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불멸의 패왕-241화 (241/243)

241화

료아가 겁먹은 표정으로 몽태를 보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뭐, 뭐 하는 짓이야!”

한편, 몽태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몽태는 원영경 이단계 실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료아 같은 경우에는 원영경 오단계를 뛰어넘는 실력자였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료아가 묶여 있는 탓에 움직일 수 없는 틈을 타 몽태는 이를 악물고 장검을 휘둘렀다.

쩌적!

순간, 그는 장검 한 방으로 료아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머리가 떨어진 곳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몽태의 얼굴에도 피가 마구 튀었다.

몽태는 흠칫했다.

‘내가 원영경 오단계의 용족을 죽였다고?’

예전 같았으면 료아를 마주치는 순간 도망치기 바빴을 것이다. 그런 료아를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다니?

놀라운 심정을 가라앉힌 몽태의 눈빛에서 흥분이 차올랐다.

이런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때, 료아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너, 네가 감히 나를 죽여?”

퍽!

몽태의 칼날이 다시금 그의 머릿속을 가로질러 료아의 생명줄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끄으으으어어….”

대진 속에서 싸늘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무리의 용과 아룡들은 두려움에 떨며 고해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제야 현실을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고해는 죽이고 싶은 사람은 망설임 없이 죽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여안도 머리가 멍해졌다.

료아는 오순이 가장 신임하는 장군 아닌가. 그런데 진짜로 죽이다니!

그때 고해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료아의 성격 하나는 참 마음에 드네. 권위를 지키고 죽어도 굴복하지 않는다? 좋아, 그럼 또 누가 료아를 따라갈 텐가?”

대진 속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아무리 거대한 용과 아룡이라도 더 이상 고해와 맞서지 않았다.

고해가 무신을 향해 말했다.

“무신 선생, 저들의 수련을 전부 봉쇄해 주시오. 그럼 자물쇠는 잠시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무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좋겠습니다.”

무신은 주문을 걸어 한 무리 용들에게 봉인을 걸었고, 동시에 상처를 회복할 수 있게 자물쇠를 풀어주었다. 하지만 아무도 난동을 피우지 않았다.

몽태는 한 무리의 용들을 지키고 있었고, 고해와 고진, 그리고 무신은 대진을 떠날 준비를 했다.

고진이 걸어가며 물었다.

“아버님, 묵 선생을 믿어도 됩니까? 진짜로 오순이 곧 용들을 거느리고 올까요?”

고해가 나직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묵 선생이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야. 그가 이런 작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 같아? 우리는 협조만 잘해주면 돼.”

“알겠습니다.”

세 사람은 나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대진 속을 벗어났다.

묶여 있던 여안은 안색이 굳어졌다.

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묵 선생이? 어떻게 이럴 수가. 묵 선생이 첩자라고? 그는 조부님이 가장 신임하는 사람이고, 조부님을 도와 큰 업적을 일으킨 사람 아니던가.’

그는 온몸이 오싹해졌다.

‘으으으으. 아니지. 대건 성왕은 조부님이 반역하기를 원했으니 사람을 파견하여 조부님이 반역을 저지르도록 유도했던 걸 수도 있어. 그리고 은월성에서 내가 고해와 대치할 때도 묵 선생은 고해의 편을 들어주었어. 어떻게 그가 낯선 사람의 편을 들 수가 있지? 그렇다면…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해.”

* * *

대진 밖으로 나온 무신이 고해를 바라보며 말했다.

“폐하, 오순의 실력은 제가 잘 압니다. 예전에 멀리서 지켜봤었는데 저도 그의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데, 대체 대한황조는 어떻게 그를 상대하려는 것입니까?”

“무신 선생, 걱정하지 마십시오. 상황이 닥치면 선생이 직접 오순을 상대 안 하셔도 됩니다. 저한테 방법이 있어요. 선생은 잠깐 협조만 해주시면 됩니다.”

무신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예?”

말하던 사이, 세 사람은 또 다른 안개 대진에 도착했다.

무신의 마음속에는 온통 의혹만 쌓였다. 그래도 고해를 따라갔다. 그는 고해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대진 속에는 거대한 산골짜기가 있었고, 그곳에는 수많은 수요와 목신풍이 거주하고 있었다.

수요들이 기쁘게 고해를 맞이했다.

“주인님, 주인님이 오셨어!”

수요들은 공경하게 인사를 올렸다.

“주인님께 인사 올립니다!”

목신풍도 다가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고해가 웃으며 말했다.

“목 타주님, 수고하셨습니다.”

“미안하네. 고 타주. 내가….”

고해는 미소를 지으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심지어 손에서 몇십 개의 거대한 옥상자를 꺼내 들었다.

고해가 수요들을 향해 말했다.

“이것은 경금신수(庚金神水)다. 일단 단전부터 회복시켜라.”

수요들이 기뻐하며 대답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

“예, 주인님!”

예전에 황보조가가 알려준 방식대로 수요들은 신속하게 경금신수를 단전에 주입시켰다.

수요들의 신체에서 초록빛이 뿜어져 나왔고, 생기를 내며 단전을 향해 달려갔다.

“내 단전이 회복되고 있어!”

“나도 그래! 너무 포근한 느낌이 들어. 따뜻해.”

“나도 너무 포근해. 조금만 더 했으면 좋겠어.”

수요들이 너도나도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해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아끼지 말고 전부 써버려라. 단전을 회복하고 남은 경금신수로 수련한 기운을 회복시켜.”

“예! 주인님, 감사합니다!”

“주인님, 저는 회복이 끝났습니다. 저의 단전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단전을 회복한 자는 다른 수요들을 도와라.”

수요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예!”

고해와 고진, 무신, 목신풍은 대전을 향해 걸어갔다.

목신풍이 말했다.

“고 타주, 이번에 나한테 시킨 임무는 완성했네. 북해 용궁에 가서 용태자 오승을 만났고 편지를 전했네. 그리고 용태자도 편지를 읽었네.”

무신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네? 용태자 오승을 찾아갔다고요? 편지를 들고?”

고해가 그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오승이 오순의 용태자의 자리를 빼앗았으니 오순의 움직임에 대해서 무척 민감할 것입니다.”

무신이 그 말을 듣고 무척 기뻐했다.

“오승에게 편지를 썼습니까? 오승을 구오도로 불러들여 오순을 상대한다? 난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지?”

고해가 다시 목신풍에게 물었다.

“그래, 오승이 저의 편지를 보고 뭐라고 하던가요?”

목신풍이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승은 오지 않겠다고 했네.”

무신의 안색이 굳어졌다.

“뭐?”

“오승은 나한테 손님 대접을 해줬네. 그리고 이틀간은 용궁에서 묵게 하더군. 그러다 갑자기 폐관한다고 해서 나도 그냥 돌아왔네.”

무신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오승이 직접 나서서 오순을 상대하지 않으면, 누가 오순을 막습니까?”

고진이 그에 대해 분석했다.

“오승이 오지 않겠다는 것은, 아직 용족 내부의 일부 원로들이 오순을 지지하고 있다는 뜻이죠. 오승은 용족 내부의 안정을 위해 이런 모험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닐까요?”

고해가 웃으며 말했다.

“맞아. 그런 정보를 얻어낸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무신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고해를 바라보았다.

“오승이 오지 않겠다는데도 웃음이 나옵니까?”

“저와 오승은 친하지도 않고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닌데, 왜 저를 도와주겠습니까?”

“그럼 용궁에 간 것이 전부 헛되지 않았습니까?”

“아닙니다. 목신풍이 복해 용궁에 간 목적은 오승의 태도를 관찰하고, 오승의 말투와 언행을 알아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걸 알아본들 무슨 쓸모가 있습니까? 오승 없이 어떻게 오순을 상대하려고 그럽니까?”

“오승이 없다니요?”

“오승은 오지 않는다면서요?”

“맞습니다. 오승은 오지 않지만, 제가 오승을 만들어낼 수는 있습니다.”

“오, 오승을 만들어요?”

무신은 망연하게 고해를 바라보았다.

오승이 무슨 함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지점토인 줄 알아?

* * *

사마장공은 부하를 거느리고 조용히 구오도에 도착했다. 심지어 순조롭게 황가도박장의 휴양지에 입주하기도 했다.

사마장공은 부하를 거느리고 모든 도박에 참여했는데, 끝나고 난 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복권? 경마? 역시 새롭구나. 황가도박장은 확실히 영업이 번창할 수밖에 없는 곳이야.”

거처에서도 사마장공은 발 안마부터 시작하여 온천, 발가락 손질, 안마, 괄사 등 모든 항목을 체험해 보았다.

사마장공은 부하들을 나무랐다.

“황가도박장의 특별한 경영방식에 대해 왜 아무도 보고하지 않았느냐?”

부하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르신, 저희가 무슨 시간이 있어 와봤겠습니까?”

사마장공도 그 말에는 할 말이 없었다.

“알았다. 어제 고해도 도착했고, 오순이 오기까지 얼마 안 남았다. 요즘 밖에서 소식을 염탐하면서 뭐라도 건졌느냐?”

부하들이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아니요.”

“없다고?”

“네, 그렇습니다. 아 참. 한 가지 소식이 있긴 한데….”

“응?”

부하가 이어서 말했다.

“구오도 주변 해변가의 석재공장과 목공장에서 밤낮을 다투며 ’용‘을 조각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사마장공이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용을 조각한다고?”

“그렇습니다. 수많은 석룡을 조각했는데, 조각은 정밀하지 않았고 대충 윤곽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완성된 조각은 곧바로 바다에 던져버렸습니다.”

사마장공은 인상을 쓰며 생각에 잠겼다.

“석룡이라고?”

* * *

대한황궁의 대진 속.

고선지가 구진을 데리고 다시금 찾아왔다. 구진와 함께 온 고선지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구진은 흥분하며 말했다.

“고 어르신, 역시 예술을 아시는군요. 두 곡씩이나 들으시다니. 주인님이 저를 부르시니 더는 부르지 않겠습니다. 나중에 또 들려드리지요.”

드디어 음악을 아는 사람을 만났다.

고선지가 두 곡씩이나 듣고 박수까지 쳐 주었는데, 너무 감동스러웠다.

반면 고선지는 얼굴이 창백했다. 그때 박수를 쳤던 것은 구진의 도취된 상태를 방해하려던 것이었다. 내버려 뒀다가는 주먹을 휘두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부른다고?

그때 고해가 나서서 말렸다.

“됐다. 구진아, 앞으로는 고선지의 동의 없이 함부로 노래를 부르지 마라.”

구진이 반박했다.

“예? 아니, 고 어르신은 저의 노래를 좋아하십니다.”

고선지는 고해를 바라보며 감격에 찬 표정으로 인사를 올렸다.

“감사합니다, 폐하.”

“…….”

구진은 눈만을 데구르르 굴렸다.

고해는 그를 신경 쓰지 않고 다시 말은 이어갔다.

“목 타주님, 오승의 말투와 말하는 방식을 대충 알겠습니다. 목신풍 님도 금도를 수련했던 분이시니 소리에 엄청 민감하시지요. 오승의 목소리 특징에 관해 구진한테 자세히,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목신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목신풍의 설명을 한참 동안 듣던 구진이 오승의 목소리를 전부 장악했다.

고해가 그에게 말했다.

“구진아, 앞으로 너의 임무는 나의 목소리를 오승의 목소리로 전환하여 확산시키는 것이다.”

구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예. 그 정도는 너무 쉽지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