 전쟁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오순이 떠난 지 벌써 사흘이나 지났습니다.”

여양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고해….”

한 모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묵 선생, 고해가 구오도에서 매복하고 있을 거란 말씀입니까? 설령 그렇다 해도 오순 태자의 실력은 굉장히 강력합니다. 데리고 간 용족 부하들도 엄청난 실력을 지니고 있고요. 고해가 무슨 수로 그들을 막는단 말입니까?”

묵객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이번에는 다른 모사가 물었다.

“설마 대건 성왕이 절대 강자를 보낸 건 아니겠죠?”

만약 대건 성왕이 절대 강자들을 보냈다면 오순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하지만 묵객은 고개를 저었다.

“대건천조의 사람은 아닐 거야.”

“네? 왜죠?”

“대건성왕이 직접 나서지 않고 용신무를 시켰다는 건 전력을 다해 어르신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네.”

여양왕이 이마를 꿈틀거리며 말했다.

“성왕이 그렇게 착한 사람일 거라 보나?”

“성왕도 자신의 품위를 지켜야지요. 최소한 대놓고 공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폐하께서도 과거 대한천조의 일등 공신 아니셨습니까? 폐하께서 반란을 저질렀어도 성왕은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여양왕은 묵객의 말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흥! 품위는 무슨…….”

한 모사가 걱정하며 말했다.

“그럼 이제 어떡합니까?”

* * *

천도해의 구오도.

백운호는 충천전 광장에서 멈춰 섰다.

고진과 문무백관들이 절을 하며 외쳤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고진과 문무백관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폐하께서 반년 만에 돌아오셨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에 있으랴.

고해는 비주에 서서 충천전 하늘에 떠 있는 기운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옆에 있던 구진은 신기한 듯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다.

고해가 덤덤하게 말했다.

“일어나거라.”

문부백관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폐하!”

고해가 명령을 내렸다.

“진천산, 비주에 있는 영석과 전적(典籍)들을 옮기거라.”

진천산이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폐하!”

“고선지, 구진을 데리고 구경 좀 시키거라.”

“예, 폐하!”

구진은 흥분한 표정으로 고선지에게 달려갔다.

“하하하. 주인님께서 나중에 고선지를 데리고 신주에 간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구경 좀 시켜주세요. 하하. 제가 노래도 불러드릴게요.”

고선지가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소.”

비주에서 내린 고해는 신하들 앞에 섰다.

“오늘은 피곤하니 각자 돌아가서 쉬고, 내일 아침 조당에서 만나세.”

신하들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예, 폐하.”

고해는 고진과 함께 황실 내부에 있는 구름 대진으로 향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진이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황. 부황의 예견이 정확했습니다. 어제 한 무리의 거룡, 패하, 교룡, 그리고 귀공자가 쳐들어왔습니다. 제가 무신 선생한테 알렸고, 대진을 하나 배치하여 그놈들을 잡았지요. 그중 외눈박이 용이 도망치려는 걸 무신 선생과 저의 대진이 힘을 합쳐 겨우 잡았습니다. 놈들이 워낙 강해서 하마터면 놓칠 뻔했습니다만, 다행히 놓치지는 않았습니다.”

고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외눈박이? 그건 료아야. 그리고 귀공자는 여안일 거다.”

“네? 여양왕의 적손 말씀하시는 겁니까?”

“내가 조금 늦었구나. 며칠 후에는 오순이 오겠어.”

“오순이 온다고요?”

“그래. 목신풍은 돌아왔느냐?”

“사흘 전에 도착하셔서 제가 모셨습니다. 그리고 한 무리의 수요도 같이 왔습니다.”

“목신풍이 왔구나! 그 말은 곧 일이 잘 해결됐다는 말인데…. 하하하. 그럼 이제 오순만 오면 되겠구나.”

고해 일행은 황궁 안에 있는 구름 대진으로 들어갔다. 대진에는 음파 장벽 효과가 있어 밖에서는 내부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내부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흥! 폐하께서 우리를 구해주실 거다! 무신. 네가 감히 우리를 해치려고 해? 태자만 오면 너희들은 끝장이다!”

쇠사슬에 꽉 묶인 백 마리의 교룡, 패하, 열 마리의 거룡, 료아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울부짖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능력이 봉인된 여안이 겁에 질린 채 돌기둥에 묶여 있었고, 주변을 대한황조의 호위병들이 지키고 있었다.

패하와 교룡을 본 호위병들도 등골이 오싹하긴 마찬가지였다. 대한황조가 이렇게 많은 용과 패하를 잡다니.

그때 고해 일행이 대진에 들어섰다.

료아가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고해?!”

몽태는 고해를 보더니 눈이 번쩍거렸다.

“신하 몽태. 폐하께 인사 올립니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한 무리의 호위병들도 일제히 부복했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고해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무신을 보며 웃었다.

“무신 선생, 고생 많으십니다.”

무신은 현무족의 장로였다. 과거 상관흔한테 굴복당하며 현무족을 데리고 구오도 근처로 거처를 옮긴 상태였다.

무신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고 선생. 드디어 오셨군요. 제힘으로는 기껏해야 료아나 붙잡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을 들으니 오순도 온다고요? 저는 오순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그를 어떻게 상대하실 생각이십니까?”

고해가 웃으면서 말했다.

“저한테 다 방법이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무신은 망연하게 고해를 바라보았다.

“오순의 실력을 아십니까?”

“무신 선생,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닙니다. 제가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고해와 고진은 천천히 제압당해 있는 거대한 용과 아룡의 앞으로 다가갔다.

고해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백 마리의 교룡, 백 마리의 패하, 열 마리의 거대한 용, 그리고 료아까지. 아, 맞아. 여 공자도 있지. 허, 정말로 또 만났군.”

여안이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고해, 무슨 꿍꿍이냐? 나의 조부님은 대영황조의 폐하이시다! 이거 당장 풀어라!”

고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안, 넌 내가 여양왕을 두려워하는 걸로 보이느냐?”

여안은 안색이 굳어졌다. 여안은 고해가 조부님의 수많은 계획을 망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해가 박장대소하며 말을 이어갔다.

“대영황조? 하하하! 대건 성왕이, 너의 조부가 반역을 저지르고 나라를 세우길 바랐다는 사실은 알고 있느냐? 하하하!”

“뭐, 뭐라고? 대건 성왕이 조부님께서 반역하기를 바랐다고? 왜?”

“반역이라도 해야 네 조부를 죽일 핑계가 생기지 않겠느냐? 이제 영주를 회수할 때가 됐으니 말이야.”

여안은 흠칫했다.

“뭔 뜻이냐? 그럼 대건 성왕이 이미…….”

“하하하! 내가 널 살려두면 대영황조가 곧바로 달려오겠지? 그럼 네 조부가 제일 신임하는 사람이 신무왕과 함께 안팎에서 서로 호응하여 영주를 정복할 거다. 그때 가서 너 따위가 어떤 세력에 의존할 수 있을까? 하하하하.”

순간, 여안의 눈빛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조부님 신변에 첩자가 있단 말이냐? 가장 믿었던 사람?”

“흥, 너희들이 도착하자마자 우리에게 당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

여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럼 첩자의 짓이란 말이냐? 첩자가 너한테 소식을 전한 거라고?”

그때 료아가 울부짖으며 말했다.

“황태손, 고해를 믿지 마시오! 지금 속고 계신 겁니다. 곧 폐하께서 저희를 구하러 사람을 보낼 것이고, 태자님도 저희를 구하러 올 것입니다!”

여안은 흠칫했다. 그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때, 고해가 고개를 돌려 한 무리의 용들을 보며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

“태자? 오순이 용태자야? 그건 과거 얘기고, 오늘날의 태자는 바로 오승이다. 아직도 오순이 구하러 오길 바라는 거야? 하하하하, 아쉽지만, 료아야, 너의 실력을 너무 믿지는 마라. 한 무리의 거대한 용과 아룡만으로 나의 대한을 전멸시킬 수 있다고?”

료아가 살벌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흥! 고해! 너무 잘난 척하지 마라! 너도 곧 울게 될 날이 올 거다!”

고해가 싸늘하게 료아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한 무리의 용들에게로 돌렸다.

“나도 더 이상 너희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다. 딱 한 번 기회를 주마. 나한테 복종해라. 아니면 죽을 것이니.”

한 무리의 용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고해를 바라보았다.

“뭐?”

료아가 비아냥거리며 크게 소리쳤다.

“하하하하하! 말도 안 되는 소리! 복종? 우리가 너에게 복종을 해? 고해야, 꿈 깨라! 죽으면 죽었지 너 따위에게 복종하지는 않을 것이니!”

“좋아, 네가 싫다면 할 수 없지. 몽태, 이놈을 당장 죽여라!”

몽태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대답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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