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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5)화 (15/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5화

두근두근(3)

예쁜이가 새끼를 출산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출산에 많이 힘들어했던 예쁜이는 이제 완벽히 회복했다.

떨어졌던 입맛도 돌아왔고, 움직이는 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많이 먹어. 더 있으니까 부족하면 말하고.”

-부우우우.

아침 일찍 복스럽게 먹는 예쁜이의 모습을 보니, 일주일 동안 짬짬이 좋아하는 먹이를 준비한 보람이 느껴졌다.

“어디 불편한 곳은 없지?”

-부우우. 부우우!

“나? 걱정해 주는 거야? 하하하.”

오히려 나를 걱정해 주는 예쁜이의 모습에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수를 앞에 두고 혼잣말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보는 것과는 다르게 착실한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신뢰 관계가 되고 ‘교감(交感)’ 능력이 향상되면서 약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복잡한 대화는 힘들지만, 말하려는 의도와 느낌은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예쁜이가 나를 걱정하는 이유는.

출산하던 날에 밤샘 기다림 + 생각보다 추웠던 날씨 + 마지막 긴박한 상황 속에 격렬한 움직임.

이 같은 이유로.

다음 날 심한 감기몸살에 걸렸기 때문이다.

평소에 체력이나 건강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날 신체적, 정신적 압박감이 생각보다 나에게 큰 무리로 작용했던 것 같았다.

직접 출산을 했던 예쁜이는 금세 회복했는데, 오히려 내가 컨디션 난조로 고생해야 했다.

그래도 골골대는 와중에 예쁜이의 식사 챙기는 일과 상태를 점검하는 일은 잊지 않고 꾸준히 내가 도맡았고. 예쁜이도 이런 노력을 알기에 이렇게 걱정을 해주는 것 같았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지금은 네 몸 상태랑 아기들 챙길 생각만 해. 알았지?”

-부우우.

나는 웃으면서 기특하게 대답하는 예쁜이를 쓰다듬어주었다.

힘든 출산도 잘 견뎌내 주고 금방 회복해서 나를 걱정하는 모습이 정말 대견해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 새로 태어난 아기 야쿰들도 너무 건강하게…….

-퍽!

“아앗!”

……너무 건강해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아무튼 잘 자라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다리 뒤쪽을 들이박은 범인을 내려봤다.

새하얗고 뽀송뽀송한 아기 털, 아직은 작은 크기의 아기 야쿰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작은뿔! 너 또 위험하게 장난치지?”

-무우. 무우!

큰뿔이를 작게 축소해 놓은 듯한 이 녀석이 삼 남매 중 첫째, 일명 작은뿔이었다. 어찌나 활발한지 축사와 주변을 벌써 평정했다.

문제는 장난기도 그만큼 많아서, 벌써 심심치 않게 사고를 친다는 점이었다.

특히 방금처럼 우다다 달려와 박치기하는 장난을 많이 하는데.

애꿎은 먹이통, 물통을 쏟아버리거나, 다른 야쿰들을 귀찮게 하기도 했다.

엄청난 덩치의 큰뿔이에게도 사정없이 들이박는 모습을 보면 배짱 하나는 타고난 녀석이었다.

처음에는 귀여운 장난처럼 받아줬는데, 이제는 금방 힘이 붙어서 여기저기 사고를 치니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너! 그렇게 아무 데나 박치기하면 안 된다고 했지?”

-무우?

“또! 또! 그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빠져나가려고. 이제는 안 통해. 따끔하게 혼 좀 나야겠어.”

나는 옆에 쓰러져 있는 물통을 보여주며 다그쳤다.

“이것도 네가 쓰러뜨렸지? 응? 형이 이렇게 하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무우우…….

그래도 자기가 혼난다는 것을 아는지 표정이 금방 시무룩해졌다.

또 기죽은 표정을 보니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해지는지.

나는 목소리를 살짝 낮춰서 부드럽게 타일렀다.

“다음에 그러면 진짜 화낼 거야. 정말 안 봐줘?”

-무우우우.

화가 조금 풀렸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작은뿔이는 내 다리에 몸을 비비적거리며 애교를 부렸다.

어이가 없어 웃으면서도 손은 자연스럽게 녀석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작은뿔이는 아예 내 앞에 벌러덩 누워서 배를 보이기까지 했다.

“큰뿔이랑 닮은 녀석이 쓸데없이 애교는 많아가지고…….”

-무우우…….

아유. 진짜! 조금만 덜 귀여웠어도 계속 혼내는데. 내가 정말 알면서 당해준다, 알면서 당해줘.

속으로는 투덜거렸지만, 내 입가에서는 흐뭇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작은뿔이를 쓰다듬고 있으니, 또 다른 새끼 야쿰이 내 옆으로 슬쩍 다가왔다.

작은뿔이보다 약간 작은 크기에 예쁜이를 많이 닮은 여자아이였다.

둘째는 첫째와는 다르게 완전 얌전한 성격이었다.

내가 근처에 있으면 가만히 바라보거나, 이렇게 슬쩍 다가와 애교를 부리곤 했다.

그래서 이름도 ‘얌전한 야쿰’을 줄여 ‘얌꿍’이라고 지었다.

“얌꿍이 왔구나.”

-무우…….

얌꿍이는 아예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작고 귀여운 울음소리를 냈다.

내가 양손으로 두 녀석을 쓰다듬고 있을 때, 마지막 새끼 야쿰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우우우우!

가장 작은 체구를 지닌 새끼 야쿰이 나의 품 안으로 달려들었다. 작은 체구 덕분에 품 안에 쏙 들어와 졌다.

내 도움으로 죽을뻔한 위기를 넘겨서인지, 삼 남매 중에서 가장 많이 나를 따랐다.

셋째는 가장 작고 아기 같은 점이 많아서, ‘아기 야쿰’을 줄여 아꿍이라고 이름 붙였다.

아꿍이가 내 품을 차지하자.

작은뿔이가 심술이 났는지 일어서 내 품 쪽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아꿍이와는 다르게 덩치가 큰 작은뿔이었기에 당연히 모두를 안아줄 수는 없었다.

“잠깐 그렇게 밀지 마! 어어어!”

두 녀석의 밀어붙이는 힘으로, 나는 거의 깔리다시피 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나마 얌전한 얌꿍이가 가만히 있어서 다시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렇게 아기 야쿰 삼 남매와 뒹굴며 노는 사이. 식사를 마친 예쁜이가 낮게 울음소리를 냈다.

-부우우우.

그러자 삼 남매는 쪼르르 어미에게로 향했다.

예쁜이가 살짝 몸을 옆으로 하자, 새끼들은 어미의 젖을 물고 식사를 시작했다.

나는 잠시 예쁜이와 삼 남매를 지켜보다가 남은 정리를 시작했다.

예쁜이가 식사했던 먹이통도 깨끗이 치우고, 작은뿔이가 쏟아버렸던 물통에도 깨끗한 물을 다시 채워 넣었다.

정리를 대충 끝내고 축사를 나섰다.

농장 건물로 돌아가려는데 뒤에서 쫓아오는 작은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무우우! 무우우!

셋째, 아꿍이가 벌써 젖을 다 먹었는지 급하게 내 쪽으로 달려왔다.

“아꿍아. 벌써 밥 다 먹었어?”

-무우우.

“이제 형은 들어가야 하는데. 엄마나 다른 형제들이랑 놀아야지.”

-무우우우! 무우우!

아꿍이는 따라가고 싶다는 듯 앙탈을 부렸다. 나는 곤란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다른 두 형제와는 다르게 이 녀석만 유달리 나를 따랐다.

활발한 작은뿔이도 축사 근처를 맴돌 뿐, 야쿰 무리 밖으로 나서려고 하지 않는데. 아꿍이는 무리와는 상관없이 항상 나를 따라 움직였다.

어미인 예쁜이도 이런 상황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은근히 내가 데려가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삼 남매를 전부 상대하는 것은 모성애를 떠나서 확실히 힘든 일이었으니까.

마치 아기 야쿰 전문 보모가 된 기분?

거기다 애처롭게 바라보며 끙끙대는 녀석을 이번에는 도저히 두고 갈 수가 없었다.

“알았어. 대신 얌전하게 있어야 해? 알았지?”

-무우우!

내 허락이 떨어지자 아꿍이는 기쁜 울음소리와 함께 내 뒤에 달라붙었다.

곤란하다고 말하면서도 내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렇게 아꿍이와 함께 남은 아침 일과를 진행했다.

마구간을 치우고, 근처에서 풀을 뜯는 야쿰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자. 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발 닦아야지.”

-무우우.

아꿍이는 마치 처음이 아닌 것처럼 편안히 발을 닦고 농장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나와 아꿍이를 발견한 리아네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어머! 그렇게 데리고 들어와도 되는 거예요?”

“네. 아마도 괜찮은 것 같아요. 예쁜이도 불편해하지 않는 것 같고, 다른 야쿰들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거든요.”

“와아…… 시현 님은 정말 놀라운 일을 계속해내시네요.”

그녀의 진심 어린 감탄에 나는 살짝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부엌으로 향하자 아꿍이는 얌전하게 뒤를 따랐다.

리아네는 그 모습이 신기한 듯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아꿍이는 정말 조용히 나를 기다렸다.

너무 얌전해서 조금 걱정이 될 정도였다.

식당에 도착한 카네프는 아꿍이를 보고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뭐야? 얘가 왜 여기 있어?”

“저를 너무 따라서 잠시 데리고 들어왔어요. 불편하시면 내보낼까요?”

“불편한 건 아닌데. 쩝…… 내 살아생전에 야쿰을 이렇게 가까이 보면서 밥을 먹게 될 줄이야.”

카네프는 리아네와 조금 다른 느낌으로 감탄을 표했다.

그에게도 꽤 신기한 일이었는지, 식사하면서도 나와 아꿍이를 계속 힐끗힐끗 바라봤다.

* * *

점심때에 맞춰서 아꿍이는 배가 고파졌는지 나에게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무우우우!

“배고프니? 그럼 축사로 돌아갈까?”

-무우우.

“알았어. 네 엄마한테 가보자.”

배고픈 아꿍이를 이끌고 축사로 향했다.

마침 축사에서는 예쁜이가 두 새끼에게 젖을 주고 있었다.

타이밍을 잘 맞췄다고 생각하는 순간, 예쁜이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젖을 마음껏 먹은 작은뿔이와 얌꿍이는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뒤늦게 배고픈 아꿍이가 어미 쪽으로 다가갔지만, 예쁜이는 젖을 먹을 수 있도록 다시 자세를 잡아주지 않았다.

“예쁜아. 아직 아꿍이는 젖을 못 먹었는데?”

-부우우우!

“아…….”

예쁜이는 나에게 자신의 힘든 상황을 말했다.

아무래도 젖을 먹일 수 있게 자세를 유지하는 일이 생각보다 힘든 모양이었다.

-무우우…….

배고픈 아꿍이가 애처롭게 울음소리를 냈지만, 예쁜이도 무리하기 힘든 모양이었다.

나 역시 난감해하던 와중, 예쁜이가 나에게 뭔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부우우우. 부우우우!

“어?”

-부우우우!

“진짜 그렇게 해달라고?”

예쁜이의 뜻밖의 요청에 나는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부우우우?

“아. 알았어. 그럼 잠시만 기다려봐.”

울음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린 나는 급하게 농장 건물로 달려갔다.

부엌으로 향하니 뒷정리를 하는 리아네의 모습이 보였다.

“리아네 씨!”

“네? 시현 님.”

“혹시 높이가 적당히 있는 큰 그릇이 있을까요?”

“그릇이요? 으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리아네는 내 요청에 부엌 이곳저곳을 뒤지더니, 적당한 그릇을 찾아 건네줬다.

“근데 이 그릇은 어디에 쓰시려고?”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그녀에게 그릇을 받아들고 나는 다시 축사로 급하게 뛰어갔다.

예쁜이는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긴장된 표정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접시를 예쁜이의 아래쪽에 위치시켰다.

“예쁜아. 그럼 해볼게?”

-부우우우.

“…….”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조심스럽게 부풀어 있는 아래쪽으로 손을 뻗었다.

아주 어렸을 적에 젖소의 젖을 짜보았던 기억을 되살려, 천천히 젖을 짜내기 시작했다.

윗부분을 잡고 밑으로 부드럽게 당기니 접시에 신선한 젖이 담겼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예쁜이는 편안하게 내 손길을 받아들였고, 금방 접시가 가득할 정도로 젖을 짜낼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접시를 들어 아꿍이 앞에 가져다줬다.

배가 정말 고팠는지 녀석은 허겁지겁 젖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발레리안이 했던 이야기가 차례로 떠올랐다.

-목표는 바로…… 야쿰의 젖을 짜는 일입니다.

-생각하시는 것처럼 쉽지는 않을…….

-……현금으로 2억. 바로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허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게…… 끝난 거야……? 2억?!”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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